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모음1039 제자리 _ 오세영 제자리 오세영 급류(急流)에 돌멩이 하나 버티고 있다. 떼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안간힘 쓰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잎처럼 풀잎처럼 흐르는 물에 맡기면 그만일 텐데 어인 일로 굳이 생고집을 부리는지. 하늘의 흰 구름 우러러보기가 가장 좋은 자리라서 그런다 한다. 이제 보.. 2013. 10. 18. 인간의 말에는 _ 김형영 인간의 말에는 김형영 모여서 피는 꽃들 더불어 자라는 나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삽니다. 비가 오면 비 이야기 바람 불면 바람 이야기 날이 새면 오늘 이야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언젠가 한번은 그게 궁금해서 그들의 말을 .. 2013. 10. 17. 사는 맛 _ 정일근 사는 맛 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 2013. 10. 16. 가을서한 _ 나태주 가을서한 나태주 1 당신도 쉽사리 건져주지 못할 슬픔이라면 해질녘 바닷가에 나와 서 있겠습니다. 금방 등돌리며 이별하는 햇볕들을 만나기 위하여. 그 햇볕들과 두번째의 이별을 갖기 위하여. 2 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한 겹씩 옷을 벗고 나서는 구름, 멀리 웃고만 계신 당신 옆모습.. 2013. 10. 15.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26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