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프롤로그 : ‘루비콘 강’을 건너며
야마시타 제과 사장이 건네준 책
나는 한때 유명 제과회사의 중견 간부였다. 내가 하던 일은 과자 신제품을 개발하는 업무였다. 과자 만드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고, 항상 재미있게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책 한권이 내 일에 대한 열정을 식혀버렸고, 결국은 조직을 떠나게 만들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을 갖게 만든 그 책을 내게 전해준 사람은 야마시타 미츠이치라는 일본의 한 작은 제과회사의 사장이었다. 그가 경영하는 회사는 ‘슈크림’이라는, 윈도우베이커리 과자를 생산하는 업체였다. 야마시타 제과가 생산하는 슈크림은 흔히 ‘베이커리의 귀족’으로 통하는 고급과자여서 서울에서도 제법 알려져 있었고, 일본에서의 인기도 대단했다.
1997년 늦봄, 내가 그 회사를 방문했을 때도 무척 바쁜 시기였다. 야마시타 제과는 공급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을 정도로 매출이 상승하고 있어서 나는 덕담삼아 ‘생산시설을 증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야마시타 사장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는 “증설은 무슨, 지금 있는 라인도 뜯어치울까 해요”라고 대답했다. 그의 대답을 의아하게 여긴 나는 ‘무슨 뜻이냐’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자 야마시타 사장은 ‘몸이 안 좋다느니, 제조업을 너무 오래했다느니’하면서 얼버무리는가 싶더니, 나에게 책 한권을 건네고는 ‘급한 일이 생겼다’며 밖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야마시타 사장과 나는 거래관계로 만나게 된 십년지기다. 처음에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마치 자식과도 같이 애지중지하는 공장을 아무 조건 없이 나에게 개방했다. 일본 사람들이 외부인에게 노하우를 공개할 때는 계약에 의해 로열티를 요구하는 게 그들의 상식이다. 그래서 그 기억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 있다. 야마시타 사장은 식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이공계 출신이 아니었다. 와세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직접 슈크림을 개발했다. 그의 일과는 아침에 슈크림을 먹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입’은 원료 차이는 물론이고 생산 공정상의 미세한 실수들을 모두 지적해냈다.
식원성증후군
나 역시 과자를 맛보는 일이 일과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가끔 이상한 불쾌감이 들기 시작하더니 그 불쾌감은 점점 증폭되어 갔다. 무엇보다 피곤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이유 없이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때로는 몽롱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나이를 먹고 있다는 뜻인가? 그러나 당시 내 나이는 아직 30대였다. 나는 우선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 조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처방은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 순간 야마시타 사장과 만났던 일이 생각났다. ‘라인을 뜯어치운다’는 말끝에 건강을 거론하며 책 한권을 주었던 사실도 떠올랐다. 나는 어디엔가 던져놓았던 책을 찾아보았다.
책의 제목은 ‘식원성증후군(食原性症候群)’이었다. 무슨 뜻인지 금방 들어오지 않았을 뿐더러 일단 재미가 없어 보였다. 나는 대략 목차를 훑어보며 ‘그가 왜 이 책을 소개했을까?’를 생각했다. 순간 야마시타의 석연찮은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날, 밤을 새워 책을 읽었다. 일본의 원로 심리학자인, 이와테(岩手) 대학의 오사와 히로시 교수가 오랜 기간 중·고등학생들의 심리상태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청소년들의 교내폭력 문제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한 결과 잘못된 식생활이 비행 청소년을 만드는 주범이라는 것을 밝혀낸 내용이었다. 오사와 교수는 그 연구를 통해 ‘심리영양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 냈다.
그동안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식생활과 연관 지으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또 영양학자들도 식생활이 신체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강조하면서도 정신건강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소홀했다. 그 책은 심리영양에 대한 오사와 교수의 연구내용, 카운슬링과 같은 청소년 선도활동 사례, 학생들의 보고서나 각종 수기 등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었다. 특히 과자와 음료를 비롯한 가공식품이 우리 심신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너무나 생생히 묘사하고 있었다. 오사와 교수의 주장은, 대학에서 식품을 전공했고 식품업계에서 10년이 훨씬 넘게 일하고 있던 나의 상식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렸다.
문 닫은 야마시타 제과
나는 책을 읽고 나서 반은 호기심에서, 반은 사명감에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실천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야마시타 제과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나는 들고 있던 수화기를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했다. 야마시타 제과가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이 제과회사로서는 연중 가장 바쁠 때가 아닌가. 더욱 의아한 점은 야마시타 사장과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사장님이 ‘좀 쉬고 싶다’는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기계를 모두 철거했다는 것이었다.
야마시타 사장은 슈크림을 개발하기 위해 100명도 넘는 과자기술자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런 열정을 바친 회사를 갑자기 폐업하다니 점점 의문이 더해갔다. 야마시타 제과의 소식을 들은 후 1년 동안 야마시타를 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알 수 없는 무력감과 현기증에 시달렸다. 내 생활도 변해 있었다. 술자리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바람 잡던 내가 언제부턴가 가급적 빠지기 위해 노력했고, 그토록 좋아하던 과자를 가능하면 먹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은 나를 서서히 아웃사이더로 만들어갔다. 내 일과는 오로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있었다. 결국 휴가를 내고 나리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에 도착한 다음날, 곧바로 야마시타 제과로 향했다. 예전에는 기계소리 때문에 시끄러웠던 공장이 그날은 절간과 같이 조용했다. 여직원만 혼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나는 그 여직원에게 야마시타 사장의 근황을 물었다. 여직원은 퉁명스러운 태도로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내가 다시 “정말 죄송하지만 그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먼 곳에서 왔으니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안쪽의 문이 하나 열리며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무뚝뚝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 사람 여기 없어요.”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죽었어요.”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야마시타 사장이 지난해 겨울, 고향인 규슈에서 직장암으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가 야마시타의 죽음에 대해 몇 마디 더 들려주는 듯 싶었지만, 다른 이야기는 더 이상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공식품을 끊고 달라진 현상
일본에서 돌아온 얼마 후, 나는 내 결심을 확고히 했다.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그리고 내 생활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미 담배는 끊은 지 오래였고, 우선은 과자를 먹지 않기로 했다. 과자를 끊는다 함은 단맛에 대한 금욕을 뜻한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갈등이 생겼다. 초콜릿, 크림빵, 요구르트, 콜라 등 그동안 익숙해졌던 것들을 보이는 상황에서 끊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마음먹은 김에 그것들을 모조리 치워버렸다. 아내와 아들을 이해시키기란 힘든 일이었지만, 나는 내 능력껏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말로 ‘가공식품의 유해성’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려 애썼다. 아내는 쉽게 받아들였지만, 아직 철부지인 아들은 쉽지 않았다.
나는 본격적으로 식생활을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설탕과 같은 정제당, 쇼트닝과 같은 나쁜 지방, 그리고 수백 종에 달하는 식품 첨가물을 멀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식이요법 훈련에 들어갔다. 수시로 호박으로 만든 음식을 만들어 먹고 나물반찬 등 채식위주로 식단을 바꿨다. 늘 가까이 했던 캔디나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간식을 과일로 대체하여 공복감을 달랬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날 무렵, 내 몸에는 변화가 오고 있었다. 우선 밥맛이 좋아졌다. 그리고 식사를 거르거나 술 마신 다음날 생겨나는 소화불량이 사라졌다. 이젠 맘 놓고 술자리에 참석한다. 뿐만 아니라 숙면을 취하게 되고 머리가 맑아졌으며 피로감이 사라졌다. 눈에 충혈도 없어졌고 이도 시리지 않게 되었다.
가공식품을 먹지 않으면서 우리가족의 생활은 너무나 밝고 건강하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친구, 친지, 이웃들은 여전히 그러한 식품을 먹고 있다. 신체상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내가 오랜 동안 열정을 다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데는 야마시타 사장의 죽음과 그가 준 책이 계기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그 이후 관심을 갖고 읽은 논문들이 영향을 끼쳤다. 그것이 내 몸의 세포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러한 사실들을 가공식품의 홍수 속에 병들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내가 펜을 든 이유다.
제1장 위대한 파괴자들
20세기의 걸작? 라면
1인당 연간 소비량 80여 개, 연간 총 생산량 약 40억 개, 시장규모 1조 2천억 원. 오늘날 우리나라 가공식품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의 성적표다. 가공식품 업계의 판도를 바꾼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라면 산업은 이미 오래전에 라면 종주국인 일본을 크게 앞질렀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라면을 싫어한다는 말인가? 실제로 일본인이 먹는 인스턴트 라면의 양은 한국인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오늘날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라멘’은 인스턴트 라면이 아닌 점을 주목하자. 라면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데 있다. 인공조미료 향료, 색소, 유화제, 안정제, 산화방지제, 점조(粘稠)제 등을 한꺼번에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라면의 치명적인 약점은 인체의 당 대사 메커니즘과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식품을 섭취하면 체내 혈당치가 올라간다. 혈당치가 올라가는 까닭은 식품속의 탄수화물 성분 때문이다. 대체로 같은 소재의 식품은 당지수가 비슷하다. 그런데 같은 소재의 식품이라도 어떤 식품은 혈당치를 빨리 올리고 어떤 식품은 천천히 올린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공방법’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가공방법에 따라 탄수화물의 입자크기와 입자 간격이 달라진다. 찔 때는 가공온도가 낮아 탄수화물의 입자 크기가 커지고 간격이 촘촘해지는 반면, 튀길 때는 온도가 높아 입자크기가 작아지고 간격이 성겨진다. 입자가 크고 간격이 촘촘한 탄수화물은 천천히 소화·흡수되나, 작고 성긴 탄수화물은 빨리 소화·흡수된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찐 것은 당지수가 낮고, 튀긴 것은 당지수가 높아진다.
가공시간과 횟수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오랜 시간, 여러 차례 가공하면 탄수화물 입자가 더 작아지고 더 성겨진다. 당연히 당지수도 더 높아진다. 인스턴트 라면의 제조공정을 보자. 보통 면발 성형 후 먼저 100℃ 이상의 증숙 과정을 거치고 이것은 다시 150℃ 전후의 유탕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것을 소비자가 또 한 번 끓는 물에 삶아 섭취한다.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열처리된 탄수화물은 당연히 입자가 작아지고 성겨지며 소화·흡수가 빠르고 당지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고온의 열처리 공정을 여러 차례 거치는 식품들, 즉 ‘스낵 제품’ 같은 유형의 식품을 ‘정크푸드’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양가는 없으면서, 적은 양으로도 혈당을 상승시키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제왕식품의 뒷모습
과자 단일품목 누적 판매액 1조원을 돌파한 초코파이를 들여다보자. 초코파이는 초콜릿, 파이, 머시멜로 크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제품의 약 3분의 1은 설탕과 정제물엿이다. 또한 겉을 둘러싼 초콜릿은 모조 초콜릿이다. 카카오열매의 핵심물질인 코코아버터는 한 방울도 들어있지 않고 코코아 버터를 짜내고 난 코코아 파우더만 소량 사용된다. 또한 화학처리를 한 유지가 사용된다. 포장지에 표기된 ‘정제가공유지’가 그것이다. 정제가공유는 수소첨가반응의 산물이다. 수소를 첨가시킨 경화유는 트랜스지방산이라는 유해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은 파이에도 들어있다. 파이에는 엄청난 양의 쇼트닝이 사용된다. 여기에 팽창제를 첨가하여 스펀지 조직을 형성한다. 초코파이 가장 안쪽에 있는 머시멜로 크림은 90퍼센트 이상이 설탕과 정제물엿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3분의 1이 물로 되어있는데도 수 개월간 상하지 않는다. 바로 방부제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위대한 제품이 정제당류·트랜스지방산·첨가물이 범벅된 가공식품의 전형(典型)인 것이다.
양의 탈을 쓴 이리, 아이스크림
이제 더 이상 하절기 식품에 그치지 않는 아이스크림은 우는 아이도 그치게 하는 ‘현대판 곶감’이다. 아이스크림 한 브랜드가 연평균 1억 개의 매출을 올리면서 지칠 줄 모르는 ‘흡인력’을 실감하게 한다. 아이스크림의 주원료는 당류와 지방, 그리고 물이다. 원료의 좋고 나쁨을 생각하기 전에 일단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오른다. 물과 기름을 어떻게 섞을까. 해답은 바로 첨가물이다. 아이스크림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유화제(계면활성제)가 사용된다. 이 첨가물에는 천연물질도 있지만 아이스크림의 경우 대부분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유화제는 발암물질을 비롯한 각종 유해성분을 체액에 잘 섞이도록 돕는다. 체액에 고루 섞인 유해물질들은 한결 쉽게 흡수되어 세포로 이동한다. 또한 정제당과 나쁜 지방을 동시에 섭취함으로써 ‘유해성의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간단히 말해, 당과 지방을 함께 섭취하면 ‘대사기능 악화’와 ‘콜레스테롤 상승’ 기작이 더욱 촉발된다. 아이스크림이 유제품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몸에 좋은 식품이라는 인식이 만연되어 있지만 그것은 ’양의 탈을 쓴 이리‘에 비견되어 마땅하다.
‘가공’, 그 허울 좋은 너울, 육가공품
가공(加工:processing)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원료나 재료에 손을 더 대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식품위생법에서는 사뭇 난해하게 설명되어 있다. 식품공전을 보면, ‘식품원료의 변형’ 혹은 ‘식품첨가물 사용’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결국 ‘식품을 가공한다’는 말은 첨가물을 사용하여 식품소재를 변형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즈에는 자연 치즈와 가공 치즈가 있다. 자연 치즈는 우유가 응유효소에 의해 응고된 것 자체를 말한다. 반면 인공치즈는 공정 과정에 유화제나 조미료, 향료, 색소 그리고 보존료를 넣은 것을 말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치즈는 대부분 가공 치즈이다.
얼마 전, 햄과 소시지에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이 발암물질이라고 보도된 적이 있다. 햄과 소시지는 물론이고 베이컨 등 육가공품에는 거의 빠짐없이 아질산나트륨이 사용된다. 이 첨가물은 육가공품을 만드는데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한다. 선홍색을 발산시켜 먹음직스럽게 하고, 맛을 부드럽게 하며, 미생물 번식을 억제한다. 아질산나트륨은 발암물질이기 이전에 독극물이다. 사람의 경우, 섭취량 1.18 ~2.5그램의 범위에서 사망할 수 있다. 청산가리의 치사량이 0.15그램인 점과 비교하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가공유, 노란우유
가공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나나 우유로, 연간 판매 1,000억 원 고지를 점령했다. 이 가공유의 뚜껑을 보면 아주 작은 글씨로 액상과당, 백설탕, 치자황색소, 바나나향이라는 표기가 눈에 띈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 바나나 우유에도 바나나는 없다. 그렇다면 그 깊숙한 바나나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향료가 그 해답이다. 향료는 수 백 가지의 화학물질로 이뤄지며 뇌 활동을 왜곡하는 물질, 호르몬 교란물질, 알레르기 유발물질들이 들어있다. 또한 치자황색소가 천연색소임에는 틀림없으나, 치자는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다. 치자황색소를 실험쥐에게 경구 투여한 경우, 설사 증상이 생기고 간장에서 출혈현상이 관측됐다는 보고가 있다.
가공유의 유해심각성은 초코우유, 커피우유, 딸기우유도 마찬가지다. 초코우유와 커피우유에는 실제로 코코아분말이나 커피분말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향으로만 맛을 내는 과일 맛 우유와는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침전 문제다. 초코우유에는 ‘카라기나이’라는 물질이 첨가되는데 이것은 우유의 점성을 높여줌으로써 고형분의 침전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발암물질로 분류되며 독성물질이라는 훈장이 붙어있다.
액체사탕, 청량음료
가공식품이 안고 있는 문제의 백미는 역시 청량음료에 있다. 예를 들어 콜라의 경우 액상과당, 탄산가스, 캐러멜 색소, 인산, 향료, 이 다섯 가지 원료로 만들어진다. 모두 분자교정의학자들의 사전에 블랙리스트로 올라가 있는 것들이다. 콜라가 비만의 주범이며, 골 조직을 해친다는 사실, 카페인 음료라는 사실 등은 이미 진부한 이야기다. 콜라에 첨가된 인산 성분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행동독리학상의 물질이다. 캐러멜 색소 또한 천연색소로 분류되어 있지만, 제조과정에서 화학처리 공정이 수반되며 유전자에 손상을 가하는 물질이다.
콜라의 유해성이 두려워 사이다를 대신 선택하는 것은 호랑이를 피해 늑대 굴로 들어서는 격이다. 사이다 역시 유해성은 비슷하다. 그 외, 탄산음료도 아니고 과즙음료도 아닌 야릇한 음료가 등장하여 젊은이들에게 생수처럼 애음되는 것들이 있다. 이 음료의 표기에는 과즙 5%라는 표기가 크게 확대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음료에 첨가하는 과즙은 과일에서 착즙한 생 과즙이 아니다.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가열·농축한 과즙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 영양분이 거의 파괴되는 것이다.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드링크에는 청량음료보다 더 많은 정제당이 들어있다. 또한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으며 안식향산나트륨이라는 방부제가 들어있다.
이제까지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한 가공식품들 속에 어떤 유해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 포화지방산과 같은 나쁜 지방, 첨가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폐해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세 종류의 혐오물질들이 왜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이 물질들이 인체 내에서 어떤 궤적을 그리며 건강을 침해하는지 살펴보자.
제2장 백색 결정의 공포
설탕, 칼로리 덩어리
우리가 오랜 기간 먹어왔고 사탕수수나 사탕무 같은 자연소재에서 분리한 천연당류인 설탕이 왜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을까. 설탕은 자연 소재 당류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역한 식품이다. 우선 설탕 속에는 섬유질이 없다. 만일 우리가 설탕의 원료 작물인 사탕수수를 그대로 먹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속에는 섬유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그대로 씹어 먹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섬유질까지 섭취한다. 그러나 즙을 낸 주스는 섬유질이 거의 걸러져 있다. 섬유질이 들어 있는 식품을 섭취한 경우, 당 성분 흡수 속도를 늦춰, 췌장으로부터의 인슐린 분비 속도와 잘 조화되도록 한다.
설탕 속에는 영양분이 없다는 것도 결함의 한 요소이다. 설탕은 보통 3단계 과정을 통해 사탕수수로부터 분리된다. 먼저 사탕수수 줄기에서 즙액을 짜내어 걸쭉한 형태의 원당을 만들어내는 1단계 공정과 원당을 정제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는 2단계 공정, 그리고 정제원당에서 설탕을 분리시키는 3단계 공정으로 이루어진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1단계 공정에서는 석회를 가하여 중화시킨 후 가열·농축하고, 2단계 공정에서는 각종 흡착제와 이온교환 수지 등을 이용하여 불순물을 제거한다. 그리고 3단계 공정에서는 가열·농축 작업을 통해 설탕만을 빼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복잡한 공정을 거쳐 얻는 설탕은 거의 순수하다. 설탕이 순수하다는 것은 각종 영양성분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영양성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설탕대사에 있다. 설탕의 인체 대사에는 치명적인 문제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타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네랄을 소모’시킨다는 점이다. 당 분자는 체내 각 세포에서 피루브산(pyruvic acid)이라는 중간물질을 거쳐 에너지화 된다. 이 반응에는 반드시 비타민B가 수반되어야 한다. 만일 비타민B가 충분하지 못할 때는 젖산이 만들어진다. 설탕을 구성하는 포도당과 과당이 산성인데 대사 과정에서조차 젖산과 같은 산성 물질이 생성되면 우리 몸이 산성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몸은 중성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산성을 중화시키고자 하는 강력한 반응이 나타난다. 이때 필요한 중화제는 당연히 알카리성 물질이다. 이것이 바로 미네랄이다. 인체 내에 미네랄은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칼슘이다. 칼슘은 뼈를 비롯하여 혈액 그리고 몸 전체의 조직에 두루 분포되어 있다. 이 칼슘이 우리 몸의 중성화를 위해 신체 조직의 곳곳에서 동원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칼슘 결핍 현상을 나타내며, 나아가 골세포나 혈관세포 등의 부실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이 설탕은 영양소도 없으면서 힘들게 저축해 놓은 비타민과 미네랄만 축내는 ‘천더기’인 것이다.
저혈당증
저혈당(低血糖)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슐린을 살펴보아야 한다. 인슐린은 ‘치료제’가 아니다. 단지 당뇨증세를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 병 자체를 치료해 주지는 못한다. 인슐린은 오늘날 대량 생산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인체 내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다. 이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는 췌장이다. 인슐린은 에너지를 만드는 당(糖)대사에 직접 관여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음식물과 함께 소화·흡수되어 혈액으로 들어온 당 성분, 즉 혈당을 세포들이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당(糖)에는 가장 간단한 형태인 포도당, 과당 등이 있고, 이들이 서로 결합하여 크기가 커진 것으로 설탕, 올리고당 등이 있다. 이들 당류보다 더 커지면 덱스트린이나 전분과 같은 물질이 되는데, 우리는 이것들을 통칭해서 ‘탄수화물’이라고 부른다. 음식물 속의 당 성분은 체내에서 포도당과 같은 가장 간단한 당으로 분해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은 곧바로 흡수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혈당’이다. 혈당의 양이 늘어나면 혈당치가 올라가고, 뇌는 즉각 췌장에 지령을 보내 인슐린을 분비하게 한다. 그러면 인슐린은 혈액 속으로 들어가서 혈당을 신체의 각 세포로 운반시킨다. 운반된 당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쓰고 남은 당은 추후에 쓸 수 있도록 저장된다.
저혈당증이란, 말 그대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질병을 말한다. 혈당의 양이 낮으면,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이는 몸의 세포뿐만 아니라 뇌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정신건강에도 장애를 일으킨다. 뇌세포는 포도당 이외의 당은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뇌는 포도당을 에너지화 하는 과정에서 인슐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슐린은 오히려 뇌의 포도당 대사를 방해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설탕이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체내에서 당이 빠른 속도로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린다. 이에 당황한 인슐린은 급히 회복시키려다 보니 혈당을 정상치보다 낮게 떨어뜨리게 된다. 혈당이 떨어지면 당을 섭취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다시 당을 섭취하게 되면 갑자기 늘어난 인슐린은 포도당을 뇌로 보내지 않고 심장이나 폐, 지방세포 등으로 보내버린다. 이렇게 포도당 기근을 겪게 되면서 뇌는 무력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당대사의 소동이 계속되면 결국 ‘혈당관리시스템’에 혼선이 빚어진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제때 분비되지 않는 일이 생기고, 인슐린 양도 불균일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 결과는 혈당치를 큰 폭으로 올렸다가 다시 큰 폭으로 낮추는 기현상을 연출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세포 표면의 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슐린 수용체가 문을 닫아버린다는 점이다. 세포가 혈당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혈당이 갇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슐린저항(insulin resistansce)이다.
인슐린저항 상태에서 갈 곳을 잃은 당은 엉뚱한 곳으로 운반되어 쌓인다. 그곳은 바로 지방세포다. 이 결과가 외적으로는 비만으로 나타나지만, 체내에서는 근육이나, 신경조직, 장기 등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설탕식품 탐닉은 저혈당을 부르고 나아가 인슐린저항을 야기하는 가장 일반적인 메커니즘이다.
제3장 최대의 스캔들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
지방산은 길게 연결되어 있는 탄소(C)사슬에 수소(H)들이 붙어 있는 구조를 취한다. 이 구조의 오른쪽 끝에 산소가 붙어있고 그 모습이 산(酸)에서 발견되는 형태와 동일하다는 이유로 ‘지방산’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은 무엇일까? 단적으로 포화지방산은 우리 몸에 해롭고 불포화지방산은 우리 몸에 이롭다고 할 수 있다. 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기름은 상온에서 고체유의 형태이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기름은 액상유의 형태이다. 포화지방산은 탄소사슬이 단일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촘촘하다. 즉 수소가 추가로 들어갈 여지가 없다. 반면 불포화지방산은 탄소 사슬에 하나 이상의 이중결합이 있어 수소가 추가로 들어갈 자리가 있는 성긴 구조를 가진다.
다시 말해서 수소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포화지방산은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나, 성긴 구조를 가진 불포화 지방산은 언제든 다른 물질이 결합할 수 있다. 즉 화학반응이 일어나서 쉽게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문제가 제유산업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제유업자들은 ‘쇼트닝’과 ‘마가린’을 탄생시킨다. 반고체형상의 쇼트닝은 쉽게 변질되지 않고 엎질러질 우려가 없어 여러 가지로 유리했다. 마가린 또한 아무리 빛과 공기에 노출시켜도 변질은커녕 곰팡이 하나 피지 않았다.
포화지방산을 만드는 공정은 불포화지방산의 빈자리에 강제로 수소를 붙여주는 화학반응을 수반한다. 고온·고압의 공정 하에 니켈이나 알루미늄 또는 동과 같은 중금속을 촉매로 쓰게 된다. 여기에 수소가스를 불어넣는다. 이름 하여 ‘수소첨가반응’이다. 식품에 금속촉매를 넣고 수소가스를 넣는 공정은 벌써 거부감을 주거니와 아무리 정제를 잘했다 하더라도 불순물의 잔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중금속은 체내에서 쉽게 배설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미량의 불순물보다 더 큰 문제의 정점에는 트랜스지방산이 자리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의 공포
지방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과학자들은 인체의 뇌를 구성하는 성분의 60퍼센트가 지방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또 몸의 세포막과 신경자극전달물질, 각종 효소 등도 상당 부분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몸에 이로운 지방인 반면 이 지방의 활동을 방해하는 지방도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것이 바로 트랜스지방산이다. 그렇다면 트랜스지방산은 어떻게 생성될까.
먼저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식물성 식용유지의 제조공정을 알아보자. 예전에는 식물을 큰 압착기에 눌러서 짜낸 식용유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착유장치는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먼저 원료종자를 펄프 형태로 분쇄하여 탱크에 넣고, 헥산(hexan)과 같은 용제를 이용하여 기름 성분을 추출한다. 추출이 끝나면 혼합 용제를 분리하기 위해 여과하고, 남은 불순물 제거를 위해 인산염을 넣은 후 가성소다로 중화시킨다. 여기에 물을 부어 세척하고 표백제를 넣은 후 재차 여과한다. 마지막으로 230℃ 이상의 고온에서 탈취작업을 행한다. 일부 특수한 기름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이와 같은 공정을 따른다.
이러한 공정을 거치는 정제유가 유해한 물질로 오염될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탈색과 여과 공정에서도 각종 영양성분과 천연 항산화제들이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마지막의 고온 탈취공정에서 생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트랜스 지방산’의 생성이다. 트랜스(trans)라는 말은 두 사물의 위치가 서로 엇갈려 있는 상태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인 사람을 가리켜 ‘트랜스젠더’라고 하듯 트랜스지방산은 지방산의 탄소사슬이 고온에서 가열된다든가 어떤 반응으로 인해 수소의 위치가 엇갈리는 것을 말한다.
트랜스지방산의 유해성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될 수 있다. 우선 하나는 필수지방산의 활동을 저해하고 오메가-3지방산의 결핍을 초래한다는 문제다. 세포 내에서 산소의 결핍을 초래하고 우리 몸에 유용한 오메가-3지방산이나 오메가-6지방산과 같은 필수지방산을 소진시키고, 노폐물을 축적시키는 것이다. 다른 지방산들은 인체가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오메가-3 와 오메가-6지방산은 반드시 외부로부터 조달돼야 한다. 그래서 두 지방산을 일컬어 필수지방산이라 한다. 아무리 필수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다 해도 트랜스지방산의 영향권에 있는 필수지방산은 여전히 결핍될 수밖에 없다.
트랜스지방산의 또 다른 문제는 뇌를 비롯한 몸 전체의 세포막과 호르몬, 효소 등 각종 생체기능조절물질의 구조를 왜곡시킨다는 문제다. 필수지방산은 세포막의 중요 구성 성분이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세포막을 통해 영양분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노폐물을 배출하기도 한다. 즉 필요한 물질은 받아들이되 유해한 병원균은 차단한다. 그런데 우리 몸은 트랜스지방산과 필수지방산을 구별하지 못한다. 트랜스지방산이 혼입되면 세포막의 ‘선택적 투과’ 기능이 약화되어 혼선이 초래된다. 즉 유익한 물질은 내보내고 병원균을 받아들이는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감기가 유행해도 모든 사람이 감기에 걸리지는 않는다. 우리 몸의 표면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병원성 미생물이 존재한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이들 병원균이 쉽게 세포내로 침입하지 못한다. 세포막에 의해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포막이 ‘불량자재’를 사용하면 면역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해지는 것이다. 가장 고질적인 불량자재가 바로 트랜스 지방산이다. 뇌세포의 왕성한 활동은 평소 엄청난 양의 노폐물과 유해물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부실공사로 축조된 세포막은 이 물질들을 제대로 배출시키지 못한다. 그 결과는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나타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유독 튀김식품을 즐겨먹는다. 돈까스, 탕수육, 프라이드치킨 등, 찜보다는 기름에 튀긴 식품을 훨씬 선호한다. 사실 튀긴 것이 더 맛이 좋다. 그렇다면 건강을 해치지 않고 맛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제유업계에서 친(親) 건강유지를 만들어야 한다. 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마인유와 같이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한 식물성 기름을 저온압착식으로 착유, 공기와 광선이 접촉하지 않도록 특수 포장하여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소비자다.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을 구별하는 혜안을 갖출 때, 제유업계에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제4장 식품 케미컬
야누스의 두 얼굴
오늘날 소비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식품을 구입하는가? 무엇보다도 우선되는 것은 바로 ‘맛’이다. 오늘날 음식물 비용의 90퍼센트 이상을 가공식품 구입에 사용하는 문명국의 소비자는 수많은 식품 브랜드들을 잘 기억한다. 또 그 제품을 만드는 식품회사에 대해서도 잘 안다. 그러나 자신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맛’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모른다. 특히 그것이 다른 회사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맛을 만드는 향료업체들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따라서 향료에 사용되는 원료들을 일일이 확인 감독하는 일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신제품개발 담당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완제품의 최종 수분함량이다. 수분함량은 맛과 식감 등의 물리적 특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수분함량을 주목하는 더 큰 이유는 정작 다른 데에 있다. 그것은 바로 ‘보존성’이다. 대량생산이 경쟁력의 원천인 가공식품은 유통과정 중의 변질 문제가 아킬레스건이다. 보존료를 쓰지 않고 제품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수포장을 채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원가상승’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하지만 보존료를 쓸 경우에는 이를 제품에 표기해야 하고 이는 소비자의 손에 선택될 기회를 반감시키게 된다.
그래서 제조업자들은 교묘한 방법을 생각해낸다. 원가를 절감하고 수분함량을 유지하고 보존성을 향상하되 보존료 함량을 표기하지 않기 위해서 ‘배합원료리스트’라는 편법을 쓰게 된 것이다. 이것은 제품 속에는 보존료 성분이 들어 있지만 그에 대한 표기는 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기막힌 방법이다. 예를 들어 과자에 가공 치즈를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 과자 포장지의 표기에는 단지 ‘가공치즈’라는 명칭만 기재된다. 가공 치즈는 각종 첨가물의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지만 어떤 기피 성분이 들어있는지 소비자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식품첨가물의 유해성
식품첨가물산업은 음지에서 태어난 업종이다. 이 불가사의한 산업은 가공식품의 판매증가로 그 생산량도 계속 증가한다. 물론 소비자들의 섭취량도 꾸준히 늘어난다. 식품첨가물에는 화학첨가물과 천연첨가물이 있다. 화학첨가물은 화학적인 합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천연첨가물은 천연소재에서 추출하여 만든다. 일반적으로 천연소재를 이용하여 만든 천연첨가물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연소재에서 성분을 추출할 때 사용하는 용제나 추출과정의 화학반응 등으로 인해 의외로 해로운 물질들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백 종에 달하는 식품첨가물이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식품산업에서 첨가물 사용은 과연 불가피한 것일까. 식품업자들은 그들이 향료를 쓰는 목적은 식품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인공조미료도 같은 목적이다. 식품의 먹음직스런 색상과 외관은 합성색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스킷이나 빵을 입에 넣었을 때의 부드러운 감촉, 그것은 팽창제라는 화학물질 때문에 가능해진다. 게다가 유통기간을 늘려주기 위해 보존료를 쓰고, 생산과정에서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것을 막고 공장에서 제품이 기계에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화제를 쓴다. 그러면 꼭 이들 화학물질을 써야만 하는가. 물론 ‘아니오’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바 있는 미국의 천재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유해 케미컬은 분자 한 개라도 인체 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식품 케미컬은 행동독리(行動毒理)현상을 유발한다’고 덧붙인다. 행동독리현상이란 어느 특정 물질에 의해 뇌 기능이 저해됨으로써 비정상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박사는 첨가물을 비롯한 화학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도록 고안한 식사법을 개발하여 많은 과잉행동 아동을 치료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이른바 ‘페인골드 식단(Feingold Diet)이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약 3만 종의 합성물질 가운데, 식품에 직·간접적으로 첨가되고 있는 성분은 3천800종이 넘는다. 식품첨가물 허가 절차는 의약품에 비해 터무니없이 허술하다. 우선 허가를 하고 나서, 사용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견되면 그때 빼낸다는 식이다. 얼마 전 한 약사가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이 오늘의 잘못된 현실을 크게 질타하고 있다. “오늘날 병·의원의 시럽제나 액제 등 소위 ‘물약’ 처방이 연간 천 수백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약에는 여러 목적으로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간다. 그것은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수만큼이나 종류가 많다. 따라서 물약을 애용하는 어린아이들은 상당량의 색소와 향료, 보존제, 안정제, 유화제 등을 먹을 수밖에 없다.” 약사의 경고처럼 식품첨가물 문제는 약사들 사이에서도 걱정거리로 회자되는 시대가 되었다.
시어머니가 끓인 찌개는 며느리가 끓인 것보다 더 맛있다. 며느리는 양념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여 나물을 무치지만 시어머니의 손맛을 흉내낼 수 없다. 훌륭한 요리사일수록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첨가물 사용은 전형적인 ‘생산자 마인드’에 달려있다. 식품업체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소비자의 건강은 무시하고 있다. 화학물질 범벅인 식품들이 더 이상 발붙이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식품 아닌 식품들이 계속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소비자가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제5장 자연의 대 역습
현대판 영양실조
인간의 혀는 신체 기관 중에서 가장 사려 깊지 못하다. 이 무책임한 혀가 선정한 성분을 ‘과학’이 양산한 것, 그것이 바로 정제당과 정제유지다. 정제식품은 이 두 가지만 지칭하지 않는다. 오늘날 문명국 소비자들이 취식하고 있는 거의 모든 먹거리에서 그 모습이 발견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현미를 깎아 만든 ‘백미’와 통밀을 깎아 만든 ‘흰 밀가루’다. 곡류는 영양분이 겉 부위에 있다. 우리는 영양분의 보고(寶庫)는 깎아내고 탄수화물 덩어리만 섭취한다. 정제식품에는 한결같이 자연이 제공하는 귀중한 영양성분이 배제되어 있다.
자연의 산물은 그 미량 성분들을 늘 그 소재 속에 공존시킨다. 정제식품을 먹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행위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현대판 영양실조’다. 오늘날과 같은 먹거리 홍수 시대에 영양실조라니,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인체의 생명활동에 100가지의 영양분이 필요하다고 치자. 즉, 100종류의 영양분이 각각 고리로 연결되어 건강이라는 사슬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중 허약한 고리가 1개라도 끼여 있다면 다른 99개의 고리가 튼튼하다고 해도 허약한 고리 1개로 인해 사슬은 결국 끊어지고 말 것이다.
자연의 불가사의
가공식품이 안고 있는 영양상의 문제는 원료 대부분이 정제되었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런 이유로 20세기 중반 이후 가공식품 회사들은 분자교정의학자들의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이에 가공식품 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계속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비타민C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식물에서 직접 채취한 비타민이 있고, 인공적으로 합성한 비타민이 있다. 비타민C의 주성분은 아스코르빈산이다. 물론 두 제품의 경우 그 함량이 동일하다. 이때 물론 인공적으로 만든 제품이 더 저렴할 것이다.
비타민이나 미네랄과 같은 미량 영양소가 체내에서 흡수되고 운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비타민 C에는 이러한 영양분이 들어있지 않다. 그렇다면 그것을 추가로 첨가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생체 대사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임산부들이 철분 강화제를 섭취한다고 하자. 그런데 철분은 아연의 흡수를 방해하여 아연 결핍증을 유발시킨다. 그렇다고 아연 강화제를 먹으면 이번에는 구리의 흡수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천연식품을 통해 이와 같은 미네랄을 섭취하면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인 식단의 아킬레스건인 인공조미료의 주성분인 글루타민산나트륨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호르몬을 교란시키며 암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이 성분을 자연계에 존재하는 상태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왜 그럴까?
야채를 비롯한 식물성 먹거리 속에는 빼놓을 수 없는 성분이 있다. 다름 아닌 섬유질이다. 섬유질은 인체가 소화시키지 못하는 물질이다. 소화할 수 없다면 전혀 무익한 것 아닌가.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불필요한 물질을 넣지 않는다. 섬유질은 소화기관 내에서 불필요한 물질들을 흡인한다. 지구보다 수백 배나 더 큰 목성이 수시로 날아드는 우주공간의 운석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지구를 보호하는 것처럼 섬유질은 해로운 물질들을 흡수하여 체외로 배출시킨다.
자연의 섭리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금치나 죽순과 같은 야채는 칼슘의 공급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식품소재다. 이들 야채에는 칼슘과 함께 옥살산이 들어있다. 그런데 옥살산(oxalic acid)은 체내에서 칼슘을 불용성 염으로 만들어 흡수를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옥살산은 무조건 배척돼야 할 성분일까. 어떤 미네랄도 체내에서 과다 흡수될 경우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칼슘이 유독 풍부한 시금치나 죽순과 같은 야채에 옥살산을 공존시킴으로써 과다흡수를 차단시키는 것이다. 현미와 같은 알곡의 씨눈에는 철분이 풍부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피트산(phytic acid)이 함께 들어 있다. 이 역시 철분의 과다 흡수 문제를 미리 막기 위한 포석이다. 얼마나 세심한 자연의 배려인가!
해결사는 소비자일 수밖에
세계적인 암 전문가인 미국건강재단 총재 어니스트 와인더(Ernest Winder)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암의 90퍼센트는 음식물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체내에 혼입되는 화학물질에 의해 발병한다. 요컨대 모든 문제는 정제당과 나쁜 지방, 식품첨가물로 귀결된다. 그것이 바로 가공식품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우리의 생활양식은 가공·정제식품의 각종 유해성 첨가물로 인해 몸과 정신을 죽여가는 것이었다. 인공조미료나 합성색소 등의 유해물질 문제, 나아가 가공식품에 드리워진 갖가지 유해성의 원인은 우리의 건강에 재앙을 부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절반이 넘는 국민이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이들 세 질환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 이 병들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지구촌에서 그리 흔한 질병이 아니었다. 이 질환들의 공통점은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질병들을 극복하는 길은 오로지 섭생을 통한 예방만이 능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단 걸리고 나면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다. 민주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듯 식품시장의 주인은 소비자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식품회사는 소비자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소비자는 ‘왕’이다. 그러나 왕 대접을 받으려면 책임이 따른다. 임금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나라가 망하듯, 소비자가 제품상식에 무관심하면 시장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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