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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유 _ 최영미 사는 이유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거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 2007. 2. 28.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_ 서천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서천우 세상엔, 지키고 싶지 않은 것 만큼이나 가지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세상엔, 소중하지 않은 것 만큼이나 소중한 것들이 많습니다. 또 세상엔, 추한 것 만큼이나 아름다운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굳이 그래야만 한다면 망설임 없이.. 2007. 2. 27.
마음 _ 곽재구 마음 곽재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 입니다.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붓습니다. 언젠가 .. 2007. 2. 26.
백치애인 _ 신달자 백치애인 신달자 나에게는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별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다방에서 다방 문이 열릴 때마다 불길 같은 애수의 .. 2007.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