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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 (도서요약)

by 홍승환 2007. 8. 30.

알파걸

 

1. 혁명의 딸들

 

조지아 주 애틀랜타 1월, 세인트 앤 여자 예비학교 팀은 전국 고등학생 모의 법정대회 시 결승전에서 최강의 상대인 남자 예비학교 세인트 류크 대표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지도교사였던 크로이 선생이 말했다. 우리 아이들의 자신 있는 모습이 남학생들 기를 꺾은 거예요. 제가 이 학교에서 가르친 지 15년이 됐는데요, 지난 10년간 학생들이 확실히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매년 장래 목표에 대해 설문을 내주고 있는데요, 지난 5, 6년 동안 상원의원, 우주비행사 같은 답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어요. 여기 아이들은 빈틈없이 꽉 차 있어요.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니까요. 얼마든지 덤벼라 그런 식이지요.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느끼고 또 실제로도 그래요.

 

얼마든지 덤벼라 하는 자신감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알파걸의 특징 중 하나이다. 알파걸 세대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 여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오늘날 10대 소녀들은 과거 여성들이 누리지 못했던 성취와 가능성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 소녀들은 혁명의 딸들로, 여성해방운동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첫 세대다. 이들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투쟁을 통해 참정권, 낙태 합법화, 대학 스포츠 활동 참가권 등을 얻어냈고, 이 덕에 오늘날의 소녀들은 피임약을 손쉽게 구하고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등 이전 세대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누리고 있다. 우리 연구의 알파걸 집단은 1980년대 말 이후에 태어난 이들로, 바로 이때는 대학에서 여학생 수가 남학생 수보다 많아지기 시작한 전환기였다. 사상 처음으로 의사, 변호사 등 전문자격을 얻기 위해 학위를 받는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많아져 2004~2005년도에는 전체 학위 취득자의 59%가 여자였으며, 1991년도에는 미국 연방의회 여성 상원의원이 단 4명, 하원의원은 28명에 불과했던 것이 109차 회기(2005~2007)에는 상원 14명, 하원 7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여성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그 안에서 태어나는 소녀들의 내면적 심리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아직까지 약간의 불평등이 잔존하고 있지만, 알파걸들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앞으로는 여자이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페미니즘으로 인한 모든 혜택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알파걸은 거의 없다. 페미니즘 하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남성 적대적인 태도를 연상하면서, 자신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들 말한다. 뉴욕 시 고등학교 졸업반인 몰리가 말했다. 저는 여권주의자가 아닌 평등주의자예요. 페미니즘은 여성평등이 아니라 남성 적대적으로 보이거든요.

 

알파걸들의 남녀평등 입장은 최근 수년간 성별 연구조사 저자들과 운동가들이 말하고 있는 페미니즘 3의 물결과도 일치한다. 이 물결은 운동이라기보다는 세대를 말하는 것으로, 이들은 비단 남녀관계뿐만이 아니라 동성애자, 인종 등 모든 면에서 모든 인간들은 당연히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알파걸들은 각종 미디어들이 소녀들에게 주입하려 애쓰는 성공적인 여성에 대한 유해한 관념에 물들지 않으며, 여자는 가정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서도 대안을 모색한다. 알파걸들은 자신들이 무한한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들을 페미니스트 이후 세대로 보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지난 세대 여성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얻기 위해 투쟁했던 혁명의 산 증거인 것이다.

 

2. 아버지의 영향

 

현대 사회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지원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그 덕에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딸들의 사고방식과 심리, 사회와의 교류방식, 인생에 대한 소망 및 기대치에 깊은 영향을 준다. 알파걸과 비알파걸 간에 가장 분명한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아버지와의 관계였다. 알파걸의 75%가 아버지와의 관계가 아주 좋다고 했고, 아버지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아버지들은 딸들에게 전통적인 남성적 방식을 전달하게 되었고, 남성적 방식은 많은 알파걸들에게 있어 심리의 일부로 자리잡게 되었다.

 

알파걸들은 아버지와 스포츠 활동을 함께 함은 물론, 대학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에도 아버지와 의논한다. 아주 최근까지만 해도 심리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으레 아버지들은 딸들과 먼 편이었으며, 예비 아버지들도 아들을 선호했다. 또한 자녀와 접촉할수록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화시킨다고 믿어져 왔다. 그러나 알파걸들에 대한 조사에서는 다르게 나타났다. 이제는 많은 아버지들이 딸들에게 보통 남자들이 했던 일들을 권하고 있으며, 딸들이 인생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워싱턴 DC의 월남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디자인한 마야 린은 오하이오 대학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한 헨리 환 린의 딸이다. 2002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린은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남동생은 어머니와, 저는 아버지와 한편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당시 아들들에게나 쏟을 만한 관심을 제게 똑같이 보여주셨어요.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제게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부녀 관계는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딸 안나, 알프레드 로버츠와 딸 마가렛 대처, 자와할랄 네루와 딸 인디아 간디 사이에서도 당시로서는 드문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게 전개된다. 아버지의 역할은 딸들이 남자들을 다루는 법, 특히 경쟁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에 대부분 그랬고 지금도 남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직업이 꽤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자들과 편안하게 상대할 줄 아는 여자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자신을 아버지와 동일시하는 요즘 소녀들은 엄마가 무관심하거나 거부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지금까지 남성적 혹은 여성적으로 규정되어 왔던 모든 다양한 기능들을 습득하기로 선택한 결과이다. 많은 여성 롤모델(Role Model)들이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며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해 왔던 역할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파걸들의 정체성 확장에 많은 역할을 한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나, 딸들의 생각이 획기적으로 변화된 데에는 아버지들의 도움도 컸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많은 알파걸들은 자신들이 근본적으로 아버지와 동일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거나, 엄마가 양보한 일들을 알고 과거 여성들이 치렀던 희생을 자신은 치를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아버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3. 독립성과 관계지향성

 

1980~1990년대 등장하여 페미니스트들이 발전시킨 신여성심리학은 남자와 여자가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자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경쟁적인 반면 여자들은 상호의존과 협력적이며, 이러한 여성적 연결의식이 남성들의 자주성보다 더 가치 있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남자만이 독립성과 자주성을 발달시킬 수 있고 여성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프로이드의 주장 이후 남성 심리학자들은 여자들을 정서적으로 허약한 존재로 취급, 강하고 독립적인 완전한 개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1970~1980년대에는 하버드대 아동 심리학자였던 로렌스 콜버그가 여자는 남자보다 도덕적으로 열등하다는 도덕발달 이론을 개진, 학계에서의 위치를 굳혔다. 이에 반발한 페미니스트들은 독자적인 이론 개발에 나섰으나 당시 심리학계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던 프로이드의 이론을 무시하고서는 심리학계 주류에서 인정받을 수가 없었다.

 

프로이드 이론을 변형시켜 프로이드식 남녀 성격발달 관점의 기반을 처음으로 뒤흔들기 시작한 저서는 1978년 낸시 초도로우가 집필한 『양육의 재생산: 심리분석과 성 사회학』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프로이드 세대와 달리 당시에는 양육 현장에 아버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소녀들의 심리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아니라 어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여성심리학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후 여성의 관계지향성에 대한 중요한 저서로는 진 베이커 밀러의 『새로운 여성심리학을 향하여』가 있다. 밀러는 여성들의 관계지향 성향은 여성에게 가해진 가부장제에 대한 심리적 반응의 결과이고, 진정으로 진화된 사회는 갈등과 경쟁보다는 협력과 유대를 가치 있게 여길 것이라며 여성들의 관계지향성을 옹호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신여성심리학은 이론의 틀을 갖추었는데, 소녀들은 열등하지도 심리적 손상을 입은 것도 아니며, 단지 억압적인 남성지배 문화의 희생자라는 것이 주된 결론이었다. 남성지배 사회는 남녀에 대해 상이한 기대치와 성 역할을 확립, 소녀들에게 여성에 합당한 새로운 성격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해 왔고, 여성들은 관계의 단절을 두려워하여 이러한 입장에 순응하였으며, 용모와 성적 매력의 강조, 남편과 가정을 인생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등으로 인해 많은 소녀들은 진정한 자기를 잃고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이러한 여성 개념으로는 요즘 소녀들, 특히 알파걸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알파걸들은 독립지향적이며 동시에 관계지향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알파걸들은 자신의 여러 다른 측면들, 자주적이고 이기적인 분리된 자기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는 연결된 자기를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새로운 균형 잡힌 입장 덕분에 소녀들은 이전 세대들보다 더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고전적인 관계지향적 여성 성격에 수반된 정신적 문제들을 덜 겪게 되었다. 이들은 여자의 본분에 대한 온갖 사회통념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났으며, 모든 기회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고자 한다.

 

4. 해방 심리학

 

내가 만난 알파걸들은 심리학자들의 통념과는 달리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주관이 있으며 자신감에 넘쳤다. 또한 교실에서도 전혀 불리하다고 느끼고 있지 않았다. 이는 교실에서의 여학생 차별 문제가 대부분 해결됐기 때문일 수 있다. 인터뷰에 응했던 학교 교사들은 여학생들이 수학  과학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자신감과 욕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조사 결과 소녀들의 자부심은 6~12학년까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었고, 6~7학년 사이에 약간 저하되기는 했지만 곧 회복되었다. 10학년 때는 여학생들의 자부심이 남학생보다 높게 나타났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남학생들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리고 알파걸과 남학생의 비교에서는 전 학년에서 자신감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소녀들이 초등학교 이후 급속히 자부심을 잃게 된다는 과거 연구 결과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인데,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들이 우리의 조사와 같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자유롭고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소녀들, 이들은 자신들이 열등하다고 느끼지 않으며, 자기를 내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해방 심리다. 이제 엄마들은 딸들이 심리적으로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과거의 관점을 그들에게 투사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많은 소녀들이 여자가 억압당하고 있다는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자신들의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느끼고 있다. 피억압자 역할이 자신들의 내면적 주권을 박탈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으며,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며 성공과 실패가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알파걸들에게 있어 남녀차별의 유리천장 따위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딸들이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면 아이들에게 그럴 능력이 있음을 믿는다고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을 믿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자녀들은 실제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바서대 3학년생이며 스무 살인 저스틴은 분명 그런 길을 가고 있었다. 남자들이 나와 똑같은 일을 하고 돈을 더 받는 건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굉장히 적극적이니까 원하는 걸 얻을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걸 겁내지 않거든요. 제 자부심은 남들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지 않아요. 물론 여자이기 때문에 사장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왜 안 돼요? 저는 완전히 자유롭게 제가 원하는 인생을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럴 에너지나 욕심이 부족하다면 모르지만 그 외에는 저를 막을 것은 없어요. 사회에 아직도 불평등이 있으면 제가 그걸 고쳐나갈 거예요.

 

저스틴 같은 여학생들은 아니마(anima, 여성적 측면)와 아니무스(animus, 남성적 측면)를 융합한 경우로, 여성적인 감정 부분과 남성적인 사고 부분을 조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남자 또는 남녀 공통의 역할을 할 능력이 되는 소녀들은 심리적으로도 유리하다. 수동적 여성 역할에 무력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훨씬 줄어드는 것이다.

 

사춘기 알파걸들이 성숙하여 사회에 진출하고 자기 가정을 갖게 되면 심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독립, 자주, 야망, 능력, 도전을 느끼고 몰두해 보고 싶은 욕구 - 알파걸들이 보여주는 이런 성향들은 해방 심리학의 특징이며, 기존 소녀 심리학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이다.

 

5. 여자의 두뇌

 

2005년 1월,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은 전국 석학들의 오찬 모임 연설에서 여성 과학자들의 고위직 진출 부족의 원인을 여성과 남성 간의 선천적 소질 차이로 들며, 남성들이 여성보다 수학  과학에 있어 유전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였다. 이 발언은 사회 각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말 신문에는 이 발언이 1면 톱기사로 나왔을 뿐 아니라, 각종 미디어에서는 맹공격을 퍼부었다. 동문들은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위협했으며, 교수들은 사과 또는 서머스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황한 서머스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물론 모두가 서머스를 공격한 것은 아니다. 일부 보수 언론인이나 일부 보수 종교단체들, 보수적 정치학자인 찰스 머레이 등은 인종과 성별에 따라 지능지수에 차이가 난다며 서머스를 옹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알파걸들에게 이러한 논의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위와 같은 보수적 운동과는 상관없이 오늘날의 미국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과거처럼 용납되지 않는 세상인 것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위한 모금활동을 하는 지넷과 그녀의 알파걸 딸인 시빌의 경우, 서머스 발언에 대한 지넷의 분노와 달리 시빌은 그 문제에 대해 별로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서머스 사건으로 엄마가 그렇게 화내는 건 이해가 가요. 글쎄요, 수학, 과학 능력의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남녀 간에 유전적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장담하는데 우리 수학, 과학 반에서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어요. 시빌의 반응은 내가 만난 다른 알파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는 서머스 논쟁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굳이 방어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자신들이 동등하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연구 결과, 기억력, 지각속도, 언어능력, 공간지각능력 중 공간지각능력만이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한 유일한 분야였다. 그러나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엘리자베스 스펠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공간지각능력 중에서도 종류에 따라 남녀 차이가 별로 없는 것들도 많이 있고, 오히려 여자아이들이 더 우월한 것도 있었다. 또한 공간지각능력에서 남자가 우월하다면 이는 유전적인 이유보다는 후천적인 특성일 수도 있다. 인간 두뇌가 개발되는 결정적 시기인 발달 초기에 남자가 여자아이들보다 블록 장난감 등 공간지각과 관계된 놀이를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부유층 아이와 빈곤층 아이가 언어 지능지수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유전적 차이보다는 발달 초기에 접하는 언어환경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뇌의 크기와 지능 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샌드라 위틀슨 박사가 100명 이상의 말기 암 환자들에게 IQ 검사를 실시하고 그들이 사망한 후 뇌 무게를 측정한 결과, 뇌가 크다고 해서 IQ가 높다고 판단할 근거는 지극히 미미했다. 유전자와 두뇌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확실치 않으며,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 반면 차별과 사회화가 남녀의 능력과 성취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확실하다. 스탠포드대 사회심리학 교수인 클로드 스틸 교수의 연구 결과, 능력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성 학자들의 발전에 해를 끼치며, 특히 수학  과학 능력의 최상단에 있는 여성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비록 알파걸들은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소위 남성들의 영역에 있어서는 여성 배척이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성격은 유전과 환경의 복합체이다. 그런데 남녀 성차 및 유전자 논쟁에서는 어느 편이든 정치가 개입되어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이러한 논쟁에서 어느 편도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유전이냐 환경이냐에 대한 끝없는 논쟁은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진 정밀한 실험이 수행되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6. 남성의 쇠퇴

 

알파걸의 반대편에 있는 남학생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권력과 명성이 따르는 지위에 여자들이 점점 더 많이 진출하게 되면 남자들은 어떻게 될까? 여자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기술을 부지런히 익히고 있는 사이에 빈둥거리는 걸 더 좋아한다면 남자들은 점점 더 쓸모없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매력적이고 욕심 나는 직업들을 여자아이들이 차지하게 되면 남자아이들의 기회와 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대학에서 여학생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남학생들의 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포춘 500대 기업의 중역 자리가 회사마다 10개라고 했을 때 여자가 그중 5개를 차지한다면 남자의 자리는 5개만 남게 된다. 미래 예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추세는 고등교육에서의 여성 지배 현상이다. 2005년 학사학위 취득자 중 59%가 여자였고, 2050년까지 남자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제자리걸음인 반면 여자 취득자 수는 남자의 수를 넘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고임금직에 도전하는 여성 지원자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이러한 여성들은 경제권을 바탕으로 힘을 갖게 될 것이며, 자신들보다 소득이 낮은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들은 자기 인생에 대해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질 수 있고, 이혼하는 경우에도 더는 남편의 처분 등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부부관계에서의 주권 변화가 반드시 투쟁을 통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권을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남자들도 많이 있다. 이제 많은 남자들은 자신보다 성공한 부인과 사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끼거나 초라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또한 젊은 세대 남자들은 집안일, 특히 자녀를 돌보는 일을 함께 하고자 한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1965~1979년 사이에 태어난 직장남성들이 자녀와 지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반으로 직장여성들과 같다. 또한 이들 중 70%는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다면 감봉을 감수하겠다고까지 했다. 알파걸 세대 남학생들은 이런 현상을 목격하고 있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새로운 남성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느끼는 데에다 또 여자아이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도 불안한 것이다.

 

교육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남학생들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2004년 로라 부시 여사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남자아이들로부터 시선을 돌려 버렸고, 그 아이들을 방치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알파걸 세대가 성인이 되는 미래 세계에서 우리 아들들은 전통적인 남자의 핵심적 특성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혁명의 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름대로의 내면 변화를 거쳐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독립성과 관계성, 지배와 복종 사이에서 좀 더 균형을 잡고, 소녀들처럼 소년들도 자신들의 성격에 어머니와 아버지 양쪽 특성들을 다 녹여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남성상을 알파걸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차세대 남자들은 과거 남자들보다 행복할 수도 있다. 세계를 운영해야 하는 부담, 끝없는 문제들, 골칫거리들을 알파우먼들한테 한 번 해 보라고 맡겨두고, 여자들이 잘해내는지 두고 보면 될 것 아닌가. 남자다워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것을 즐길 여유와 사는 것 자체의 기쁨을 음미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할 수도 있을 것이다.

 

7. 알파걸의 직업선택

 

알파걸들의 미래는 어떨까? 그들 중 어느 정도가 다이나믹하고 보람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될까? 알파걸들은 단호하고 고집스러우면서도 성실하다. 또한 융통성이 뛰어나다. 남자 역할 혹은 여자 역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매우 긍정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으며, 실용적이며 동시에 이상주의적이다. 개인주의자이며 동시에 평등주의자이고, 관심 영역이 광범위하며 인생의 모든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알파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일들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우리의 조사 결과 그들 중에는 대학, 대학원, 첫 직업, 결혼, 장차 낳을 아이의 이름까지 장래 계획을 다 짜 놓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또한 그들 중 거의 1/3은 부자가 될 결심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여자아이들보다는 남자아이들이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이제 이에 대한 남녀 간 의견 차이는 좁혀지고 있다. 많은 알파걸들은 현실을 면밀히 평가하고 있었고, 대다수는 자기 힘으로 경제적 안정을 얻는 것을 당연시하였다. 또한 자기 일에서의 성공에 대해 높은 가치를 두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알파걸들은 뚜렷한 인생 목표를 갖고 돈벌이뿐 아니라 사회 변화도 가져올 수 있는 멋진 직업을 기대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재능과 욕심을 갖고 화려한 경력을 꿈꾼 소녀들 대다수가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미국은 아직까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남녀평등 선진 국가들에 비해 여성의 경제 기회나 보건복지, 의회 진출 등에서 그 수준이 많이 뒤쳐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아직 미국 권력의 정상에 이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계, 기업, 법조계에는 기록적인 숫자로 진출하고 있다. 의학은 알파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으로 현재 의대 학생의 절반이 이미 여학생이다. 법조계 및 정치계에 있어서도 힐러리 클린턴, 콘돌리자 라이스 등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법조인 10명 중 3명이 여자인데, 이는 1960년대보다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비록 아직까지는 대형 법률회사의 가장 좋은 자리 등에는 여성 변호사의 고용이 많지 않지만, 판사 쪽으로는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또한 비즈니스계에서도 전 영역에 걸쳐 여성의 리더십 역할이 상승하고 있다. 1972년 미국에서 행정관리직에 있는 여성 비율은 18%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46%로 올라갔다. 비록 《포춘 500대 기업에서 아직 여성 CEO의 비율은 1.4%에 불과하지만, 오늘날의 새로운 기업 환경에는 온화하고 포용적인 여성적 특성이 적합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점차 상승세에 있다. 집단으로 볼 때 사람들은 남자보다는 여자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으며 여성이 관리직에 있을 경우 회사의 경영 실적이 더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는 등 많은 점이 여성에게 긍정적이다.

 

알파걸들은 회사에 취직하는 대신 창업을 하기도 한다. 여성 창업은 이미 새로운 추세로서, 여성기업연구센터(CWBR)에 따르면 남성 창업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GE, 포드, IBM 같은 회사에 제가 맞지 않는다면 그건 저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그 사람들 문제지요.

 

기업, 정치, 의학, 법학 등 어느 분야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하기로 선택하건 알파걸들은 틀림없이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들은 여성의 평등권과 기회가 가속화되는 세상에서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알파걸 집단은 엄청난 변화의 추세를 깨닫고 있으며 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8. 알파걸의 사랑과 인생

 

알파걸들이 아무리 야망에 넘친다고 해도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여성들이 가정주부가 되기 위해 자아실현을 포기한 반면 오늘날의 알파걸들은 포기라기보다는 선택에 의해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식이다. 조사에 따르면 알파걸들은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고 전문가가 되고자 하면서 동시에 가정에서도 성공적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이 행복한 결혼과 가정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이 모든 것을 다 갖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윗 세대의 많은 여성들은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알파걸들도 이 딜레마를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캘리포니아의 명문 사립학교 재학생인 커트니의 말이다. 나는 내가 행복할 수 있고 또 돈도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싶어요. 하지만 나이가 든 다음에, 일을 해 본 다음에는 아이를 갖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전념하고 싶어요. 엄마가 그렇게 하셨는데 아주 좋았거든요.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공립학교 재학 중인 헬렌은 이와는 다르다. 저는 남자한테 파묻혀 살지 않을 거예요. 큰 꿈들이 있어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거든요. 아무한테도 굽히고 싶지 않아요.

 

알파걸들은 과거 남자들의 방식대로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지만, 한편으로는 자식과의 관계를 원한다. 인생에 대한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 알파걸들은 하이브리드이다. 일을 하건 안 하건, 근무시간을 줄이건 아니면 그만두건, 우리가 만난 알파걸들은 거의 모두가 가정을 원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미국기업공동연구(ABC)의 2002년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남녀 모두 그들의 부모들보다 더 가정중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알파걸들은 기꺼이 일을 버리고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했는데, 어머니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이 힘들게 쟁취해 준 일과 독립성을 쉽게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이는 새로운 가족중심 가치관에 입각한 태도로서, 알파걸 세대와 그들의 어머니 세대 및 바로 윗 세대와의 차이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부 알파걸들은 성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태도를 보여, 동성애 등의 성적 취향을 실험해 보기도 한다. 또한 부모 노릇에 대해서도 요즘 교육받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독 양육에 긍정적이다. 이러한 추세들이 반가정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이런 현상들이 발생한 원인이 기존의 결혼 방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알파걸 세대는 이러한 움직임들을 더 가속화하고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한 방법을 계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미국 사회는 현재의 알파걸들이 탄생되기까지 엄청난 양의 사회  문화  경제적 자원을 쏟아 부었다. 나는 이들이 안락한 삶에 안주하지 말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번뜩이는 지성과 재능을 계속 연마하고 발전시킬 것을, 그리고 더 큰 목적에 자신들을 헌신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를 소망한다. 또한 남자들도 알파걸들의 미래에 일부 책임이 있음을 인지하고, 육아의 즐거움과 부담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파걸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미래 지도자가 될 능력이 있다. 이들은 진정으로 해방된 여성의 진면목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며, 자유와 독립의 정신을 대표하며 전 세계에 등대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나는 알파걸들이 엄마와 할머니들이 힘들게 쟁취한 자유를 더 확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뛰어난 소녀들이 성인이 되면 모든 사람들의 삶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