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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시237

먼지를 보며 _ 이성이 먼지를 보며 이성이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던 보석함을 열었다 반지를 들어보니 놓였던 자리만 깨끗하다 서랍 안, 상자 속인데도 먼지가 앉은 것이다 들어갈 틈이 따로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먼지도 스며든다, 그러기 위해 정말 가벼워야 한다 열고 닫는 흐름에 몸을 실을 정도로 미세해야 한다 틈, 보.. 2010. 10. 25.
아침, 그대를 맞으며 _ 조희선 아침, 그대를 맞으며 조희선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 하루를 산다는 건 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 싱싱한 희망이야 어젯밤의 졸린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건 싫어 지난날의 어둔 습성으로 아침 창을 여는 건 싫어 살아간다는 건 설렘이야 하루를 산다는 건 인연을 따라 운명을 건져 올리는 .. 2010. 10. 22.
단풍 드는 날 _ 도종환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 2010. 10. 21.
인연 _ 도종환 인연 도종환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만나던 자리에 돌아.. 2010.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