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이유
이원규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폭설이 내려 온몸이 얼고
얼다가 축축이 젖을 때까지
합장의 뼈마디에 번쩍 혼불이 일 때까지
* 2011년 10월 20일 목요일입니다.
서울에도 단풍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곧 노란 은행잎들과 낙엽들이 거리를 덮을 기세입니다.
가을날의 멋진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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