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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1423

밤 눈 _ 기형도 밤 눈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2008. 1. 11.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_ 고정희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 버스 속에서도 추운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속에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 2008. 1. 10.
꿈에 대하여 _ 천양희 꿈에 대하여 천양희 눈을 감아도 사방무늬로 번져 보이고 버리고 버려도 그림자처럼 따라오니 그대의 집요한 자유자재 동서남북 가로놓여 너의 푸념 나의 푸념 머리 들 곳 없다 벌집처럼 들쑤신 고통 한 시대 벌겋게 쏘고 지나갈 때까지 물불 안 가리고 여러 번 죽고 여러 번 태어나 평생 못 버릴 불치.. 2008. 1. 9.
겨울들녘에 서서 _ 오세영 겨울들녘에 서서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 겉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낱말 몇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은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자의 안식이 거기 있.. 2008.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