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요일의 기도
이해인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 2012년 4월 6일 금요일입니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끝부분을 찾아 차분하게 풀어내는 방법과 매듭이 져버린 곳을 잘라버리는 거죠.
너무 어려운 문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하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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