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1123 무엇을 쓸까 _ 오세영 무엇을 쓸까 오세영 무엇을 쓸까 탁자에 배부된 답지는 텅 비어 있다 전 시간의 과목은 ˝진실˝ 절반도 채 메꾸지 못했는데 종이 울렸다 이 시간의 과목은 ˝사랑˝ 그 많은 교과서와 참고서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맨 손엔 잉크가 마른 만년필 하나, 그 만년필을 붙들고 무엇을 쓸까 망.. 2013. 10. 22. 가을 아침 _ 박명순 가을 아침 박명순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강가에 머리를 말갛게 행구어낸 아침은 새벽 안개를 헤집고 창문을 빠꼼히 열고 들어온다 이제는 제법 선선한 기운이 오돌도돌 소름을 돋게 하지만 열어논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담박에 가슴에 안겨 재롱을 떤다 은행잎 이파리 살짝 흔들고 지.. 2013. 10. 21. 제자리 _ 오세영 제자리 오세영 급류(急流)에 돌멩이 하나 버티고 있다. 떼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안간힘 쓰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잎처럼 풀잎처럼 흐르는 물에 맡기면 그만일 텐데 어인 일로 굳이 생고집을 부리는지. 하늘의 흰 구름 우러러보기가 가장 좋은 자리라서 그런다 한다. 이제 보.. 2013. 10. 18. 인간의 말에는 _ 김형영 인간의 말에는 김형영 모여서 피는 꽃들 더불어 자라는 나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삽니다. 비가 오면 비 이야기 바람 불면 바람 이야기 날이 새면 오늘 이야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언젠가 한번은 그게 궁금해서 그들의 말을 .. 2013. 10. 17.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2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