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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의 함정

by 홍승환 2007. 4. 12.

맞벌이의 함정

 

1장 계획한 그대로 살아도

 

루스 앤은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후 텍사스의 고향에서 직장에 다니던 중 고등학교 동창인 제임스 윌슨을 만나 결혼했다. 제임스는 시내에 있는 카펫 및 바닥재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루스 앤은 그의 성실함에 끌렸다. 루이스는 결혼한 다음해 첫아이 덱스터를 낳고, 출산 6주 후에 복직했다. 그리고 3년 후에는 처음으로 자기 집을 장만했다. 낡긴 했지만 적당한 크기의 방 세 칸과 넓은 마당이 있었고 무엇보다 집값 8만 4,000달러는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2년 후, 다시 둘째 아이 엘리를 낳은 루스 앤은 9주 후에 다시 복직했다. 그런데 얼마 후, 제임스가 일자리를 잃었다. 엄청난 규모의 바닥재 사업부가 그 지역에 생기면서 제임스가 다니던 가게가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제임스는 다른 직업을 열심히 찾았다. 그러나 종전 임금을 맞춰주는 일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카펫 청소 등의 온갖 궂은일을 하며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했다. 루스 앤도 직장에 초과근무 신청을 했지만, 그도 쉽지 않았다. 그들이 쓰는 돈을 줄이기는 어려웠다. 소득의 대부분이 생활의 기본적인 것들, 다시 말해 모기지 대금(주택융자 대출금), 자동차 할부금, 보육비, 식비 등에 지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가 실직한 후 3개월째는 모기지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되었다. 6개월이 지나면서 모기지 대금이 두 달 치 밀리게 되자, 그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집안의 물건을 내다 팔았다. 루스 앤은 친지와 이웃들에게 납세신고를 건당 단돈 50달러에 해주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위기에 처하게 되자, 루스 앤과 제임스는 친지로부터 약간의 구제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그 돈은 몇 달 동안의 회전결제 지불액만 감당할 뿐이지 탈출로를 제공해 주지는 못했다. 루스 앤은 자동차 할부금이 밀렸기 때문에 차를 회수당할 것이 걱정되어 초등학교 뒤편에 차를 주차하고 거기서 집까지 여섯 블록이나 걸어 다녔다. 그들의 침실 탁자 위에는 모기지 대금 청구서와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집을 법정처분 하겠다는 군청(카운트)의 편지를 비롯하여, 1만 2000달러에 달하는 청구서들과 친지들에게 써준 차용증서들이 쌓여 있었다. 결국 루스 앤과 제임스는 2001년 텍사스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사례는 내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미국 파산가정의 한 예이다. 파산은 이미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이혼보다 파산신청을 더 많이 한다. 통계에 따르면 1981년 파산을 신청한 여성이 약 6만 9,000명이었는데, 1999년에는 그 수가 거의 50만 명으로 급증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최악의 재정난에 처한 그들이 신용카드에 유혹당한 젊은이들도 아니고 곤궁해진 노인도 아닌, 자녀가 있는 보통의 부모라는 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자녀 기혼 부부는 무자녀 부부보다 두 배 이상 파산 신청할 가능성이 컸고, 아이를 키우는 이혼 여성은 자녀를 가진 적이 없는 독신 여성보다 거의 세 배나 더 파산 비율이 높았다.

 

 

보지 못한 위험

파산을 신청한 사람 가운데 만성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자녀에게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제공하려는 결의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평범한 중산층이었지만, 해고나 사업의 실패로 중산층 생활에서 역류를 맞게 된 것이었다. 수백만의 여성들이 일터로 진군했는데도 그들의 저축이 감소한 원인은 사치와 향락을 위한 소비 때문이 아닌 입찰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즉 교육체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으로써 좋은 학군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입찰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한 수요의 증가로 주택가격은 점차 높아졌고, 안성맞춤으로 엄마의 소득이 그 경합을 벌일 실탄으로 제공되었다.

 

오늘날 평균적인 맞벌이 가정은 한 세대 전에 혼자 벌던 가정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중산층 대열에 뛰어들면서 활용하게 된 모기지 대금, 자동차 할부금, 세금, 건강 보험료, 보육비를 지불하고 나면 오늘의 이중소득 가정은 한 세대 전의 단일 소득 가정보다 재량적 소득이 더 적고, 어려운 시절에 대비해 저축할 돈도 더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맞벌이의 함정이 교묘하게 생겨났다.

 

보통의 논리대로라면 맞벌이 가정은 재정적으로 더 안전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론은 맞벌이 생활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무시하고 있다. 엄마가 노동력에 합류하면 그 가정은 비록 인식하지는 못할지라도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포기하게 된다. 그 무언가란 위급한 시기에 가정을 구원할 여분의 숙련되고 헌신적인 인적자원을 말한다. 전업주부는 아이가 아프면 간호사를 고용할 필요 없이 직접 그 아이를 돌볼 수 있고, 아빠가 해고되면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올 수 있다. 만약 이혼하게 되면 엄마는 새로운 소득을 벌어와 자녀를 부양할 수도 있다. 전업주부는 가정에서 재난에 대한 안전망, 다시 말해 만능 보험증서의 역할을 한다.

 

 

 

2장 과소비 신화

 

돈은 어디에 쓰였나

지난 한 세대 동안 막강한 신화 하나가 미국을 휩쓸었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설명하듯이 과소비 신화가 등장한 것이다. 사람들이 과시욕이라는 새로운 성격상의 결함을 갖게 되면서 전례 없이 쓰고 또 쓰게 된 것이다. 과소비 신화란 사실은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돈을 쓴다는 전제 위에 서있다. 과소비는 여분의 소득을 갖고서 몇 가지 기호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는 소비항목에 지출을 하느라고 빚을 지게 되는 것이 과소비다. 그러나 오늘날의 가정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이 쓸데없는 품목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가? 오늘날의 가정들이 빚을 지고 있는 이유는 과소비 때문이 아니다. 과소비론은 외부적인 평가이며 단지 신화일 뿐이다.

 

의류비의 지출 면에서 보자면, 1973년 4인 가족의 의류비가 오늘날의 의류 지출액보다 연간 750달러가량 더 많았다. 오늘날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면서 정장의류는 캐주얼의류 소비로 전환되었고, 온갖 할인업체의 등장이 의류 구입비용의 감소를 도왔기 때문이다. 식비에 대한 지출을 살펴보자면, 오늘날의 가정은 외식에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하지만 간편하고 값싼 패스트푸드의 등장으로 가정에서는 단지 저녁식사를 위한 비용만이 식료품비로 지출되면서 그 또한 한 세대 전에 비해 22%나 적게 든다. 가전제품 비용을 보자면, 컴퓨터로 인해 지출비용이 연간 300달러 늘어났지만, 다른 가재도구의 제품가격 하락과 내구성의 강화로 전체적인 가전제품 구매 비용은 한 세대전보다 44%나 감소했다. 이와 같이 다른 소비에도 동일한 상쇄효과가 작용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중산층 가정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처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집에서 출발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주택 소유는 멋진 인생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집은 음식, 자동차, 건강보험, 탁아, 서비스 등 다른 어떤 구매품목보다 가정 소득을 더 많이 소진한다. 1975년에 주택의 규모는 평균 5.7개의 방을 소유했다. 그런데 1990년대 말에는 6.1개로 늘어났다. 20년이 넘는 동안 방이 반개도 늘어나지 못했음에도 주택비용의 엄청난 상승은 가정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강력한 두 가지 이유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늘날의 부모들이 주택 구입의 선택을 안전교육에 둔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엄마들이 일터로 나가게 되었고 결국에는 엄청난 채무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주택의 함정

대다수의 부모는 최선의 인생 출발은 좋은 학교와 더불어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좋은 교육구의 주택을 움켜쥐고자 한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세 배 이상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그러한 지역의 주택을 사고자 한다. 자녀를 위한 지출의 덫에 걸린 수백만의 부모들이 좋은 학교가 있는 안전지대의 주택을 찾는 대열에 합류하면서 입찰전쟁을 촉발했다. 이처럼 더 넓은 집을 갖기 위해서, 자녀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엄마들은 일터로 나가 돈을 벌게 된 것이다.

 

1980년에 대출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입찰전쟁이 가열됨에 따라, 가정들은 단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점점 더 큰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 엄마가 벌어온 추가 소득과 은행의 추가 모기지 대출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의 주택수요가 폭증하면서 입찰전쟁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매년 많은 수의 전업주부가 단지 뒤처지지 않고 살기 위해 일터로 나왔지만 어디에선가 부터 무서운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주택 함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격 상한제 등의 정부규제책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새로운 주택건설이나 낡은 주택의 리모델링 등의 건설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맞벌이 가정이 주택함정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가정의 기어를 저속으로 바꾸어, 스스로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의 모기지 채무는 지지 말아야 한다. 10년간 더 셋집에 살아야 하거나, 좋지 않은 학군에서 살아야 하겠지만, 재정적인 관점에서 이 충고는 확실히 합리적인 것이다.

 

 

교육의 가격

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가 평생에 걸친 기회의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자녀를 최고의 학교에 보내기 위해 부모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교육구 내에 주택을 구입하는 것에도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을 함정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 교육의 위기가 중산층 가정경제의 위기이기도 하다는 경보를 울려야 한다. 교육정책기관은 단지 좋은 학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치솟은 주택가격을 부모들이 지불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잘 설계된 바우처 제도가 이 문제에 잘 들어맞는 교육정책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바우처(Voucher)란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보장 서비스를 그 대상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지급된 사회보장 서비스 이용권을 가리킨다. 이것을 교육정책에 활용하면 주 정부가 학부모들에게 제공하는 공립학교 교육 서비스의 이용권을 말한다. 즉 주 정부가 각 학부모에게 일정 금액이 쓰인 바우처를 보내면, 학부모는 자녀에게 적합한 학교를 골라 입학 신청을 하고, 그 학비를 바우처로 내는 것을 말한다. 바우처만으로 학비가 충당되지 않을 경우에는 부족 금액을 학부모가 별도로 부담하도록 한다.

 

현행 교육 제도 아래서는 주소지에 따라 학교가 배정되므로 부모가 좋은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학군으로 이주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입찰전쟁을 낳게 하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망가진 공립보다는 명문 사립을 선호하므로 공립학교에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가정의 자녀들만 남게 된다는 폐단이 있다. 공립학교 바우처에 얼마의 금액이 매겨져야 하는가는 논란과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바우처제도 활용은 결국은 모든 아이들이 어느 학교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자금지원 증표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학교는 이 증표를 모아들이기 위해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므로 교육의 질도 균등 향상될 것이다. 이는 좋은 학군이 사라지는 일이므로 주택구입을 위한 모기지 채무로부터 해방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가정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교육문제는 유아교육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아교육과 대학교육 비용은 거의 전적으로 가정의 부담이다. 오늘날 미국 3~4세 아동의 거의 3분의 2는 유아교육 기관인 프리스쿨에 다닌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보육학교란 엄마가 잠시 쉬기 위해 혹은 직장에 나가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수단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프리스쿨을 다 채우려면 가격을 낮춰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프리스쿨은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는 언론의 영향 등으로 정규 초등교육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당연시 되고 있다. 더구나 그 비용은 종일반의 경우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오늘날의 중산층 가정은 가계예산을 털어가며 자녀에게 현대 교육의 기본단계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립학교 교육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공립보육기관을 확대하거나 아예 초등교육을 좀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여섯 살, 일곱 살까지 기다렸다가 공립학교 교육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 현재 정부의 보육비 보조는 직업에 따라 일부의 맞벌이 부모에게만 그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보육비 지원이 전체 맞벌이 부모에게 지원되어야 하고, 전업주부를 위해서도 세금 공제를 병행하는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은 가정의 경쟁 여건을 공평하게 해 줄 것이며, 부모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수백만 아동들의 보육 수준을 개선시킬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프리스쿨의 반대쪽 끝인 대학을 살펴보자면, 오늘날 미국인들에게는 대학 학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산층 부모는 대학교육이 오늘날의 새로운 경제에서 필수사항이라는 지령에 복종해, 또 하나의 치열한 입찰전쟁의 전투원이 됐다. 좋은 4년제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 수는 해마다 늘어나면서, 등록금과 기숙사비는 이제 평균적인 공립 대학교에서 연간 8,600달러 이상이 든다. 이 비용을 내기 위해서 미국의 평균적인 가정은 세전 총소득의 17%를 써야 한다. 사립대학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더 많은 돈이 든다.

 

대학 당국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은 비용 상승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한다. 학생과 교수에게 기술지원을 하는데 필요한 연구비용과, 학생들의 기대 증가에 따른 서비스를 위한 재정원조 등으로 인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 부문을 보자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온갖 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학 예산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더 큰 액수의 등록금을 부과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인들이 대학 학위를 좋은 직업과 중산층 생활양식에의 입장권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다면 대학 입학에 대한 수요는 그 강도가 훨씬 덜했을 것이다.

 

대학생에 대한 민간 대출의 증가로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그 채무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해마다 100만 이상의 가정들이 단지 교육비를 지불하기 위해 2차 모기지 대출을 받고 있다. 일부 진보적 인사들은 납세자의 돈을 대학에 더 많이 지원하자는 대안을 등록금 인상 억제를 위한 해법으로 내놓고 있지만, 이는 비용을 통제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대학에 쓸 돈을 더 많이 주는 문제점을 낳게 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이제는 등록금을 동결하고 대 개혁을 해야 한다. 만약 주 정부에서 지원하는 모든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중단한다면 이는 대학의 지출을 동결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교육을 제공하는 본연의 임무에 다시 충실하게 될 것이다.

 

 

 

3장 엄마라는 다목적 안전망

 

어려움이 닥치게 되면 가정은 안전망을 찾게 된다. 언젠가는 어려움이 극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더 많은 의료보호, 여분의 현금 그리고 도와줄 누군가 등의 자원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중산층 가정의 안전망은 무엇인가? 물론 보험증서는 최소한도의 보호를 제공하고, 연금은 노년의 궁핍에 대한 보호막이 되어준다. 그러나 몇 세대에 걸쳐 중산층 가정의 안전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업주부였다.

 

한 세대 전의 전형적인 단일 소득 가정은 대개 아빠가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엄마는 가정의 지출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그 경제적 역할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엄마는 헤진 셔츠를 수선하고, 도시락을 싸주고, 잔돈푼도 일일이 세는 등으로 남편이 벌어온 돈을 신중히 지키는 것만으로 그 경제적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이 전통적 견해는 너무 협소하다. 전업주부는 언제나 여러 가지 역할을 해왔고,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자신의 역할을 바꾸었다. 남편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돌보고 가정을 유지했으며, 남편이 정직 또는 해고를 당해서 돈을 벌지 못하게 되거나 병을 앓게 되면 그 잃어버린 소득을 벌충할 일자리를 찾았다.

 

혼자 버는 가정은 한 사람의 소득에 맞추어 지출계획을 세운다. 이 경우 전업주부는 비상시에만 등판 요청을 받는 조건부 근로자다. 맞벌이 가정도 한 사람의 봉급만 쓰고 두 번째 봉급은 예비자원으로 남겨둘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재난이 닥쳤을 때 어떤 충격도 흡수할 수 있는 큰 금액의 저축을 갖게 된다. 그러나 지난 25년간에 걸쳐 대거 취업한 엄마들은 그 소득을 더 나은 기회를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즉 좋은 학교가 있는 안전한 동네의 주택, 포괄적인 건강보험, 두 대의 자동차, 프리스쿨, 대학 등록금 등 장기적으로 계속될 지출에 서약한 것이다.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의 노동력 참여가 가져온 편익만을 주장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실질비용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맞벌이 가정들은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즉각 알아차리지만, 소득의 증가와 더불어 안정성과 재정의 취약성에 대한 위기가 침투해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위험은 미래의 일인 반면, 자녀들의 요구는 오늘 충족되어야 하고, 엄마의 소득이 대출이자와 자동차 할부금 등의 비용으로 충당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직을 하게 되면 그 가정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처럼 재난을 겪게 되면 그나마 안전망으로 투자해온 적금이나 은퇴계정의 저축을 미리 인출하게 된다. 그럴 경우 은행에서 설정해놓은 불이익의 조항에 의해 조기인출은 또 다른 고통을 배가시키게 된다.

 

지난 한 세대 동안 맞벌이의 함정으로 인해 오늘날의 가정은 뜻밖의 결과들을 맞고 있다. 오늘의 부모는 과거 어느 때의 부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들은 전일제 직업을 고수하면서도 가사노동에도 그 의무를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에 존재했던 전업주부의 안전망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은 탓에 재정적 재난에는 더 취약해졌다. 그들은 자신의 안전망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여유 돈이 거의 없으며, 정부 정책은 그들이 자신을 부양하려는 대부분의 노력, 즉 저축 등에도 과세를 한다. 함정에 빠진 그들은 일할 여유도 일을 그만둘 여유도 없고, 무언가 잘못되면 살아남을 수도 없는 것이다.

 

 

 

4장 악덕채무자 신화

 

과거의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청구서 대금을 지불했다. 그때는 명예를 중시했고, 지불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청구서 대금에 대한 지불을 늦추거나, 채무를 회피하려 한다. 파산을 신청하더라도 옛날과 달리 더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심각한 재정난에 처하면, 파산신청을 통해 채권자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파산법원 판사가 채권자가 가능한 범위까지 상환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하겠지만, 채무자도 재난에서 벗어나 새 출발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파산 신청 후에도 모기지, 자동차 할부, 세금, 학자금 대출 등, 채무의 상당부분이 남게 된다.

 

가정이 파산신청을 하게 되면 모든 재정적 거래 내용을 공개해야 하고, 개인 예산을 채권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며, 법원이 지명한 파산관재인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파산의 기록은 10년 동안 신용보고서에 남게 되고, 어떤 지역에서는 파산신청자의 명단이 신문에 공표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그들의 파산 사실을 모니터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취업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그렇게 많은 가정이 파산을 선언하게 되는 것은 더 이상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파산의 사연들 중 가장 많은 이유가 실직, 이혼, 건강문제였다. 그리고 맞벌이의 함정이 이러한 위험을 증폭시켰다. 엄마가 일을 하게 되어 가족의 안전망이 상실된 상태에서 단기간의 실직이나 그리 심각하지 않은 질병도 특히 여유자금이 없는 가정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고용불안정의 증대는 혼자 버는 가정에게도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이는 맞벌이 가정에게는 그 확률수치가 이중으로 높아짐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가정은 맞벌이를 일종의 보험에 든 것과 같이 믿고 있지만 변화하는 경제가 가해오는 고통에 대처하기 위해 부부가 모두 일터로 나가는 가정은, 바로 그 결정으로 인해 자신의 가정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의료비는 급증하고 있고, 병원과 보험사는 환자들을 더 빨리 퇴원시키려고 한다. 더구나 85세의 인구 증가율은 65세 이하 인구의 증가율보다 6배나 높아졌다. 질병에 대한 비용문제로 파산을 신청한 가정이 지난 20년 동안 20배 이상 폭증했다. 질병으로 인한 실직의 재난 외에 맞벌이 가정에 또 하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이 이혼이다. 일하는 아내는 이혼할 확률이 전업주부보다 40%나 더 높다. 아마도 일하면서 자녀를 키워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부부자신들을 위한 시간이 줄어든 데다 경제적인 능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이혼을 쉽게 결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정상태가 나빠졌을 때 이런 모든 문제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조사한 많은 파산 가정들은 개인적 책임을 다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근무시간을 줄여 연로한 부모를 돌보았고, 수천달러의 빚을 내서 사랑하는 이에게 병원 치료를 제공했다. 2001년 미국에서 140만 명이 건강보험에서 탈락했는데 이들 중 80만 명은 연간 7만 5,000달러 이상의 소득자였다.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그들의 현실을 악덕채무자로 내몰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확한 해답은 없겠지만 맞벌이 함정에서 유일한 안전망 대책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장애보험 등의 보호 조처를 취하도록 권장하는 것뿐이다.

 

 

 

5장 맞벌이 세상 홀로 가기

 

파산가정 연구대상자인 게일 프리처드는 남편 브래드와 보낸 12년간의 결혼생활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브래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요. 그리고 정리정돈을 하지 않았고,  항시 가족의 생일을 잊어버렸죠. 이렇게 한참을 브래드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던 그녀는 화가 풀렸는지 다시 부드러운 얼굴로 말했다. 브래드는 그래도 아이들을 사랑했어요. 주말이면 깊이 잠든 딸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몇 시간이고 소파에 누워 있곤 했지요. 그들의 가정생활이 파괴되기 시작한 것은 브래드의 일자리가 유통부서에서 외주로 돌려지면서 부터였다. 해직은 아니었으나 곧 닥쳐올 해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게일은 직장에서 더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브래드를 내조하지 못했다.

 

직장과 가정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된 브래드는 그때부터 집을 떠나 며칠씩 밖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게일은 그의 옷가지를 마당에 내던지고 그의 야구 트로피를 부숴버렸다. 브래드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아파트를 얻어 나갔고, 여자친구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게일은 세 아이와 함께 자기 힘으로 살아나가야 했지만, 집이 있었고, 직업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이겨나갈 자신이 있었다. 더구나 그녀는 커뮤니케이션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과장으로 승진하여 연봉이 4만 6,000달러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게일은 남편과 헤어지던 상황에서 혼자 살아가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불길한 징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가정의 대차대조표였다.

 

게일이 소유한 집은 휴스턴 교외의 10만 5,000달러에 이르는 집이었다. 그동안 브래드의 봉급은 생활비로 썼고, 게일의 봉급은 그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은 모기지 대금을 지불하는데 써왔다. 그런데 브래드의 봉급이 갑자기 없어지자 게일은 자신의 봉급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고, 모기지 대금을 지불할 돈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래서 모기지 대금을 석 달째 밀리게 되었고 법적처분 통지를 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게일은 파산신청을 하고 모기지 대출업자와 상환계획서를 작성했다.

 

파산 신청을 하자 주택에 대한 월 지불금이 증가했다. 연체료와 기한 후 이자로 1만 750달러를 추가로 내야 했으며, 처음에 체결했던 모기지 약정 기간도 30년에서 3년 이내로 줄어들었다. 재산세, 모기지 대금, 유틸리티에 대한 게일의 지출은 그녀의 실 수령 소득 중 거의 4분의 3에 달했다. 브래드가 매달 350달러의 자녀양육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주택비용의 4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게일은 집을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아빠가 떠난 것만으로도 큰 불안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집을 잃게 하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혼 후 재정적 추락은 빈민 여성들보다 중산층과 상류층 여성들의 경우에 더욱 심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혼 전에 더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법의 보호에 힘입어 오늘의 여성들은 역사상 어느 다른 세대의 여성들보다 직장에서 일할 준비가 잘 되어있고, 많은 여성들이 높은 교육수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중산층 편모는 한 세대 전의 편모보다 재정적으로 더 튼튼하지 않다. 이혼 후, 남편의 수입이 사라진 반면, 이전부터 계속되어온 정기적 지출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혼절차 중에 누가 어느 채무를 지불할 것인가는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떤 여성들은 가정에 닥치는 경제적 타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혼의 길을 택한다. 그래서 이혼한 아버지에게 자녀 양육비를 강제하고 있고, 그 비용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혼한 엄마들이 기록적인 파산을 신청하고 있는 것처럼 이혼한 아빠들의 재정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혼한 남자들은 거의 집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월세부담과 자녀양육비 그리고 생활비 지원 의무 등으로 파산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혼한 부부의 상황이 악화된 것은 이혼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부부가 갈라서기 전에 이미 나쁜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모를 지원할 정책이 있다면 보육비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일 것이다.

 

 

 

6장 시멘트 구명정

 

제도 밖의 신세계

1998년 5월 대통령부인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 관련 정책이슈들을 지지하는 후보들을 위한 기금모금회에서 연설을 했다. 그녀의 연설 중 일부는 자녀보육에 관한 연방 보조금, 건강보험 가입 확대 등의 정책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일부는 더 많은 민주당 후보 당선을 돕자는 내용이었다. 그때 나는 출입구 근처의 어두운 복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설이 끝나고 힐러리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 워런 교수이시군요. 저는 여성과 파산에 관한 당신의 칼럼을 읽고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라고 말하고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고개를 홱 돌려 사람을 불렀다. 점심 어디 있죠? 나 배고파요.

 

잠시 후 작은 사무실에서 그녀는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하고 나는 아이스티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음식을 빨리 먹는 만큼이나 질문도 빨리 했다. 그녀는 조급하고 번개처럼 빠르며 모든 미묘한 차이에도 흥미를 보였다. 나는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파산보호제거 법안이 이혼 부부를 더 힘들게 한다는 설명을 했다. 즉 이혼한 파산가정의 경우 전 남편이 파산신청을 하게 되면 부인은 신용카드 채무를 면제 받을 수 있게 되어 그 돈으로 자녀양육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를 설명했다. 그녀는 그 법안의 불타당성을 재빨리 이해했다. 그리고는 저를 도와주시면 저도 당신을 돕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헤어졌다.

 

얼마 후 나는 힐러리가 의회에 상정된 그 법안을 반대했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사실 그동안 클린턴 보좌진은 여러 달 동안 재계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 법안을 지지해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힐러리는 그 법안에 대해 반대 견해를 고수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클린턴 퇴임 후 초선 상원의원이 된 힐러리 클린턴은 다시 상정된 이 법안에 찬성투표를 했다. 그녀의 선거전에는 돈이 들고, 기부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녀는 선거 기부금으로 14만 달러를 받아, 상원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정치헌금을 받는 의원이 됐다.

 

 

폭증하는 카드빚과 2차 모기지

한 세대 전에만 해도 보통의 가정은 오늘날과 같은 종류의 재정난에는 쉽게 빠질 수 없었다. 그때의 중산층 가정은 그리 많은 돈을 빌릴 수 없었고, 높은 한도의 다목적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 매체는 채무의 폭증을 도덕적, 경제적 환경의 산물이라는 쪽으로 전달하지만, 소비자 금융법의 작은 변화가 여러 세기 동안 변함없던 가정경제를 일순간에 변화시키고 있다. 규제되지 않은 대출 상품에 대한 광고들이 가정에 포탄처럼 쏟아지고, 신용카드 모집원들이 대학 캠퍼스와 쇼핑몰을 휘젓고 다니면서 각 가정의 채무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대출은 더 많은 미국인들에게 없어도 되는 물건을 사도록 부추겼지만 충동구매나 사치품 구입이 지난 30년 동안 증가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가정이 더 많은 재화를 사고 있지 않는데도 힘들어지는 것은 학군에 따른 주택 입찰전쟁과 그것을 구입하기 위한 모기지 대출비용과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맞벌이가정이 결국 예상치 못한 비상상황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재난을 맞게 된 가정은 다음번 급여일까지의 생활을 위해 채무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해고가 다가온 근로자들은 새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살아나가기 위해 가급적 많은 신용카드를 신청한다. 이렇게 누적된 채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2차 모기지 대출을 받게 되어 빚을 위한 빚을 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시티은행을 비롯한 준 우량 대출 회사들은 많은 가정들이 자기 집을 갖도록 돕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대출사업을 옹호하지만 이는 허풍 광고일 뿐이다. 그들이 2차 대출, 즉 대환대출을 해주는 것은 주택을 소유한 가정들을 먹이 감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들의 무분별한 대출은 가정의 주택비용 지출을 늘리도록 하며, 결국은 주택을 상실할 가능성을 높아지게 하고 있다. 은행들은 주택의 법정처분을 노리고,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모기지 대출상품을 의도적으로 팔아왔다. 이런 관행은 너무나 흔해져 집을 차지하기 위한 대출(loan to own)'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지경이다.

 

나는 미국 최대의 신용카드 발행사인 시티은행의 1일 컨설턴트로서 강연한 적이 있다. 시티은행은 재정난에 처한 카드 소지자들로 인해 많은 손실을 입고 있다면서, 나에게 그 대책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나는 그들과 하루 종일을 함께 하면서 실업이 대출 불이행에 미친 영향과 맞벌이 가정의 파산 증가 등에 대해 토론했다. 그날 저녁, 강의를 마무리 하면서 나는 이미 명백한 재정난에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대출을 중단하십시오.라고 내 권고안을 요약해 제시했다. 그러자 회의실은 웅성거렸고, 그중에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인 듯한 사람이 말했다. 워런 교수님! 당신의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출을 줄이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바로 그들이 우리에게 이윤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이니까요. 그것으로 강연회는 끝났고, 다시는 시티은행에서 연락이 없었다.

 

채무의 늪에 빠진 가정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는 고리대금법을 되살리는 것이 낫다. 부당하게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게 되면 금융업계는 상환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대출을 하게 되어, 재정난에 처한 가정들이 대출사업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가정들은 당장에 중산층이 될 수 없더라도, 좋은 학군의 주택이나 차를 구입하기 위해 고리대금을 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기록이 취약하거나 소득이 적은 가정들은 지금보다 더 작은 집에 살아야 하겠지만, 과다한 모기지 채무로 인해 비싼 주택을 깔고 앉은 채 종말을 맞거나 파산법원으로 달려갈 가능성은 훨씬 낮아질 것이다.

 

또 다른 대책은 정부가 전국에 단일의 이자율을 규정하고 주정부나 연방정부가 다시 이자율에 상한선을 부과하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자율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또 다른 금융재난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이자율 때문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따라서 이자율 상한선을 인플레율에 연동시켜서 이자율과 인플레율이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만 하면 된다. 수수료 등 숨겨진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그런 비용들은 이자율 계산에 미리부터 포함시키면 된다. 그렇게 되면 은행은 항시 수익성 있는 대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소비자는 항시 불합리한 이자율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7장 재정 소방훈련

 

불이 나기 전에

가정들은 맞벌이의 함정으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 한 세대동안 해고, 이혼, 급증한 의료비용은 모든 사람들을 강타했다. 앞에서 나는 집단행동을 위한 제언을 내놓았다. 즉 의회와, 교육구와 지역사회기관이 해야 할 일에 관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집단행동은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며, 중산층 부모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경제적 안정을 재확립 시켜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가정은 지금 당장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정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불이 날 것에 대비하여 소방훈련을 하듯이, 집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해당되면 재정 소방훈련을 해야 한다.

 

1. 당신의 가정은 한쪽 소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가 : 만약 당신의 가정이 평균적인 맞벌이 가정이라면 언젠가는 실직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현재 의지하고 있는 소득 중 하나가 없어졌을 경우, 6개월간을 버틸 수 없다면 어떤 재난계획이든 세워야 한다.

 

2.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 : 만약 당신이 평상시 쪼들린다고 느낀다면 고정비용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수지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면, 고정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새 차를 구입하지 않고도 몇 년은 더 꾸려갈 수 있는지? 저비용 건강보험으로 보험가입을 바꿀 수 있는지? 아이의 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가장 어려운 문제이지만 대출금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싼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지? 이러한 결정들은 쉽게 내리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이야말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시간과 여유가 있는 때라고 생각하고, 훗날 발생할지도 모를 위기로부터 대처해야 한다.

 

3. 비상대책은 세워 놓았는가? : 이제 만약 이렇게 되면 어찌할 것인가? 즉 남편이 실직하면, 당신의 건강이 악화되면, 이혼하게 된다면 등의 예상치 못할 일에 대해 대비책을 갖추고 있는가? 당신의 예산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항목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정서약은 가능한 짧게 해야 한다. 장기 계획은 재정의 신축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60개월짜리 할부보다는 36개월짜리 할부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월간 지불액이 커질 것이므로 이를 경고로 받아들여 더 싼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이 외의 대책으로 보험의 보장 범위도 다시 살펴보는 것이 좋다. 많은 신용카드 회사들이 실직, 장애, 죽음 등의 재난을 자극하면서 보험을 팔고 있지만 대다수는 최소한의 지불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만약 약간의 여유 돈이 남는다면 명성 있는 보험회사의 장애보험에 가입하거나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현명한 대책이다.

 

 

이미 불이 났을 때는

소방훈련을 하기에 이미 너무 늦은 가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가정의 부모들은 더 나은 선택의 기회를 놓친데 대해 자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위기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굳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리고 배우자에게 화내서는 안 된다. 재정적 복지만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결혼생활도 이미 위기에 처해있는데 그런 긴장을 끄집어내어 해소하려는 행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또한 주변에는 당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수백만의 다른 가정들이 있다.

 

재정난에 처한 가정들에게 가장 큰 위험요소는 채권추심이 아니라, 잘못된 낙관론이다. 곧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생각했거나 가족이 질병에 걸릴 줄 몰랐다는 등의 안이한 낙관 때문에 위기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재정위기를 맞은 가정은 전쟁을 맞은 가정처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자산 중 어떤 것을 가장 보존하고 싶은지를 결정하고 그 부분의 청구대금을 먼저 지불해야 한다. 가장 공격적인 채권자를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당신이 아끼는 것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리고 다른 청구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또 다시 빚을 내는 대환대출 차입 같은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만약 청구서가 계속 쌓이면, 전반적인 재정 상황을 다시 살펴보고 2년 안에 채무를 상환할 수 없다면 법적 선택권에 관한 자료를 얻고 파산신청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파산은 마지막 선택권과 다름없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재취업 등의 수익기반이 생길 때까지 채권자들로부터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부득이하게 파산신청을 한 경우라면, 법원이 면제해준 옛 채무를 채권자의 강요에 못 이겨 갚겠다는 서명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파산 후에 다시 채무에 파묻힐 수 있다.

 

대출회사에서 빌린 돈은 갚아야 하는가. 그렇다 갚아야 한다. 단, 어느 정도까지만 갚으면 된다. 당신은 빌린 돈을 갚을 의무 외에 자녀들을 키우고 필요한 병원비를 내야 할 의무도 있기 때문에 의무에 관한 한 자녀는 채권자에 우선해야 한다. 이미 대출업자는 대출이 상환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이자와 위약금을 정해놓은 것이며, 은행은 가끔씩 대출금 상환이 안 돼 손실을 보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은 사업가처럼 생각해야 한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스나 K마트가 파산 신청을 했을 때, 그들은 주주와 고객들을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된 것들을 했으며, 그런 행위로 인해 어떤 채권자가 손해를 보게 되었더라도 어쩔 수 없는 사업의 문제로 보았을 것이다. 당신 가정의 복지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맞벌이의 함정에 빠질 위험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 당신 혹은 배우자는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남아야 하는가?  당신부부는 이미 모기지 대출 등의 두 사람 수입에 맞춰 대출이나 할부를 안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소득자가 두 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맞벌이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위험에 대비해 계획을 잘 세우되 단일 소득 가정처럼 빡빡하게 예산을 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둘 중 한사람의 소득은 안전망, 즉 나쁜 시기에 대비할 특별 비축 금으로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 소득의 일부를 저축하고, 그 나머지를 외식, 잔치 등에 쓴다면 맞벌이 가정은 안전을 유지하면서도 소득의 편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파산가정의 아이들

일부 여성들은 맞벌이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아이를 갖지 않는다. 자녀가 없다는 것이 계산된 전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강력한 경제적 효과를 낳는다. 자녀가 경제적 자산임에는 틀림없다. 내일의 경제를 건설하고, 훗날의 국가를 지키고 사회보장비용을 부담해 노인세대를 부양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자녀가 가져올 공헌은 그들이 다 자랄 때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 적어도 자녀를 갖는 것이 재정적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는 근본적인 현실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부모가 되는 것을 삶의 한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당신이 부모가 돼야 한다는 소명을 느낀다면 자녀에 대한 기쁨으로 재정적 고통을 이겨내기를 바란다. 이혼과 마찬가지로 파산도 불안정한 가정을 낳는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처럼 파산 가정의 아이들도 한때 그들이 누렸던 생활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파산 가정의 부모들은 대부분 변화된 상황을 학교나 친구 등 아이의 주변에 알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무언가 어려워지고 창피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혼돈 속에 점점 고립되어 간다. 파산 가정의 아이들은 채무독촉 전화를 걸러내는 법까지 이미 알고 있다. 그러한 혼돈 속에 시험성적이 저하되고, 자긍심의 상실로 의기소침해지거나 말썽을 부리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당신이 자녀에게 진정으로 신경을 쓴다면, 변화된 상황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여 아이가 빨리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연구대상이 된 파산가정들은 우리와 똑같이 교육을 받았고, 집을 샀고, 부부가 직장에 나가 열심히 일했다. 그럼에도 재정적으로 실패했다. 자녀교육비, 보험료, 의료비의 상승, 고용의 불안정과 신용업계의 술책으로 많은 가정들이 한계선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는 내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주겠다는 강력한 욕구가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단지 중산층 생활에 가까스로 턱걸이만이라도 하기 위해 일하러 나간 엄마들이 그로 인해 점점 더 많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들은 가정을 위해 사회에 뛰어든 것과 같이 집단적, 개별적으로 정치인들을 선도하여 학교를 변화시키고, 금융정책을 개선시키고, 자신들의 경제적 생명력을 훔쳐가려는 대기업에 대항해 싸워나갈 힘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