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침의 시 한 편

홀로서기 _ 서정윤

by 홍승환 2011. 5. 13.

 

홀로서기

 

                                       서정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작은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놓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은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앟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2011년 5월 13일 금요일입니다.

  13일의 금요일이란 영화는 어린 시절 공포의 대상이었죠.

  이젠 별 감흥이 없어져버렸네요.

  금요일 하루 잘 마무리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