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의 가을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옆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을
* 2013년 10월 10일 목요일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옥돌은 그냥 돌멩이일 뿐이고,
담금질을 거치기 전의 보검을 그저 쇳덩이일 뿐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거치는 사람만이 옥돌과 보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담금질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서한 _ 나태주 (0) | 2013.10.15 |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_ 칼릴 지브란 (0) | 2013.10.14 |
자연 예찬 _ 성지혜 (0) | 2013.10.07 |
참된 친구 _ 신달자 (0) | 2013.10.04 |
입구와 출구 _ 이정하 (0) | 2013.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