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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연탄 한 장 _ 안도현

by 홍승환 2010. 10. 28.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2010년 10월 28일 목요일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화산폭발과 쓰나미로 7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구촌 곳곳의 이상기후와 재해가 걱정이네요.

  따뜻한 연탄불 같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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