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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시1375

꽃은 가둘 수 없다 _ 이시훈 꽃은 가둘 수 없다 이시훈 길가에 핀 낯선 꽃의 이름을 물었더니 꽃이 아름다운 건 이름 때문이 아니라는 그 말씨 어여뻐 가슴에 찰랑인다. 꽃병을 만들려다 막사발이 되어 버린 흙을 뭉개어 다시 빚으니 느닷없이 술병이 되어 버렸다. 사발이 되었건 술병이 되었건 아직도 꽃을 꿈꾸는 흙의 표면에 이.. 2009. 5. 15.
자고난 얼굴은 아름답다 _ 강세화 자고난 얼굴은 아름답다 강세화 잠자는 얼굴은 아름답다 기쁘게 부끄러운 첫날의 잠은 아름답고 꽃잠 자고 날새는 기미를 재빨리 알아채는 자고난 얼굴은 더 아름답다 아름답게 잠에 빠진 아이는 자고나서 쑥쑥 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한 잠, 두 잠, 석 잠, 넉 잠, 잠에 드는 누에의 자고나서 허물벗.. 2009. 5. 14.
구름의 소풍 _ 배경숙 구름의 소풍 배경숙 그의 등에선 오늘도 풀내가 난다 묵밭엔 망초꽃 쌀가루 뿌려대고 밤꽃은 제 향기에 숨이 막힌다 풀벌레 소리에 귀를 내주려는 듯 구름은 산마루 내려다 놓고 별꽃에게 쏟아놓을 말의 물결에 부풀어 있다 뒷산에서 떠 온 바람꽃 몇 그루 담 밑에 심는다 그 곁에서 나는 풀을 뽑는다 .. 2009. 5. 12.
황홀한 거짓말 _ 유안진 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힌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 담을 수 밖에 없다니요. 겨울 한밤 귀뚜라미 거미줄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물이 되.. 2009.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