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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시19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_ 장정일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내가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2009. 4. 8.
봄 향기 그대안에 피우고 _ 박순기 봄 향기 그대안에 피우고 박 순 기 간밤에 와들짝 움 틔는 소리 깜짝 놀란 봄 창을 열어보니 양지 입안 가득 아지랑이 피워뭅니다 목련 꽃봉오리 속살이듯 간지럽히는 햇살은 훈풍으로 뽀얀 살결 미끄러지듯 그윽한 향기 그대 가슴 안에 스밉니다 맑은 냇가 버들강아지 보슬 한 촉감으로 속삭이던 눈.. 2009. 4. 7.
마법의 사랑 _ 김정한 마법의 사랑 김정한 나도 언제인가는 과거만을 추억하는 존재가 되겠지요 세상에 태어나 가장 착한 왕자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던 신데렐라처럼, 마법에 걸린 공주가 되어, 사랑했던 그 때를 추억하겠지요 그 어떤 에덴 속의 과일도 맛이 없었고 시각을 유혹하는 화려한 카라꽃의 향도 거부한 .. 2009. 4. 3.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_ 박제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박제천 안개꽃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 뒤에 뒷짐을 지고 선 미류나무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들판에 사는 풀이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옮겼다 반짝이는 창유리에게, 창유리에 뺨을 부비는 햇빛에게 햇빛 속의 따뜻.. 2009.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