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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3년, 일생일대의 투자기회를 잡아라

by 홍승환 2007. 4. 16.

 

다가올 3년,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를 잡아라

 

 

 

1장 이 시대 최고의 투자 기회가 온다

 

2008년 자산 시장, 이렇게 변한다!

2006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과거 평균치인 3.8%보다 높은 4%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2005년보다 다소 나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경제는 최소 2008년까지는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을 기점으로 중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중국과 미국이 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유동성도 2008년에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경제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과잉 설비 투자는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이 몰고 온 정보화 및 선진국의 고령화 확대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소비자의 저축 성향 증가로 소비는 점점 정체되거나 감소할 수밖에 없다. 즉 2008년에는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세계 경제의 위축, 침체 국면이 예상되는 만큼, 세계 경제에 민감한 우리나라 경제의 둔화도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2008년 이후의 후폭풍과 고령 사회 진입에 따라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버블이 꺼지기 전에 최대한 거품을 즐겨라

재테크에서 중요한 투자 철학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세만 좇아 남들이 하면 따라 하는 식으로 투자하다가는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남들보다 앞서 가기 위해서는 금리 및 국내외 경제 동향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구통계학적 트렌드는 경제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이다. 연령별 특징이야말로 어떤 섹터가 투자 성공 섹터인지 가늠해주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저축과 투자 패턴도 연령별 특징에 큰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개인들의 가치관도 저축에서 투자로 변하고 있다. 자산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재산이 증식되는 시대는 지났다. 자산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관리와 계획을 갖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수시로 점검하고 투자 수익률을 비교평가해 새롭게 바꾸어야만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다. 또한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프리사이즈 포트폴리오는 없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때에는 먼저 자신이 감수할 수 있는 위험 정도부터 파악해야 한다. 즉 얼마나 많은 손실이 나도 견딜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또 반드시 손실의 크기와 기간을 설정한 다음에 포트폴리오 구축에 들어가야 한다. 본인의 자산을 관리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자산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감정이 앞서 무리하게 된다. 무리한 투자는 늘 뒤끝이 좋지 못하다.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자산에 애정을 갖고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2008년까지는 주식>부동산>채권의 투자 수단 순으로 수익률이 결정될 것이다.

 

다가올 3년이 최고의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 1 _ 잠재성장률 상승세

2005년을 바닥으로 경기는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수출 산업 혼자만이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지난 2~3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향후 2008년까지는 소비와 투자가 되살아나면서 4% 이상의 안정 성장이 예상된다. 2008년까지는 소비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 확대-일자리 창출-소득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4~5% 성장세는 무난히 달성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1970년대부터 1997년까지 연평균 8%의 고도 성장을 이루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안정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이제 4~5%의 성장세가 최적인 시대가 온 것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안정 성장기에 접어들면 과거보다 낮은 성장을 하더라도 경제 규모가 안정적으로 증가해 자산 가격이 오르게 된다. 물론 소비와 투자 사이에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자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도 가능하다.

 

다가올 3년이 최고의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 2 _ 저출산고령화

한국의 중산층은 아직까지는 두터운 편이어서 비슷한 소득이면 비슷한 수준으로 살 수 있다. 이는 일본보다 시장 규모는 협소하지만 특정 상품의 구매력이 집중적으로 일어나 기업의 성장 발판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화되고 있어 소득의 양극화가 향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있다. 소득 불평등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면 내수 기반이 무너져 한국의 중산층도 일본처럼 엷어질 수 있다.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경제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기술 혁신보다는 단순히 노동자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왔다. 결국 고용 없는 성장은 내수 침체를 불러왔다. 내수 시장이 죽으면 기업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력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선심성 정책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본질적 해법은 일자리 창출에 있다. 노동 공급의 급속한 감소에 대해 유효 노동력의 증가로 대처해야 한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는 시대도 지나갔다. 이제 박리다매의 경영 시스템이 아니라 매출이 줄더라도 수익률은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이 정립돼야 하는 시기다. 축소 경제 구조 하에서 국내 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 재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3년이 최고의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 3 _ 확대 생산에서 축소 생산으로

한국 교육이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세기는 더 싸게 더 많이 생산하는 공급 중심의 시대였다. 기업들이 합쳐져 거대 기업을 만들어냈고, 그런 과정에서 팀워크가 중시됐다. 하지만 수직적인 협력 체계나 상하 구별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조직 내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능력이다. 변화를 이끌어갈 창의적이고 자생력이 있는 인재야말로 21세기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다. 소니가 삼성에 추월당한 이유 중 하나가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한 기업 문화, 즉 변화를 이끌어갈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교육은 국가와 사회의 원동력이며, 기업을 이끌어가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다가올 3년이 최고의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 4 _ 유동성이 자산의 크기 결정

고도 성장기에는 항상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은행이 자금을 운용하는 데 있어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각 기업들은 설비 확장보다는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대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특히 각국의 통상 압력과 원화가치 상승으로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를 선호하게 됐다. 따라서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국내에서 설비 투자를 하려는 기업이 줄어들어 은행은 예금 운용처를 잃게 됐다. 2000년 들어 가계의 부동산담보 대출, 신용대출로 이어진 대출 형태는 2005년 전세자금대출 확대, 최근에는 정부의 소득 양극화 해소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과 영세 기업에 대출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듯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은 실물자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저금리 기조 아래서 실물자산 투자는 최고의 기회를 몰고 올 것이다.

 

다가올 3년이 최고의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 5 _ 내수 부양에 매달리는 정부

2006년 신년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소득 분배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이 같은 양극화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소득 양극화 문제는 신자유주의 아래 세계화에 따른 보편적 추세다. 세계화로 인한 국가 간 무한 경쟁은 승자만이 살아남는 독점 구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중산층 이상으로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중하위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외환위기 이후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 시장 유연화로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소득 양극화 문제 해결의 핵심은 재원 확충에 달려 있다. 소득 포괄주의나 세금 인상은 대다수 국민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켜 정책 결정이 쉽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 정부는 세금 인상보다는 경기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장 일본의 화려했던 3년 vs 잃어버린 10년

 

일본의 경제 버블, 원인은 무엇인가?

일본 경제의 버블 발생 원인으로는 먼저 1980년대의 미국 상황을 들 수 있다. 당시 미국은 산업 기반이 악화돼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시기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산업의 재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감세로 형성된 자금은 저축보다는 소비로 돌려져 점점 저축 부족 현상에 빠져들었다. 부족한 자금은 어딘가에서 빌려와 충당해야 했다. 결국 미국은 고금리를 통해 해외자금을 유입시킴으로써 적자를 메워나갈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대돼 달러 강세 현상이 발생했다. 달러가 폭락하면 세계 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하에 1985년 9월 G5회의, 일명 플라자합의가 열렸다. 미일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엔화의 절상도 계속 이어졌다. 급격한 엔고 현상은 일본의 수출 기업에 큰 타격을 주어 많은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겼다. 일본 국내에서는 신규 설비 투자가 정체됨에 따라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그 결과 수출 의존 부분의 생산이 급감해 일본은 심한 엔고 불황에 돌입하게 됐다.

 

버블을 낳은 또 다른 요인은 일본 정부의 위기의식 결여와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부족에 있었다. 일본 정부는 금융 자유화라는 커다란 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금융 시장의 근본적인 개혁을 미루기만 했다. 그 결과 국내외 과잉 유동성 자금이 국내에 갇힌 상태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어떻게든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금융기관으로서는 개발업자 등에게 대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었다. 운용처를 잃은 과잉 유동성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실제 가격 이상으로 치솟은 비정상적인 현상에 대해 일본은행은 방관하고 말았다. 일본 정부와 금융기관은 시대의 조류를 무시한 채 담보만 있으면 무조건 융자하는 방식을 답습했다. 주식이나 부동산의 담보 가치가 올라가면 더 빌려주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졌다. 그 담보가 실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버블이 붕괴되고 난 다음이었다.

 

 

일본의 경제 버블, 이렇게 붕괴됐다

일본의 버블 경제는 1989년 정점을 찍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막을 내렸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자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상승이 빨랐던 만큼 하락 또한 급속하게 진행됐다. 버블 경제의 붕괴를 알린 신호탄은 과도하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과 경기 안정을 위해 시행한 긴축 정책이었다. 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금융 부문의 긴축 정책과 함께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각종 규제가 나오면서 자산 시장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충격이 가해진 것이다. 그렇잖아도 너무 과도하게 올라 하락할 계기를 찾고 있던 시장에 정부가 확실한 계기를 제공한 셈이 됐다. 일본 정부는 1991년부터 다시 금리 인하로 금융 정책을 전환했으나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으며, 자산 가격의 하락도 멈추지 않았다. 금융 긴축을 계기로 버블은 붕괴돼갔다.

 

부동산 규제 정책은 기업의 보유자산 가격을 더욱 악화시켰다. 금융기관의 선별적인 융자와 신규 대출 기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재무 구조는 악화됐고, 기업의 도산이 줄을 이어 불황의 골은 깊어졌다.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일본 경제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금융권의 불량 채권 문제는 그 심각성을 더해갔으며, 디플레이션에 따른 기업의 설비 투자 감소와 개인의 소비 감소가 경기 침체를 더욱 심화시켰다.

 

일본처럼 자산 가격이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하락한 장기 불황은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다. 자산 가격의 버블은 어느 나라든 경험할 수 있지만, 그 처리와 후유증이 이처럼 장기간 지속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기간 동안 경상수지만큼은 흑자를 나타내며 안정적 추세를 보였다. 이는 일본 제품의 대외 경쟁력, 즉 제조업 경쟁력은 최고 수준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 전체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경기를 결정짓는 요소가 내수인 점을 감안한다면, 내수가 활성화되지 않는 한 일본 경제의 불황 탈출은 요원한 일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처리된 부실 채권의 규모는 75조 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13개 은행이 2002년 결산한 부실 채권 잔고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27조 엔에 이른다. 부실 채권을 아무리 정리해도 신규 발행 금액이 10조 엔을 웃돌다 보니 전체 부실 채권 규모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부실 채권의 처리 지연은 사태 수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 첫 번째 원인은 정책 담당자의 초기 판단 실패였다. 즉 1990년대 중반까지 부실 채권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그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또한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치권의 반발을 회피하고 싶어 했다. 두 번째 원인은 금융기관의 소극적인 부실 채권 처리였다. 자산 가격 하락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해 채무 기업의 부동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을 오히려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까지도 일본의 정부, 금융기관, 국민은 모두 지가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하며 조만간 가격이 회복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1990년대는 일본의 엔화자금이 해외로 급격히 유출된 시기이기도 하다. 부실 채권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은행 업계를 돕기 위한 초저금리 정책은 자금의 해외 유출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하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과의 금리 차이가 장기간에 걸쳐 큰 폭으로 벌어졌다. 따라서 일본보다는 미국, 유럽에서 자금을 운용할 경우 더 많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90년대는 IT경기 호황이었기 때문에 자금 수요가 높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부동산, 주식 시장의 침체로 일본 내에서는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의 기관 투자자는 연기금의 운용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미국 채권의 투자를 늘렸다.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것은 곧 국내에서 쓰여야 할 돈이 산업자금화되지 못하고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는 일본의 경기 회복을 그만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관료제의 정상에 있는 대장성은 스스로를 국가 이익의 진정한 보호자로 자부했다. 실제로 대장성은 일본 경제의 핵심 두뇌 내지 지휘자로서, 미국의 재무성과 같이 연방 정부 부처와 기관을 총망라하는 역할을 하는 거대 조직이었다. 즉 미국의 재무성과 같이 국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세청과 같이 세금을 징수하며, 금융기관의 활동을 감시하는 책임도 맡고 있었다.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대장성이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친 책임, 대형 금융 사고의 결과로 빚어진 비판 등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버블 경제가 대장성의 감시 아래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불행은 시대의 조류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도자가 관료 체제를 선호한 데서 비롯됐다. 전후 폐허 속에서 경제를 일으킨 일등 공신이 관료 집단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의 패러다임은 예전과 달라졌다. 제조업보다 금융이 지배하는 글로벌 경제 체제의 경쟁 속에서는 자율과 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일본의 관료 집단이 놓친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다.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양상이 1990년대를 통해 일본 경제에서 나타났다. 당시 일본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투자와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복합 불황이 이어졌다. 물가 하락의 상당 부분은 자산가치 붕괴로 물가가 제자리를 찾아간 데서 시작됐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본의 지가는 1/2, 주가는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가는 1994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02년까지 8%가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일본의 물가 하락 원인은 가격 경쟁과 규제 완화, 그리고 시장 개방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가격 경쟁이다.

 

버블 경제의 후유증, 일본이 위험하다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 일본은 장기간에 걸쳐 전 산업계의 구조조정 열풍에 휩싸여 있다. 구조조정은 종업원 해고를 중심으로 한 비용 절감이 목적이다. 이는 종신고용을 자랑하던 일본의 경영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감량 경영의 대표적인 기업은 닛산자동차다. 자동차 왕국 일본을 상징하던 닛산자동차는 1995년에 자마 공장을 폐쇄하고, 1995~1998년 사이에 7천 명의 종업원을 줄였다. 이러한 감량 경영으로 1996년 3월, 4년 만에 400억 엔의 눈물겨운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거나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공동의 이익이라고 생각되면 충성을 다하는 공존의 시스템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고, 창의력과 개성을 통한 개인가치 중심의 시대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벤처 산업이 뿌리내리기 어렵다. 창의력과 기술력으로 성공한 벤처 기업에 대해 찬사는커녕 질시와 비아냥거림을 내비친다. 고위험, 고수익인 벤처는 일본인과 잘 맞지 않는다. 일본의 벤처 캐피탈은 대개 금융 회사의 자회사로, 모회사인 은행이 대출해주기 힘든 회사들에게 편법적으로 대출하는 용도로 활용될 뿐이며, 기술과 전망이 아무리 우수해도 웬만해선 투자하지 않는다. 일본의 인재들도 대기업으로 가서 안정된 삶을 누리기 원하며, 모험과 위험이 공존하는 벤처 기업은 기피한다. 공격적인 벤처 투자로 유명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일본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를 통해 성공한 사람이다.

 

일본인들이 미래와 관련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일본이 고령화 사회로 급격히 접어드는 이유는 평균 수명의 대폭적인 연장과 여성의 사회 진출 등으로 만혼화만산화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인구 감소는 재정적자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 어린이 수의 감소와 고령화 사회의 대응은 아동복지 및 노인복지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본의 역동성, 즉 일본 정부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생애 현역 사회를 제시했다. 쉽게 말해 은퇴 없이 평생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근로소득 없이 살아가기 힘든 냉혹한 시대를 인정한 셈이다. 이미 전 사원이 60세 이상인 고령자 회사가 등장했고, 노인 인력 파견 사업도 성황 중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창사한 기업의 37% 가량은 50대 이상 연령층이 창업한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의 일본 퇴직자들은 생산적 고령자가 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생활 규모와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3장 지금 한국의 자산 시장은 버블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이룬 고도 성장의 배경에는 정부의 선도적인 정책이 있었다. 즉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 배분으로 압축 성장을 해왔던 것이다. 정책금융은 희소한 자원을 인위적으로 배분해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금융은 내재된 비효율성 때문에 규모가 커지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당시 은행은 정부의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출심사 능력이 성장할 수 없었다. 즉 자생적으로 금융 산업에서 이익 창출 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상실했던 것이다. 그래서 비록 산업 부분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금융 부분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금융기관들의 기초 체력이 부족했던 이유는 관치금융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던 재벌들이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에 처하자, 무분별하게 자금을 대주었던 금융기관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출을 회수하면서 악순환은 시작됐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금융, 기업, 공공 부문 등에 대한 개혁으로 고질적인 병폐 해소는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었다. 상당수의 부실 금융기관이 퇴출 또는 합병됐고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도 크게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당시 7% 수준에 머물던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도 국제 권고 기준인 8%를 크게 상회하는 10%로 높아져 건전성 또한 강화됐다. 구조 개혁의 필요성과 요구는 외환위기 이전에도 줄곧 제기돼온 것들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해 외환위기로 귀결됐다. 이러한 극한 상황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인 개혁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외환위기는 상당한 고통의 시간이었던 한편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구조 개혁의 최고 호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또 다른 위기의 불씨를 품고 있었다. 외환위기는 정부의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진정한 금융 시스템과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부실화와 가계 건전성 훼손이 또 다른 부실을 초래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 늙어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동력인 한국의 주력 산업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취업 구조의 중심은 이미 30대에서 40대로 이전됐다. 2000년 기준 우리나라 전통 주력 산업인 철강, 조선, 화학, 섬유 업종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37~39세로, 컴퓨터나 IT 산업 등의 평균 연령 30~31세보다 매우 높다. 1960년대 경공업을 일으켰던 섬유, 화학 산업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해 평균 연령이 42세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일본의 조선 업계는 1993년 생산직 평균 연령이 45세를 넘어서자 조선 건조 세계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주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일로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과학, 공학 전문가 집단의 고령화는 젊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과 맞물려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첨단 기술 인력의 공백 상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게 한다.

 

위기의 불씨를 갖고 있는 취약한 금융 시스템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먼저 부실 금융기관을 회생 가능, 회생 불가능으로 구분했다. 회생 가능한 금융기관은 정부가 부실 채권을 매입 또는 출자해 해외에 매각하거나 국유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리고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금융기관은 청산 절차를 밟거나 자산 인수 방식을 통해 우량 금융기관과의 합병을 유도했다. 이러한 금융기관 정리 과정에서 인원 및 점포가 대폭 축소됐다. 은행의 경우 1997년 11만 3천 명에서 2002년에는 6만 6천 명으로 단기간에 40% 이상이 감원됐다. 당시 정부는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신속하게 투입해 부실 채권 정리와 금융기관 경영정상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한편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근로자가 명예퇴직하거나 해고됨으로써 소규모 자영업자로 전환됐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자영업의 비율은 33%로 일본의 2배 이상, 미국의 3배 이상이다. 이렇게 높은 자영업 비율은 현재 자영업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 속에 신음하는 가계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의 가계 순저축률은 20% 내외였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신용카드 남발에 따른 과소비로 인해 가계 저축률이 2%로 급락했다. 그 뒤 가계 부채 조정을 거쳐 2004년 5.3%로 올라섰으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외국의 가계 순저축률을 보면 프랑스 11.1%, 독일 10.7%, 이탈리아 10.5%, 일본 6.3%이며 소비 국가인 미국은 1.4% 수준이다. 5.3%라는 가계 저축률은 2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는 실질소득이 낮다는 것이고, 둘째는 소득에 비해 소비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즉 저축을 할 여력이 없을 만큼 소득이 적거나 실제 소득보다 씀씀이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현실적 측면에서 과소비보다는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저축률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소득의 양극화 과정에서 근로소득에만 의존하는 계층은 외환위기 이후 상대적 빈곤이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4장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일본의 부동산 버블, 이렇게 꺼졌다

1980년대 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버블기에 들어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일본 샐러리맨들의 마이홈 꿈은 점점 멀어져갔다. 특히 기업의 부동산 투자로 인한 업무용 오피스빌딩 품귀현상은 심각할 정도였다. 가격에 상관없이 부동산 매물을 확보하는 것이 당시 기업들의 최대 과제였을 정도다. 지나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1990년 4월 부동산 관련 대출 총량 규제를 실시했다. 이는 부동산 투자에 대출을 규제해 자금이 부동산에 몰리는 것을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뒤이어 1991년 1월에는 야당에 의해 토지세가 도입됐다. 토지세는 토지의 투기적 거래를 규제할 목적으로 부동산 보유시의 세금 부담을 상당히 높게 했다. 이러한 부동산 억제 정책과 금리 인상 정책이 맞물려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토지 가격의 폭락에 따라 1980년대 말 부동산 투기에 매달렸던 많은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됐다. 다만 우리나라와 다른 것은 일본의 경우 기업 중심의 부동산 버블이었기 때문에 가계 부분은 상대적으로 버블 붕괴 피해에서 온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일본의 가계 부문까지 부동산 투기에 휩쓸렸다면 아마도 일본 경제는 회생 불가능의 상태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복합 불황을 겪어야만 했다. 이것은 부동산 투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경제 전체를 장기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뜨림으로써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부동산 버블, 어떻게 진행돼왔나?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부동산 가격은 1998년 한 해에만 무려 13.6%가 하락했다. 해방 이후 부동산 가격이 두 자릿수로 하락한 것은 그해가 처음이었다. 집값의 하락과 더불어 전세가의 하락도 두드러졌다. 전세가는 집값보다 2배나 더 떨어졌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인 사명을 가지고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과감하게 풀었다. 2000년 초가 되자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게 됐는데, 이 기간을 전세 가격 상승의 1단계로 본다. 이는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하락했던 전세 가격의 회복 단계라 할 수 있다. 2000년 이후부터 금리가 하락하자 융자를 얻어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집값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저금리로 인해 전세 임대의 이자 수익이 크게 하락함으로써 전세의 월세 전환도 가속화됐다. 그 결과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급등해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는데, 이 기간을 전세 가격 상승의 2단계라고 할 수 있다. 즉 전세 가격 상승 2단계는 저금리로 인한 전세의 월세 전환 요구에 기인한 상승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충청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으로 부동산 투기가 확산됨에 따라 전월세 가격뿐만 아니라 아파트 매매 가격까지도 급등하는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 이 기간을 전세 가격 상승 3단계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급등한 전세 가격으로 인해 아파트 투자 수익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투기 과열과 더불어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고, 다시 전세 가격의 상승을 유발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아파트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강남의 집값을 가장 먼저 타깃으로 했다. 강남의 집값 상승이 강남으로만 끝나지 않고 강북과 수도권을 거쳐 전국을 부동산 열풍으로 내몰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 안정을 추구했던 정부는 강남의 집값을 꺾기 위해 각종 조치를 내놓았다. 결국 2003년 9.5 부동산안정대책이 나왔는데, 그 칼날은 재건축 아파트를 향한 것이었다.

 

부동산 투기의 실제 원인은 무엇인가?

부동산 투기 붐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은행의 무분별한 아파트 담보 대출에 기인한다. 국민의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가 충분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주택 규모의 공급만을 강조했다. 또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에 따라 일부 특정 지역의 가수요가 확산되기도 했다. 이는 무분별한 강남 재건축 사업 계획을 허용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하반기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은 금융기관의 무차별적인 아파트 담보 대출 확대에 절대적으로 기인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은 기업 대출 중심의 도매 금융보다 가계 대출 중심의 소매 금융에 집중했다. 이렇게 늘어난 가계 부문의 금융 부채 증가는 향후 한국 경제의 최대 잠재 요인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갑작스러운 부동산 버블 붕괴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붐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주택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주택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 문제는 해소됐다고 주장하지만, 필자들은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택 총수요에는 총가구 주택 수요 이외에 2~3년분의 재건축 수요를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전개되면 기존의 택지에 다시 집을 짓는다. 따라서 여분의 주택이 확보되지 않으면 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일시적으로 심화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정부의 시각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수급은 균형을 달성했다. 그리고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 세력에 의한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구조적 불균형에 기인하는 주택의 수급 현상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는데 주택 소유 비율이 100%가 되지 않는 이유는 집을 가진 사람들이 한 채가 아니라 2채 이상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이 치명적인 내수 불황을 부른다

부동산 버블로 인해 가계의 주택 구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 경제적 여파는 주택 구입 소요 연수 증가분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내수 경제 전체에 지속적으로 파급된다. 예를 들어 봉급생활자가 10년간 일을 하면 은행 융자를 받아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부동산 투기로 인한 주택 가격 급등으로 15년간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경우 가계는 처음 10년간 일해서 주택을 구입하고 그 이후 여유 자금으로 소비 생활을 하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그리고 추가로 5년간 더 긴축 생활을 하며 근로에 대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 결과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계의 소비 경제는 5년간 위축되고, 장기적으로 내수 경기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또한 노동 의욕 상실로 인해 생산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부동산 투기로 치부한 불로소득자에 대해 사회적 불만이 커진다. 이는 빈부 격차 확대의 중산층 감소로 이어져 계급적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을 낳을 수 있다.

 

5장 주식 시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인가?

 

한국의 주식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2005년 7월 1,000포인트를 가볍게 넘은 종합주가지수는 15년간의 역사적 고점인 1,140포인트도 돌파해 장기 상승의 흐름을 타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5년 동안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500포인트와 1,000포인트 사이를 오가는 장기 박스권이었다. 하지만 이 박스는 이미 돌파됐고, 2005년부터 한국의 주식 시장은 15년간의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 새롭고 강력한 흐름을 타고 있다. 이러한 장기 상승의 흐름은 지난 1999년의 강세장이나 2001년의 랠리와는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과거에는 외부 환경과 수급 패러다임의 변화만으로 지수 1,000포인트 시대를 열었지만, 지금의 주식 시장은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외부 환경의 영향 없이 안정된 수익 기반을 가질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탄생하고 있다. 또한 주식 투자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투기가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주식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펀더멘털(Fundamental; 자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능력, 잠재적 성장성)에서 많은 개선을 가져왔다. 그 중 특히 부각되고 있는 것은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의 상승이다. 자본 효율성의 개선은 부채 비율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또한 이자 비용, 외환 비용, 지분법 평가손과 같은 영업 외적인 비용을 축소시키면서 경상 마진이 10~12%대를 나타내고 있어 기업의 내실이 튼튼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기업 체질 변화의 또 다른 특징은 주주 중시의 경영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 가치의 증대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나타난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후반에 걸친 주주 증시 경영이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의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는 동기가 됐다. 한국 기업의 주주 가치 증대는 주가 상승에 커다란 동기를 부여해줄 것으로 본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이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급증했다. 한국은 2000년 이후 기업의 현금 흐름 개선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식 시장이 단기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되곤 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성장 기반 아래 우리 경제에 저금리 체제가 고착되면서 개인과 기관의 투자 패턴은 선진국형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2005년 최고의 금융 상품으로는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증시 활황시 직접 투자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증가했으나, 2004년 이후에는 장기 투자 상품인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으로 몰리고 있어 주식 시장에 안정성을 더해주고 있다. 2004년부터 본격 시판된 적립식펀드는 계좌수가 이미 400만 개를 넘어서며, 샐러리맨의 재테크 1순위를 차지했다. 재테크의 패러다임이 저축에서 투자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저금리가 고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령화와 조기 퇴직이라는 새로운 환경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구조가 미국과 같은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6장 정점 이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버블은 언젠가 반드시 꺼진다

오늘날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금융 시장 내의 자금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이제 투자자들의 고민은 새로운 재료가 아니라 좋은 재료를 찾는 선구안에 있다. 돈은 누구나 알 수 있을 때 가장 많이 넘쳐난다. 돈이 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면 아무도 말릴 수 없다. 바로 이때 현명한 사람들은 가격이 많이 오른 곳과 아닌 곳 사이의 큰 차이를 눈치 채고 옮겨간다. 반면 투기병에 감염된 사람은 시장의 합리적인 수급 정보보다는 누가 자기보다 먼저 무엇을 샀느냐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언제나 투자 열풍이 불고, 마지막 국면에는 거의 수직으로 상승한다. 그리고는 곧 급락이 이어져 정점의 기록을 최소 10년 이상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 실물 경제와는 무관하게 버블이 크게 일어났다 꺼지며, 이로 인해 경제 전체가 극심한 타격을 입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 항상 일반인들의 자신에 찬 투자가 버블의 대미를 장식한다.

 

경기 침체나 불황의 위기도 굉장한 투자 기회지만, 투자 열풍은 일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최고의 매도 기회이기도 하다. 투자 열풍에 편승하는 것도 좋지만 정점이 매우 격렬하므로 사실상 빠져나오기 어렵다. 눈앞의 돈을 놔두고 나오는 투자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투기 붐이 일 때는 위험은 무시되고 지나친 신념에 의한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판을 친다.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더 많은 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시기의 유일한 공포다. 즉, 시장이 미쳤다우리도 어느 정도 미친 척해야 한다는 말이 정설로 여겨진다. 그러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즉시 투자자들의 신념은 사라져버려 패닉 상태에 빠진다. 강세장이 장기화될수록 끝에는 요란한 투기장이 돼버리고 곧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버블은 언젠가는 꺼지게 돼 있는 것이다.

 

 

버블 붕괴 후 최고의 투자 대안은 채권이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금리 수준이 국제 금리 수준에 비해 월등히 높아 기업들이 가급적 국내자금보다 외화자금을 이용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의 콜금리가 미국의 공정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환율 변동 위험을 감안한다 해도 외화자금 조달의 메리트가 없어진 것이다. 향후 저금리 기조 하에서는 대기업의 직접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은행의 소매 금융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1990년 이후 주식부동산의 붕괴로 10년 이상 장기 침체에 들어간 일본에서 시행된 초저금리 정책은 채권 투자에 매력적인 요인이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돈이 국채로 몰린 것이었다. 일종의 채권 버블이었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우정사업본부 내의 우편저축과 일본은행이 매입해 장기 금리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때의 무리한 금리 인하 정책은 역으로 투자자에게는 채권 투자의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준비하지 않은 당신이 최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정부는 2010년경에는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는 경제 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소득 양극화, 성장 잠재력 축소, 정부와 가계 부문의 부채 증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질지도 모른다. 만약 일본과 같은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 우리는 일본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그에 대비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법인 모두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음의 슬로건을 반드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 준비된 자만이 거품을 즐길 자격이 있다.

-. 부동산 총액이 GDP의 4.8배 이상이고, 주식 시가총액이 GDP의 1.4배 이상이면 경계 신호다.

-.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자산 가격의 상승은 버블의 신호로 인식하라!

-. 중국발 디플레이션을 경계하라!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자산 시장은 구조 개혁과 부실 채권 정리에 따른 살인적인 고금리를 경험했다. 이후 통화 공급 확대와 수출 증대에 힘입어 4%대의 초저금리 시대로 가면서 채권 가격의 대폭락 등도 경험했다. IT경기 호황에 따른 코스닥 버블도 겪었고, 부동산 시장의 급등도 경험했다. 돈이란 수익이 있는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버블은 늘 왔다가 사라지는 법이다. 버블은 유럽의 튤립에서도 나타났고, 영국의 철도에서도 나타났다. 무선 기술이 출현했을 때도 그랬고, PC나 인터넷 등 예기치 못한 신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등장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해야만 자산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 거품을 즐겨라! 그러나 거품의 정도를 파악하고 대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거품 붕괴시 여유로운 방관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

 

 

나오며 | 한국 경제, 버블이 징후로서 끝나기를 바란다!

 

1980년대 중반 인플레이션과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미국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부동산 거품이 낳은 부실채권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리고 금융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 금융 인프라 재건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경쟁력은 크게 상승됐습니다. 반면 일본은 금융과 자본 시장을 개혁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매우 완만한 금융 자유화만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은 일본 금융 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했지만, 일본은 이를 저축이 부족한 미국이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술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자본 시장의 근본적인 개혁은 뒤로한 채 오로지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자산 가격이 급등해 버블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이는 거품 붕괴 뒤 금융 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한편 국제 대분업의 전개를 가져온 글로벌화에 대응하는 미국과 일본의 태도도 상이했습니다. 미국은 미래 지향형 경제 전략을 추진하면서 최대 목표를 기업의 생산성 회복에 두고, 새로운 기술 및 경영 기법을 도입해 기업 구조와 체질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그러나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은 전 세계가 IT 산업으로 먹고살 거리를 만들었던 1990년대를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10년간의 장기 호황을,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복합불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과연 한국 경제는 미국형으로 갈까요, 아니면 일본형으로 갈까요? 필자는 한국 경제의 버블이 징후로만 그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