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페셔널이다
1부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프로페셔널이다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
평균 수명 90세!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하루하루가 다르게 우리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야말로 하는 일 없이 아주 긴 노년기를 보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길게 잡아 60세까지 일한다고 해도 무려 30년이나 되는 세월을 벌어놓은 돈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까. 45세가 정년이라고 ‘사오정’, 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놈이라고 ‘오륙도’라는 말은 이미 샐러리맨들 사이에 고전이 되었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집에서 그냥 쉬는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왔다. 물론 이들은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지금 직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들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샐러리맨들 역시 일을 하면서도 퇴직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처럼 슬픈 현실에 처한 우리에게도 비상구는 있다. 남들보다 더 능력을 인정받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길, 다시 말해 스스로 자기의 일터를 만들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길이 반드시 존재한다. 바로 ‘영업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다. 실제로 처음부터 영업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일단 갖추기만 하면 어디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 영업 마인드야말로 인간을 끝까지 살아남게 하는 강인한 힘이기 때문이다.
‘진심’이 모든 것을 이긴다
술 잘 먹고, 놀기도 잘하고, 말도 잘하는 사람…… 친화력도 뛰어나 누구라도 한 번만 만나면 친구가 되고, 형님 아우 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사람……. 영업인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니, 내성적인 사람보다는 활달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이 영업을 많이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영업인들의 이미지는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거래처마다 스타일이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데 하나의 고정된 영업 스타일로 모든 거래처를 설득시킨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 아니라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 즉 진심이다. 따라서 말솜씨가 좋지 않아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해도 얼마든지 영업을 잘할 수 있다. 영업을 성사시키고 지속시키는 힘은 진실을 바탕으로 한 ‘신뢰’에 있으므로.
영업과 마케팅, 이렇게 다르다
“영업과 마케팅! 그게 그거 아니에요?” 영업과 마케팅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케팅이 좀 더 큰 개념이고 그 안에 영업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영업을 영어로 표현한 것이 마케팅일 뿐, 똑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국내 기업들 중 영업과 마케팅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곳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영업부에서 마케팅 역할까지 함께 하거나 마케팅부에서 영업 역할까지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업이 마케팅’이라고 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영업과 마케팅은 ‘고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이루며 함께 달려간다. 그러나 하는 일은 분명히 다르다. 고객을 위해 하는 일도,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다르다. 따라서 영업전문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업과 마케팅의 차이를 확실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2인 1조의 파트너십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마케팅부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영업부가 신통치 않아 고객의 손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허사다. 영업부는 그 좋은 제품이 고객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반대로 영업부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해도 정작 고객들에게 전달할 좋은 제품이 없다면 그 또한 무의미하다. 이처럼 마케팅은 2인 1조로 함께 달려야 하는 파트너이다. 서로가 하는 일은 다르지만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넘어지지 않고 함께 달릴 수 있다. 즉 영업의 흐름을 알아야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마케팅을 이해해야 영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방향 커뮤니케이션 vs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왜 마케팅은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영업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까? 마케팅과 영업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의 성격상 마케팅은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영업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브랜드를 널리 알려야 하는 마케팅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일 대 일이든, 일 대 다든 고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브랜드 홍보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수는 있겠지만 얼마나 많은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시간 또한 만만치 않게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필요로 하는 목표 고객에게 빠른 시간 안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영업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직접 써보기 전에 제품이 좋다는 이야기만 믿고 선뜻 지갑을 여는 사람도 드물다. 대다수 소비자는 필요한 제품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것저것 궁금한 사항들을 물은 뒤 구매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채 제품이 좋으니 무조건 사라고 떠들어댄다면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얼마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제품에 접근했던 고객조차 마음이 상해 자리를 뜰 것이다. 그래서 단방향 커뮤니케이션보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힘들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가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고로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디자인하는 능력 vs 판매하는 능력
여기 멋진 샹들리에가 있다. 어느 장인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이 샹들리에는 지금까지 보았던 샹들리에와는 달리 정말 새롭고 매혹적이다. 이 샹들리에를 디자인하는 역할은 마케팅의 몫이지만 고객에게 샹들리에를 파는 역할은 영업의 몫이다. 굳이 샹들리에를 디자인하고 파는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가끔은 샹들리에를 디자인한 마케팅부가 파는 역할까지 맡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애써 디자인한 샹들리에를 고객이 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이다. 나는 그럴 경우 믿고 샹들리에를 팔아볼 기회를 준다. 대부분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자기가 직접 만든 제품이니 자기만큼 제품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은 다르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아는 것이 많아도 배우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남을 가르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멋진 상품을 디자인하는 능력과 그 상품을 팔 수 있는 능력은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마케팅과 영업은 함께 가야 하는 운명을 가졌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는 없다.
맨몸으로도 정글에서 살아남는 ‘영업형 인간’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경우에는 마케팅만 잘해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제품을 찾는 사람들은 많은데, 제품이 부족해서 제때 공급이 안 되면 소비자들은 제품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잘 만들어내고, 제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제품이 잘 팔리기 때문에 영업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필요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영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금은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져 예전보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졌다. 평소 애용하는 브랜드가 있더라도 비슷한 품질을 갖춘 제품이 널려 있어 매장에 그 브랜드가 없을 경우 바로 다른 제품으로 대체한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할 수 없는 지금, 영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불편 없이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늘 길을 잘 닦아놓아야 한다. 울퉁불퉁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제품 찾아 삼만 리를 나설 소비자는 이제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2부 단기 생존형 인간과 장기 승부형 인간을 가르는 기준
1등의 조건, 부지런히 움직여라
어느 분야에 몸담고 있든 누구나 최고가 되기를 꿈꾼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영업을 잘할 수 있는지 늘 고민한다. 영업을 잘해서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매출을 올리는 영업인을 보면 우리는 그 사람만의 영업 비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판매왕(영업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비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 영업은 가장 결과가 잘 나타나는 일 중의 하나이다. 마치 열심히 땅을 일군 농부가 가을에 수확을 많이 거두는 것처럼 영업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만큼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기억하라.
진실은 통한다, 정정당당한 비즈니스의 힘
북극에서 에어컨을 팔고 사막에서 밍크코트를 판 이야기를 잘못 이해하면 영업은 고객에게 필요가 없거나 나쁜 제품까지 화려한 언변으로 설득해 팔아치워야 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실제로 나쁜 제품이라도 많이 팔아먹으면 그것이 영업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영업인들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영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과 조건에 파는 것이 중요하다. 옳은 일을 옳게 해야 신뢰를 얻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북극에서 에어컨 팔기?
북극에서 에어컨을 파는 것이 가능할까? 영업자의 그럴 듯한 언변에 속아 어쩌다 한 번은 에어컨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은 곧 북극에서는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쓸데없는 제품을 판 영업자를 비난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주변 사람들에게 에어컨을 사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옳은 일을 옳게 하지 않아 고객의 신뢰를 순식간에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마트에 갈 시간이 없어 주로 홈쇼핑을 이용한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 자주 보는 홈쇼핑 채널을 틀어보니, 먹음직스러운 조기를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그동안 몇 번 그 홈쇼핑을 이용해 농수산물을 사보고 만족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나는 주저하지 않고 조기를 주문했다. 하지만 받아보니 중국산 조기였다. 중국산 조기를 국산 조기로 둔갑시켜 팔아먹은 것이다. 워낙 저렴한 가격에 국산 조기를 판다고 광고했으므로 꽤 많은 사람들이 조기를 샀고, 가짜 국산 조기에 대한 여파도 상당히 컸다. 당시 상품 판매 기획을 총괄했던 홈쇼핑 MD는 자기는 전혀 몰랐다고 발뺌을 했다. 업체에서 MD에게는 진짜 국산 조기를 보여주고, 고객들에게는 중국산 조기를 배송했다는 것이다. 홈쇼핑 MD는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 개발, 재고 조절 등의 전 과정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런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 국산 조기가 중국산 조기로 둔갑하는 과정을 몰랐다니, 기가 막혔다. 상품을 제대로 기획하여 고객들의 손에 전달되게 하는 것까지 모두 MD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몰랐다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비즈니스는 마라톤, 옳은 길이 곧 지름길이다
커리어 우먼이자 주부인 H씨, 시장에 갈 시간이 별로 없는 그녀는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 재료들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주말 쇼핑족이다. 미리 살 품목들을 적고 쇼핑하기 때문에 충동구매를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녀가 유독 약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1+1행사이다. 한 개 가격에 두 개를 준다니 제품을 사고도 돈을 번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성적인 그녀도 1+1행사 품목만큼은 꼭 필요하지 않아도 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1+1행사 품목 옆에 진열되어 있는 같은 계열의 다른 낱개 제품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록 제품 이름은 달랐지만 1+1행사를 하고 있는 제품과 같은 계열이고 내용도 거의 비슷한데, 가격 차이가 별반 없었기 때문이다.
1+1행사가 정말 실속 있는 행사인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1+1행사 품목 가격을 2로 나누어 같은 계열의 다른 낱개 제품 가격과 비교해보면 된다. H씨의 경우처럼 행사 품목의 낱개 가격과 비슷한 수준의 낱개 제품 가격이 비슷하다면 1+1행사는 모양만 1+1행사일 뿐이다. 1+1행사의 탈을 쓴 반쪽짜리 1+1행사라고 할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1+1행사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프로모션이다. 1+1행사는 수익적인 면보다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향후 낱개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업체가 1+1행사 효과도 노리고, 수익적인 면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할 때 위의 경우처럼 편법을 쓴다. 또는 가격은 한 개 가격에 맞추지만 소비자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양을 줄이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정당하지 않은 영업 방식이다. 사막에서 밍크코트를 파는 영업이 오래갈 수 없듯이 흉내만 낸 1+1행사의 효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정도를 걷는 것이 중요하다. 편법을 쓰지 않고 옳은 길을 가는 것이 결국은 결승점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잊지 말자.
위기, 더 강한 나로 거듭나는 결정적인 기회
누구나 위기를 맞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을 하면서 서너 차례 위기를 겪지 않고 탄탄대로만을 달리는 사람들은 없다. 모두가 똑같이 위기를 겪지만 어떤 사람들은 위기 앞에 무릎을 꿇고, 또 다른 사람들은 위기를 이겨내고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어떤 차이일까?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을까? 사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단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느냐, 아니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못하고 위기를 두려워만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달려드는 사람 앞에서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단단하게 굳듯 위기는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는 기회의 반대쪽 날개이다
내 인생의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오랜 공부를 마치고 1998년 드디어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의 일이다. 박사학위를 받자 남편을 아끼고 배려했던 교수님은 어렵게 지방대에 교수 자리를 주선해 주셨다. 요즘에는 박사학위를 받고도 대학 강단에 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남편은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였다. 당시 나는 호주로 발령이 나서 아이들과 함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주에서 근무해야 하는 기간은 2년. 남편이 문제였다. 남편이 전공한 법학 분야는 대학에서 쉽게 자리가 나지 않는 분야였다. 따라서 그 자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지방대로 갈 기회를 뒤로하고 나를 따라 호주로 가겠다고 나섰다.
주변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래도 남편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가장으로서 책임질 생각은 안 하고 마누라 치마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평가는 한국사회에서 발붙이고 살기 위해서는 절대 듣지 말아야 할 소리 중의 하나였다. 내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위기를 겪어야 했다면, 남편은 겪지 않아도 될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어서 더 위험이 컸다. 고심 끝에 남편이 마련한 대안은 영미법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독일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독일 법을 비롯한 대륙 법에 대한 이해는 높았으나 영미법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부족한 영미법을 좀 더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드니 로스쿨 교환교수로 갈 준비를 했다. 지금 그때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했던 영미법은 남편을 법학자로 발전시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대륙법과 영미법을 폭 넓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국내에서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국내 유례가 없는 재판을 진행할 때 종종 남편에게 다른 나라 판례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마인드 컨트롤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느냐, 아니면 당당하게 맞서서 해결하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위기에 맞설 용기가 나지 않을 때는 다음과 같이 마음가짐을 다시 갖도록 노력하자.
▶ 지금이 최악이다. 더 나빠질 것은 없으니 두려워하지 말라.
▶ “나는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로 외쳐라.
▶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2~3년 후의 모습을 계획하라.
▶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를 통해 무언가 배웠다면 ‘성공적으로’ 실패한 것이므로.
글로벌 영업시대에 통하는 한 마디, ‘Sorry, Pardon me!’
글로벌 시대다. 영업의 무대도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꼭 글로벌 기업이 아니더라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거나 외국 바이어들을 상대해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세계 공용어인 영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이 사회전반을 지배하면서 이제 막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른들까지 영어를 공부하는 데 여념이 없다. 취직을 앞둔 젊은 사람들은 영어가 더욱 절박하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 또 좀 더 고급스러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 나 할 것 없이 악착같이 영어 공부에 매달린다.
물론 영어는 중요하다. 외국 바이어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영어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비즈니스는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가끔 사람들은 영어만 잘하면 비즈니스는 저절로 잘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영어는 어떤 것인지 한번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영어가 유창한데도 비즈니스를 못하는 이유
영어를 못해 비즈니스를 못한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후배들을 한두 번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영어 실력을 탓할 때마다 나는 솔직히 어이가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영어를 상당히 잘 한다. 어렸을 때부터, 본토 발음을 익히고, 대학 시절에는 필수 코스처럼 어학연수를 다녀오기 때문에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회화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문법 쓰기 등도 수준급이다. 그러니 후배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하소연할 때마다 나는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그건 거짓말이야. 너는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해. 문제는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Sorry, Pardon me!’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것뿐이야.” 사실이다. 나는 후배들에 비해 영어를 못한다. 호주에서 2년간 근무하는 동안 영어가 많이 늘기는 했지만, 후배들에 비하면 한참 아래다. 그야말로 젊은 후배들의 영어 실력은 거의 선생님 수준이다.
대화는 진심으로 하는 것이지 언어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잘 알아듣지 못한 것이 있으면 간단하게 “Sorry, Pardon me!” 한마디만 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을 배려해 좀 더 천천히, 좀 더 또박또박 발음하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꼭 영어뿐만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모르는 것은 솔직히 모른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사회 초년생일수록 어설프게 아는 척하고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두자.
원어민들한테 ‘Stop’ 사인을 날린 배짱
1998년 호주에서의 시작은 암담했다. 백호주의로 유명한 호주에서, 동양에서 온 작은 여자가 환영받을 리가 없었다. 그런 데에다 영어까지 못하니 바보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직속 매니저는 내 영어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회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역할을 맡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회의는 끔찍했다. 호주 영어에는 호주 특유의 발음 방식과 악센트가 있다. 생소한 악센트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얼마나 말이 빠르고 많은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호주인들이다 보니 회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수다스럽게 늘어놓을 때도 많았다. 무슨 말들을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회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심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Stop’ 사인이었다. 인터넷에서 Stop 사인 모양을 찾아내 컬러프린터로 출력해 팻말처럼 큼지막하게 만들었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여러분들이 저를 좀 도와주세요. 제가 얘기를 못 알아들었거나 누군가가 말을 너무 많이 한다거나,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면 이 Stop 사인을 내밀겠어요.” Stop 사인을 내밀고 회의를 한 덕분에 호주에 있는 동안 최소한의 비즈니스를 감당할 만한 수준까지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당하지 않는 수준까지 영어 실력이 되는 셈이다. Stop 사인은 호주에서의 처절했던 내 생활을 그대로 담고 있는 심벌이다. 영어를 못해 위기감을 느껴야 했던 내가 절박한 심정으로 만들었던 것이기에 지금도 버리지 않고 Stop 사인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을 한 번씩 꺼내 볼 때마다 당돌했던 나를 회상하며 미소를 짓는다.
언어의 장벽보다 더 높은 ‘마음의 장벽’
지금도 나는 늘 영어에 자신이 없다. 영어를 잘 못해 일을 그르친 적은 없지만 영어를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래서 나보다 훨씬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발음도 본토 발음 못지않은 후배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회의를 할 때는 미리 그 전날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고, 연습도 해서 순조롭게 지나갔는데, 식사할 때가 문제였다. 그네들은 식사할 때는 일 얘기를 하지 않는다. 처음 일주일은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2주 때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밥은 또 왜 그렇게 오래 먹어야 하는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고역스럽게 느껴졌다.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어느 날 남편과 안부 전화를 하던 중 결국 나는 하소연을 했다. “난, 정말 영어를 못해. 밥 먹으면서 영어로 대화하는 게 너무 힘들어.” 한참을 조용히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영어를 못하는 거야? 아니면 이야기할 거리가 부족한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회의를 할 때는 영어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밥 먹을 때만 영어에 문제가 된다면 그건 남편이 지적한 대로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대화를 이끌어 갈 주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후 다른 외국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그들은 주로 신문을 보았다. 신문은 아침마다 객실 문 앞에 꽂혀 있었는데, 그동안 나는 교육 자료들을 검토하느라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신문을 보고, 밥을 먹으면서 그날 신문에 실린 이야기들을 소재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신문을 보기 시작하면서 식사시간이 한결 편해졌다. 조금만 더 일찍 영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화제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식사시간 때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어의 장벽은 높지만 마음을 열면 넘지 못할 장벽이란 없다. 영어를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주눅 들고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언어가 비즈니스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마음을 여는 대화기술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할 때 가장 순조롭게 이야기를 끌어내면서도 마음을 열 수 있는 소재는 다음과 같다.
▶ 음식이야기 - 각 나라의 독특한 음식은 언제나 훌륭한 이야기 소재가 된다. 음식을 오픈 하면 생각이 열린다는 말이 있듯이 상대방 나라의 음식에 관심을 보이면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다.
▶ 문화이야기 - 다른 나라의 문화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자기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기분 좋게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3부 여자라서 더 필요한 ‘프로페셔널 마인드’
사회생활의 99%는 ‘대인관계’
“저도 이사님처럼 되고 싶어요.” 가끔씩 새로 들어온 영업부 여직원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다. 여자들의 활동 영역이 상당히 넓어졌지만 아직까지도 영업부는 여자들이 기피하는 부서 중의 하나이다. 그런 영업부를 지원한 여자들이기에 영업부 여직원들과의 만남은 늘 반갑고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영업의 세계에 당차게 도전한 여자들이 나를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현재의 내 모습만을 본다. 내가 영업기획 이사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잘 모른다. 애써 영업 새내기 시절, 영업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고객들과 씨름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더 높이, 더 멀리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들을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내가 지금껏 밟아온 과정들을 무시한 채 단순히 영업기획 이사인 나만을 닮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그 꿈은 속절없이 무너져 버리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현장을 모르면 반쪽짜리 기회밖에 할 수 없다
영업부가 하는 일을 보면 크게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과 어떤 제품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획하고 지원하는 ‘영업기획’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경쟁적인 관계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도움을 주는 수평적인 관계이다. 따로따로 별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업무를 잘 이해할 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더 많이 공급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달성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영업은 밖에서 뛰는 ‘외근직’, 영업기획은 안에서 머리를 쓰는 ‘내근직’이라는 단순한 잣대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칠고 힘든 일이고, 사무실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영업기획은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품위 있고 세련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업부를 지원한 당찬 여자들도 현장에서 쉴새없이 뛰어야 하는 영업직보다는 내근직인 영업기획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여자들은 머리 회전이 빠르고 아이디어가 풍부해 혼자서 머리를 써서 하는 일에 두각을 보인다. 반면, 머리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며 대인관계를 풀어가야 하는 일에는 서툰 편이고, 그런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제 막 영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여직원들 중에는 현장 영업을 하지 않고 곧바로 영업기획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장 영업을 모르고서는 반쪽짜리 영업기획밖에 할 수 없다. 우선 기획을 실행해야 할 주체, 즉 영업인들이 반발해 실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고, 어렵게 실행을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튀어나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정말 영업기획을 하고 싶다면 일정 기간 동안만이라도 꼭 현장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 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스타일은 자기만족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이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 캐주얼 한 옷을 즐겨 입는 사람, 정장을 갖춰 입기를 좋아하는 사람, 짧은 커트머리가 어울리는 사람, 긴 생머리가 매력적인 사람 등 자기만의 스타일을 뽐내는 사람들이 거리마다 넘쳐난다. 그 스타일이 어떤 것이든 자기 마음에 들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자기만족에만 충실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은 곤란하다. 예를 들어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 요리사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음식을 만든다면 어떨까? 그 모습을 본 손님들은 아마도 요리사가 만든 음식에 머리카락이라도 들어가지 않았을까 걱정하느라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멋진 스타일이라도 잘못 연출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따라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 스타일을 만들 때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개성을 살리면서도 전문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여자로 다가서지 마라, 당신은 프로페셔널이다
사람마다 스타일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여자로 보이는 것이 싫어 바지를 고집한 내 스타일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남성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권이 신장된 요즘, 굳이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피하는 것도 우스운 일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예쁜 여자, 매력이 넘치는 여자는 어디를 가나 주목을 받는다. 조금 노력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여자가 될 수 있다면, 그걸 마다할 여자는 드물 것이다. 또한 예쁘고 매력이 넘친다고 해서 일하는 데 손해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평범한 스타일보다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잘 얻어 일을 하는 데 유리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남자가 갖지 못한 여자만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일을 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건 여자에게 축복이지 감추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업의 세계는 넓다. 큰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여자로 접근하기보다 영업의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고, 전문인으로 바로 서야 한다. 운동을 할 때도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느 수준 이상 실력이 향상되기 힘들듯이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여자로 다가가 한두 번 혹은 단기적으로 작은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 아니라면 여자이기보다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여자들을 위한 스타일링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의 사람들은 항상 머리가 청결한지, 옷차림은 단정한지, 구두는 잘 닦여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일하는 여자들은 자신의 프로페셔널이 빛날 수 있는 옷차림이어야 하는데, 과연 어떤 스타일이어야 하는지 알아보자.
▶ 화장은 세련되고 깔끔하게 하되, 짙게 하는 것은 피한다 - 화장이 너무 화려하거나 짙으면 여성적인 매력은 강조될지 몰라도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신뢰는 반감된다. 개성을 살펴 너무 튀지 않게 가벼운 화장을 하는 것이 좋다.
▶ 지나치게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는 No! - 심플하면서도 포인트를 잘 살릴 수 있는 액세서리 한두 개는 센스 있는 스타일을 만든다. 하지만, 반지,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있는 대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다는 것은 좋지 않다. 언제나 넘치는 것은 부족함만 못한 법이다.
▶ 복장은 단정하게,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을 입는다 - 여자이기보다 프로로 보여야 한다고 꼭 바지만 입을 필요는 없다. 치마든 바지든 단정하게 입으면 된다. 단, 노출이 심한 옷을 피하는 것이 좋다. 보는 사람도, 당사자도 서로 불편해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보수적인 내 남자를 든든한 후원자로 바꾸는 법
사람의 본성은 노력하기에 따라 바뀔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 차라리 그 사람의 천성을 인정하는 편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길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변화가 더디기는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많은 여자들이 변하지 않은 남편 때문에 속상해 하고, 일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녀들의 말대로 부부가 함께 일하는데, 남편이 남자의 권위만 내세우고 집안일을 여자의 몫으로 떠넘긴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남편만큼은 적어도 집안일을 분담할 수 있는 동반자로 만들어야 여자가 바깥일을 활력 있게 할 수 있다. 특히 퇴근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성공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혼자 이룬 성공보다 가족과 함께 이룬 성공이 더 값지다
일하는 여자들은 이혼을 쉽게 결심할 수 있다. 맞벌이를 하려면 부부가 서로 협조해야 하는데, 남자들이 오래된 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리기는 힘들기 때문에 자꾸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나 또한 그랬다. 남편을 든든한 후원자로 만들기까지 이혼의 유혹을 느낀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나로서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혼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기가 더 어려웠다. 그만큼 남편의 변화는 속도가 느렸다. 지긋지긋하게 변하지 않는 남편을 참아내느니 차라리 이혼을 하고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다. 실제로 이혼을 결심하고 행동에 옮긴 여자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확실히 이혼은 쉬워졌다. 하지만 나는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면서 일로도 성공하고 싶다. 2006년 4월, 전 세계 피앤지 영업부 여자들 중 제일 높은 자리에 있는 헬렌이 한국에 방문했다. 그녀가 한국에 있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중요한 화재 중의 하나가 아이와 가족이었다. 그녀는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두 명에 한 명 꼴로 이혼을 할 정도로 이혼이 흔합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나는 이혼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긍지를 느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그녀로서는 당연히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남편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그녀가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준다고 했다. 그녀가 출장을 갈 때마다 가족들은 “세상을 바꾸고 오세요!”라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는 것이다. 물론 내 남편도 보통 남자들보다는 나를 많이 후원한다. 결혼 초에 비하면 정말 많이 변했다. 하지만 현재 위치에서 내가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편이 지금보다 더 많이 변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훗날 나도 “협조를 아끼지 않는 내 남편 덕분에 오늘날의 내가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변할 수 있는 사람,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중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과는 애초부터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따라서 아직 미혼이라면 배우자를 고를 때 어떤 남자인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 본성이 선한 사람은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변한다.
▶ 남을 잘 속이는 사람, 교활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변한 척할 수 있지만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4부 프로페셔널은 네트워크의 힘을 알고 있다
사람들의 ‘모임’, 왜 중요한가
“이기심 씨, 이번 주 금요일 여직원 모임 있어요. 꼭 나오세요.” “어머, 그날 선약이 있는데, 어쩌죠?” “벌써 한 달 전에 공지가 나갔던 건데…….” “그 약속은 두 달 전부터 잡혀 있던 거예요.” 이기심 씨에게는 늘 모임에 나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못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왜 그런 모임을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럴 듯한 이유를 대고 안 나가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회사에서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됐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굳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기심 씨의 솔직한 생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상사로부터 심하게 야단을 맞았다. 이기심 씨가 잘못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상스러운 말을 들을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했으나, 그냥 넘어갈 일은 분명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서 풀기에는 문제가 벅찼다. 누군가와 상의를 하고 싶은데 막상 주변을 둘러보니 의논할 상대가 없다.
자기 양보 없이는 네트워크도 없다
어떤 일을 하든 네트워크가 잘 갖추어져 있으면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실속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공짜로 얻어지는 네트워크는 없다. 누군가는 그 네트워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애정을 쏟아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들여 키운 네트워크일수록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네트워크로 성장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좋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에는 별다른 애정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열심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우아하게 그 음식을 먹기만 원할 뿐이다. 나 역시 네트워크가 왜 필요한지 절실히 느끼지 못했던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네트워크를 만들고 키우기 위해 노력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스스로 여직원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네트워크가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시간과 애정을 쏟게 된 것은 후배 하나를 잃고 나서였다.
2000년 7월, 호주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영업부에서 일하던 여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모 로펌 회사 비서로 간다고 했다.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영업일이 자기에게는 아무래도 맞지 않고, 비서일이 더 맞을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후배를 붙잡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조언을 많이 했지만, 이미 혼자서 너무 오래 고민하고 마음을 굳힌 뒤라 후배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후배가 좀 더 일찍 고민을 털어놓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들었다면, 영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쉽게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중도하차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회사에서도 여자 영업인들이 마땅히 비전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참이었다. 누군가 여자 영업인을 위한 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시작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처음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했다.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중의 하나가 언어폭력이었고, 육아문제, 남편과의 문제도 단골 메뉴였다. 그래서 근무 시간에 주로 모임을 가졌는데, 왜 바쁜데 극성스럽게 그런 모임을 만들어 귀찮게 하느냐며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알게 모르게 나를 경쟁상대로 여기던 여성 차장은 내가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으로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서슴지 않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참여도가 높아졌다. 이기적으로 도움을 받으려 했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도와주는 모습으로 변했고, 마지못해 모임에 참석하고, 모임이 끝나자마자 총알같이 자리를 떴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뒤풀이를 함께 할 정도로 네트워크가 단단해졌다.
수다가 전부는 아니다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설령 그것이 일상적인 수다를 늘어놓는 것이라도 서로가 솔직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사실 여자들은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풀 수 있기 때문에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수다만으로 이루어져서는 곤란하다. 어쩌다 한 번은 특별한 주제 없이 마구잡이로 수다를 떠는 것으로도 재미가 있지만, 두 번, 세 번 수다만 되풀이하다 보면 슬슬 짜증이 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바쁜 시간을 쪼개 모임에 참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네트워크의 목적과 내용을 좀 더 분명히 해야 했다. 다이버스티 네트워크는 여자들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는 고민을 지혜롭게 풀기 위해 주제를 정해 자료를 찾고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다. 물론 모두 자기 본연의 업무들이 있기 때문에 1년에 서너 가지 주제를 연구하는 정도이지만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이버스티 네트워크 그룹은 크게 커리어 개발, 좋은 업무 환경 만들기, 뉴스레터를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등 3개 그룹으로 세분화되어 운영되었다. 각자 원하는 그룹에 들어가 열심히 연구하면서 자기도 발전하고, 더불어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남자 매니저들도 다이버스티 네트워크에 와서 자기 부서를 소개하고는 한다. 신입 여직원들은 다른 부서를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다이버스티 네트워크를 통해 회사 전반의 업무를 이해하기도 한다. 또한 자기 부서를 잘 소개한 남자 매니저에게는 ‘다이버스티상’을 수여하면서 다이버스티 네트워크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다이버스티 네트워크는 여직원들의 수다모임이 아닌 내용과 목적이 분명한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직장 내 여직원들만의 네트워크에서 더 많은 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 없이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없다?
예전에는 네트워크를 엮는 수단으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것이 ‘술’이었다. 한국에서의 거래는 주로 사무실 회의 탁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술집에서 성사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술은 비즈니스를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술 역시 여전히 사람들을 끈끈하게 묶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는 하지만, 술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골프’이다.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시며 네트워크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이제 초록색 잔디가 아름답게 펼쳐진 골프장에서 자기들만의 골프를 즐기며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골프가 새로운 사업수단,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꼭 필요한 매개체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운동이 아니다. 골프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골프를 친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일정 수주 이상이라는 걸 알리는 셈이다. 이울러 골프를 함께 칠 수 있는 네트워크는 고급 네트워크로 대접받는다.
사업하려면 반드시 골프를 쳐야 하는 나라
미국 출장을 간 김에 전에 같은 부서에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근무하고 있는 후배를 만났다. 사실 그 후배를 해외로 보낸 것은 나였다.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해외 근무를 주선했던 터라,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 일부러 바쁜 일정을 쪼개 후배에게 날아갔다. 그 후배는 한국을 떠나면서 미국에 가면 마음껏 골프를 칠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골프가 대중화되어 있고, 경제적 부담도 크지 않으니 골프를 배우고 싶어 했던 후배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다시 만난 후배는 뜻밖에도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역시 호주에서 골프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주변사람들이 골프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꼭 배워 오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골프를 배우지 못했다. 후배처럼 골프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단지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일하느라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거의 없는데, 주말까지 골프를 치면 아이들과 제대로 눈을 맞출 수 있는 시간조차 없다는 거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아이들이 많이 컸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골프를 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나는 여전히 골프를 꼭 쳐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몇 번 필드에 나가 골프를 쳐보기도 했지만, 꼭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골프를 쳐야 인간관계가 돈독해지고 중요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서만 유난스럽게 골프를 터부시한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골프가 비즈니스의 필수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뿐만이 아니다. 월마트의 창시자인 샘 월튼은 조그만 구멍에 공을 넣기 위해 스트레스 받는 것이 싫어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했고, 피앤지 회장 A.G 래플리 역시 낭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골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GE플라스틱의 CEO 샤린 베글리는 같은 여성이라 그런지 골프를 치지 않는 이유가 나와 비슷했다. 2006년 4월 경제지에서 그녀는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골프를 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즉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골프를 치지 않고도 성공한 기업인들은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꼭 칠 필요가 없다는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생각해보면 골프를 쳐야 비즈니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 유난히 골프에 집착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골프를 치지 않고 버티다가 어쩌면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겠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며 그냥 받아들일 작정이다.
왜 등산은 괜찮고 골프는 안 될까?
골프 모임은 걸핏 하면 도마대 위에 오른다. 그러면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항변한다. 왜 모여서 등산가는 사람들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골프 치는 사람들만 공격하느냐는 것이다. 어찌 보면 형평성이 어긋나 보일 수도 있지만 골프와 등산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치고 싶다고 누구든지 쉽게 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등산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또한 산은 은밀하게 모여 무언가를 논의하기에는 적당치 않은 열린 공간이다.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골프와 누구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등산, 태생부터가 다르다. 따라서 이를 동격으로 비교해 골프도 스포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에필로그 : 이제 시작이다, 성공을 향한 당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만큼은 영원히 젊음을 누릴 줄 알았다. 겉모습은 세월을 따라 변해갈지 모르지만 세상을 무서워하지 않고 도전할 줄 아는 젊음은 결코 퇴색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지나간 세월을 기록해줄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어두지 않고 좌충우돌하며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신입사원이 인사를 하며 학번을 말했을 때 그제야 내가 중년에 접어들었고, 더 이상 젊음, 청춘이라는 것이 내 단어가 아님을, 시간이 날개를 달고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잠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이가 들었다는 것에 당황했지만 여전히 내 앞에는 새로운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새로운 도전, 인생은 언제나 끝없는 시작
영업뿐만 아니라 일하는 모든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한 고통을 겪는다. 나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사내 여자 영업사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서로 도우며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성한 것이다. 우리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사진으로 담아 성공을 격려하는 메시지와 함께 넣어준 직원들은 내가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보물이다. 1년 6개월에 걸쳐 준비한 이 책이 프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건강한 로드맵을 제시해주고, 자기의 경력을 설계하면서 꿈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높은 곳으로 비상하고픈 여성들에게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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