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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도서요약/마케팅도서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

by 홍승환 2007. 7. 3.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

 

 

1. 고객은 당신 회사의 시장점유율에 관심 없다

세계 1위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는 1994~1998년까지 5년 연속 세 배 이상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해오다 성장률 둔화의 기미를 보이자 즉각 경영혁신에 돌입했다. 이때 나이키가 소니, 닌텐도, 애플 등을 새로운 경쟁상대로 규정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리복, 아디다스 등이 당연하면서도 영원한 나이키의 경쟁자 아닌가? 그런데 왜 나이키는 이들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을까? 답은 명쾌하다. 나이키의 주 타깃은 바로 청소년들이다. 만약 이들이 닌텐도 게임에 정신이 팔려 게임에 몰두하게 되면 집밖에 운동을 즐기러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운동화를 신을 시간이 줄어들어 나이키의 매출에 지장을 초래한다. 스포츠 업체와 게임업체가 누가 한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가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정말 돈이다.

 

마케터들은 으레 동 업종에서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차지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이제 이런 땅 따먹기 식 경쟁시대는 막을 내리고, 대신 고객점유율이라는 용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매출 1천만 원을 달성하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시장점유율은 1천 명에게 1만 원짜리 상품을 팔아 1천만 원을 만들겠다는 양적 접근이다. 반면 고객점유율은 열 명에게 1백만 원어치 상품을 팔아 1천만 원을 만들겠다는 질적 접근법이다. 둘 다 매출액은 동일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후자의 충성고객 열 명이  1천 명에 비해 관리도 용이할 뿐 아니라 입소문까지 퍼뜨려줌으로써 미래 수익을 창출하는 데 적극 기여한다. 즉 비용 대비 효과가 더 크다.

 

고객점유율 사고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과 데이터베이스의 활용능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성장은 기업의 가망 시장을 국가 단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고객 또한 굳이 외국의 명품매장이나 벼룩시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의 제약이 극복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좀 다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인터넷이 가져다준 혜택이지만 개인이 보유한 시간은 언제나 유한하다.

 

이제는 고객의 한정된 시간을 많이 차지하는 기업 및 브랜드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고객이 브랜드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관심이 심화되고, 관심이 깊어져야 참여가 많아지고,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이해가 넓어지고, 이해가 확대되어야 신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키는 닌텐도와 싸이월드는 카트라이더와 고객의 시간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사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쟁사보다 고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시간점유율 경쟁의 핵심은 통찰력이다. 이제 기업은 경쟁사와 싸우기보다 고객과 사귀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야 한다. 브랜드의 수익과 생존은 고객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제고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시간 연장, 시간 단축, 적시 대응, 시간 창출의 네 가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자. 마음에 두고 있는 여성을 감동시켜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트 방법을 구사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고객)와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경쟁자로 나타나더라도 경쟁의 리스크는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둘째, 그녀를 도와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주고, 셋째, 그녀가 외로울 때 혜성처럼 등장해 즐겁게 해주고, 넷째, 그녀와 함께 한 의미 있는 시간을 상기하게 한다.

 

사례〉 존슨앤존슨의 적시대응

존슨앤존슨은 자사가 발매하는 두통약 타이레놀의 배너광고를 온라인 주식 사이트에 게재했다. 그런데 이 배너광고는 상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주가지수가 100 포인트 이상 하락할 때 갑자기 등장한다. 브로커와 주식 투자자의 머리가 지끈하게 아플 법도 하니 그 대안으로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 장소, 상황을 감안한 특정 정황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시장점유율 제고를 위한 성공 7계명 : ① 고객들은 시장점유율 싸움에 관심이 없다. ② 신규고객보다 기존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더 중시하라. ③ 고객의 시간을 철저히 분해하여 타임스케줄 시트를 구성하라. ④ 많은 노출보다 시의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⑤ 스토리텔링과 연계하라. ⑥ 향후에는 정황마케팅이 대세다. ⑦ 시간점유율은 결국 신뢰점유율로 통한다.

 

2. 소비자는 이 세상에 놀러왔다

호이징가는 놀 수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대의 철학이나 종교도 놀이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종교의식은 진지함을 곁들인 놀이요, 철학도 수수께끼 놀이라고 해석하는 식이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놀이와 경제의 분리 현상이 나타났다. 생산이나 노동에 더 많은 가치가 부여되고 생산성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놀이 행위는 배척과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와서 놀이에 대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굶주린 배를 채워야 하는 급박감이 해소되자 정신적 풍요를 누리기 위한 대안으로서 놀이의 상품화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놀이는 서서히 사고파는 거래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했던 올림픽과 축구축제를 가장한 월드컵이 기업과 스타들의 돈 잔치로 물들여진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자체 문화축제의 성공 여부도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경제적 목적에 대한 기여도로 평가한다. 모든 것이 축제화되고, 모든 축제는 시장화되고 있는 것이다.

 

태국 방콕에 소재한 한 사원에는 금빛 데이비드 베컴 부처상이 50개의 다른 신들과 함께 나란히 부처의 발아래 놓여 있다. 축구화를 신고 유니폼까지 입은 모습으로 말이다. 이 사원의 최고스님은 축구는 종교가 되었고 수백만 명의 추종자가 있다. 시대에 맞게 마음을 열어 베컴을 열망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과 느낌을 공유해야 한다며 베컴 부처를 모시는 이유를 설명한다. 베컴이 진정한 성인인지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성인인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이것은 엔터테인먼트가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바야흐로 산업경제의 시대가 가고 엔터테인먼트 경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문화가 경제를 삼키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경제가 문화를 삼키기 시작한 것인지는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각광받는 사업은 상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다양하고 광범위한 엔터테인먼트 체험을 끼워 파는 사업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기업이 나아갈 길은 둘 중 하나다. 망하든지 아니면 엔터테인먼트를 장착하든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징으로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전략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는 콘텐츠 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TV, 출판, 음반, DVD, 게임)로 활용되면서 최대한의 수익창출 효과를 발휘한다.  탁월한 복제성을 가진 덕에 일단 만들어지기만 하면 비용과 노력이 격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러한 전략을 일반 기업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하여 기업 자본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 반면, 일반 기업은 이러한 콘텐츠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페덱스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배송업무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다 무인도에 추락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영화를 위해 페덱스는 직원과 사무실, 비행기까지 아낌없이 지원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장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필자가 이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페덱스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 의도한 바가 상품 노출이 아니라 가치 제공(페덱스의 투철한 직업정신)이었기 때문이다. 〈캐스트 어웨이는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윈-윈 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사례〉 재미가 없다면 고객도 없다.

사람의 심장이 하루에 뿜어내는 피는 몇 갤런인가? 경쟁업체의 난립으로 과자류 매출이 줄어 고전하던 P&G는 고심 끝에 2004년 출시한 신제품인 프링글스의 얇은 감자칩 표면에 이런 식의 퀴즈나 유머를 인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1천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제과시장의 최고 히트 상품이 되었다. 맛으로 승부하던 제과시장에 정보와 재미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곁들인 것이 성공비결이었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매장 안에 소리라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효과적으로 도입했다. 고객들이 매장의 한 섹션에서 다른 섹션으로 이동할 때마다 변화된 상품에 맞추어 소리와 음악이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쇼핑객들로 하여금 매장을 둘러보는 경험을 즐거운 모험으로 만들어준다. 쇼핑객들은 다음 섹션에는 과연 어떤 종류의 소리와 음악이 나올지 궁금해 하고 매장 전체를 탐험하도록 감성을 자극받게 된다.

 

* E-Factor(Entertainment Factor)를 자극하기 위한 성공 7계명 : ① 엔터테인먼트는 철학이다. ② 보고 듣는 것에 만족하지 말라. 체험시켜라. ③ 즐거움에 치우쳐 브랜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④ 퍼놀로지(Fun 재미 + Technology 기술) 상품을 개발하라. ⑤ 직원이 즐거워야 고객도 즐겁다. ⑥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아니라 멀티소스 원 유즈(Multi source one use)다. ⑦ 온라인으로 오프라인 체험을 지원하라.

 

3. 이야기를 팔지 말고 이야기로 팔아라

드라마 대장금의 한 장면이다. 한 상궁과 최 상궁이 최고 상궁 자리를 놓고 마지막 경합을 벌인다. 경합은 마지막 음식인 후식으로 승자가 가려지게 되어 있다. 대비가 한 상궁을 대신하여 나온 장금에게 임금에게 올린 음식이 무엇인지를 묻자 장금은 산딸기정과를 올린 이유를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산딸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먹여드린 음식입니다. 다치신 채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어머니가 너무 걱정스러워 씹어서 입에 넣어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저의 마지막 음식을 드시고 미소로 화답하시고 떠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만백성의 어머님이십니다. 비록 미천한 것을 먹고도 미소로 화답해 주셨던 제 어머니처럼 만 백성을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저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전하께 음식을 올렸습니다.

 

당연히 중종은 감복했고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서 찐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대장금에 등장했던 많은 음식들은 이처럼 푸드 스토리가 아니라 스토리 푸드였기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의 시청자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감성, 문화, 체험이 마케팅의 천연조미료로 첨가되고 있는 지금, 기업은 상품보다 이야기를 팔아야 한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상품,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제공하는 문화, 철학을 이야기로 풀어 개인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브랜드 속에 내재된 소비자 개인의 꿈, 감동, 재미, 진실을 팔아야 한다.

 

요즘은 메이커보다 브랜드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졌다. 메이커란 말은 제품의 품질, 기능의 차이를 연상시키지만 브랜드는 한 생활인의 가치, 라이프스타일을 흡입해 이를 표현하는 리트머스 종이와 같은 존재다. 예를 들어 김성준이라는 사람이 매일 아침 페리오로 이를 닦고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고 하자. 그렇다면 김성준 씨는 다른 브랜드를 제쳐두고 왜 페리오를 쓰는 걸까? 이를 닦는 것은 필요(Needs)이지만, 페리오를 쓰는 것은 김성준 씨 개인의 욕구(Wants)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인생이라고 이름 붙여진 영화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여기에는 주인공인 자신의 꿈, 희망, 자아실현의 욕구가 숨겨져 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Brand storytelling)은 고객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에 녹여 보다 자연스럽게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기업이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할 때는 창작의 고통보다는 발견의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더 큰 공감을 유도한다. CEO의 성공신화, 직원의 개발비화, 소비자의 감동스토리 등은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다. 진지하면 다큐멘터리요, 즐거우면 이야깃거리다. 비록 화려함이나 세련미는 창작의 그것에 비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고객의 체험에 기반 한 진솔한 이야기는 브랜드와의 거리감을 좁혀줄 뿐 아니라 오래 기억에 머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준다.

 

중국 쓰촨성 청두 북문 근처에는 식당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하루는 한 유채기름 짐꾼이 작은 쇠고기 덩어리를 들고 평소 안면이 있던 천푸춘이라는 사람의 식당을 찾아왔다. 마침 주방에서 나오는 그의 부인을 본 짐꾼은 돈이 없어 요리를 시킬 수 없으니 이 쇠고기와 유채기름으로 두부를 좀 지져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마음씨 좋은 부인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우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내는 두부요리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었다. 그 후 사람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 요리는 부인의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어 곰보부인 두부라고 불렸다. 중국어로 라는 글자에는 곰보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한자로 이 요리를 마파두부라고 부른다. 이처럼 브랜드는 이야기라는 영양제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 범용품으로 노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당신이 중국집에 마파두부를 시켜 먹을 때도 스토리는 대화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세상에 이야기가 없는 브랜드는 없다. 없다고 맹신하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당신의 브랜드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이제 끄집어낼 때가 됐다.

 

*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기 위한 성공 7계명 : ① 눈길이 아니라 마음을 끌어라. ② 창작도 좋다. 하지만 발견이 더 쉽다. ③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꺼내라. ④ 외부의 이야기꾼을 잘 활용하라. ⑤ 1인칭 화법을 사용하라. ⑥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고려하라. ⑦ 상품에 스토리를 넣지 말고 스토리에 상품을 넣어라.

 

4. 한 놈만 찍어라, 그리고 한 놈만 패라

2006년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한 〈왕의 남자〉의 성공요인은 연극 〈이〉가 2000년 이후 꾸준히 공연되어 사람들에게 많이 인지된 상태이고, 예쁜 남자 트렌드에 편승한 이준기를 기용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지적된다. 또한 국내에서 사극이나 동성애는 안 된다는 기존 영화의 금기를 타파한 차별화 전략이 맞아떨어졌고, 시사회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입소문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분석만 빼고 다 맞는 것 같다. 〈왕의 남자〉는 입소문으로 성공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입소문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는 아니다. 상품 자체가 탄탄해서 입소문이 뒤따라줌으로써 성공했던 사례이며, 이는 기획-실행-관리를 전제로 하는 입소문 마케팅 성공사례와는 구분된다.  

 

입소문 마케팅의 꽃은 메시지다. 잠재고객에게 어떤 매력적인 메시지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입소문의 확산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애니콜의 뮤직 비디오 애니모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효리의 섹시댄스였다. 하지만 메시지 이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이를 자발적으로 전파해줄 핵심고객을 어떻게 선정하고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국내 입소문 마케팅의 원형을 제공한 딤채가 서울 강남 아줌마들을 집중 공략한 것이 잘 알려진 사례다.

 

입소문 마케팅과 광고의 중요한 차이점은 목표 고객에 대한 접근 방법이다. 광고는 시장세분화를 통해 목표 고객을 선정한 후 이들에게 최대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려 한다. 반면 입소문 마케팅은 목표 고객을 선정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목표 고객 중에서 2차적으로 핵심 고객을 선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들에게 관심과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매스미디어 광고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디지털 매체의 폭발적인 성장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했다. 포털, 블로그, 미니홈피, 휴대폰 같은 마케팅의 새로운 수단들이 추가되었으며, 위성방송, 케이블 TV의 가입자도 늘어나고 있다. 매체가 다양화되면서 기업들은 한정된 마케팅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목표 고객이 아닌 핵심 고객을 중심으로 한 입소문 마케팅을 선택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전개하는 입소문 마케팅 패턴은 체험단을 모집해 입소문 키트를 배포한 뒤 오프라인 상의 대면 홍보 활동 및 온라인상의 블로그, 카페 활동에 따른 보상을 제시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들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이제는 체험단 조직만으로는 관심 유발이 힘든 상황이 되었다. 레고의 공식 웹사이트가 개설된 것은 1995 이었지만 그때 이미 레고를 좋아하는 열성 고객들은 수천 개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레고를 홍보해주고 있었다. 이들 사이트 중에는 레고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정보가 엉터리로 표기된 곳도 많았다. 하지만 레고는 이들이 브랜드 홍보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보고 이들의 활동을 적극 장려했다. 그 결과 1990년대 말 레고는 10대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된다. 이것은 체험단 구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단 한 놈(체험단)을 제대로 찍었다면, 이제 그 놈을 어떻게 패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브랜드마다 철학, 문화가 다르므로 체험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공식은 없다. 그러나 마케팅 노력이 억지스러우면 소비자들은 어떠한 애정도 느끼지 못한다. 체험단의 목소리를 빌어 입소문 효과를 얻으려다 오히려 부정적 입소문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체험단 스스로의 냉정한 평가와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모종의 보상을 받는 체험단이 악평 일변도로 상품에 흠집을 낼 리는 만무하고, 약간의 아쉬움을 표출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객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 입소문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성공 7계명 : ① 한 놈을 찍는 방법을 확보하라. ② 입소문과 헛소문은 다르다. ③ 단기 프로모션에서 탈피하라. ④ 단순한 것이 가장 강력하다. ⑤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하다. ⑥ 돈이 안 드는 것이 아니다. 적게 들 뿐이다. ⑦ 입소문 마케팅은 마케팅의 일부일 뿐이다.

 

5. 시장을 지배하려면 네티즌을 참여하게 하라

2.0이라는 용어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실체가 모호하다. 과연 웹 2.0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건지, 그것을 뒷받침할 신기술이 있는 건지 명쾌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기존의 웹과 같이 선도적 기술의 등장이 아니라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웹 2.0이 마케팅 용어라는 의견에 필자는 동감한다. 하지만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주장에는 온몸으로 저항한다. 새로운 기술만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기업과 고객의 인식 변화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방성을 가진 웹은 PC뿐만 아니라 휴대폰, 가전제품, OS 등 환경을 타지 않고 어디서나 존재한다. 기존의 웹에서는 웹 브라우저를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행해졌다면, 웹 2.0은 이제 모든 것으로 이식될 수 있게 됨으로써 비즈니스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참고〉 웹 2.0은 팀 오라일리가 닷컴버블 붕괴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구글, 아마존 등)의 서비스가 과거의 기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정리하면서 등장한 신조어이다. 이의 개괄적 의미는 플랫폼으로서의 웹, 참여와 개방으로서의 웹, 인간 중심으로서의 웹으로 압축된다.    

 

과거 네티즌들은 기업이 생산한 콘텐츠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 기업 홈페이지는 제품 소개 일변도였고, 고객의 질문을 사후처리하기에 급급했다. 고객 불만이 무서워 아예 게시판을 없애고 1:1 질문만 가능하게 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웹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블로그, 미니홈피, 지식검색 등은 사용자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글이나 그림 등을 올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이들 서비스는 기업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고객의 체험을 적나라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기에 네티즌들이 이곳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국내 포털 1위에 등극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지식iN에는 약 5천만 개의 Q&A가 축적되어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전 국민이 하나씩 글을 올린 것에 해당된다.

 

최근 사용자가 직접 생산한 콘텐츠(UCC)가 인터넷 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UCC의 외형적 성장은 표현도구의 진화와 초고속 인터넷 확산 덕이다. 그렇지만 기업 입장에서 수익모델로 전환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네티즌도 UCC라고 하면 오락의 범주로서 생각할 뿐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미 UCC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옥션이나 G 마켓 같은 오픈 마켓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장사꾼의 말을 믿기보다 다른 사람의 소비경험(사용후기나 구매 평)을 참고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오픈 마켓 업체들은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상품평이나 댓글을 성실하게 적어준 고객들에게 보상책을 마련해 이를 장려한다.

 

기업이 UCC 기반의 마케팅을 전개하려면 콘텐츠 생산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즉 재주는 UCCer가 부리고 돈은 기업이 가져가는 모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은 UCCer가 애써 제작한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수익이 배분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해야 한다. 구글 애드센스는 사용자 콘텐츠에 광고를 붙이고 방문자가 이를 클릭하면 그 수입을 구글과 사용자가 배분하는 방식이다. 대신 UCCer가 돈 때문에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인식이 강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 보상은 반드시 금전적으로 할 게 아니라 UCCer의 정신적 만족을 제고하면서 비상업적 느낌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SK텔레콤의 현대생활백서 광고 캠페인은 기획 당시 소재 발굴을 위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다양한 이야기들을 취합했다. 이 광고가 인기몰이를 하면서부터는 공모전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채택된 아이디어는 광고제작시 아이디어 제공자의 이름을 넣어주는 식으로 사후 보상을 제공했다.      

 

* UCC 마케팅 활성화 성공 7계명 : ① 참여시키고 개방하라. ②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라. ③ 합리적인 보상을 제공하라. ④ 자유방임형으로 운영하라. ⑤ 먼저 주고, 나중에 받아라. ⑥ 전파할 수 있는 장치는 강력할수록 좋다. ⑦ UCC보다는 기존에 이미 제작된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재가공하는 UMC(User Modified Contents)가 더 쉽다.

 

6. 유행과 개성을 함께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라

P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집단주의적이고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이중성을 갖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국가, 기업, 가족을 위해 자기를 희생해도 좋다는 개념이 강하지만 이들은 나를 통해 전체를 본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가족, 기업, 국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과 소비의 중심이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이러한 자기중심 경제(Egonomy: Ego+Economy)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은 주변을 억누르는 소비대상의 금기와 억압을 벗어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유쾌한 에고노미에 탐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상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나를 표현할 수 없거나 즐겁지 않다면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휴대폰 벨소리, 캐릭터도 내 마음대로다. 미니홈피는 도토리를 입장료로 방문하는 나만의 놀이터다. 내 방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나 영화 포스터, 캐릭터 인형들로 가득 찬 전시장이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쓸데없는 데 돈 허비한다고 혀를 끌끌 찰 일이다. 하지만 P세대에게는 유쾌한 소비야말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생산적 활동이다.

 

유쾌한 개인주의를 구동시키는 원동력은 개방성에 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사고의 두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 열린 세상을 구현하려는 강력한 움직임이 인터넷을 시발점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의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전자가 학연 중심으로 우리끼리라는 폐쇄성에 기반을 두었던 것에 비해, 후자는 개인 미니홈피를 중심으로 나와 함께라는 개방성을 지향한다. 싸이월드의 미니룸에는 사진도 있고 음악도 있고 동영상도 있다. 마치 친구의 방에서 음악을 들으며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관계는 일촌관계와 파도타기에 의해 확장되어간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도래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 대 기계, 기계 대 기계간의 관계 확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당신이 유쾌한 개인주의자라면 이미 당신은 이런 관계를 즐길 특권을 부여받은 것이다.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몇 정거장 지나 갑자기 친구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 녀석과 똑같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탄 것이다. 그도 친구를 발견한 듯 슬쩍 등을 돌려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친구는 저 녀석 나랑 똑 같은 옷 입었다. 재수 없어 하고 투덜댄다. 옆에서 신문을 읽던 중년 아저씨가 이 말을 듣고는 양쪽을 힐끗 쳐다보더니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아마 그 아저씨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뭐야, 둘 다 똑같구먼, 노랑머리에 같은 티셔츠끼리 뭐가 재수 없다는 거야. 이처럼 동 세대 안에서는 개성이라 생각되는 것이, 한 걸음 물러서서 관찰하면 오히려 동질성의 코드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들에게 노랑머리는 동질성을 표출하는 코드지만 티셔츠는 차별성을 나타내는 징표다. 차별화와 동질화는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라 양면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들에게 명확한 동질성이 표출되는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문화평론가 다케다 도루는 젊은 세대들의 행동 순서가 컴퓨터처럼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안내서와 지침서는 어떤 옷을 입고 행동해야 하며, 어떤 장소에서 감동하면 되는지, 심지어 연애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준다. 생활의 수많은 상황에서 내적 동기에 의해 행동할 필요성이 적어진 것이다. 따라서 각 프로그램 범위 내에서는 책임을 지지만,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세대처럼 개인의 책임을 다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프로그램 형 인간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현영 카 네비게이션이다. 시동을 걸자마자 어머 자기 안전벨트 매 하는 현영의 코맹맹이 소리가 들린다. 운전 중에는 애인을 챙기는 듯한 현영의 목소리가 대견해 보이기까지 한다. 과속을 할라치면 자기 돈 많아?라며 연방 쏟아지는 그녀의 돈타령을 듣고 있노라면 역시 내가 잘 샀어! 하는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현영의 목소리는 프로그램에 의해 동질화된 것이지만 그것을 듣고 느끼는 소비자의 인상은 개개인에 의해 차별화된다. 현영 카 네비게이션에는 분명 동질성과 차별성이 교차하는 유쾌한 에고노미형 소비가 장착되어 있다. 

 

* 유쾌한 에고노미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성공 7계명 : ① 대중이 아니라 개인과 대화하라. ② 상품이 아니라 작품을 제공하라. ③ 관계를 적극 활용하라. ④ 지식보다는 지혜를 주라. 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패키지화하라. ⑥ 데이터베이스를 십분 활용하라. ⑦ 대량 맞춤이 아니라 이제 소량 맞춤이다.

 

7. 열정 고객의 기준은 구매가 아니라 신념이다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전통적 가족주의의 붕괴, 불안정한 정치와 부패한 정치인들, 끊이지 않는 노사분규, 이유 없는 폭력과 살인. 이처럼 불안감과 상실감에 가득 찬 세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와 연결되는 고리를 찾고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어떤 이는 종교에 귀의하여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키덜트처럼 특정 브랜드를 소유해 현실을 회피할 은신처를 찾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종교와 브랜드가 별개 같지만 이처럼 심리적 위안이라는 같은 목적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단어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컬트이다. 우리는 이것을 컬트 브랜드라고 한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를 거의 종교처럼 받드는 열성팬들을 보유한 브랜드를 말한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에게 삶의 중요한 일부로 정착된 라이프스타일을 말하기도 한다. 스타벅스나 이케아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컬트 브랜드의 신도들 즉 컬슈머(Cult+Consumer)는 이러한 브랜드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경험을 공유하는 데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기독교가 지난 2천 년간 부흥을 이루면서 20억의 신도를 보유하게 된 것은 예수의 메시지가 아니라 사도 바울의 공로라는 주장이 있다. 12년 동안 1만 마일을 걸으며 신앙을 전파한 바울이 기독교에서 가장 뛰어난 세일즈맨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종교적 의미의 에반젤리즘(선교활동)은 타인에게 자신의 종교적 확신과 열정을 전파하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것이 컬트 브랜드가 종교에서 훔칠 수 있는 시사점이다. 컬트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충성고객이 아니라 열정고객이라는 점 때문이다. 열정고객의 기준은 구매가 아니라 신념이다. 충성고객이 우리의 상품을 많이 구매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경쟁사가 좀 더 좋은 구매조건을 제시하면 이탈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열정 고객은 경쟁사의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절대 배반하지 않을 애정을 갖고 있다. 그가 컬트 브랜드에 가진 가치관, 신념, 이상은 확고하다. 교리에 반하는 행동을 요구하는 박해자들에 맞서 이 충직한 순교자는 온몸을 바쳐 브랜드를 수호함으로써 후세의 영웅으로 이름을 남긴다. 그들에게 보상이나 혜택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한한 자부심과 결속의 원동력이 된다.

 

컬트 브랜드가 전도사를 육성하는 좋은 방법은 만인 앞에서 간증하게 함으로써 그의 신념을 보다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싸이 월드는 메인 페이지의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괜찮은 인물을 소개함으로써 이들을 영웅으로 키운다. 이로 인해 그의 미니룸은 수많은 방문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자부심은 스스로를 전도사로 인식하게 만들어준다. 그들은 이제 자신의 인기에 걸맞게 더욱 열심히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이러한 콘텐츠들은 다른 친구나 지인들을 전도하는 말씀으로 활용된다. 싸이 월드는 지속적인 브랜드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우군을 확보했고 싸이질, 싸이홀릭 등 독자적인 브랜드 문화를 구축했다.  

 

사례〉 할리 데이비슨

할리 데이비슨의 브랜드 커뮤니티인 HOG 회원은 100개국의 1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팔뚝이나 어깨에 할리 데이비슨의 회사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고 다닌다. 이들 뿐만 아니다. 2005년 1월 미국 댈러스에 모인 전 세계 3천 명의 할리 데이비슨 딜러들도 모두 머리에서 발끝까지 할리의 의류와 액세서리로 치장을 하고 일부는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고 있었다. 이에 자극받아 일부 회사 임원들도 자신의 몸에 할리의 문신을 새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는 탈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할리 데이비슨의 고객, 딜러, 직원 모두에게 이 브랜드는 마치 종교와 같다. 이들에게 브랜드는 존경하고 찬미하고 숭배해야 할 영성체로 인식되며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은 이러한 가치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한 신앙적 노력이다. 

 

* 브랜드 전도사와 컬트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성공 7계명 : ① 브랜드 전도사의 기준은 구매가 아니라 신념이다. ② 영웅을 만들어라. ③ 경험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다. ④ 컬트 직원, 멀리서 찾지 마라. ⑤ 종교에서 영감을 얻어라. ⑥ 컬트 브랜드는 고객에 의해 만들어진다. ⑦ 상징을 제공하라.

 

8. 가슴이 따뜻한 기술과 만나고 싶다

미국의 유명 브랜드 박물관인 월드 오브 코카콜라는 애틀랜타를 찾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명소이다. 홍보목적의 박물관이니 무료가 아니라 당당히 7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래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일단 이곳에 들어서면 코카콜라의 빨간 로고가 지구본처럼 빙빙 돌아가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환상의 병이라고 이름 붙여진 작은 공장은 콜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보여준다. 3m 거리에서 물총처럼 발사되는 콜라를 받아먹을 수 있는 분수도 있다. 시음장에서는 전 세계의 콜라를 시음할 수 있으며, 코카콜라와 연관된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한다. 역대 코카콜라 포스터나 광고도 볼 수 있으며, 재미있는 통계숫자가 쉬지 않고 올라가는 전광판도 있다. 박물관이 과거의 유물만 모아놓은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이곳을 과연 방문할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제3의 공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체험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존재하는 콘텐츠는 획일적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간다.

 

사물이나 위치가 갑자기 당신에게 새로운 의미나 가치로 다가왔던 경험이 있는가? 예를 들어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시구를 통해 우리는 고정관념을 넘어 인간관계에 통찰력을 얻는다. 인적 드문 탄광촌이었던 정동진이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아름다운 바다, 조그만 간이역, 바닷바람에 등 굽은 소나무가 있는 풍경으로 우리에게 특별한 가치를 선사했다. 상품이나 정보도 마찬가지다. 어떤 컨텍스트가 부여되느냐에 따라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사랑을 고백할 때 연인에게 주는 초콜릿과 아쉬운 이별 뒤에 쓸쓸히 머금는 초콜릿은 분명 맛이 다르다. 이제 상품의 품질, 기능, 정보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들은 시간, 공간, 물질이 어우러진 컨텍스트 속에 존재한다. 따라서 마케팅은 상품정보뿐 아니라 그에 대한 활용 정황까지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이라는 씨줄과 컨텍스트라는 날줄을 엮어감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비경험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

 

컨텍스트는 상대적 개념이다. 똑같은 상품 또는 서비스라 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특정 상황에 따라 인식이 달라진다. 따라서 컨텍스트를 지지하는 디지털 기술 또한 최적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당신의 브랜드가 고객으로부터 영원히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사랑과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언젠가 권태기가 온다. 이를 탈피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TPO(시간, 장소, 상황)를 감안한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은 어디 있을까? 알프스 산기슭? 북극이나 남극? 아니다. 아무리 맛있어 보이는 생수라도 당신의 마음이 좋지 않으면 맛있는 물이 될 수 없다.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을 하고 나서 마시는 물은 수돗물이라도 맛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찬가지로 컨텍스트 마케팅은 주변 상황을 잘 읽는 디지털기술로부터 고객마음을 잘 읽는 디지로그(디지털 + 아날로그) 기술로 진화해야 한다.

 

* 컨텍스트 마케팅 성공 7계명: 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연출하라. ② 순간이 아니라 행간을 읽어라. ③ 이미 예고된 컨텍스트를 잘 활용하라. ④ 컨텍스트 마케팅은 모바일의 전유물이 아니다. ⑤ 정황과 기술이 본말전도 되어서는 안 된다. ⑥ 콘텐츠의 컨텍스트화를 위한 열쇠는 상호작용성이다. ⑦ 상품정보가 아니라 활용 정보를 제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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