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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백치애인 _ 신달자

by 홍승환 2007. 2. 23.

 

백치애인

 

                             신달자

 

 

나에게는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별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다방에서 다방 문이 열릴 때마다
불길 같은 애수의 눈물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또는 시장 속에서 행여 어떤 곳에서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 속에서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바보애인아.

 

 

* 오늘 강한 황사가 온다고 하더니 다행히 빗겨 갔다고 하네요.

  그래도 공기중에 미세먼지가 많다고 하니 건강에 주의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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