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언덕 _ 노천명

 

유월의 언덕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2011년 6월 17일 금요일입니다.

  어제 서울의 낮기온이 32도를 넘었다고 합니다.

  올 여름 무더위의 전조가 제법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요일 하루 잘 마무리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