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들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안에서 밖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 2011년 10월 26일 수요일입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앞으로의 길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걸어갈 길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입니다.
서울시가 어떤 길을 걸어갈 지 선택하는 날이네요.
아침 일찍 제가 믿고 있는 길에 한 표 던지고 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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