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침의 시 한 편

단풍의 이유 _ 이원규

by 홍승환 2011. 10. 20.

 

단풍의 이유

 

                                   이원규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폭설이 내려 온몸이 얼고
얼다가 축축이 젖을 때까지
합장의 뼈마디에 번쩍 혼불이 일 때까지

 

 

* 2011년 10월 20일 목요일입니다.

  서울에도 단풍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곧 노란 은행잎들과 낙엽들이 거리를 덮을 기세입니다.

  가을날의 멋진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 가지 않은 길 _ 고은  (0) 2011.10.24
가을 노래 _ 이해인  (0) 2011.10.21
벗의 노래 _ 정연복  (0) 2011.10.19
내가 바라는 세상 _ 이기철  (0) 2011.10.18
마음의 눈으로 보는 세상 _ 윤은기  (0) 201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