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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제학

by 홍승환 2007. 4. 13.

 

서른살 경제학

 

 

 

1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전략에 강하다

 

직장 생활 4~5년차, 30대 초반 정도면 드러납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전략조차 이해가 늦은 사람과 전략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 전략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은 이것을 한번 트렌드로 만들어 봅시다, 우리가 먼저 이렇게 치고 나가 보죠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경제학은 전략을 만들어 내는 바이블입니다. 왜 뛰어난 마케터들은 경제학 원론을 늘 책상머리에 두고 있는 걸까요. 왜 CEO들은 경제학 교수의 아카데믹한 강의를 들으면서 경영의 힌트를 얻을까요. 경제학에는 세세한 마케팅 테크닉은 없지만, 마케팅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 비밀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소비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매스티지(고가 위주 명품 소비와 구별되는 감성적 중저가 명품 소비 경향) 마케팅만 해도 그렇습니다. 탄력성(민감도)이라는 경제학 개념을 아는 사람은, 매스티지 현상이 매스티지로 명명되기 전부터 매스티지 마케팅을 실행합니다. 이렇듯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트렌드와 전략을 창조하지만, 경제학을 모르는 30대는 따라갈 뿐이거나, 따라잡지도 못하고 뒤쳐집니다.

 

 

기업전략의 핵심코드, 탄력성

경제학의 탄력성 개념은 돋보기 같은 존재입니다. 잘 안 보이는 것도 탄력성 개념으로 들여다보면, 현상에 숨어 있는 질서가 보입니다. 탄력성이라는 게 사실 별것 아닙니다. 떡볶이 장사를 하더라도 명동에서 할 때와 초등학교 앞, 여자대학 앞에서 할 때는 가격 책정과 메뉴 구성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죠. 기업의 가격전략, 브랜드 전략,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학의 스타킹, 탄력성 : 탄력성(彈力性, elasticity) 개념은 한마디로 민감도입니다. 단적인 예로 가격을 10% 올리면 판매량이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있습니다. 매상이 크게 떨어졌다면 탄력성이 높은 것이고, 매상에 별 변화가 없다면 탄력성이 낮은 것이죠. 탄력성이 1보다 크면 탄력적(elastic)'이라고 하고, 1보다 적으면 비탄력적(inelastic)'이라고 합니다. 탄력성이 1이라면 가격을 내려도 판매량이 똑같은 비율로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 수입에는 변화가 없겠죠. 가격에 대한 탄력성은 대체재가 많이 생길수록 커집니다. 주스류를 포함해 건강음료 시장을 한번 보죠. 옛날에는 오렌지 주스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토마토 주스, 당근 주스, 키위 주스, 녹차 음료수, 홍삼 음료 수, 보리 음료수 등 신제품들이 계속 나오지 않았습니까. 주스와 대체할 수 있는 이런 음료수들이 많이 생길수록, 주스의 가격 탄력성은 커진다는 얘기입니다. 주스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주스를 먹던 소비자들이 다른 음료수로 옮겨 갈 수 있다는 것이죠.

 

 

탄력적으로 고객을 보라 : 탄력성 개념이 기업 마케팅 전략의 핵심코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을 다양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가격도 그렇더군요. 노인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노인분들에게는 전화를 걸고 받는 정도의 기능이면 충분합니다. 이들에게 수십만 원짜리 휴대폰은 쓸모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20대들에게는 비싼 휴대폰은 꼭 필요한 사치입니다. 같은 휴대폰 구매자라도 이렇듯 가격에 대한 탄력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이 가능한 것이죠.

 

실제 가격 차별화가 이뤄지는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시간에 따른 가격입니다. 예를 들어 렌터카 업체나 호텔들이 비성수기나 평일에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도 탄력성 개념을 활용한 가격차별입니다.

둘째, 장소에 따른 가격차별입니다. 제품을 지리적으로 구분해서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이죠. 똑같은 음료수라 해도 대중목욕탕 안에서 파는 것이 더 비쌉니다. 길거리 슈퍼에서야 안 사면 그만이지만, 목욕탕 안에서는 어지간히 비싸지 않고서는 사게 마련 아닙니까.

셋째, 구매자에 따른 가격차별입니다. 고객의 사회적 지위나 구매력에 따라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이죠.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수출 가격을 국내 가격보다 낮게 매깁니다. 외국 소비자들이야 꼭 우리나라 차가 아니더라도 살 수 있는 차가 많기 때문이죠.

 

 

전략적 사고하기, 게임이론

기획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압축하기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즐깁니다. 여기서 그림은 'Painting'이 아니고 'Diagraming'입니다. 어떤 경제연구소에서는 신입 연구원이 들어오면 몇 개월 동안 책 읽고 요약하는 일만 시킨다고 하지 않습니까. 요약도 논술식이 아니라 도식화를 하도록 훈련시킵니다. 게임 이론은 경제학에서도 압축하고 도식화하는 습관을 가장 잘 훈련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상대와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압축하고, 양쪽이 쓸 수 있는 전략을 뽑아내며, 다양한 전략 조합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죠.

 

 

최저가격보상제에 숨어 있는 게임이론 : 경제 현실에서는 그 결과가 상식과 반대로 나타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통념이라는 잣대로는 그 비밀이 안 보일지 몰라도, 게임이론으로 보면 어렵지 않게 비밀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할인점들의 최저가격보상제 전략을 샘플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최저가격보상제는 자사의 제품이 인근 유통업체보다 비싸면, 차액의 몇 배를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이마트입니다.

 

예를 들어 최저가격보상제를 도입한 A마트가 냉장고를 200만 원에 팔고, 경쟁사인 B마트가 170만 원에 판다고 해보죠. 현명한 소비자라면 어디에서 물건을 구입하겠습니까. 역설적이게도 B마트가 아니라 A마트에서 사게 됩니다. A마트에서 200만 원에 산 다음 차액(30만 원)의 2배인 60만 원을 돌려받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 소비자는 냉장고를 140만 원에 산 셈이니, B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30만 원이 이득인 셈이죠. 그러면 B마트는 A마트의 이런 전략에 대해 어떤 카드를 꺼낼까요. 냉장고 가격을 A마트와 똑같이 200만 원을 받는 게 최선의 전략입니다. 200만 원보다 조금이라도 싸다면, 손님들을 다 뺏길 테니 말이죠. 결국 A마트는 다른 할인점들을 따라오게 만들어, 시장 가격을 자신이 책정한 가격으로 동결시킨 셈입니다. 다른 할인점들도 냉장고를 200만 원에 팔 수 있으니, 구태여 현 상황을 타파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전혀 새로운 전략이 불쑥 튀어나와 게임구도가 변화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일종의 안정된 균형 상태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암묵적 담합(tacit collusion)이라고 합니다. 서로 협의하지는 않았지만, 묵시적으로 담합을 형성해 사실상 독점가격을 받는 것입니다.

 

 

게임적 상황으로 압축하라 : 게임이론은 한 가지로 정형화된 이론이 아닙니다. 경쟁적 상황의 특징에 따라 여러 가지 게임구도가 가능합니다. 게임이론은 이런 게임구도를 종류별로 유형화해서 각각의 경우 기업의 최적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예측합니다. 일단 단순한 두 가지 게임구도를 통해 게임이론을 연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우월전략균형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S사와 L사가 시장 쟁탈을 위해 치열한 광고 전을 벌인다고 해보죠. 각각 많은 광고비와 적은 광고비라는 두 가지 전략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 4가지의 전략 조합이 가능하겠죠. 상대 회사가 적은 광고비를 지출할 때는 자신은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이 이윤이 더 많이 남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반대로 상대 회사가 많은 광고비를 지출할 때는 자신도 광고비를 많이 지출하면서 경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정하죠. 또 두 기업 모두 적은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사이좋게 경쟁하는 것이 서로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며 혈전을 벌이는 것보다 낫다고 가정합니다. 즉 S사와 L사 모두 적은 광고비를 집행하면 (7억, 7억)으로 각 기업의 이윤이 모두 7억 원씩이며, 모두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면 (3억, 3억)으로 각 3억 원씩 이윤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S사가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고, L사가 적은 광고비를 집행한다면 (10억, 2억)으로 S사의 이윤은 10억 원이 되어 L사의 2억 원보다 많습니다. 반대로 S사가 적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L사가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면 (2억, 10억)으로 S사의 이윤은 2억 원, L사의 이윤은 10억 원입니다. 

 

이 경우 S사와 L사는 어떤 전략을 선택하게 될까요. 정답은 두 기업 모두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입니다. S사는 L사가 광고비를 많이 쓰든, 적게 쓰든 광고비를 많이 집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우월합니다. 같은 논리로 L사 입장에서도 S사가 어떤 전략으로 나오든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이 우월 전략이 됩니다. 이처럼 상대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언제나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전략이 존재하고, 실제 이 전략을 선택하는 상황을 우월전략균형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경제현실에서 이런 게임구도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둘째, 내쉬 균형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은 마을에 청주옥과 한성반점이라는 두 음식점이 서로 어떤 음식을 메뉴로 올릴지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각 식당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음식을 팔게 되는데 청주옥은 비빔밥과 된장찌개 중 하나를, 한성반점은 자장면과 우동 중 하나를 고르려 한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한성이 자장면을 선택할 때 청주옥은 비빔밥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한성이 우동을 하면 청주옥은 된장찌개가 낫습니다. 한성도 청주옥이 비빔밥을 선택하면 자장면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청주옥이 된장찌개를 하면 한성은 우동이 낫습니다. 즉, 한성-자장면, 청주옥-비빔밥이나 한성-우동, 청주옥-된장찌개 두 가지 조합 중 하나에서 균형이 되는 것이죠. 만일 한성-자장면, 청주옥-비빔밥에서 균형이 유지된다고 할 때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전략을 바꿔 이윤을 더 크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전략이 주어져 있을 때 자신의 입장에서 최적인 전략을 내쉬 전략이라고 하고, 이런 전략으로 유지되는 상태를 내쉬 균형이라 합니다.

 

내쉬는 게임이론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수학자의 이름입니다. 경제현실을 게임이론으로 예측할 때,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게 바로 내쉬 균형이 어디인가를 찾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대의 모든 전략에 대해 우월한 전략을 찾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주어진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서만 최적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 즉 내쉬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 회사가 처한 경쟁 상황이 어떤 유형인지, 어떤 게임구도인지를 먼저 판단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최저가격보상제를 먼저 치고 나간 것은 절묘한 우월전략입니다. 다른 할인점들이 이마트의 뒤를 이어 똑같은 제도를 도입하든 않든, 또 이마트의 최저가격보상제 시행으로 다른 할인점들이 가격을 내리든 안 내리든 이마트 입장으로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2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경영을 안다

 

나의 회사와 남의 회사 경영을 제대로 알려면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 한 가운데는 재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재벌을 안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 경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 출발점입니다. 우리나라 재벌의 역사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모럴 해저드(moral hazard), 그리고 출자 사슬이라는 세 가지 화두로 압축됩니다.

 

기업가정신은 강한 성취동기, 무모한 도전, 불굴의 개척정신, 번득이는 아이디어, 투철한 상업정신으로 요약되는 기업인의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입니다. 모럴 해저드는 대마(大馬)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 지원과 규모가 커버리면 그 기업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에 대한 기업의 굳건한 믿음입니다. 그리고 출자 사슬은 거대한 계열 군단을 하나로 엮어, 오너가 황제처럼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도록 해 준 역사적 키워드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이제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지거나 약화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런 문제에 대해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성장을 가로막는 벽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Animal Spirit'의 신화

경제학에서는 위험을 즐기고 수용하는 기업인들의 태도를 가리켜 기업가의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경제학의 마지막 거인으로 불리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년) 이전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투자를 이자율의 함수로만 설명합니다. 그런데 케인스는 1936년에 출판된 일반이론에서 투자는 이자율과 동물적 본능의 함수이다. 그러나 동물적 본능이 더 결정적이다라고 규정했습니다. 1960~7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에 대해 외국인들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던 것은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안 됐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한강의 기적은 창업 1세대들의 기업가정신을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 한번 잘 살아보자는 강한 성취동기와 승부 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야성적이고 동물적인 충동과 본능 말입니다.

 

 

Animal Spirit과 죽음의 계곡 : 창업주와 그 2세대들의 동물적 본능은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크게 후퇴하게 됩니다. 기업가 정신이 후퇴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진단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좌파적 정책들을 쏟아 내고 이념 논쟁을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고, 정부가 하도 규제를 많이 해서 도저히 기업을 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는 푸념 섞인 주장도 있었고, 반()기업 정서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일부분에 불과한 것을 너무 일반화시킨 주장이 아닌가 합니다. 오히려 산업 구조적인 데서 기업가정신이 쇠퇴한 이유를 찾는 게 맞습니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 단계가 더 이상 사업의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진, 성장의 벽에 맞닥뜨렸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는 것이죠. 60년대 경공업, 70년대 중화학공업, 80~90년대 전자자동차를 거쳐 지금까지 IT로 먹고 살았는데, 그 이상의 대안이 안 보인다는 겁니다.

 

기업의 사이클을 설명하는 용어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죽음의 계곡은 벤처기업이나 신생기업이 투자자금을 모으기 곤란하고, 설령 펀딩을 해서 제품을 내놓더라도 작은 시장 규모 때문에 매출이 적어 고사 확률이 높은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도 산업 구조는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기업들이 계속해서 먹고살려면 신산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특히 이런 신산업 분야는 응용기술 이상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없는 시장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들은 아직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원천기술 분야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산업 구조적으로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대기업 출생의 비밀 모럴 해저드

경제학 개념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안경을 쓰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봤던 것도 달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벌의 성장사가 그렇습니다. 대마불사는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입니다. 정권 차원의 몰아주기식 자원 집중이 이뤄졌지만 감시나 모니터링도 없었고, 실패에 대한 패널티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할 수 있었던 것이죠. 바로 여기에 재벌 성장사의 또 다른 비밀이 있습니다. 이런 국가적 모럴 해저드는 역설적이게도 1970년대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을 가져왔고, 또 이런 모럴 해저드는 당연하게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외환위기와 국가적 모럴 해저드의 끝 : 정권과 재벌, 금융의 3각 모럴 해저드는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서서히 막을 내립니다. 경제 관료들 사이에 성장 일변도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정 중심의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던 것이죠. 여기에다 경제 개방화가 급진전되면서 정권이 드러내 놓고 국내 기업만 보호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기 시작했죠. 무분별한 외형 위주의 확장과 공격 일변도의 경영으로 90년대 들어 대기업들은 이윤율이 중소기업보다 못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 것들이 도화선이 돼 외환위기가 발발했고 확장 위주 경영의 패러다임은 순식간에 주주 중심, 재무구조 중시로 바뀝니다. 정권차원의 대기업 지원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졌고, M&A 제도가 도입되며, 사외이사제도와 같은 기업 감시장치가 속속 만들어졌습니다. 재벌의 모럴 해저드에 대한 신상필벌의 장치가 드디어 확립되기 시작한 것이죠.

 

 

대기업 생존의 비밀 출자 사슬

흔히 재벌 총수를 대주주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지분을 보면 오히려 소수 주주에 가깝습니다. 삼성의 계열사가 모두 63개인데, 이들 계열사 전체 주식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2004년 4월 1일 기준으로 0.44%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삼성의 황제입니다. 어떻게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수십 년 간 그룹을 장악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좌우하게 됐을까요. 바로 순환출자와 같은 복잡한 출자 사슬이 계열 회사들 사이에 얽히고 설켜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순환출자의 부작용 : 첫째, 자본주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자본주의의 근간은 주식회사 제도이고, 주식회사 제도는 지분만큼 경영에 대한 발언권과 의결권을 인정하는 제도라 했습니다. 그러나 총수가 단 1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계열사들도 수두룩한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총수가 사장과 임원을 임명하고 경영의 전권을 휘두르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는 것이죠.

 

둘째, 다수 주주들의 이해가 침해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총수 입장에서는 삼성카드 부실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에 출자하고, LG카드 부실을 막기 위해 LG전자가 LG카드에 출자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다수 주주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노릇이죠.

 

셋째, 기업에 대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포함해 이사를 선임할 때 보면 결국 가공자본인 계열사 지분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다수 주주들이 경영을 잘 감시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외이사를 뽑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죠. 또 총수가 경영에 실패해도 책임을 묻기가 고약합니다.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는 한 총수의 지배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지배력이기 때문이죠. 넷째, 기본적으로 취약한 구조입니다. 한 계열사가 어려우면 이 회사에 출자한 다른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나빠질 수 있습니다. 또 M&A 위협에 휘둘리기도 쉽습니다. 삼성물산 같은 곳은 삼성전자나 삼성SDS와 같은 우량 계열사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네 주가는 싸니까 언제든지 외국인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도 바로 이런 순환출자의 부작용을 규제하기 위한 것 입니다. 순환출자를 일일이 다 뜯어내라고 할 수는 없고, 출자할 때마다 순환출자인지를 확인해서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그룹 소속 회사들이 국내의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총액에 아예 한도를 둬버리는 것이죠. 그리고 이전에 이를 초과해 다른 회사에 출자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 등이 금지됩니다. 재계는 출총제 때문에 투자도 못하고, 경영권 방어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 한다는 얘기는 좀 엄살입니다. 공정위도 각종 예외조항을 통해 사업 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출자는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한 이유일 겁니다.

 

 

 

3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돈의 길을 본다

 

실은 주식도 부동산도 5할은 경제 원리, 나머지 5할은 경험에 달렸습니다. 경제 원리를 알아야 여러분의 재테크도 숲에서 헤매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죠. 금리가 내려가면 주가나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 환율과 주가 혹은 환율과 금리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모르고 재테크에 나서는 것은 자신이 애써 모은 돈을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특히 금융은 경제의 흐름과 변화를 보여주는 경제의 노른자위입니다. 금리와 환율은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재테크와 경영 전략을 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업들이 다음해 경영 계획을 짤 때 환율과 금리를 어떻게 전망하느냐에 따라 전략도 달라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금융을 아는 직장인과 모르는 직장인은 수학과 산수의 차이만큼 괴리가 큽니다.

 

 

고령화 시대의 생존 재테크

90년대까지만 해도 최고의 재테크 방법은 고금리 은행 상품으로 종자돈을 모으고, 이 돈을 밑천으로 아파트나 땅을 사서 돈을 불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금리와 부동산을 통해 대박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장기적으로 저금리는 대세입니다. 저성장 시대에는 기업으로서도 돈 될 만한 사업이 줄어듭니다. 때문에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려는 유인도 줄어들죠. 개인들도 20~30년 소득이 없을 노후를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돈을 굴려야지 빚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돈을 쓰려는 사람들이 부족해지면서 돈의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대박도 저축도 아니라면 펀드가 기본 : 영국 금융감독원이 부잣집과 가난한 집 자녀들의 금융 지식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가난한 집 자녀들은 예산을 세우고 돈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능력을 잘 갖춘 반면, 부잣집 자녀들은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 상품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훨씬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난한 집 자녀들은 근검절약하고 저축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배운 것이고, 부잣집 자녀들은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운 것이죠. 제가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앞으로의 노후 대비는 증권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절약과 저축은 극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재테크입니다. 저금리와 고령화의 충격을 동시에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가 대안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저성장 시대라 해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한 우량 기업의 주가는 오르게 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주가는 세계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또 금리가 낮아지면 반대로 채권의 가격은 오르지 않습니까.

 

그러나 노후 자금은 안전성과 환금성이 가장 우선돼야 합니다. 그래서 주식과 채권에 대한 직접 투자는 위험합니다. 10년, 20년 장기간을 놓고 보면 자신이 샀다 팔았다 하는 것보다 꾸준히 펀드에 저축하는 것이 수익률이 더 낫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은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펀드에 투자할 때도 잘 분산해야 합니다.

 

펀드 투자를 할 때는 주식형, 채권형, MMF(머니마켓펀드) 등에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 우선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의 비율을 주식형에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40세라면 주식형에 60%, 채권형에 30%, 수시입출금식인 MMF에 10%를 넣는 방식이다. 증시가 강세일 때는 주식형 비율을 늘리고 싶은 유혹도 받겠지만, 위험 관리 차원에서 투자 비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6개월에 한 번씩은 자신의 금융자산을 검토해서 주가가 올라 주식형 비중이 70%가 됐으면 60%로 줄이고, 나머지를 환매해 그간 줄어든 자산의 비중을 높여 놓는 포트폴리오 조절이 필요하다.

 

 

4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불황을 예측한다.

 

경기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신문을 그냥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통계 기사도 기자의 시각에 따라 재가공되기 때문에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경기 보는 법을 훈련해야 합니다. 경기를 읽는 노하우가 있는 30대와 그렇지 못한 30대는 재테크를 보는 눈이 다르고, 비즈니스를 보는 눈이 다릅니다. 중년 이후의 삶도 달라지겠죠.

 

 

산업활동동향은 실물경제를 읽는 더듬이

실물경제를 읽는 데 더듬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산업활동동향입니다. 매달 통계청이 전()달의 소비, 생산, 투자 등 대내 실물경제의 종합 성적을 집계한 것이죠. 길거리 경기지표가 소비자들이나 기업인들의 심리 변화를 보여준다면, 산업활동동향은 실제 국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확인시켜 줍니다. 신문에서 경기가 좋다, 나쁘다고 할 때의 그 근거가 바로 산업활동동향입니다.

 

 

산업활동동향은 30대의 전공필수 : 산업자원부에서는 산업활동동향 발표 시점보다 보름 정도 빠른 매달 중순에 전달의 유통업체 매출동향이라는 것을 발표합니다. 할인점과 백화점 각 3개사의 월 매출 실적을 종합한 것입니다. 2005년 2월 실적을 보면 할인점과 백화점의 매출이 긴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나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그러나 보름 뒤 발표된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소비가 여전히 마이너스였습니다. 이 경우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지에 대해 어느 쪽을 더 신뢰해야 할까요? 당연히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입니다. 통계청은 전국의 백화점이라는 백화점은 물론 할인점, 편의점, 대형슈퍼 등 전국의 4천 900개 표본업체를 방문해서 판매액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사해 소비지표를 만듭니다.

 

통계청이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할 때는 경기종합지수라는 것도 같이 발표합니다. 경기종합지수는 산업활동동향을 만드는 데 사용한 세세한 통계치를 이리저리 섞어 재가공합니다. 우선 경기동행지수는 지금의 전체 경기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산업생산지수와 도소매 판매액에다 산업활동동향에는 포함되지 않는 수출입까지 조합한 것이죠. 반면 경기선행지수는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죠. 향후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실업 지표나 주가, 설비투자추계 등의 개별 지표를 조합해서 만듭니다. 동행지수는 지금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데 6개월 연속 감소하면 본격적인 하강 국면이고, 선행지수는 6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하게 해주는데 5개월 정도 마이너스면 경기가 상승에서 하강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라는 것 정도만 아시면 될 것 같습니다.

 

 

 

5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고령화 시대가 두렵지 않다

 

고령화 시대가 무서운 것은 단순히 통계적으로 노인 인구의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줄어들면 나라의 생산성도, 성장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적 조로 현상과 함께 저성장 시대가 도래 하는 것이죠. 저성장 시대는 국가사회적 패러다임을 일거에 뒤바꿔 놓습니다. 경제의 잘나가는 부문과 못 나가는 부문 간의 양극화를 촉진시킵니다. 개인들 간의 빈부 격차도 확대시킵니다. 소비의 절대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지금까지 보지 못한 소비 트렌드도 대두할 겁니다. 또 저성장 시대에는 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노후 대비도 그만큼 힘들어지게 됩니다. 재테크의 지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을 거라는 얘기죠. 때문에 고령화 시대에는 개인들의 생존 전략도, 비즈니스 전략도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야 합니다.

 

 

고령화 시대의 돈 되는 트렌드

고령화 시대의 트렌드는 분명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겁니다. 절대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단순히 중장년층의 소비 파워가 커지는 것에 그치지 않겠죠. 소비 패턴이 구조적으로 달라진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평균은 도태한다 - 고소득층의 트렌드 주도권은 강력해지고 중저가 브랜드의 입지는 취약해질 거라는 얘기입니다. 뒤집어 보면 고소득층의 기호와 감성에 어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승용차 종류별 판매를 보면 국산차의 판매 비중이 줄고, 수입차 판매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국산차 중에서도 소형차 비중은 계속 줄고 있고 대형차나 SUV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독신자들의 소비 파워가 세진다 - 평균 초혼 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1인 독신자 가구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죠.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혼자들과는 소비 성향도, 기호도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독자적인 소비 파워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물론 독신자라고 해서 모두 동질적인 집단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잘 차별화해서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건강에 대한 소비는 안 식는다 -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식품과 친환경 농산물시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웰빙형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죠.

 

IT에 대한 소비도 안 식는다 - 저성장, 저소비, 양극화의 영향을 가장 안 받는 영역이 바로 IT 분야에 대한 소비입니다. 특히 통신 분야의 소비 지출은 경제 상황이나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전 소득 계층과 연령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소비한다 - 고급 소비 추세와 함께 양극화 시대의 또 하나의 특징이 바로 해외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해외 유학이 늘고, 해외여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해외에 나가서 병원 진료를 받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죠. 정부가 차라리 교육 시장이나 의료 시장을 개방해서 국내 교육산업과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교육산업과 의료산업의 엇갈리는 미래 - 교육산업이 저출산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면, 의료산업은 수명 연장의 최대 수혜주일 겁니다. 유년 인구가 줄어드는 대신, 노령 인구는 늘어나기 때문이죠.

 

 

시니어 비즈니스로 성공하기 : 고령화 시대 마케팅의 기본은 시니어 비즈니스로 사고하는 것입니다. 고령화로 인해 50대 이상 시니어들의 소비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막강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니어 비즈니스로 사고하기의 몇 가지 포인트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편리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니버셜 디자인(누구나 쓰기 쉬운 디자인)들이 최근 몇몇 제품에서 선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휴대폰의 문자판 크기를 키우거나,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실버폰 같은 것 말입니다. 두 번째는 안전입니다. 부모가 따로 사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 경비업체 직원들이나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부모가 잘 계신지 확인하는 서비스도 곧 나오지 않을까요. 세 번째는 중장년층의 문화적 욕구에 소구하는 겁니다. 최근 장년층이 무작정 따라하기만 하면 PC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가이드북도 나왔던데, 이런 것도 한 사례이겠죠.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시니어들을 겨냥한다고 해서 자신을 나이든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de)마케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웰빙 비즈니스로 성공하기 : 웰빙 마케팅은 명품 마케팅보다 수요 기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식품 시장 규모는 2004년 4천 600억 원인데, 연간 2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웰빙 산업의 중요성은 새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웰빙+문화, 웰빙+음악, 웰빙+IT, 웰빙+건설, 웰빙+의류, 웰빙+금융, 웰빙+교육 등 웰빙의 퓨전화는 모든 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여행을 해도 장수촌으로 가고 휴대폰 컬러링도 스트레스를 없애 주는 음파로 바꿉니다. 새집 증후군이 없는 아파트는 더 비싸도 돈이 아깝지 않고 내의 한 벌도 대나무 성분으로 만든 것을 삽니다. 대학에 웰빙 건강 관리학과가 생기고, 여행 컨설턴트와 아로마테라피 향기 전문가가 유망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건설, 섬유, 전자, 교육, 여행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웰빙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열렸습니다.

 

 

 

6장. 30대가 알아야 할 두 나라, 겁 없는 중국과 잘난 미국

 

앞으로 인구가 세계의 경제 지도를 바꾸게 될 겁니다. 중국을 보십시오. 개방 28년을 맞이하며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아서 문제였던 게 아니라, 그 엄청난 인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체제의 문제가 더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일본을 추월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경제적, 정치적 리더로 자리잡을 겁니다.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가 주목받는 이유 역시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급속히 늙어 가는 반면, 미국은 오히려 근로 세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40년이면 미국 인구가 EU 전체 인구보다 많아집니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 때문이죠. 해외의 젊은 두뇌들이 미국의 늙어 가는 세대의 자리를 채워주는 것입니다. 미국은 세계의 소비시장 역할을 하면서 세계 경제를 받쳐 줄 것이고, 중국은 세계의 생산 공장과 아시아 최대 소비시장 역할을 하면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강력한 위안 블록(위안화는 중국의 화폐 단위)를 형성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글로벌 비즈니스가 불가능합니다.

 

 

중국, 알면 흥하고 모르면 망한다

 

중국 때문에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기업 : 앞으로 중국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을 망하게도 할 것이고, 흥하게도 할 것입니다. 중국 때문에 망하는 기업은 중국기업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0년이면 중국이 한국 등 세계 반도체 강국을 위협하는 반도체 생산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2004년에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품목이 69개인데 반해 중국은 735개였습니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완제품 생산에 쓰이는 부품소재를 중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현재 한국의 대중 수출 품목의 70%가 바로 부품소재입니다. 그래서 중국기업들이 못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 때문에 흥할 기업은 중국 시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기업입니다. 중국의 소비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고급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초과 수익률을 얻게 될 것이고,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 서바이벌 전략 :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생존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저가 전략으로는 안 된다 - 중국 시장에서 현지 기업들과 저가 전략, 대중적 브랜드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진출 초기에 쓰라린 실패를 맛봅니다. 중국 남성을 타깃으로 한국에서와 같이 중저가 제품을 판매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죠.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이랜드는 타깃 고객을 여성으로 바꾸고, 유통 경로도 단순한 거리 매장에서 백화점이나 전문매장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랜드는 고급 브랜드로의 변신으로 마침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디자인도, R&D도, 직원도 중국에서 -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중국인들 감각과 정서에 맞게 모델이 개발되고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R&D와 디자인은 한국, 생산은 중국이라는 고전적 공식으로는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가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삼성전자만 해도 반도체 연구소, 소프트웨어 센터, 디자인 연구소, 통신 연구소 등을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일기획이 국내 광고회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것도 삼성전자를 지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중국인들 정서에서 광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요즘에는 오히려 새로운 첨단 제품이 중국에서 먼저 출시되는 추세입니다. 중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일류가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중국 회사가 돼야 한다 - LG가 천안문 근처에 여의도 트윈 타워와 똑같이 생긴 베이징 타워를 만들 때 내세운 일성이 바로 성공한 외국 기업이 아니라 성공한 중국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 공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사스가 발생했을 때도 철수하지 않아 중국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습니다. 이 결과 LG는 중국의 외국 기업들 중에서도 소비자들에게 가장 믿음을 주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에게는 좋은 물건 만드는 회사 이상으로 중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회사라는 잣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것은 사회주의적 전통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

최근 절대 강자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앞으로 최소한 20년 동안 미국의 경제력이 지금보다 약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즉, 중국에 세계 경제 1위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중국의 위상은 더 높아지겠지요. 그래도 세계경제의 게임메이커는 미국입니다.

 

이민의 경제학 : 미국 비자 가운데 HIB 비자라는 게 있습니다. 미국에 취업을 원하는 엔지니어, 과학자, 건축가, 의사 등 주로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발급을 하는 비자입니다. 매년 미국 의회가 한도를 정하는데 2003년까지 연간 20만 개였지만, 9.11 테러 때문에 지금은 6만 5천개로 줄었습니다. 이를 놓고 인텔의 CEO 크레이그 배럿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부시 행정부를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우수한 인재를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부시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이다. 이 두 사람의 비판에는 미국 경제가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세계 최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미국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젊은 나라입니다. 미국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민이라는 호르몬제를 상시적으로 공급받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젊은 이민자들이 유입되고, 또 이들이 자녀를 많이 낳기 때문이죠. 미국도 고령화 문제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세대의 절대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겁니다. 이민이 늘어나면 미국 내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경제도 어려워지지 않겠냐고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지인의 기술력이 부족했던 산업 부문에서 생산 증가가 이뤄진 것이 이를 말해줍니다. 부시 행정부의 이민 정책 후퇴를 비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빼먹을 것과 미국에서 빼먹을 것 : 세계 경제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경제권, 미국 경제권, EU경제권 3극 체제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범아시아 경제권, 미국 경제권 등 양극 체제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등 브릭스(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 네 나라의 앞 글자를 딴 말)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옳은 결정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에 대한 관심을 줄이거나 미국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중국에서 빼먹을 것과 미국에서 빼먹을 것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옳습니다. 중국은 조만간 아시아 최대 소비시장으로 등극할 겁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도 곧 한국 기업들을 추격할 겁니다. 이런 기회와 위기의 경계선상에 미국이 있습니다. 미국의 기술력을 활용해 중국 기업의 추격을 따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미국에 R&D센터를 세워 미국 기업과 협력하고 신기술 개발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죠. 또 미국의 세계 최대 소비시장의 역할도 계속될 겁니다.

 

 

미국 쌍둥이 적자는 전 세계의 딜레마 : 그런데 미국에는 한 가지 뿌리 깊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무역 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입니다. 세계 지도를 펴놓고 미국의 무역적자국을 표시해 보면 아프리카와 호주, 남미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미국이 흑자를 보는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사실상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물건을 사주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실업자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재정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고 있지만 이 또한 걱정거리입니다. 재정적자가 쌓인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빚이 계속 증가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미국은 막대한 대외 불균형(경상수지 적자)와 대내 불균형(재정적자)를 어떻게 메울까요.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바로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Tresury Bond)입니다. 미국에 수출하는 수많은 나라들의 중앙은행이 미국에 수출해서 번 돈으로 미국의 국채를 사주는 것입니다.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대 채무국인 이유도 바로 미 국채 때문입니다. 채권을 판다는 것이 결국 빚 아니겠습니까. 일본과 중국, 한국 등이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들입니다.

 

이런 배경을 알면 현재 위안화와 달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세계 환율전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누구 덕분에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먹고살고 있냐. 미국이 아시아 기업들의 물건을 사주니까 아시아가 돌아가는 것이죠. 그래서 미국은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렇게 반문합니다. 미국이 누구 덕분에 굴러가냐. 미국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를 중국이나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다 사주고 있기 때문에 빚더미 속에서도 미국이 건재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2005년 초에 한국은행이 미 국채를 판다는 소문이 국제 금융시장에 알려지자 달러화가 폭락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로서도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달러화 자산을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 국채 같은 달러 자산을 팔면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미국이 달러 약세를 통해 쌍둥이 적자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수출국들의 대미수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계속 구조화하면 할수록 미국의 빚을 계속해서 전 세계가 떠안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전 세계가 국제 공조를 통해 동시에 문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현재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