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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159

한 그루 의자 _ 나희덕 한 그루 의자 나희덕 태어나서 한번도 두 발로 걸어보지 못했다 다리가 넷이라는 것이 불행의 이유가 될 수도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는 앉아 있다 그가 누구를 앉힐 수 있는 것은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을 누구보다 잘하기 때문, 그는 앉은 채 눕고 앉은 채 걷는다 혹은 앉은 채 훨훨 날고 있.. 2010. 11. 17.
연탄 한 장 _ 안도현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 2010. 10. 28.
먼지를 보며 _ 이성이 먼지를 보며 이성이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던 보석함을 열었다 반지를 들어보니 놓였던 자리만 깨끗하다 서랍 안, 상자 속인데도 먼지가 앉은 것이다 들어갈 틈이 따로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먼지도 스며든다, 그러기 위해 정말 가벼워야 한다 열고 닫는 흐름에 몸을 실을 정도로 미세해야 한다 틈, 보.. 2010. 10. 25.
아침, 그대를 맞으며 _ 조희선 아침, 그대를 맞으며 조희선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 하루를 산다는 건 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 싱싱한 희망이야 어젯밤의 졸린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건 싫어 지난날의 어둔 습성으로 아침 창을 여는 건 싫어 살아간다는 건 설렘이야 하루를 산다는 건 인연을 따라 운명을 건져 올리는 .. 2010.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