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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제학

by 홍승환 2007. 4. 18.

 

여자 경제학

 

 

1장  Why? 왜 여자가 경제를 더 잘 알아야 할까?

 

1. 여자 앞에 놓인 수많은 함정

 

결혼은 남자는 직장으로, 여자는 가정으로 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조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혼은 여자의 성공과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많은 여성이 싱글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싱글경쟁 사회에서의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싱글이라 해도 품위 유지가 안 되면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싱글의 의지를 안고 출발했다가도 결국은 결혼정보회사에 신청서를 넣는 분들도 많습니다. 외로운 것도 있지만 돈이 없기 때문인 측면이 큽니다. 결혼이라는 게 이런저런 안전판 역할을 해주는 장점은 분명히 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여자의 생존 전략이 싱글이라면, 싱글의 생존 전략은 경제를 아는 것입니다. 경제 마인드로 무장하고, 전문 능력도 갖추고, 그래서 경제력도 갖추는 것입니다.

 

독신이야 미리 마음먹고 시작하는 것이지만 이혼은 예고도 없습니다. 밖에서 보면 아무리 화목해 보여도 부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전혀 이혼할 것 같지 않던 친구가 이혼하는 경우를 종종 보시지 않습니까. 운이 좋아 재산을 공평하게 분할하고, 위자료 받고, 매달 양육비를 받는다면 어떻게 해서든 살림이야 꾸리겠지만, 이혼하고 난 뒤 경제적으로 번듯하게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여자의 평균 이혼 연령은 39세입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새 마음, 새 뜻으로 새 출발하기는 어려운 나이입니다. 많은 여성에게 이혼은 빈곤의 시작입니다. 39세에 이혼할 경우 앞으로 40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노후 대비는 또 무슨 돈으로 합니까. 그래서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해 젊을 때부터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람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여자가 경제를 모르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래 산다는 것은 분명 복이건만 유독 여자들에게 이처럼 재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남성부양, 여성피부양의 전통적인 공식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남편은 지금 먹고사는 것이, 직장을 관두고 일 없이 살아야 할 것이 더 걱정돼 아내의 노후와 아내의 몫까지 챙겨줄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뒷바라지에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자신의 몫을 챙기지 못한 여자는 노후의 고통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운이 좋아 평균 수명까지 다 채워도 사별의 충격은 이혼의 충격처럼 순식간입니다. 그래서 고령화의 충격은 여성의 빈곤화 이상입니다. 빈곤을 여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빈곤의 여성화를 필연적으로 불러옵니다. 그래서 젊어서부터 스스로 부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스스로 부양하는 연습은 안 해보면 못합니다. 젊을 때 미리미리 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 빈곤의 여성화 덫이 입을 쫙 벌리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25년 뒤면 여자 나이 딱 쉰 살이 지금의 서른 여섯 살처럼 자기보다 늙은 여자와 어린 여자의 수가 똑같아집니다. 수명 연장과 고령화는 이처럼 여성에게 위력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재취업을 생각하실 겁니다. 직장을 다니다 관뒀던 분들은 그 경험을 살리려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쉽지 않을 겁니다. 설령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일자리는 아닐 겁니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 지식이 자본이 되는 그런 시대에 경력 단절은 치명적 약점이 됩니다. 한때는 나도 잘 나갔다는 생각은 그냥 자기 위안으로 만족해야 할겁니다. 20, 30대에 쉰 살을 미리미리 걱정해야 하는 것은 비록 외모가 퇴색하고 나이는 들어도 여전히 젊은 축에 속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쉰 살을 서른 여섯처럼 사는 비결은,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젊어지는 비결은 주름살 방지하는 크림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부터 공부하는 겁니다.

 

 

2. 여자의 양극화는 더 치명적이다

 

결혼에 따라 여자의 계층이 어떻게 바뀌는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적인 추론은 가능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5년 9월에 맞벌이 가구 607쌍을 대상으로 남편과 부인 각각의 소득 분포를 분석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여자가 어떤 소득 등급의 남자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계층이 달라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 기준으로 전체 5등급 가운데 2등급인 여자는 어떤 남자를 만나는지에 따라 결혼 후 가구의 등급이 2~4등급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2등급에 해당하는 괜찮은 여자라도 5등급 남자를 만난다면, 아무리 힘들게 직장일을 해봤자 자신은 4등급이 되는 것입니다. 3등급 남자를 만나면 자신도 3등급으로 떨어집니다. 눈에 띄는 것은 맞벌이 부부의 20.9퍼센트가 부인이 남편보다 더 많이 번다는 겁니다. 다섯 쌍 가운데 한 쌍인데 대부분 저소득층 가구입니다. 이는 기혼 여성의 경제적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여자가 시원찮은 남자를 만나면 그만큼 더 고생해야 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친지 중에서 누가 대신 키워줄 조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의 선택에 달린 것 아니겠습니까. 선택에 따른 손실은 다른 방법으로 보충을 해야지 어떡하겠습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성에게 직장 포기와 경력 단절의 대가는 혹독하다는 겁니다. 막상 재취업을 하려고 이리저리 뛰어 다녀보면 갈비뼈 시리도록 이를 실감하게 됩니다. 기혼 여성의 화려한 컴백은 극히 일부 준비된 여성의 몫일 뿐입니다. 그래서 여자 나이 40줄 근처가 되면 또 한 번 처지가 크게 갈립니다. 애 키우기 나은 환경에서 경력 단절 없이 직장에서 자리잡은 분들, 애 교육비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할인점 판매직에 만족해야 하는 분들. 이것이 40대 여성 양극화의 현실입니다. 40줄 들어 동창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비슷한 처지의 동네 분들과 가까워지는 것도 다 이런 이유가 큰 것 아닐까요.

 

퇴출의 고통은 종류가 조금 다를 뿐이지 남자나 여자나 그 정도는 비슷할 겁니다. 남자에게 식솔 건사의 죄책감이 눈앞을 가린다면, 여자에게는 엄마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아이와 함께 하지 못했다는 회한까지 아른거립니다. 못다 한 자식 사랑, 이제라도 제대로 다하자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겠죠. 퇴출이 남자의 대명사가 된 건 퇴출의 절대 숫자가 여성보다 많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퇴출의 비율로 보면 여자가 더 높지 않을까 합니다. 여자도 이젠 무한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일을 잘하건 못하건 적당히 공존했을지 몰라도 이젠 어렵습니다. 여성들도 능력 있는 우성優性과 능력 없는 열성劣性이 철저히 구별되면서 대접도, 소득도,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도 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보면 성차별이 더 심했던 예전이 여성 내에서의 상대적 박탈감과 양극화가 덜 심했던 것 아닐까요.

 

 

3. 경제를 아는 여자, 경제를 모르는 여자

 

경제가 소프트화하면서 여성이 취업과 승진을 하거나 능력을 발휘하기가 한결 나아질 거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남자보다 여자가 오히려 더 유리하리라는 경제연구소 보고서도 있더군요. 과연 그럴까요? 서론, 본론은 맞지만 결론은 좀 무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여성적 리더십이라면 아랫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모성적 근성을 얘기합니다. 선진 사회에서는 이런 여성성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가령 모성적 근성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는 남자 상사와 모성적 근성이 몸에 밴 여자 상사가 있다고 칩시다. 부하직원들이 누구를 더 따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에는 남자 상사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성적 리더십이지 여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남자가 이러한 시대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의 장점마저 거머쥐고 있다는 겁니다. 여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거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모성적 근성조차 남자에게 뺏길 수 있음을 걱정해야할 판입니다.

 

여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에 약한 것은 여자 스스로 남자가 먹여 살리는 가족 구조에 워낙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살다가 이혼이라도 한다면 어떡합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독신으로 산다면 어떡합니까? 남편이 회사에서 해고당하면 또 어떡합니까? 남편이 그럭저럭 회사에 붙어 있더라도 벌이가 영 시원찮으면 어떡합니까? 그래서 여성도 부단히 위험을 감수하는 훈련을 해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모르고 자신 없으면 움츠리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경제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직장이든 자기 사업이든 기획력이 떨어지고 경제와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몰라서 움츠릴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여성이 직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성차별, 즉 유리천장 얘기를 합니다. 물론 능력과 의지가 있음에도 승진이나 자리 배치에서 밀리는 여성이 허다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여성이 남자에 비해 성공의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약한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여성 총리가 나왔으니, 여성 대통령이라고 못 나오라는 법은 없겠지요. 박근혜 씨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늘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여자가 무슨 대통령!이라는 선입견은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성 정치인들을 보면서 늘 안타까운 게 있습니다. 이분들이 똑 부러지게 경제를 알고, 경제정책에 관한 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풀어나간다면 얼마나 파워풀할까!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남이 얘기해준 것을 외워서 리바이벌하는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는지는 들어보면 표시가 나지 않습니까, 정치를 모르는 정치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제를 모르는 정치인은 두고두고 민폐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젊을 때 치열하게 공부하고 자기 실력을 쌓는 것과 30~40대 들어 더 많은 보상과 더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비례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 이제 한숨 내쉴 시간에 저와 함께 공부하시죠. 금리도 채권도 주식도 부동산도 금녀의 벽을 세워두고 있지 않습니다. 경제를 공부하는 데는 오히려 꼼꼼하고 섬세한 여성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2장  What? 경제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보자

 

1. 100퍼센트 짜리 기회는 없다 - 기회비용

 

경제 마인드의 첫 번째 원리는 100퍼센트 짜리 기회는 없다는 겁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의 선택에 직면하는 세상살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선택이라 할지라도 다른 선택을 포기한 데 따른 비용을 수반합니다. 실은 없고 100퍼센트 득만 있는 선택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 데 드는 비용도 책값만이 아닙니다. 이 책 때문에 하루키의 소설을 못 읽고 있다면, 비용은 책값+하루키가 주는 즐거움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비용을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돈으로 명시할 수 있는 비용에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비용까지 포함한 것입니다. 이는 곧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택을 할 때는 그 중에서도 이득이 더 많은 걸 고르는 게 최선입니다. 문제는 득실을 어떻게 따지냐는 겁니다. 이게 바로 개인 간 능력의 격차입니다. 각 선택의 이면에 숨어 있는 기회비용을 찾는 게 바로 실력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하나를 선택했을 때 무엇을 잃는지 찾아내는 훈련을 부단히 해야 합니다.

 

 

· 기회비용1 - 취직 못했다고 눈물만 흘릴 겁니까?

대학을 졸업했지만 몇 년째 취업을 못한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점점 우울해지고 사람 만나기도 싫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확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들어가도 거기에는 또 다른 기회비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취업자 분들이라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도 자유롭고 나이도 젊기 때문에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몇 년 뒤에, 졸업과 동시에 조직생활을 시작했던 친구가 연봉 2,000만~3,000만 원 받을 때 자신은 이보다 몇 배 더 버는 사업가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이득과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면, 세상의 많은 어려움이 덜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의외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은 이렇게 인생관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경제학에서 중요한 대목입니다.

 

 

· 기회비용2 - 재테크를 못하면 낭비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수입이 많아도 제대로 관리하고 불리지 않으면 낭비와 다름없습니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그냥 통장에 넣어둔다고 해보죠. 월급통장이란 게 원래 이자가 쥐꼬리만하지 않습니까. 연 4퍼센트 짜리 정기예금과 비교만 해봐도 그 이자 차이만큼 매달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돈 관리를 소홀히 한 데 따른 기회비용입니다. 펀드에 가입한 친구가 매년 10퍼센트씩 수익률을 올린다면 여러분의 기회비용은 더 커집니다. 이것도 한번 생각해보시죠. 누구는 주식에 직접투자해서 10퍼센트 수익률을 올리고, 누구는 펀드에 들어서 똑같이 10퍼센트 수익률을 올렸다고 해보죠. 여러분은 어느 쪽이 나올 거라 생각하십니까. 눈에 보이는 이득은 똑같을지 몰라도 시간 투자, 신경 투자까지 생각하면 기회비용은 직접투자 쪽이 더 클 겁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투자는 전문가한테 맡기고 열심히 일하는 게 돈 버는 길입니다.

 

 

· 기회비용3 -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칼질

존 갤브레이스는 경제사 여행이라는 책에서 경제학적 방법론은 세부적인 것이, 견고하고 본질적인 핵심 행세를 할 위험과 맞서 싸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가 바로 곁가지와 핵심을 혼동하는 겁니다. 가족 문제든 회사 동료와의 문제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것이든, 대개 핵심은 곁가지에 가려져 있습니다. 핵심은 못 보고 곁가지에 휘둘려 결정을 내려서 자기 인생에 마이너스를 초래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 사고는 바로 곁가지들은 솎아내고 핵심에 천착하는 과정입니다. 기회비용의 잣대는 핵심을 가려내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입니다. 곁가지란 결국 포기한 데 따른 기회비용도 적고, 취한 데 따른 기회 이득도 적은 요소입니다. 반대로 핵심은 포기한 데 따른 기회비용도 가장 크고 취한 데 따른 기회이득도 가장 큰 요소입니다.

 

 

 

2. 나만의 가치를 높여라 - 희소성

 

경제 마인드의 두 번째 원리는 희소성입니다. 세상의 모든 자원은 유한합니다. 돈도, 시간도, 일자리도, 능력 있는 사람도, 빼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도 모두 유한합니다.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여러 개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 어떤 선택도 공짜가 없습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바로 이 희소성 때문에 특권이 생깁니다. 희소성을 가진 것은 특별한 대접을 받습니다. 축구선수나 연예인은 광고 출연 한 번으로 일반인 연봉의 10배를 법니다. 이처럼 희소하기 때문에 받는 대가를 경제학에서는 지대地代, 즉 렌트라고 합니다. 렌트는 말 그대로 토지 사용료입니다. 그러나 현대 경제학에서는 토지처럼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희소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보상을 모두 렌트라고 합니다. 박세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분 역시 렌트를 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희소가치를 높인다면 말입니다. 자신만의 비수를 준비한다면 말입니다.

 

 

· 희소성1 - 축구선수 박지성의 렌트, 샐러리맨 박지성의 렌트

박지성의 연봉은 2006년 8월에 재계약하면서 우리 돈으로 51억원에 달합니다. 시즌 한 번 거치면서 14억 원 정도 올랐습니다. 만일 박지성이 축구를 관두고 평범한 샐러리맨이 된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부서 간 친선 축구대회야 평정하겠지만, 업무에 직접적인 보탬은 안 됩니다. 타고난 성실함을 감안해서 최대 1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보죠. 그러면 박지성은 축구선수 연봉이 5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떨어지더라도 축구를 계속할 겁니다. 그러나 1억원 이하로 떨어지면 전직을 할 수도 있겠죠. 샐러리맨 박지성이 축구선수 박지성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억 원은 박지성이 축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수입, 바로 전용수입입니다. 그러므로 박지성의 연봉 51억 원에서 전용수입 1억 원을 뺀 50억 원이 바로 박지성의 렌트가 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누리고 있는 렌트는 얼마입니까,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 5년 차인 여성의 연봉이 2,500만 원이라고 해보죠. 이 여성이 회사를 관두고 직장을 옮길 경우 최고 2,000만 원밖에 못 받는다면, 연봉이 2,000만 원 이하로 내려오지 않는 한 지금 다니는 직장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500만 원의 렌트를 누리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회사를 옮겨 3,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여성은 자신의 희소가치에 대한 보상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약탈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직장을 다님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크다는 겁니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의 경우 렌트가 거의 0에 가까울 겁니다. 다른 회사로 옮겨도 크게 더 받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회사 입장에서도 비슷비슷한 능력, 고만고만한 희소성을 가진 사람들을 별로 어렵지 않게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더 많은 렌트를 보장해줄 용의가 없습니다.

 

 

· 희소성2 - 가늘고 길게 살 것인가, 굵고 길게 살 것인가

일단 가늘고 길게 사는 길로 접어들면 더 이상 몸값을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몸값은 곧 렌트입니다. 자신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받는 보상입니다. 그래서 가늘고 길게 살자는 풍조가 유행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은 무능과 경쟁력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또한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잦은 이직을 통해 몸값(렌트)을 올리며, 렌트 추구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전문성을 높입니다. 또한 한 곳에 오래 있으면 능력과 지식이 사장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40~50대 돼서도 전문 지식으로 먹고살려면(더 많은 렌트를 향유하려면) 더 많은 회사를 거치면서 자신의 능력과 몸값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굵게 살아야 오히려 길게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가늘고 길게의 렌트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불어나는 것이라면, 굵고 길게의 렌트는 자신을 자극하며 더 많은 렌트를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두 경우는 당연히 렌트의 크기와 질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3. 사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힘 - 신상필벌

 

경제 마인드의 세 번째 원리는 신상필벌(信賞必罰)입니다. 신상필벌은 말 그대로 이 있으면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을 준다는 겁니다. 여기서 상은 인센티브incentive를 말하는 것이고, 벌은 페널티penalty입니다. 범죄 조직의 규율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심리를 이것처럼 잘 묘사하는 말도 없습니다. 사람이 움직이고 행동하는 유인誘因 구조는 철저하게 인센티브와 페널티에 반응한다는 얘기입니다. 버스전용차선제 역시 버스 타면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인센티브를 주고, 자가용 타면 돈도 시간도 더 든다는 페널티를 줘서 교통 체증을 해소하겠다는 논리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행동은 자신에게 미치는 득과 실, 상과 벌에 의해 좌우됩니다. 여러분이 신상필벌의 원리를 늘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는 사회생활의 논리를 이해하는 데도 필수적이기 때문이지만, 여러분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신상필벌1 - 벽에 걸린 멋진 원피스가 인센티브

신상필벌은 여러분 자신뿐 아니라 여러분이 매일 접하는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데도 탁월한 전략입니다.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주위 사람들의 행동에 분명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한편, 여러분을 힘나게 하는 바람직한 행동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지속한다면 여러분의 인생살이도 한결 수월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도 신상필벌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자식 교육은 찰흙을 빚는 것과 비슷해서 이렇게 빚었다 저렇게 빚었다 하면 결국 망치고 말 것입니다. 옳은 행동과 그릇된 행동에 대해 한계를 일관성 있고 분명하게 구분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칭찬이라는 인센티브와 무관심이라는 페널티입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칭찬을 먹고 자라며 무관심을 가장 무서운 벌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 신상필벌2 - 안 자라는 꽃은 뽑아버려야 한다?

여러분이나 저 같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인센티브 구조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조직의 인센티브 구조는 어차피 한 조직원이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에 들어가면 삼성맨이 돼야 하는 것이고, LG 직원은 LG맨이 돼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직과 상사에 따라 인센티브 구조는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곳은 융화와 의리에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충성심에 더 큰 보상을 주기도 합니다. 개인의 자율을 충분히 강조하면서 창의력에 더 큰 점수를 주는 곳도 있고, 가혹하리만큼 성과 위주로 개인을 평가하는 곳도 있습니다. 영업 실적만을 따지는 조직에서 그래도 난 인간관계와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라며 자기 철학만을 내세우고 행동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은 여러분 회사의 CEO나 상사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인센티브 구조에 정통하십니까?

 

 

· 신상필벌3 - 히딩크의 신상필벌이 월드컵 신화를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 감독보다 한 수 아래였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능력만큼 혹은 능력 이상의 투혼을 발휘하도록 하는 리더십에 관한 한 분명히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선수 선발의 공정성과 포지션별 무한 경쟁으로 대표되는 신상필벌의 필터는 히딩크 마법의 요체가 아닌가 합니다. 잠시 여러분의 직장 상사들을 한번 떠올려 보시죠. 일단 실력이 없으면 만만해 보입니다. 마냥 사람 좋기만 하거나 권위만 내세운다면 이 또한 존경할만한 선배들 축에 못 낍니다. 풀어줄 땐 풀어주면서도 깰 땐 확실히 깨는 상사가 더 무섭고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카리스마의 필요충분조건은 실력과 신상필벌의 기술입니다.

 

세상에 신상필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잘못해도 죄를 묻지 않고, 잘해도 상을 주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신상필벌에 관한 한 자본주의 최고의 인센티브는 사유재산권이 아닌가 합니다. 재산도 주인이 있기 때문에 재산을 불리려는 동기가 유발되는 것이고, 물건도 주인이 있기 때문에 그 물건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동기가 생깁니다. 회사를 아끼는 마음이야 대주주만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유재산이라는 인센티브가 없다면 세상에 남아나는 물건과 돈과 회사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기가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를 공유자원이라고 하는데, 공기와 물과 같은 환경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주인이 분명치 않아서 비효율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마음속에는 어떤 공유지가 있습니까, 해결책은 신상필벌입니다.

 

 

 

4. 이제 여자라는 이유의 차별도 배려도 없다 - 경쟁 원리

 

여러분이 훈련해야 할 네 번째 경제 마인드는 경쟁의 원리입니다. 2006 월드컵에서 보여준 박지성과 이영표의 플레이를 기억하실 겁니다. 축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외국 기자들과 영어로 인터뷰하고 같은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와 경기가 끝난 뒤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도 뿌듯했을 겁니다.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월드컵이 열리기 석 달 전 한 평가전에서 국내파 선수들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40여 일 전지훈련을 하며 손발을 맞춰 겨우 조직력을 갖췄는데, 평가전 2~3일 전에 합류한 해외파 선수들은 곧바로 팀에 융화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술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능력이 큰물에 있어본 사람들은 달랐다는 얘기입니다. 두 선수가 2002 월드컵이 끝나고 국내 K리그에 갇혀 있었다면, 세계 일류들과 함께 한 가혹한 경쟁의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그들에게 지금의 영광은 없었을 겁니다.

 

 

· 경쟁 원리1 - <대장금>의 인기 비결은 경쟁의 원리

왜 이렇게 경쟁을 권하는 사회가 됐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경제학이 경쟁을 중요시하는 것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기술의 진보, 나아가 공공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생산성의 향상)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필요성이 역으로 경쟁을 보채기도 합니다. <대장금>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드라마 속의 팽팽한 경쟁 구도가 아닐까 합니다. 음식이라는 주제를 두고 궁에서는 다양한 경연이 펼쳐집니다. 특히 선악의 대립관계로 등장하는 두 팀의 경쟁은 일대일 경쟁 구도보다 훨씬 흥미진진했습니다. 한 상궁과 장금, 최 상궁과 금영, 그렇게 두 팀의 구도는 경쟁에 가속도를 붙입니다. 회사 내 부서 간 경쟁처럼 말입니다. 경쟁은 이런 겁니다. 서로 자극을 받아 더욱 열심히 아이디어를 찾도록 합니다. 이런 경쟁의 결과 기술의 진보가 이뤄지는 것이고, 다양한 문화가 발전하면서 시대의 문화 전체를 살찌우는 것 아니겠습니다.

 

 

· 경쟁 원리2 - 경쟁에 보호본능이란 없다

그런데 경쟁의 원리는 대단히 비정합니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습니다. 승자는 소수이고 패자는 다수입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보상의 몫은 승자가 더 큽니다. 경쟁이 심화할수록 패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의 몫은 점점 줄어듭니다. 패자에 대한 보조는 사후적인 정책의 결과일 뿐, 경쟁 그 자체에 보호본능이란 없습니다. 그래도 경쟁이 덜할 때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절대열위, 비교열위에 있어도 혹은 비교우위만 있어도 그럭저럭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승자와 패자가 공존했던 겁니다. 버티면 승진했던 것 아닙니까. 그러나 비슷비슷한 인재가 쏟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또 자신의 업무 분야가 글로벌화한다면 웬만한 비교우위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동료들과 비교해서 어떤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습니까. 비슷한 능력을 가진 후배들이 쫓아오고, 비슷한 업무가 외국에서 수입돼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 경쟁 원리3 - FTA가 체결되면 여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FTA와 여성이라는 주제에 관한 한 FTA를 찬성하는 쪽은 소비자로서의 여성을 강조하고, FTA를 반대하는 쪽은 노동자로서의 여성을 강조합니다. 많은 여성학자는 비정규직의 여성화를 몰고 올 거라며 FTA에 반대합니다. 여성학자들이 좀 세게 얘기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일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런 측면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떤 부모를 만났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그런데 세계화의 진전은 새로운 산업,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주면서 이런 기득권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모든 기회는 능력 있는 여성의 얘기입니다. 여성에게 특출한 기능과 아이디어, 지식이 없다면 여성학자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비정규직의 여성화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여성 여러분이 열심히 학습하고,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3장  How? 경제를 알아야 돈의 흐름이 보인다

 

1. 부동산과 주식, 어떻게 변할까?

 

뉴스에서 경제 성장률이 얼마니 할 때 귀담아듣는 여성은 별로 없을 겁니다.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미래를 쥐락펴락하는 첫 번째 무서운 요소가 바로 이 성장률입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성장률과 재테크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은 노동 투입과 자본 투입, 생산성 등의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젊은 사람들이 감소하면 노동 투입이 줄어듭니다. 또한 벌어놓은 돈을 까먹고 사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면 저축률도 떨어져 자본 투입에 사용할 재원이 감소합니다. 일하는 사람 중에서도 나이 든 사람의 비중이 높아지면 생산성이 추락하죠. 그래서 고령화 시대=저성장 시대라고 하는 것입니다. 옛날처럼 연간 5퍼센트를 훨씬 웃도는 성장을 못한다고 정부를 비판할 일만도 아닙니다. 낮아지는 속도가 문제지 낮아지는 추세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돈 불리는 패러다임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성장 시대에서는 고금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은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려 하지 않고, 개인 역시 빚을 늘려 소비할 수도 없습니다. 돈 쓰려는 사람들이 부족해지면서 돈의 값(금리)은 떨어집니다. 그래서 저성장 시대에 관심을 높여야 하는 것이 투자입니다. 세금 혜택이 많거나 투자와 연계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축 상품에 목돈 마련의 승부를 거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성장이 재테크에 몰고 올 또 하나의 파장은 투자자산 수익의 양극화입니다. 저성장은 소득의 양극화를 동반합니다. 중산층이 적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의 양극화도 동반합니다. 잘나가는 일부 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투자자산의 수요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고소득층의 수요가 몰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직장에 다니신다면 여러분의 상사들은 어떤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부장님은 몇 평 짜리에 살고, 과장님은 어느 동네에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분들은 주식투자를 어떻게 하시던가요. 관심이 없다고요?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 상사들의 머릿속은 한창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을 겁니다.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자산의 수요가 급증하는 연령대는 소득 증가가 한창 가속도를 내는 40대입니다. 30대에 비해 자산을 살 여력이 더 크고, 50대에 비해 투자자산에 대한 호감은 더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40대는 큰손입니다. 큰손들이 시장에 많이 몰릴수록 시장은 활황을 보일 것이고, 큰손들이 시장을 떠날수록 시장은 침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게 바로 40대 효과입니다. 이는 회식자리에서 나오는 여러분 상사들의 재테크 얘기를 그냥 흘려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무능력해 보이는 상사라도 배울 게 있는 법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앞으로 어림잡아 8년, 얼추 2014년까지는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8년여 기간 동안 자산시장을 낙관하는 이유는 8년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와 같습니다. 향후 8년은 전체 인구 중에서 40대의 비중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절정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40대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투자자산에 가장 호의적인 세대입니다. 2020년 언저리에는 40대와 50대 인구가 역전됩니다. 그래서 2010년쯤이면 50대의 자산 매도 압박이 서서히 느껴질 수 있다는 겁니다. 50대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워낙 많았던 40대가 나이 들기 때문이겠지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40대의 50대화 그리고 이들의 은퇴는 자산 가격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퇴해서도 생활비를 대려면 사람에 따라 그 시기가 다를지 모르겠지만 모아놓은 자산을 서서히 처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8년여가 지나면 자산 수익률이 그 이전만 못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재테크 전략을 다잡아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오히려 불행한 쪽은 지금의 30대입니다. 앞 세대가 내놓는 자산 매물은 충실히 소화해주지만, 정작 자신의 매물을 받아줄 세대는 적기 때문입니다. 지금 30대가 은퇴할 시기를 한번 볼까요. 2020년쯤 되면 이들도 50대로 접어들어 은퇴를 시작합니다. 그때부터는 50대 인구가 다른 어떤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자산을 처분해도 받아줄 세대가 모자라게 됩니다. 마치 먼저 가입한 사람일수록 이득을 보는 다단계 판매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세대 간 갈등이라는 화두가 나오게 됩니다. 세대 간 갈등은 돈 문제가 얽힐수록 깊어집니다. 지금 40, 50대야 바로 뒤 세대 덕분에 상대적으로 나은 노후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가진 자산을 더 나은 조건에 뒤 세대에게 팔아 노후생활비를 챙길 수 있고, 뒤 세대가 내는 보험료 덕분에 뒤 세대보다는 국민연금도 더 나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30대는 그렇지 못합니다. 뒤 세대가 더 적기 때문에 오는 불행입니다.

 

 

 

2. 돈도 잘 아는 사람을 따라간다

 

최소한 은행 금리보다는 더 받아야지라는 말을 하시는 여자분은 그래도 재테크에 눈을 뜬 분입니다. 은행 예금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무런 위험도 없기 때문이겠죠. 재테크의 목적이 돈 관리가 아니라 돈 불리기인 이상,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재테크 원칙입니다. 그래서 금리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짤 때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테크는 결국 부동산과 금융상품(예금, 주식, 채권, 보험, 혹은 퓨전 상품)에 대한 포트폴리오입니다. 자기가 가진 재산과 매달 받는 봉급을 각 부분에 어떻게 선택, 집중, 분산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금리는 집값과 예금이자, 주가, 채권 가격, 보험료 등 재테크 대상이 되는 각 상품의 수익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금리의 실체를 모르고 돈 벌겠다는 것은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책을 마치며 - 인생의 든든한 지팡이, 경제 마인드

 

직장 다닌다고 경제에 밝은 것도, 집에 있다고 애 잘 키우는 것도 아닙니다. 여자를 구분하는 전통적인 경계가 허물어졌습니다. 이 책에서 꼭 드리고 싶었던 말씀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각 유형마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었지만, 요즘은 자기하기 나름입니다. 우아하게 살고 못살고는 결국 자신이 얼마나 공부하고 고민하고 발품을 팔아 다부지게 사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경제 현상이라는 게 책 좀 읽는다고 해서 장님이 눈뜨듯 하루아침에 훤히 내다보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 마인드를 가지면 인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경제 마인드는 살아가는 동안 여러 힘든 봉우리를 만날 때마다 여러분의 든든한 지팡이가 돼주기도 하고, 위로가 되는 길동무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아무쪼록 이 책이 여러분의 안주머니에서 두둑한 자신감이 되어드리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