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침의 시 한 편

봄길과 동행하다 _ 이기철

by 홍승환 2009. 4. 10.

 

봄길과 동행하다

 

                                         이기철

 

 

움 돋는 풀잎 외에도
오늘 저 들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꽃 피는 일 외에도
오늘 저 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종일 풀잎들은 초록의 생각에 빠져 있다
젊은 들길이 아침마다 파란 수저를 들 때
그때는 우리도 한 번쯤
그리움을 그리워해볼 일이다

 

마을 밖으로 달려나온 어린 길 위에
네 이름도 한 번 쓸 일이다
길을 데리고 그리움을 마중하다 보면
세상이 한 번은 저물고 한 번은 밝아오는
이유를 안다
이런 나절엔 바람의 발길에 끝없이
짓밟혀라도 보았으면

 

꽃들이 함께 피어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 꽃의 언어로 편지를 쓰고
나도 너를 찾아
봄길과 동행하고 싶다

 

봄 속에서 길 잃고
봄 속에서 깨어나고 싶다

 

 

* 봄기운에 취해 어질어질한 아침입니다.

  여의도와 공원 곳곳에 피어있는 벚꽃들이 바람에 흰눈처럼 날리더군요.

  금요일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주말 맞이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