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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시1375

꿈에 대하여 _ 천양희 꿈에 대하여 천양희 눈을 감아도 사방무늬로 번져 보이고 버리고 버려도 그림자처럼 따라오니 그대의 집요한 자유자재 동서남북 가로놓여 너의 푸념 나의 푸념 머리 들 곳 없다 벌집처럼 들쑤신 고통 한 시대 벌겋게 쏘고 지나갈 때까지 물불 안 가리고 여러 번 죽고 여러 번 태어나 평생 못 버릴 불치.. 2008. 1. 9.
겨울들녘에 서서 _ 오세영 겨울들녘에 서서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 겉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낱말 몇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은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자의 안식이 거기 있.. 2008. 1. 8.
고백 _ 박두진 고백 박두진 내게서 당신의 눈길을 돌리지 마셔요. 내게서 당신의 음성을 끊으시지 마셔요. 내게서 당신의 입김을 떼시지 마셔요. 내게서 당신의 포옹을 풀으시지 마셔요. 그러시면 나는 천지가 온통 깜깜해져 버려요. 그러시면 나는 두귀가 절벽으로 귀가 멀어져요. 그러시면 나는 전신이 꽝꽝차게 .. 2008. 1. 7.
시 _ 최영미 시 최영미 나는 내 시에서 돈 냄새가 나면 좋겠다 빳빳한 수표가 아니라 손때 꼬깃한 지폐 청소부 아저씨의 땀에 절은 남방 호주머니로 비치는 깻잎 같은 만원권 한장의 푸르름 나는 내 시에서 간직하면 좋겠다 퇴근길의 뻑적지근한 매연가루, 기름칠한 피로 새벽 1시 병원의 불빛이 새어나오는 시 반.. 2008.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