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신달자
그대는 아는가
나는 지금
소홀산이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는
광릉의 숲길에 와 있다
크낙새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대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숲길에서
나는 유서 같은 편지를 쓴다
나무들은 그래도
가을이 가기전에 그대가 오리라고
말하고 있다
가지마다 붉은 축등을 켜 놓고
우리의 만남을 위해
서둘러 황홀한 잔치라도 벌이자는 것이다
<오지 않을 것이다>
사약 같은 통증으로
숲을 향해 외치지만
나무들은 더더욱
산너머 바다 너머 그 너머
서둘러 그대가 달려오리라는 것을
믿고 있는 모양이다
나의 생은 그대를 기다리는 것
나는 다만 이 한마디로
이 편지의 마무리를 끝내려고 한다
행여 그대 오려거든
아파하고 신음하는 아스팔트 길을 멀리하고
고요하고 적막한
광릉의 숲길로 오라
*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가을을 지나쳐 겨울로 온 듯 하네요. ^^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_ 용혜원 (0) | 2008.09.30 |
---|---|
가을편지 _ 조현자 (0) | 2008.09.29 |
가슴이 따뜻해서 아름다운 사람에게 _ 김진학 (0) | 2008.09.25 |
말과 침묵 _ 이해인 (0) | 2008.09.24 |
나비 _ 류시화 (0) | 2008.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