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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나이테 _ 권오범

by 홍승환 2012. 1. 26.

 

나이테

 

                                    권오범



세월은 속절없는 것이라고
인간들이 똑똑한 척 말을 만들어 놓고
각다귀판에서 저마다 업을 쌓을 때
나무는 우두커니 서서 세월을 잡아
가슴에 옹골차게 쟁여놓았다

하 세월 똑같이 허비하고도
나의 속은
보이지 않는 나이가 그리움만 키워
아무짝에도 쓸모 없이
욕심과 뒤엉켜 보대껴온 것을

지구가 태양을 짝사랑하는 동안
음지와 양지, 포만감과
허기져 사경을 헤맨 계절까지
나무는 제 몸을 짐작만으로 더듬어
나이마저 보이게 꼼꼼히도 적었으니
지루했을 우주여행 기록이 참으로 아름답다

 

 

* 2012년 1월 26일 목요일입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사람들도 자신의 몸속에 경험의 고리를 만듭니다.

  차곡차곡 쌓이는 경험은 그 사람의 연륜이 되고 평판이 됩니다.

  자신의 나이테를 아름답게 그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