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젖은 자는
오규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2012년 7월 30일 월요일입니다.
무더위 속의 소나기가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시원하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의 시 _ 오세영 (0) | 2012.08.01 |
---|---|
플라토닉 사랑 _ 이해인 (0) | 2012.07.31 |
사진 속의 나를 보면 _ 정군수 (0) | 2012.07.27 |
여름편지 _ 이해인 (0) | 2012.07.26 |
너는 왜 꽃이 되지 못하는가 _ 허영미 (0) | 2012.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