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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도서요약/마케팅도서

헤라 마케팅 (도서요약)

by 홍승환 2007. 8. 31.

헤라 마케팅

 

1 여성적 감수성이 세상을 바꾼다

 

여성화하는 사회

최근 우리 사회가 급격히 여성화되고 있다. 술을 예로 들어도 그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백세주·산사춘·자청비 같은 술이 계속 출시되는데, 이 술들은 하나같이 여성 취향적이면서 잘 취하지 않는다. 위스키처럼 룸에서 주로 마시는 주종에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나는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밤 문화를 버리고 주말 문화, 또는 가족 중심형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사회 변화에 따라 터프한 마초(macho) 스타일의 남성 중심에서 자상하고 젊어 보이는 꽃미남 스타일의 남성이 선호되고 있다. 이른바 메트로 섹슈얼(metro-sexual)이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사고 패턴이나 행동 유형, 그리고 선호 성향이 다르다. 따라서 이 추세라면 군대 생활 등에서 체질화된 남성의 명령형 사회 시스템의 대안으로 여성형 토론 중심의 민주적 합의 문화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렇게 사회가 변하면 여성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하는 가정이 늘어난다. 여성이 변하면 사회가 변한다. 원래 한 사회는 권력이 강한 부분의 변화보다 약한 부분에서의 변화가 더 큰 변화를 연쇄적으로 부르는 법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약한 집단이라면 농민, 하층 노동자, 빈민층, 노인층, 장애인, 동남아시아계 외국인 그리고 여성 집단이다. 이 가운데 특히 여성 집단은 커다란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 실로 여성의 변화는 사회 전 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부를 것이다. 더욱이 여성이 2세 교육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미래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출산권과 교육권을 쥐고 있는 여성은 사회 변화의 핵이나 마찬가지다.

 

마케팅은 지금 여성 가치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낀 세대니 386이니 하는 남성에 대한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시도가 있고, 싱글족이니 보보스니 X세대니 하는 각 집단에 대한 성격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권과 출산권을 가진 이들 3542(나이가 35세에서 42세 사이의) 주부에 대해서는 아직 집단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엄청난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디지털 사회다. 3542 주부는 네트워크 수단을 바탕으로 자신의 지적 능력과 문제의식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 그들은 구매를 최종 결정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사회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에 강하고 위기조정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수다라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보유했다. 더욱이 남자들의 조기퇴직에 따라 3542 주부의 발언권이 더욱 세지고 있다.

 

마케터들이 주부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매우 까다롭게 구매를 결정하고 한번 구매하면 재구매율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주부들의 심사를 한번 거치면 시장에서는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엄마 마케팅(Mom Marketing)의 선구자인 마리아 베일리(Maria Bailey)가 말한 것처럼 엄마의 소비는 가족 구성원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이다. 엄마가 일종의 소비 규레이터인 셈이다. 셋째는 여성들의 입소문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렌드 창조자로서 여성 소비자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유행을 직접 만들고 선도하기도 하며, 불황 속에서도 유행한 매스티지(Masstige, mass와 prestige의 합성어로 중고가 이미지 제품) 트렌드나 웰빙 트렌드는 모두 여성들이 이끌어 간 트렌드라는 거다.

 

여성은 소비와 관련해 남성하고 확실히 다르다. 첫째, 여성은 감성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높다. 곤충의 눈을 한번 보자. 곤충은 180도 이상 볼 수 있다. 이 주변적 시각 능력을 여성이 갖고 있다고 보는 거다. 여성의 주변적 시각은 품질 외에도 분위기나 서비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둘째, 여성은 신체 구조상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다. 보고 만지고 맡아보고 들어봐야 하는 오감 마케팅이 몸에 타고난 체질이다. 셋째,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화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쉽게 말해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하루 평균 3배 이상 말을 하지 않으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말 잘 들어주는 남편 만나는 것도 복이다.

 

미시는 가고 헤라가 온다

주부라고 해서 다 같은 주부가 아니다. 마케팅에서는 시장을 나누고, 대상을 나누고, 이미지를 나눈다. 서로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 다른 사람들한테 똑같은 얘기를 해서는 단 한 개의 상품도 팔지 못한다. 주부도 컬러가 있고 등급이 있고 능력이 다르다. 초·중등학생을 자녀로 둔 3542 연령의 주부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요즘 웰빙족, 싱글족, 캥거루족 이른바 (族) 마케팅이 뜨고 있는데, 이것은 마케팅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소비층 분류법이다. 요즘 뜨는 싱글족이라고 해서 3542하고 DNA가 다른 종이 아니다. 시대 환경 때문에 같은 문제에 대해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뿐이다. 여성 3542는 어려운 시기를 거쳐 풍요로운 세상을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음지와 양지를 안다. 3542세대는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아날로그를 거쳐 디지털 1세대 자리에 놓였다. 내 나름으로 정리한 3542세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Housewives : 전업이든 겸업이든 현재 주부이면서,

Educated : 고등교육을 받았고,

Reengaging :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Active :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

 

위의 이니셜을 따오면 헤라(HERA)가 된다. 3542 주부는 고학력 출신이면서 인생 제2막을 맞아 다시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활동적인 주부층이다.

 

헤라는 아이-소녀-미스-엄마까지를 인생 제1기로 한 사이클을 다 돌았다. 헤라는 이제 자기 인생을 성숙한 관점에서 다시 돌볼 수 있는 독립적 개인으로 거듭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헤라는 유치원에서 중학생 자녀를 하나 또는 둘 정도 두고 있으며,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이고, 남편은 386세대다. 헤라는 위아래 세대 주부와 다른 주목할 만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아이들이 유아기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 점은 아주 중요하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변화를 꿈꾸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기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남편들은 사업이다, 승진이다며 밖으로 나돌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독립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 덩그러니 남아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인생 경영이란 것이 필요한 나이가 된 셈이다. 셋째는 소비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결혼하면서 사온 가구며 가전제품을 바꾸고 교육, 건강, 주거 관련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앞뒤 어느 세대 주부보다 소비 마인드나 소비 능력이 강하다. 가히 소비를 일으키는 거대 소비층이 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헤라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주부는 지갑과 관심을 통해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주부는 자식 양육과 투표로 정부와 교섭한다. 주부는 이민과 유학 여행으로 세계와 통한다. 주부가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사회 병목이 오락가락한다. 아, 너도나도 떠들어대는 그 미시! 하지만 헤라와 미시는 엄연히 다르다. 헤라는 인구 속성학적인 측면에서 파악한 개념이고, 소비와 관련된 마케팅 개념을 넘어선 대안사회의 개념이다. 미시는 단순히 기업 마케팅 대상으로서 자기 포장이나 소비 방식들을 기준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주부 명인

이제 주부를 다시 보자. 이전과 달리 주부가 필수과목이 아니라 선택과목이 되어간다는 사실, 이게 중요하다. 다름 아닌 선택이라는 거. 결혼이나 출산이 이제 선택의 문제라면? 관점이 바뀌고 대우가 바뀌어야 한다. 결혼은 말 그대로 선택인 시대다. 장인이나 명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오롯이 자신의 길을 지켜가며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 사람들도 씽씽 변하는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번민과 유혹의 시간을 보냈겠는가? 이러다가 시대의 낙오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라며 불안했을 것이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무시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주부도 아이를 낳고 기르며 가정을 경영한다. 집에 남은 주부도 씽씽 변하는 세상에서 불안할 게 뻔하다.

 

주부는 아내이면서 엄마이면서 동시에 여자다. 1인 다역을 해내며 사회 생산성 또한 엄청 높다. 반면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그냥 여자일 뿐이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이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자식을 둔다는 것은 또 한 번의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 씨를 이어갈 소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경영해서 명장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거기에 나는 주목한다. 주부는 이 사회의 존속을 위한 원천 인프라이며, 씨를 만들면서 동시에 여성만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상부구조다. 그래서 주부의 주는 주인 (主) 자다. 주 자가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주장, 주인, 주군, 주인공, 주전, 주상…… 그리고 , 주여!까지. 주인 십(ship)을 가져야 한다. 주인 스피릿(spirit: 정신)이 중요하다.

 

2 마케팅형 인간이 세상을 지배한다

 

마케터는 아이디어 환자

마케팅은 결국 아이디어로 판가름 난다. 욕구 읽기, 심리 게임, 경쟁 전략. 이 모든 게 아이디어로 나타난다. 그래서 마케터는 아이디어 중독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를 먹고사는 마케팅은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이 중요하다. 현실을 몸으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샘솟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발상 전환, 용도 변경, 재발견, 섞어 보기, 흔들어 찾기, 남의 것 모방하기 등의 방법이 권장할 만하다.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사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유럽 세계로부터 은닉된 신대륙을 찾아낸 것뿐이다. 아이디어 역시 어딘가에 은닉되어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어쩌면 여성이야말로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이 많다. 언어 감각이나 시각적 사고, 오감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규칙을 모르는 아이의 신선한 시각을 엿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실제로 아이디어를 많이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감과 목표의식이 약하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들의 능력 발현을 막고 있다. 가정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많은 가정은 행복하다. 이젠 아무나 다 끊이는 김치찌개가 아니라 내가 만드는 김치찌개란 생각을 가져보자. 동네 꼬마들의 한낱 군것질거리에 불과했던 떡볶이가 지금은 한국의 먹거리 문화를 온통 빨갛게 채색했다. 신당동을 관광명소로 만든 떡볶이. 아이디어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은 없다. 아이디어를 내본 적이 없을 뿐이다. 여성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많다. 세상은 아직 남성의 관점으로 보는 게 많기 때문이다. 남성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재발견의 땅이 널려 있다.

 

마케팅은 마음을 사는 것

마케팅은 요즘 한두 번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만큼 흔한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마케팅은 시장을 뜻하는 마켓(market)활동을 뜻하는 ing가 결합된 말이다. 풀어보면 고객과 기업이 시장에서 서비스나 재화를 거래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이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소비자의 수요보다 적었던 초기에는 마케팅 개념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소비자는 한정되어 있고, 기업이 제공하려는 재화와 서비스는 넘쳐날 때 마케팅은 중요해진다.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개념으로 3C와 4P를 꼽는다. 먼저 3C를 보자. 3C는 customer(소비자), competitor(경쟁사), corporate(우리 회사)를 말한다. 마케팅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다. 목표를 세우려면 법이나 경제, 사회적 거시환경 변화에 대한 분석을 한 뒤 그 다음에 3C 분석을 하는데, 우리 회사 제품을 살 소비자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다음은 경쟁 제품으로 무엇이 있는지, 그들의 현재 강·약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이렇고 경쟁사는 이런데,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지는지 분석해 마케팅의 전략을 목표로 짠다. 무작정 내 제품만 좋다고 떠들면 안 된다. 경쟁도 있고 그걸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최종 소비자 선택인 거고 마케터는 그들이 경쟁사를 제치고 우리 것을 사도록 설득해야 한다.

 

3C 분석을 하고 목표를 짰으면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나와야 한다. 그 방법이 4P다. 4P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기본 요소로 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프로모션)을 뜻한다. 이것들은 각기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양념처럼 잘 섞어야 제 맛이 우러나온다. 그래서 흔히 4P 믹스(mix)라고 한다.

 

3C와 4P 믹스는 매우 중요하다. 언어의 문법 같은 것이다. 문법을 알아야 고급 언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3C, 4P 믹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마케터의 기본을 갖추는 것이다. 남편이 퇴근을 늦게 한다. 일찍 들어오게 하려면? 이것을 3C, 4P 믹스에 따라 적용해볼 수 있다. 남편은 퇴근이 늦고 집에 와도 별로 할 일이 없다. 텔레비전 보는 일 외엔 별달리 할 일도 없다. 이게 소비자 분석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 이때 술 또는 술집 마담은 주부의 경쟁 상대다. 그들은 젊고 애교도 떤다. 반면, 주부는 남편과 공통 주제가 없다. 집에 와도 간단한 집안일 얘기 고작, 회사에서 남편이 뭘 하는지, 남편이 속한 기업 현실이나 마케팅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화가 난다. 이게 우리 회사 분석이다. 이상이 3C 분석이다. 3C를 했으면 실제 내 아내의 경우라고 상정해본다. 앞에 적은 3C 상황이 몇 년 전 우리 집 상황이었으니까. 내 아내의 목표는 나를 일주일에 세 번은 일찍 퇴근하도록 해 자기를 삶과 대화의 파트너로 인식하게 하는 것.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을 골라야 한다. 수단이 4P다. 이제 4P 관점으로 보자.

 

제품 : 대화가 통하는 인생 파트너, 같이 미래를 설계할 능력이 있는 여자다. 의상, 액세서리, 향수 등 외모에 한결 신경 써야 한다. 언어 구사 역시 중요하다. 연애할 때를 리메이크하라.

가격 : 부부간이라 무상이지만 수준 있는 고가의 여자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제 더 이상 김치, 된장, 쉰내 나는 여자가 아니다. 아주 가끔 깜짝 놀랄 만한 비싼 것을 요구해본다.

유통 : 수준 있는 여자 이미지가 제공되는 공간이니까 분위기 연출이 중요하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있는 밤 10시 편안한 집안 거실, 호프집, 바, 커피숍도 좋다. 연극, 뮤지컬도 이따금 봐줘야 한다. 신간서적이나 교양잡지도 펼쳐놓고,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시지로 새로운 느낌을 준다. 친구들과 같이 만나는 친목 모임도 좋다.

프로모션 :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잘되길 바라셔? 그럼 부부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거 알지? 우리 하는 걸 애들이 다 보고 있어. 아이들에게 저녁식사 때 역사 강의도 좀 해줘봐 또는 당신, 내가 쉰내 나는 여자로 늙는 것을 보고 싶진 않겠지? 그럼 나한테 투자를 해. 당신 하는 만큼 우리 미래도 바뀔걸?이라며 설득한다. 여전히 꿈 많은 여자라는 이미지를 소구한다. 해외 휴양지 책자도 가끔 들춰보자.

 

이 모든 행위가 3C, 4P의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마케팅과 영업은 각각의 기능이 있다. 물론 기업에는 다 필요하다. 영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잠깐 사는 것이고, 마케팅은 아주 오랫동안 사기 위한 활동이다. 한 사람 마음을 잠깐은 살 수 있어도 오래 사기는 아주 힘들다. 오래 사기 위해서는 브랜딩, 품질 관리, 고객욕구 관리, 기술 혁신 등이 필요하다. 마케팅은 지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세부 지식은 몇 권의 책으로 금방 배울 수 있지만, 그 정수인 고객욕구의 해결은 대부분 망각한다. 자꾸 팔려고만 한다. 자기 생각만 하는 거다. 마케팅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마음을 사는 거다. 이 사실만 알면 누구나 마케터가 될 수 있다. 마케팅은 나의 자리에 너를 놓고 기업의 자리에 고객을 놓는 것. 상품의 자리에 욕구를 놓는 것. 이게 아주 중요하다. 파는 게 아니라 사는 거라는 점을 명심하자!

 

마케팅은 고객의 욕구 해결이 목표다. 우리는 흔히 마케팅은 많이 팔아서 돈 많이 버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고객의 욕구를 해결한 대가로 얻는 결과물이다. 마케팅은 마음을 사는 것, 욕구 해결, 가치 혁신이다. 그 때문에 나는 여성 독자들과 대화를 할 만한 것이고, 또 그래야만 이 책의 이야기가 모두 공유할 가치가 있다.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란 표현은 마케팅의 핵심이다. 욕구 해결을 통해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게 마케팅의 목표니까. 영업과 달리 마케팅은 그래서 장기적이다. 세일 같은 것보다는 심리적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이 효과는 오래간다.

 

빨간 옷 아저씨, 도와주세요

대낮에 길거리에서 깡패에게 희롱을 당하던 여성이 주위 사람들에게 여러분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면 요즘 남자들은 겁이 많고 이기적이다, 무엇보다 도시의 익명성이 사람을 버려놓았다고 개탄한다. 신문과 방송도 정의의 실종이니 익명 사회의 폐해니 하며 떠든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달리 얘기를 한다. 그 여성은 이렇게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거기 빨간 옷 아저씨, 도와주세요. 그럼 그 빨간 옷은 어쩔 수 없이 나선다고.

 

마케팅은 심리다. 물건이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살 사람의 심리를 부추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걸 입으면 당신을 섹시한 남자로 볼걸요 같은 심리적 약속을 산다.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가 쓴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보자. 이 책은 심리 법칙을 6개로 압축, 일반 사람들이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기업이나 단체 마케팅에 어떻게 당하는지를 제시하고, 이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해 알려준다. 각 법칙이 적용되는 사례를 간단히 들어보면,

 

상호성의 법칙 : 샘플을 받아본 상품은 살 가능성이 높다. 미안하기 때문에 자신도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한다. 되로 받고 말로 주면서도 흐뭇해한다.

일관성의 법칙 : 내가 선택한 상품과 서비스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 한다. 자기 자식은 누구나 다 잘났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 :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더 많이 팔릴 것이다.

호감의 법칙 : 잘생긴 피의자가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의 차림새가 좋으면 학교 선생님도 예뻐한다.

권위의 법칙 : 상 받은 상품, 큰 체구, 높은 직책, 우아한 차림에 약하다.

희귀성의 법칙 : 한정판매, 백화점 세일 마지막 날에 사람이 몰린다.

 

3 브랜드는 사람의 일생과 닮았다

 

브랜드 불패의 시대

제품, 브랜드, 상품, 상표. 좀 헷갈리는 말들이다. 실제는 조금씩 다른데, 일반적으로 섞어서 쓰기도 한다. 제품은 영어로 product, 만든 물건이란 뜻이 강하다. 한자의 만들 제(製)를 생각하면 된다. 상표는 trademark,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법적 권리를 갖는 물건이다. 한자의 표(標)가 강조된다. 상품은 commodity, 교환 또는 거래라는 뜻에 비중이 있다. 조금 이데올로기적인 냄새도 묻어 있다. 상품경제, 상품사회, 상품화처럼 브랜드는 상표하고 비슷한 뜻이지만 차별성과 개성 등이 더 강조된다. 텔레비전 하면 제품이지만 텔레비전 가운데 삼성, LG, 소니는 브랜드다. 제품이 이미지적으로 차별화되어서 개성을 갖는 것을 브랜드라 한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다른 제품이 아닌 하필 그 제품을 사는 이유를 제공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현대 마케팅의 핵심이다.

 

브랜드를 관리하는 사람이 브랜드 매니저다. 줄여서 BM(Brand Manager)이라 한다. 모델을 관리하는 사람은 모델 매니저이고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은 펀드 매니저인 것과 같다. 중요하긴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54%의 기업이 BM 전담팀을 두고 있지 않다. 이제 브랜드 시대가 반쯤 온 거다. 브랜드 매니저는 시장을 분석하면서 소비자가 찾는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그 제품에 가격, 네이밍, 디자인, 캐릭터 등을 부여하면서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브랜드로 키워 나가는 일을 한다. 광고도 하고 프로모션도 거는데, 분석력과 창의력 및 돌파력이 필요하다.

 

생각을 바꾸면 우리는 모두 브랜드다. 자신이 관계 맺는 모든 사람에게 브랜드 기능을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접하는 모든 사람에게 독특한 이미지를 브랜딩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하면 너답지 않아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 나라는 브랜드는 하나가 아니다. 여자일 때가 다르고 엄마일 때가 다르며 아내일 때, 주부일 때, 며느리일 때, 학부모일 때, 친구일 때가 다르다. 내가 하나라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브랜드 대충 알기

일반인은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을까? 아마도 상표, 광고, 디자이너, 모델, 상표명 이런 정도를 연상하지 않을까 싶은데, 브랜드의 정의는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상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뜻한다. 브랜드 이전에는 그 제품의 기술, 외형, 가격 같은 물성에만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비슷한 물성을 가진 제품도 소비자들에게는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면서 그 차이가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차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브랜드란 개념이 생겨났다. 펩시와 코카콜라는 눈을 감고 마시면 제품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나 눈을 뜨고 상표를 인지하면 평가가 갑자기 달라진다.

 

브랜드에도 삶이 있다. 브랜드에도 탄생과 성장, 성숙, 쇠퇴, 퇴출의 삶이 있다. 이를 제품의 성장 주기라 한다. 꼭 사람의 인생과 닮아 있다. 이 각각의 단계에 맞는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이 성장주기에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비슷한 예로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주로 하는 브랜드 매트릭스를 한번 보자. 1980~1990년대까지 많이 썼던 매트릭스로 지금도 일부 유용하다. 매우 유명한 매트릭스다. BCG는 모든 브랜드의 위치를 4개로 분류한다. 처음에 브랜드가 나오면 물음표(Question Mark) 브랜드의 위치에 놓인다. 그러다 이것이 시장에서 성장하면 스타(Star)의 자리로 이동을 시키고 그렇지 않고 시장 반응이 변변찮으면 개(Dog)의 위치로 옮긴다. 개로 가면 그 브랜드는 곧 퇴출될 운명이 된다. 그러면 기업은 광고나 추가 개발 등의 투자를 중단한다. 스타 브랜드가 되면 기업은 막대한 투자를 한다. 광고도 많이 하고 이벤트도 열며 추가 제품 속성도 강화한다. 그러나 이때 이 스타 브랜드는 기업에 많은 수익을 남기진 못한다. 판매에 비해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면서 이 제품도 더 이상 성장을 못하고 정체를 보이면 기업은 서서히 투자를 줄인다. 그러면 그 제품은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젖소(Cash Cow)의 위치로 이동한다. 젖소 브랜드는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새우깡이나 신라면은 농심의 젖소 브랜드다. 그 브랜드는 광고를 거의 하지 않아도 잘 팔린다.

 

BI와 에센스

BI(Brand Identity)란 말이 있다. 이제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이때 BI가 중요한 개념이다. 국가 정체성인 민족 정체성 같은 말처럼 이 정체성이란 게 조금 까다로운 놈이다. 브랜드 Identity는 브랜드 정체성이라 부르고, 흔히 BI라고 말한다. 코카와 펩시는 같은 제품군에 있지만 연상이 다르다. BI가 다르기 때문이다. BI는,

 

그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만들면

고객이 그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향후 그 브랜드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기억요소이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이 BI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BI는 이름, 컬러, 디자인, 형태, 패키지, 캐릭터 같은 외형에서부터 가격, 핵심 속성, 이미지 같은 내재 가치와 더 나아가 고객의 가치 지향까지를 포괄한다.

 

강력한 BI는 기업의 미래 수익을 보장하는 엄청남 무형자산이다. 여기서 브랜드 에센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이 요소가 없으면 그 브랜드는 쓰러진다.

 

누룽지의 구수한 맛

다시다는 천연

포카리스웨트는 파란색

삼성은 일류 정신, 현대는 도전

볼보는 안전, 포크스바겐은 깜직한 디자인

 

이 에센스가 무너지면 고객은 바로 반응한다. BI가 중요한 이유는 제품의 성장 주기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고객 처지에서는 기억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브랜드 매니저는 기억하기 좋은 특징을 전달해야 한다. 기업 처지에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출시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소비자가 계속 기억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 브랜드를 잘 키워서 제2, 제3의 연속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해서 BI는 매우 중요하다.

 

가치 이야기

브랜드의 핵심은 가치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브랜드에서 가치를 빼버리면 팥 없는 붕어빵이요, 김정은 없는 파리의 연인이다. 고객은 가치를 사는 것이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건을 통해서 가치를 산다는 얘기다. 우리가 밥을 먹는 이유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때 배고픔이 해결 욕구고, 배부름이 가치다. 밥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 해결 방법은 사람마다 시대마다 각기 다르다. 지금은 밥이 아니라 빵, 선식, 고기, 우유 등으로도 해결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욕구를 해결하는 방법이 보다 다양해진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는 정확하게 고객의 욕구를 향해야 한다. 이것은 무지 중요하다. 기업에서 브랜드를 담당하는 사람들조차 이 기본을 자주 망각하는데 자신들, 즉 회사의 가치가 고객의 욕구에 앞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런 고객의 욕구와 가치 개념을 혼돈하기 때문에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엄청 많다. 가치는 무한하게 많고 세대가 분화할수록 비례해서 증가한다. 주부도 가족에게 가치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따뜻함, 신뢰, 엄마 솜씨, 정성, 사랑처럼 좋은 것도 있고 잔소리, 바가지, 질투, 미움, 짜증, 욕심 같은 부정적인 것도 있다.

 

리메이크

다시 만들기. 리메이크라고도 하고 리인벤팅(reinventing), 리뉴얼(renewal)이라고도 한다. 리메이크 음반이나 영화, 패션 등이 가끔 나오기 때문에 비교적 친숙한 용어다. 기존의 인기 있던 것을 다시 손봐서 새롭게 고객에게 어필하는 기법이다. 리메이크와 복고는 구분된다. 복고가 단순히 옛날 것을 그대로 내놓는 것이라면, 리메이크는 핵심 이미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변화를 준 것이다. 이것은 고객 가치 강화를 위한 또 다른 기법이다. 굳세어라 금순이, 김삼순 신드롬은 새로우면서도 새롭지 않다. 새롭지 않으면서도 새롭다. 리메이크 마케팅이다.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형식이 바뀜으로써 아주 새롭게 다가온다. 리메이크에는 장점이 있다.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의 신선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기존 고객들의 로열티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시장에 안착하기 용이하다.

 

브랜드 확장

망원경, 현미경은 눈의 확장이고 포클레인은 손의 확장이며 자동차는 발의 확장이다. 확장은 말 그대로 넓히는 거다. 브랜드에서도 확장 기법을 쓴다. 성공한 브랜드를 새로운 시장이나 고객에게 맞게 일부 변경을 해서 넓히는 거다. 리메이크 못지않게 많이 쓰이는 기법이다. 확장은 성공한 브랜드를 근간으로 해서 계속 여러 개의 다른 후속 브랜드를 내는 것이다. 처음의 브랜드를 모(母) 브랜드라 부르고 이어져 나오는 브랜드를 자(子) 브랜드라 한다. 하나의 모 브랜드에는 아주 다양한 자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 이것을 다 합해 패밀리브랜드라고 한다. 앞에서 말한 리메이크가 기존 고객에게 다시 찾아가는 것이라면 확장은 그 고객의 다른 욕구를 충족시키거나(웅진 코웨이 정수기를 산 고객에게 웅진 빌트인 키친세트를 파는 것) 기존 고객과는 다른 고객에게 자신의 핵심 가치를 옮겨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커피숍뿐 아니라 음반 사업까지 진출하는 것. 확장이라는 말 그대로 자신의 강점을 살려서 다른 브랜드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확장은 경영자 처지에선 매력적인 유혹이다. 확장은 자신의 강점을 이용해서 쉽게 다른 쪽으로 저비용을 들여 신속하게 진입하게 해준다. 이는 이미 그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다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확장은 역으로 잘못하면 칼의 양날처럼 자신을 벨 수도 있다. 이미 구축한 모 브랜드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시장 세분화와 틈새브랜드

시장은 단일 시장이 아니다. 시장이 고객의 욕구만큼 있는 시장이라면 당연히 다양한 고객의 욕구만큼이나 많은 시장이 존재하게 된다. 햇반의 세분 시장은 얼마나 있을까? 기내에서 먹는 시장, 아내가 산후 조리원에 있을 때 남편 혼자 먹는 밥 시장, 라면하고 먹는 밥 시장, 등산용 시장, 실버용 시장, 독신자용 시장, 다이어트용 시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장이 있다. 그럼에도 그 많은 시장에 일일이 제품을 다 내지 않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했다가는 기업이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객 욕구에 따라서 시장을 잘게 나누어 관리하는 것을 시장 세분화라 한다. 그중에 기업은 수요자도 많고 유통이나 제품개발 비용, 수익성, 미래가치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장을 정의하고 제품을 출시한다. 이 시장들은 대부분 큰 시장이다. 보통 전체 시장의 80~90%를 차지한다.

 

반면에 시장 사이즈는 크지 않지만, 전체 시장 중 10~20%의 시장 사이즈는 되고 그 시장이 전략적인 가치(미래에 성장할 것이라든지, 고가제품이 가능해서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든지, 고기능으로 시장 테스트 가치가 있다든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그 시장을 틈새시장(niche-market)으로 보고 신제품을 출시한다. 명동에 가면 틈새라면이라는 라면집이 있다. 체인점도 꽤 여러 곳이다. 이 집의 라면은 무지무지하게 맵다. 속칭 빨계면을 판다. 빨갛다. 그리고 달걀을 푼다. 입맛이 없을 때 이 집 라면을 먹으면 정신이 번쩍 난다. 이 라면집은 분명 마케팅을 알고 장사하는 집이다. 그것도 대단히 잘 알고 있다. 틈새시장의 장점?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소비자 욕구가 분명하다. 관리가 쉽다. 이 시장은 아이디어 싸움인 시장이다. 머리만 잘 쓰면 이런 시장을 찾아서 먼저 들어가서 장사가 된다.

 

4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자본주의의 꽃, 광고

광고. 널리 알리는 세계.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 광고는 흔히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소비자에게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멋있는 모델들이 나와 자기 제품을 사달라고 유혹하는 그 뒤에는 기업들의 사활을 건 치열함이 있고 자본주의의 핵심 윤리인 경쟁 모럴이 있다. 산업기술이 발달하고 복제가 용이해지면서 경쟁 제품이나 서비스 간의 품질 차이가 미세해짐에 따라 광고는 점점 더 감성적으로 변해왔고, 점점 더 치열하게 소비를 유혹하게 되었다. 사용가치, 교환가치에 이어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소비의 사회』에서 얘기한 기호가치가 이제 매우 중요한 가치가 돼버렸다. 광고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강력한 사회·문화 코드 가운데 하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소비자는 광고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일반적으로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그러면서도 광고가 없으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일단 광고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먼저, 소비자는 추가적인 매체 이용료를 부담하게 된다. 매체비가 싼 이유가 광고비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광고를 안 하면 월 1만 원 하는 잡지 한 권 구독료가 2만~3만 원이 된다. 둘째, 시장의 새로운 참여자에게 브랜드나 서비스를 알릴 기회가 극히 제한되므로 기존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Big 3를 이길 가능성이 적다. 말하자면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유지됨으로써 소비자는 새로운 혁신 제품을 향유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기득권을 가진 기업은 원래 신기술 개발에 투자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셋째, 그 사회의 문화 간접 자본이 취약해진다. 연예계는 모델료를 놓치게 되고, 각종 이벤트는 스폰서가 없기 때문에 영세해질 수밖에 없어 활성화되기 어렵다.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신표현 테크닉 개발도 뒤처질 수밖에 없어서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없어지게 된다. 한마디로 드라이한 문화가 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구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기업의 강력한 무기, 광고

보통은 광고를 마케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광고가 마케팅 4P에 없을까? 그 이유는 광고가 마케팅을 구성하는 4요소 가운데 하나라서 그렇다. 프로모션 활동 중의 하나가 광고다. 프로모션은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광고, 이벤트, 스폰서, 디스플레이, PR, SP 등등. 그중에서 단연 광고 비중이 높은데 워낙 텔레비전 광고나 신문 광고 등 전통 매체를 이용한 광고 영향력이 크고 마케팅비용에서도 광고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알게 모르게 광고의 홍수 속에서 세뇌당하고 있다. 하루 수백 개의 광고에 노출되고 있는데, 대부분은 광고의 정체를 잘 모른다. 광고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드니까. 아무리 날을 세워 봐도 안 된다. 방송이나 언론 매체는 광고비가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광고회사와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광고의 주력 매체인 텔레비전 광고는 단 15초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코드가 숨겨져 있고, 그 코드 하나하나에는 수십 명이 고뇌한 흔적과 교묘한 노림수가 들어 있다. 대부분 그 코드들은 묻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광고 뒤에는 광고 전략이 있고, 그 뒤에는 브랜드 전략이 있으며, 브랜드 뒤에는 기업 전략이 있다. 기업 전략의 뒤에는 뭐가 있을까? 트렌드다. 거시적인 변화의 흐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제까지는 기업들이 전통적인 4매체를 통해서 광고했지만 이후부터는 주 매체가 인터넷이나 모바일, 문화 이벤트 부문으로 이동을 할 조짐이 보인다. 웰빙 관련이나 통신 콘텐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급성장할 것이다. 기업들의 인수 · 합병이나 분리, 또는 거대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기업 이미지 관련 광고 및 각종 문화 마케팅도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신경 써서 봐야 할 점은 개별 광고가 아니라 바로 이 흐름이다. 이 흐름이 경기를 이끌어간다.

 

이미지 관리

기업에서 광고를 주기적으로 바꾼다. 왜 바꿀까? 광고를 보고 구매에 이르는 과정을 줄여서 아이드마(AIDMA)라고 부른다. AIDMA는, Attention-소비자는 광고에 3~5회 정도 노출되면 제품을 인지하게 되고, Interesting-몇 번 더 보면 제품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게 되며, Desire-그러다가 살 생각을 하게 되고, Motivation-어떤 구매의 계기가 제공되면서, Action-산다의 이니셜이다. 하나의 광고만 계속 보면 흥미를 잃기 때문에 광고를 바꾼다. 처음 광고는 브랜드 이름을 외우게 하기 위해 브랜드명 알리기에 주력하며, 기억을 높이기 위해서 임팩트 있는 광고를 한다. 사람 사이로 말하면 명함을 건네는 것이다. 그러다가 점점 이미지성 광고로 옮겨 간다. 그래야 흥미도 생기고 멋있어 보인다. 이 기간이 광고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광고는 점점 제품에 대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지 관리. 한 번의 광고로 끝나는 게 아니다. 계속 이미지 리후레시(refresh)를 해야 한다. 흥미를 자아내야 한다. 요즘은 이런 이미지 메이킹만으론 한계가 오니까 체험형 마케팅이니 오감 마케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5 문화는 자기 증식하는 상품이다

 

문화는 제3의 브랜드

2004년에 만난 모 교수가 상품은 서사구조(history telling)를 갖고 있어야 하고, 한 문화 커뮤니티는 그 서사구조를 잘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 기억난다. 정보화 사회 이후의 사회를 예견하는 롤프 옌센(Rolf Jensen)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유전자화되어 있는 꿈, 서사구조를 찾아서 팔아라. 그래야 대히트작이 나온다라고 지적한다. 인어공주, 다빈치 코드, 미녀와 야수, 백설 공주, 알렉산더, 칭기즈칸, 실크로드, 아킬레스, 그 무수한 문화적 유전자들이 상품과 결합할 때 슈퍼파워가 된다. 서사의 땅 유럽은 그래서 지금도 조상님들이 심어준 그 유전자를 열심히 팔고 있다. 유럽 동경파가 유럽 제품에 대해서는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수입차나 패션 의류 중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보면 그런 현상, 잠재의식을 짚어낼 수 있다. 유럽이 갖고 있는 전통, 품격, 명품, 문화 이미지가 구매자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총칼이 아니라 문화와 브랜드로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문화와 브랜드는 새벽안개처럼 실체 없이 우리의 정신과 영혼과 언어와 삶의 태도에 파고들고 있다. 문화가 없는 기업은 이류, 삼류로 전락하도록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문화는 기업에서 팔아야 할 제3의 브랜드다. 소비자는 이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참여하길 희망한다. 이제 먹고살 만하므로 판을 바꾸어야 한다.

 

6 마케팅의 눈으로 세상 읽기

 

가정의 사회화

전통적 부부의 상이 깨지고 있다.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고 사회생활하면서 싱글족으로, 저출산으로 달려가고 있다. 또한 남성들이 화장하며, 드메 커플(Demai Couple: 여성의 나이가 남성보다 많은 커플)이 생겨나는 것들이 그런 징조들 아닐까? 탈가정화의 징조들이다. 새로운 삶의 모럴이 제시되고 있다. 수천 년간 지탱해온 정상 가족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깨지고 있다. 부부가 서로 엇박자로 살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의 사회화, 남성의 가정화를 하자라는 말 대신 나는 그 말을 가정의 사회화 이렇게 바꾸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싶다. 남성들의 가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움직임의 주체는 남성이 아닌 여성이어야 한다. 힘들더라도 그 일이야말로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제 가정과 사회는 따로국밥이 아니다. 여성의 사회화, 가정의 사회화를 통해서 엇박자 인생은 통(通)박자 인생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일전에 한 보도기사를 보니까 홀어머니가 키운 아이와 홀아버지가 키운 자식 중 우리 상식과는 달리 홀아버지가 키운 아이들이 학교 적응력도 좋고 성적도 좋다고 한다. 아버지들은 사회를 알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이 이 사회에 대한 열린 관점이다.

 

여성이 사회를 알아야 문제가 풀린다. 가정이 사회를 향해야 더 큰 세상이 열린다. 네트워크 사회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여성들의 새로운 눈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여성들은 점점 가정에서 할 일이 줄어들게 되어 있다. 내가 말하는 가정의 사회화란 가정을 전통적인 닫힌 공간으로 보지 말고, 또 하나의 작은 사회로 보면서 가정을 둘러싼 더 큰 사회의 운영 시스템이 가정에도 도입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운영 시스템의 핵심 키워드가 이제까지 말해온 고객, 경쟁, 욕구, 가치 이런 것들이다. 마케팅적 사고로 가정과 남성을 다시 봐야 한다. 남성의 가정화는 욕심이다. 사회화된 관점으로 여성이 가정을 다시 봐야 한다. 가정은 기업과 닮아 있다. 여성은 그 공간의 CEO이며, 매니저다. 가정을 사회와 연결된 핵심 매개로 보지 않은 탓에 우리 아이만은, 우리 남편만은 어떻게 해서라도……라는 태도가 생겨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