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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도서요약/재테크도서

남자, 마흔 이후

by 홍승환 2007. 4. 19.

 

남자, 마흔 이후

 

 

1.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빛 바랜 가족 앨범을 들추다

아버지의 얼굴이 담긴 흑백사진을 본다. 중절모를 쓴 아버지의 모습은 멋있었다.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오신 아버지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가난과 힘겨운 생활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그토록 어렵던 시절이었을지언정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그 시대만의 운치가 사진에 배어 있었다. 아버지 시대의 풍요는 비록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겼고, 멋들어진 풍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가? 삶의 고즈넉함이나 여유로운 일상 따위는 경제적 문제와 결부되면서 무능력한 자의 푸념으로 전락해버렸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보다 치열한 경쟁이 우리 삶의 중심에 서있다.

 

사람을 그리워하기 시작하면서 몸이 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몸이 먼저 나의 심적 상태를 대변해 주는 건지도 모른다. 마흔 넘은 지금 내 몸에서는 가을 냄새가 난다. 타나 남은 낙엽 냄새인지, 눈 메운 냉가리인지. 어떤 땐 진한 스킨로션 같은 냄새가 난다. 어쩌면 썩은 포도에서 풍기는 익다만 포도주 냄새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강한 사내의 냄새는 풍기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이 중화되어 지금의 내가 되었다. 어느 날 아내의 벗은 몸을 보다가 그녀의 20대 적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다. 목덜미였다. 귀밑머리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곳, 사랑했으므로 결혼을 통해 평생 연애하겠다고 다짐하고 결혼한 여자다. 아내도 나도 나이가 들어 인생의 단풍이 저 멀리서부터 들기 시작한다.

 

벌써 가을이 오는 거다. 나는 전혀 준비가 안 되었는데. 노년에는 저 멀리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흔들의자에 앉아 아이들 얘기며 사는 얘기, 그리고 동네 건달들 얘기와 신문에서 본 미담을 함께 나누며 늙어갈 수 있다면, 만약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나는 황금 은행잎이 깔린 카펫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이 든다는 것이 쇠함이 아닌, 티백처럼 계속 우러나는 차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될 수 있다면,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모두 얻는 것이리라. 오늘도 이 같은 노년의 연애를 나는 꿈꾼다.

 

 

대학 순방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어느 유명 스님의 말씀이 인상적이다. 퇴직을 하고 나면, 처음엔 하버드 대학에 다니는 것보다 더 바쁘단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했던 일가친지며, 고향이며, 두루 돌아다니는 데 6개월 동안은 정신 없단다. 그 다음으론 국철대학을 다니게 된단다.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전철이나 철도를 타고 오늘 하루 어디 가서 보낼까, 시간 보내기용 일과를 시작한다. 그마저 시들해지고 몸이라도 불편해지면, 그 다음엔 동네 경로대학을 다니게 된단다. 하루종일 장기 훈수와 막걸리에 취해 그렇게 보내다 보면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고 시들해져서 결국 방콕대학에 편입학을 해, 방에만 콕 틀어박히게 된단다.

 

라디오를 듣는 내내 웃음이 나왔지만, 준비 없는 은퇴나 퇴직이 어떤 생활을 불러올지 생각해 보고는 덜컥 겁이 났다. 가장 활동적인 사회생활 시기는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연습기다. 그때가 닥쳐서 스님의 비유처럼 여러 대학을 전전하다 보면,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웬수가 된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보람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 친구는 황토연구가가 되겠다고 흙 좋다는 경기 인근의 땅을 뒤집고 다닌다. 그걸로 나중에 황토침대니, 황토개량한복이니 그런 걸 만들어보겠다는데, 앞으로의 결과를 떠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런 일에 푹 빠지기 전에는 주말 내내 담배와 소주, 그리고 TV에 빠져 살았지만 밖으로 나가 있으니 식구들인들 오죽 좋아하겠는가? 준비하는 노년은 젊어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노인학 전문가들은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누구나 맞이하는 종착역이다.라고 말한다. 내가 몰두해 온 것도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삶을 꾸려갈까 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닥칠 불행한 사태는 차치하고라도, 자연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살게 된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 같은 고민이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게 만든다. 내 인생을 달리는 열차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지금 어느 역을 지나고 있는 것인가, 어느 역에서 멈춰 서 버리게 될까, 더 간다면 앞으로 어느 역을 통과하게 될 것인가? 이 점이 늘 궁금하다. 스스로 나를 돌아보며 평가한 게 있는데, 그건 내가 보편적인 직장인이기 때문에 내 삶이 보편타당할 거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나는 무작위 대중 속에 있다. 63빌딩에서 돌을 던졌을 때 그 돌을 맞을 사람은 아마 나 같은 사람일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편도 완행열차를 타고 역마다 지나며 살아가는 인생이다. 가끔 간이역쯤 되는 곳에서 들것에 실려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다시 열차에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언제 내릴지 모르는 일말의 불안감을 많이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열차가 더디거나, 덜커덩 거려도 불만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내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들의 말을 빌려 우리 시대 중년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것 아닌가.

 

 

액티브 시니어

무슨 일이건 팔을 걷어붙이고서 적극적으로 덤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될 일도 소심하게 임해 그르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인 취향은 그렇다 치고,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해야 할 시기에 정신적인 면으로나, 생활 면에서 성장을 멈춘 사람들이 있다. 인생을 적어도 몇 십 년 살아왔다면 수령 40~50년 된 나무처럼 뙤약볕의 하늘을 가려줄 도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나이 들수록 반듯한 자기 모양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정서적으로는 보수, 안정을 희구하나 그건 바람일 뿐 현실은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흔한 얘기로 우리 세대는 젊은 노년을 살아가야 할 운명에 놓여 있다. 젊음은 이전 세대와 비슷했으나, 늙어 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은퇴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지금보다 더 활동적인 노년이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하면 얼마나 수긍할까? 내 연령 전후로 나를 먹여 살릴 세대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 향후 30년을 준비하고, 무한 변화의 시대에 적응해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베이비 붐 세대로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다가 무덤까지 함께 경쟁하고 협력도 하면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또, 같은 세대 간 유연하면서도 우호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펄쩍 펄쩍 뛰어야만 산 걸로 대접받는 게 당연하다. 뒷방 늙은이? 그런 건 거들떠도 보지 말라. 활동성이 요구되는 만큼 고립되고 소외감을 느끼며 소멸해 간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각오와 모습을 갖춰야 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 앞에 다가온 노년은 소멸과 낡음으로 방치되는 삶과, 청장년이 재생되는 두 가지 모습으로 다가온다. 후자의 삶을 살아갈 사람들을 부르기에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층이라는 말처럼 딱 떨어지는 표현이 없다. 이 표현은 젊은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며, 삶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고령층을 이르는 말이다. 세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자기 삶의 방식을 끝까지 추구하고 구현하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노년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삶에 능동적인 자세를 보이는 사람들이다.

 

중년 이후의 삶을 멋지게 물들여갈, 즉 인생 승자가 되는 열쇠는 정서적·정신적 영역에서 발견된다. 노년을 준비하는 노테크 목록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이 이것이다. 경제적 안정은 물론, 한 개인으로서 삶을 완성해 나가는 시기를 맞이한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이런 성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완성시킬 책임이 있다. 개인적으로 성품을 연마하는 것은 자기 인격의 완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지극히 아름답다.

 

우리의 내면적 노력은 중년 이후에 나타난다. 물렁한 회반죽처럼 덜 굳어 있던 얼굴 표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뚜렷이 자신의 모습을 남긴다. 내가 완전히 늙었을 때의 얼굴 표정은 어떨까? 항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일까, 아니면 깊은 시름에 잠긴 얼굴상일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의식적으로도 웃는 연습을 해본다. 지금의 얼굴이 굳어지기 전에 좀더 온화하고, 선한 얼굴 모양을 주조해 내고 싶은 것이다.

 

 

 

2. 앞으로 30년, 어떻게 살 것인가

 

네 가지 유형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은퇴 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제적·정서적 상태를 조사해 보니 크게 생계형, 자립형, 퇴화형, 진화형으로 나뉘었다. 경제적 면을 고려했을 때에는 생계형과 자립형으로 나뉜다. 우선 생계형의 경우,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경제활동을 계속 해야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 구청 등에서 최저 생계비 보조를 받는 사람들이나, 자녀에게 의탁해야만 하는 노년 모두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이 부류의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다.

 

자녀를 잘 키웠든 아니든, 그와 무관하게 노후 자체를 자녀에게 올인하는 가치관을 갖고 산 셈이다. 이들의 가치관은 당연히 시대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시대와 삶의 여건이 바뀌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할 때 흔히 나타나는, 즉 쇠퇴하는 세대 의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오늘날 현명한 노년 준비생들은 40~50대 계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노후 대책은 앞 세대와 의식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생계형 노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앞 세대를 통해 학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자립형 노년. 벌어놓은 돈은 있고, 결혼한 자녀들의 눈치볼 이유도 없으며 자녀들이 아쉬워 찾아오는 유형이 여기에 속한다. 재산이 있으면 효도하지 말라고 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이들은 말한다. 재산이 있다 보니 골고루 나눠주는 것으로도 골머리를 썩는 그야 말로 팔자 좋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다. 죽기 직전까지는 재산을 꽉 움켜쥐고 있다가 죽을 때에라야 놓아주겠다는 게 이들 유형의 공통점이다.

 

노년에 임하는 자세, 정신, 의지 등 태도와 관련해서는 퇴화형과 진화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가지 구분은 자신의 치열한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내는가가 기준이 된다. 그만큼 자기 삶에 주도적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퇴화형의 경우, 정서적 자족형으로 현재 상태를 고수하는 보수적 색채가 농후했다. 이들에게 변화란 쓸데없는 것이거나, 의미 없는 것으로까지 인식된다. 가히 변화의 무풍지대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다. 반면 진화형의 경우에는 스스로 나이 듦의 미학을 알고 이를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아 다양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환갑을 넘겨 하프마라톤에 도전한 김운영 씨 같은 이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양수만 사장처럼 여전히 서류가방을 들고 세일즈맨으로 전세계를 누비는 사람도 이 부류에 속한다. 그들에게 나이 든다는 것은 도전이 아니라, 원숙한 환경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인생 중장기 전략

인생에서는 여전히 중장기를 따지면 10년이 기본이고, 보통 30년을 장기로 본다. 그것이 인생 경영이 직면한 시간적 요인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오래 산다는 얘기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개인적인 편차는 있겠지만, 성공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따라야 한다. 긴 호흡으로 지금 같은 활동적인 시기에서부터 노후를 잘 맞을 수 있는 방법론 찾기가 필수다. 더불어 하나의 목표지점에만 연연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 가변적인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럭비공이 날아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옵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남들보다 유리하다는 얘기다.

 

일단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성취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다음 단계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 목표는 단숨에 이루려고 해서는 힘만 들지 뜻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왕성한 사회 활동 시기에는 노후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가는 가상(加上)의 원칙이 중요하다. 두터운 대인관계라든가, 자신의 정신적 건강, 또는 영향력이나 지도력 같은 것들은 쉼 없는 투자로 쌓아올려지는 것이다.

 

늙어 가는 데에도 이제는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다. 대책 없이 마냥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늙음을 자기 완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직장을 떠났을 때 다른 사회에서의 인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해 나갈 것인지도 중요한 계획 요소가 될 수 있다. 무작정 노년으로 접어들면 외톨이 인생이 되기 십상이다. 아는 친구들조차 하나, 둘 부고 통지를 보내오는데, 새로이 친구를 사귀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인생은 많은 변수를 만나게 마련이지만 계획을 갖고 표류하는 것과 계획 없이 쓸쓸한 노년의 바다에서 헤매는 것은 전혀 다르다. 늙어간다는 것은 친구 따라 강남 가며 늙는 게 아니다. 그것은 엄격히 자신의 몫이며, 스스로 감당해 내야 한다. 단계적으로 경영 목표를 세우고 나아갈 때 우리의 노년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며, 여생도 계획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잃지 맙시다

내가 아는 직장 상사 한 분은 잃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재테크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판단력도 흐려지고 세상 물정에 어두워지게 마련이니 새로운 투자를 해서 더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갖고 있는 것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이다. 즉 나이가 들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웬만하면 대충 생각하고 넘어가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실수가 따른다. 이 조언을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돈을 더 벌고 사업을 확장하고 싶겠지만, 나이가 들면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부자들의 돈 관리 방법으로 프라이빗뱅킹(PB)이 유행하는 것 아닌가? 자칫하면 도전이 화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나이에 걸맞은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젊은 시절에는 도전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겠으나, 나이 들어서는 무모한 도전을 자제하는 일도 자신의 욕망에 도전하는 태도가 된다. 경제적으로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잃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자. 혹시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엇을 잃었는가? 그 해답은 나이가 들어 얻은 것과 비교해 보면 훨씬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나이 들며 얻게 된 것들 : 경험, 지혜, 두터운 인간관계, 처신하는 법, 자녀들, 나와 오랜 시간 인생을 함께 한 아내, 가족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연민의 정, 후배들, 작지만 효과를 발휘하는 영향력, 잔소리, 자기제어 능력, 나이 등

 

* 나이 들며 잃게 된 것들 : 도전의식, 자신감, 현업에서의 활동, 트랜드 감각, 진보, 젊음, 건강 등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것들은 얻게 되지만, 어떤 것들은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된다. 정작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그리고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혹 버린 건 아닌지, 그러면서 지금까지 흘러온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나이 들며 우리가 할 것 중 하나는 자기 존립 이유다. 그 다음으로 잃고 얻는 것들의 문제다. 끝까지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내가 살아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분명히 아는 자아인식과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홀로서기 위한 씨뿌리기

현재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노인 대책은 미미한 수준으로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우선 우리나라 부의 수준이 노인문제까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정도에 크게 못 미친다. 또 국민 소득 2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경제 여건도 노인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이다. 복지를 부르짖는 정부든, 단체든 할 것 없이 노년에 대한 책임은 개인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고용불안과 그에 따른 은퇴 후의 불안한 삶을 더욱 부채질하는 건, 상장회사의 경우 주주이익 극대화가 경영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자본은 회사라는 조직이 인간과 인간이 얽혀 있는 생활경제 공동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최단 시간 내에 투자에 따른 수익을 목표로 하는 자본의 속성상 인간적인 배려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고용불안은 필연적으로 사회 시스템 중 일부로 뒤따른다. 이런 조건 하에 놓인 각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거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별 대책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더 늦기 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에, 노년을 위한 별도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별도로 경제적 독립을 위한 씨뿌리기(Seeding)를 준비하자. 노년을 대비한 별도 구좌든, 사업체든, 무리가 안 가는 범위 내에서 차근히 준비하자.

 

활동적인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한결같이 이런 말을 들려준다. 즉 가장 확실한 노후 대책으로 작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고 거기에 빠지는 것이다. 돈과 소일거리가 결합된, 작으나마 롱런할 수 있는 일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노후를 보장해 주는 핵심이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쉽게 굳고, 정신적 활동은 금방 멈춰버린다. 자기 자신을 믿으며, 스스로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것만이 살 길이다. 숨어있는 자신의 경험, 경쟁력을 전부 파헤져 보자. 그 중 10~20년이 가도 변함 없을 가치와 요동치지 않을 사업 영역을 찾자.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미어터져라 덤벼들지 않는 별도의 영역을 골라 선택하자. 공통분모가 되는 영역이 보일 것이다. 바로 그 지점을 향후 10년 간 지속적으로 공략하면 그것은 분명히 하나의 대안영역이 된다.

 

 

보장 없는 시대

우리가 노후를 얘기할 때 항상 인용하는 게 각종 보장형 상품이다. 보장형 보험, 보장형 연금. 온갖 보장성을 얘기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뭘 보장한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그러고 보면 베이비붐 세대라고 불리는 1955년생부터 1963년생은 유독 보장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체 816만 명으로 총인구의 16.8%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집단이지만, 위 아래로 낀 세대다. 이전 세대들이 정치·사회적 격변기를 거치며 살았기에 그들이 어렵게 산 것은 시대적 한계로 인식되지만, 산업화를 기점으로 성장한 이 세대는 오히려 직장 안팎과 앞으로의 노후가 언제나 불안하다. 어디를 가도 기댈 곳 없는 세대다. 이 세대에 이르러 깨진 환상도 평생직장 개념이다. 자신의 역량을 평생직장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그 동안 회사와 짝사랑에 빠져 지내다 보니 환상을 현실로 착각했던 대한민국 실직자들의 대부분이 이와 같다. 조만간 은퇴할 사람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조사기관에 따르면, 은퇴 후 필요한 매월 지출금은 은퇴 전 지출의 70%에 이른다고 한다. 3분의 2법칙이 적용하는 것이다. 마치 출산이나 안식년 등 유급 휴가를 보낼 때처럼 보통 급여의 70% 수준은 돼야 퇴직 전의 생활 수준이 그나마 유지된다는 얘기다. 그 정도의 지출 수준을 감내해 내기 어렵다면 원하지 않아도 경제 규모를 대폭 다운사이징해야 한다. 마땅한 수입처가 없을수록 가늘고 길게 가고 덜 먹고 덜 싸는 전략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퇴직 등 직장 내 구조조정이 집안 경제의 구조조정으로 몰아닥치는 나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장 없는 시대에 롱런하는 노년을 위해서 은퇴는 아예 염두에도 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은퇴란 개념 자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제는 은퇴가 아닌 계속 벌어야 하는 2차 경제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시각이다. 죽을 때까지 움직여야 그나마 살 수 있는 시대라는 의미다. 문제는 어떻게 지속적인 벌이 상태를 유지하느냐는 데 있다. 이제 죽음의 문턱까지 부를 향유하는 자와 죽기 전까지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부노령·빈노령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노년을 편안하게 살기 위해 같은 세대와 경쟁하는 셈이다. 보장 없는 우리 세대의 유일한 축복은 아직 젊다는 점이다. 무엇을 위해 뛰어야 할지 자명하다. 결국 경제인으로 지속 가능한 개인이 되는 것만이 해법이다.

 

 

3. 미리 연습하는 노년

 

인구통계학적 분석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16.8%를 차지해 816만 명이나 된다. 1955년부터 1963까지 9년 동안 태어난 세대가 이들이다. 당연히 우리나라 세대 중 가장 많은 인구층을 형성한다. 이들이야말로 다방면에 걸쳐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형성하는 주력군이다. 태어날 때부터 자원과 물자 부족으로 경쟁 속에서 자라야 했고, 어려운 환경 가운데 학교를 다녔으며, 사회에 나와서는 한국경제의 암울한 현실에 절망을 맛보아야 했던 세대다. 이들을 가리켜 낀 세대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냉전 시대의 구질서와 이데올로기 퇴조의 신질서 사이에서, 산업화와 정보화 사이에서, 이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안정적인 평생 고용과 구조적인 비자발적 퇴직의 고용 불안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대에게는 큰 특징이 하나 있다. 이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면 초고령사회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의료, 건강 관련 기술의 발달로 예전 세대보다 평균 수명이 늘어 오랜 노후를 살아야 한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 현재 42~51세에 걸쳐 있는 국내 베이비붐 세대는 조만간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는 반면, 늘어난 수명으로 20~30년 이상 더 살게 된다.고 한다. 이제는 성장기와 활동기에 이어 노년기의 생활이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평균 연령인 45세를 기준으로 하면, 이들은 앞으로 약 8년 후 은퇴하여 28년 동안 노후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 접어든다. 만일 소일거리가 없거나, 경제적 능력이 뒤떨어지거나, 어디 의탁할 곳이라도 없다면 그야말로 거대한 인생의 빙하기를 맞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우리 사회의 주력으로 부상해 앞으로 30년 간 의사결정권자로 위치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사회에서 보·혁 구도 등 세대 간 간극이 지금처럼 극단적인 시기는 없었다. 물론 세대, 지역, 계층, 계급 간 갈등 구도를 조장하는 풍조가 만연한 현실도 문제다. 그러나 문제가 문제로 남게 된 배경은 신·구 세대 사이의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대간 갈등은 어느 세대의 가치관이 소멸하는 시점에 새로운 가치가 표출됨으로써 나타난다. 이 과정에는 당연히 소외감과 허탈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를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되 미처 합의 못 본 세대들에 대한 배려도 뒤따라야 한다. 어느 세대든 자신의 경험 속에서 살기 마련이다. 그만큼 인간은 자기 경험 중심적이다. 사람의 한계가 이렇다면, 주력 세대는 범세대 간 정책으로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심한 허탈감에 휩싸이기 쉬운 시대를 살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대표 세대라는 인식 때문에 지금의 40대가 해야 할 일은 지난하다.

 

 

레스운동

한국사회는 기존의 가치가 급격히 해체되고, 가족마저 붕괴되어 가고 있다. 3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가족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에서는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시스템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대판 고려장이 벌어질 판이다. 먹고 살기 어려워 내다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양할 다음 세대의 감소로 장수(長壽) 리스크가 밀려오는 식이다. 내게 닥칠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미리 대비해 나갈까? 가장 현명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 꽤 오랜 시간 생각해 보았는데, 우선 덜어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을 나는 레스(less)운동이라고 부른다. 조금 덜 벌고, 조금 덜 쓰면서 마음의 부담도 덜고 사는 것이다. 가장 왕성한 시기에 를 추구하는 것과 반대 개념이다.

 

더 갖고, 더 얻으려는 무한 경쟁의 삶은 원치 않아도 필시 끝날 수 밖에 없다. 경쟁의 중심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는 없다. 이것만큼 무모한 짓이 또 어디 있을까? 자연계의 변함없는 법칙은 순환의 원리를 닮았다. 때가 돼서 태어나고 성장해 세상이란 무대에 나갔듯, 때가 되면 아름다운 물러섬도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물러날 시기를 모를 때에 비참해지게 마련이다. 레스 운동은 심적인 구속으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한다. 늙을수록 위험 요소가 더 커지는 현상 속에서 아름다운 은퇴는 기대조차 어렵게 됐다. 사회적 대책은 그렇다 치고 개인적으로도 자기 관리 능력을 배가시키는 방법이 최선이다. 나이가 들어 일에서 손을 떼는 순간, 오래 사는 게 욕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결국 은퇴를 인정하지 않는 평생 현역의 삶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다로 나아가자

인생에는 더 넓은 바다가 존재한다. 기존의 나를 부수면 새로운 미래를 향한 창이 생기고 그 너머에 먼바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모습대로 살다가 죽어간다. 그렇게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서 한 치라도 벗어나면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 주는 도구가 바로 용기와 결단이다. 이 도구를 적절히 사용하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용기와 결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이 존재한다.

 

적잖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시작하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평생 즐기던 취미를 자기 사업으로 발전시킨 사람도 있다. 또 뒤늦게 시작한 어학공부를 통해 빈민돕기 NGO 활동을 지원하는 분도 있다. 일을 찾는 모습은 노년을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과 동시에 자신이 안주해 있던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넓디넓은 대양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스스로 높은 기대치를 갖고 산다면 자신이 정해놓은 기대치의 크기에 따라 수용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 크기를 키우면 좀더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중년의 나이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바람직한 노년상을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봄도 좋을 듯 싶다.

 

 

디퍼 다이버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해 깊이 있는 모습으로 현안에 골몰하는 사람을 가리켜 디퍼 다이버(deeper diver)'라고 부른다. 누구보다 깊게 탐구한다는 데에서 생긴 별칭이다. 이 단어를 접할 때마다 제주도의 해녀가 생각난다. 해녀들의 얘기에 따르면, 깊은 바다로 들어갈수록 큰 전복이 있으며, 그런 작업엔 몇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전복을 따는 일에 대한 보상은 다른 어느 것을 들고 나오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자칫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해 가며 물질하는 그들에게서 숙연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인생이란 바다의 어느 깊이까지 들어가 본 적이 있는지, 과연 그 깊이를 가늠이나 하며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와 힘이 축적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삶이 경험에 녹아 흐를 땐 늘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쌓아온 자신의 경험을 존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막연히 노후를 두려워만 한다면, 이는 스스로 인생의 디퍼 다이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더 깊이 들어가길 원치 않고, 그런 상황을 피하려는 모습에 불과하다. 무작정 운명을 기다리면서 피동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인생의 열쇠는 사실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시도조차 안 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자신의 재정 상태와 앞으로 남은 사회생활 기간, 경제적 여건, 그리고 자신의 능력 따위를 고려하면 깊은 물에 뛰어들어 무엇을 건져 올려야 할지 알게 된다. 인생에 대한 깊은 잠수는 지금껏 몰랐던 값진 선물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잠재력이란 숨어있는 나의 진정한 역량이다. 인생의 더 깊은 곳에 가보고 왔는지 여부가 우리 인생의 마지막을 결정할 게 분명하다.

 

 

4. 내 인생에 무엇을 새길까

 

외눈박이 물고기

외눈박이 물고기에 얽힌 얘기가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자신이 믿어온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세상을 제대로 안 보려 했던 물고기, 그런 외눈박이 물고기의 삶은 살아도 반편살이에 불과하다.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해왔으나, 맹목적인 데가 있어 봐야 할 것조차 보지 못한 인생은 외눈박이 물고기와 다름없다. 중년에 들어선 사람들이 위기를 맞게 되는 이유는 열심히 세상을 살았으나, 한쪽 눈으로만 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직장이라는 곳을 대할 때에도 일과 자기 계발을 위한 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무사안일의 도피처로 여겼던 것은 아닐까?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으려니 하는 매너리즘에 빠져 지냈던 것은 아닐까? 마찬가지로 세상의 변화에 감을 잡으려 하기보다는 세상이 변할 리 없다고 믿으며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노인에 대한 태도 역시 그렇다. 흔히 늙음에 대해 서러워만 하거나, 부정하려는 생각을 갖는 경향이 있다. 두 가지 모두 늙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수용하는 태도다. 늙음은 그 자체로 얼마든지 아름답고 빛날 수 있다. 오래 묵은 산삼은 값을 더하는데, 인간은 왜 거추장스럽고 불품없어지기만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나이에 걸맞은 멋과 기품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인의 침묵은 다수를 위한 웅변이 될 수 있다. 세상을 지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옛날부터 자기 경험만 믿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귀를 막게 하는 법이다. 연륜이 쌓일수록 취해야 할 바른 태도는 세상을 향해 귀를 한껏 열어놓은 일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경제적 능력 유무와 상관없이 존경받는 노인들이 있다. 그들의 이 같은 능력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건 나이에 걸맞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30년 남은 자기 시간을 갈고 닦아야 한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이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이들을 이끌 젊은 노인 정신은 그래서 필요하다. 같은 세대를 겨냥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의 씨름 샅바는 다른 세대가 아닌 같은 세대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내 전후 세대에 대해서는 무한한 애정을 갖더라도 무방할 듯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미처 생각지 못한 경쟁력이 생기는데, 이만한 기쁨이 어디 있을까? 두 눈으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기만 한다면 나이듦은 축복이다.

 

 

빈익빈 부익부 노후 살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하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돈이 돈을 버는 증식 수단인 까닭에 어느 단계에 이르기만 하면 돈은 폭발력을 갖게 된다. 즉 부의 임계지수에 이르는 것이다. 종자돈이라는 것도 더 큰 돈을 모으려는 최초의 씨앗 자본을 의미한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자본의 생리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냉혹한 환경 하에 모든 게 놓여 있듯 우리의 노년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노후는 국가가 전적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부터 출발한다. 불쌍한 자는 더 불쌍해지고, 가난한자는 더 가난해진다는 말은 가난한 자의 노후는 고난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 빼고 부채 빼고 10억 원을 목표로 상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10억 원이 고난의 행군을 피하는 경제단위라는 얘기다. 이 목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순전히 개인이 모아야 하는 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10억이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일이 그림의 떡이다. 특히 급여 생활자라면 보통 재주가 아니고서는 꿈꿀 수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 놓인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엔 무엇이 있을까? 빈익빈의 노후를 피하는 방법은 현실 경제에서 철저한 보장성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각종 연금, 보험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흔한 노후 대책은 수많은 변수 앞에서 언제든 불안정성의 대명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졸졸 흐르는 샘물과 같은 노후 수입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가장 확실한 대안은 뭐니뭐니 해도 노년까지 경제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해줄 자기계발이다.

 

움직이는 동안 끊임없이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를 찾아 이를 향후 30년 간 살아갈 무기로 삼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이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자기계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자신이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나 비즈니스 경험, 또는 노하우를 모두 동원해 맞춤형 자기계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나의 의지를 꺾는 안일함과 나태를 내 안에서 몰아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일을 쥐고 있겠노라 선언하고 일에서 손과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노년의 일은 집착이 아니라, 활동성의 근간이 된다. 일상에서 살아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마음부터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이 다음에 늙으면 뭐하지

강원도로 여행을 갖다가 솟대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그 위의 새를 보았다. 새는 어디선가 날아오는 벗을 기다리는 마중 새의 모습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위로 구름이 지나갔다. 하늘은 높고, 사람은 솟대 아래에 서 있다. 허리를 젖히고 올려다보니 솟대 위의 새는 날아가다가 앉은 듯 높기만 하다. 솟대 위의 새를 바라보며, 예전에는 홀로 멀리 바라보는 원시인(遠視人)의 모습이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는 게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인생의 진리를 먼 곳에서만 찾으려 했던 건 아닌지. 그래서 나의 진정한 모습과 다른 나를 닮아보려고 애썼던 것은 아닐까?

 

나 늙으면 이 담에 뭐하지? 글을 쓰는 밤이면 가끔 곁에 와 아내는 내게 이렇게 묻곤 한다. 인생사가 재미없어졌다는 것, 악착같이 살아도 늘 이 모양이라는 것, 뭐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지도 않고, 하고픈 일도 없다는 것. 그것이 문제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뭔가 푹 빠질 만한 일이나 취미를 찾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적어도 앞으로는 30년은 할 일이 있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도 나 죽은 담에 남은 시간에 뭐할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뭔가 해요. 그런 얘기에 집사람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같은 자리로 돌아간다.

 

직장과 가정,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왕복하는 삶에 어디 그리 많은 여유가 있을까? 인생은 같이 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혼자 가는 길이다. 배우자는 실루엣이고, 모든 게 일장춘몽이다. 자고 일어나서 미소짓는 즐거웠던 꿈이거나, 흉흉해 식은땀을 적신 꿈이거나, 그게 인생의 내용이다. 그래서 죽으면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 아닐까? 솟대 위보다는 그 아래에서 평화롭게 사는 꿈을 꾸어본다.

 

 

5. 노년을 준비하는 66가지 지혜

 

앞으로 송두리째 변할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게 될 노년은 과거 세대와는 달리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것이다. 가치관, 삶의 방식, 생존 여건 등 모든 면에서 도전은 거세게 다가온다. 생산하지 않고는 살아 갈 수 없는 환경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전히 고용 환경은 불안하다. 게다가 다음 세대는 한 명이 네 사람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생활고에 시달릴 전망이다. 사회적 불안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년은 스스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30년의 핵심이다. 세상일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게 있다. 지금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초고령·저출산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현실은 새로운 핵폭풍으로 다가올 것이며, 그 가운데 우리 삶이 놓여 있다. 안심하지 마라! 당신의 노년은 태풍의 눈, 그 중심에 진입해 있다는 사실을.

 

인생은 관리하기 나름이다

인생은 자기가 정한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게 절반 이상이다. 어떤 인생을 완성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며 우리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다. 인생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주형틀이 준비되었는가? 그렇다면 거기다 무엇을 붓고 싶은지를 적어 보라. 이 시간에 쏟아 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자신의 본질적인 가치다. 그것을 집어넣어 새롭게 인생 노년을 주조해 완성작을 만드는 일이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을 위한 인생관리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할지 늘 염두에 두자

 

밸런스 라이프를 유지하자

개인간 벌어지는 일이든, 사회적 현상이든, 문제 발생의 대부분은 균형이 깨지면서 일어난다. 건강과 사회적 성취도 양자 간 밸런스가 무너질 때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건강을 잃고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는 건 의미 없다. 밸런스 라이프를 파악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삶을 통찰하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일부분의 특질 때문에 전체적인 가치를 과대평가 하거나 잘못 평가하는 것은 할로 이펙트(halo-effect)에 빠지는 것이다. 인생의 행복은 언제나 적절한 균형에서부터 시작됨을 기억하자.

 

굶주린 인간에서 벗어나기

영혼의 본질을 깨닫자. 정신적인 목표 없이는 굶주린 야수와 다를 바 없다. 혼자만을 생각하는 태도, 야만적이고 덜 성숙된 행동, 아집과 편견의 굴레에 빠져 있는 인생은 정신적 기아 상태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깊이 있는 눈빛을 갖추지 못하거나, 작은 미소를 보여줄 수 없다면 이리떼의 삶과 다르지 않다. 생의 나머지 시간에서 당신은 무엇을 찾고 싶은가? 인간으로 완성되어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인간다운 모습을 갖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라. 완숙한 인생은 곱게 물든 단풍보다 천 배 이상 아름답다. 물론, 꽃보다 더 아름답다.

 

전과 같을 수는 없다

많은 퇴직자와 은퇴자들의 고민은 은퇴 전과 여러 면에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바뀐 환경을 좀처럼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은퇴 전의 수입, 인적 네트워크, 의욕, 자신감 등이 분명 달라졌음에도 이런 현실을 외면한다. 그리고 자신이 갑작스레 퇴행 내지 퇴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의 과거는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우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용기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순조로운 재출발이 가능하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활력과 동기를 불어넣어라. 당신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미답의 영역을 충분히 개척할 수 있다.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환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

 

내 무덤은 내가 준비한다

늙어 가는 일은 억울하고 비통한 것이지만 그래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준비하는 일이다.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듯, 삶을 마감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더구나 경제적인 문제라면 더더욱 자식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일은 전가해서는 안 된다. 행복한 노후는 살아가면서 이런 짐까지도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다. 집안의 한 어른께서 당신의 무덤 자리를 살펴보며 그렇게 편안해 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앞으로의 삶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며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내 인생에서 솎아진 것들, 속아내야 할 것들

살아오면서 소중히 여겼던 것들이 존재하지만, 솎아낼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었다. 이루어지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은 살면서 고스란히 간직되고, 때론 나이가 들며 회한이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며 잊혀져 가는 것 가운데 솎아내져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초등학교 친구의 얼굴, 작은 우정들, 그들과의 추억 같은 것들은 가슴 시린 추억으로 남는다. 우린 그런 작은 것들을 하찮다는 이유로 마음에서 지워버리지만, 정작 그런 것들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늘 하던 일이 솎아지고, 지워진다. 학교 성적과 입사 서류에 담긴 개인 신상, 월급봉투와 각종 입안서 등의 내용들은 바뀌고 솎아내어진다. 살며 무엇을 가려서 솎아내야 할까? 당시에는 매우 커 보였으나 지금은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은 것이 있는가 하면, 너무 작아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그걸 잊지 앉고 살 수 있다면 우린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텐데. 가끔씩 홀로 있을 때면 미소  짓게 만드는 옛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라

늙어갈수록 자신을 포장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늙고 추하게 보이는 것 대신 기품과 우아한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하자. 자신의 내면이 꽉 들어 차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 추구해야 할 모습을 그리며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자신의 가능성은 스스로 포기할 때에야 없어진다. 그러므로 인성적인 면에서는 특히 자신을 가능성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내 자신 스스로가 나를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이끌고 있다는 건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다. 그래서 내 삶은 나를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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