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브랜드
최순화, 이민훈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 2010년 4월 / 264쪽 / 12,000원
1장 브랜드와 나
브랜드는 살아 있다: 브랜드 개성이론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때 인간적 특성을 연관 짓는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남성적인', '강인한' 성격을, 게스는 '여성스러운', '유행을 쫓는' 성격을 보유한 대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에 대해 귀속시키는 인간적 특성들의 집합체를 브랜드 개성이라 한다. 브랜드 개성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브랜드가 수없이 접촉하면서 만들어진다. 초기에 형성된 브랜드 개성은 지속적인 마케팅을 통해 생명력이 유지, 강화된다. 다양한 브랜드 개성은 해당 브랜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자신의 자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비자는 이들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개인적 범주나 사회적인 범주의 자아 개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브랜드는 파트너다: 브랜드 관계이론
관계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마케팅의 핵심은 불연속적 거래가 아니라 관계적 교환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한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장기적인 관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제품 차별화가 촉진되고 고객이 고착화될 수 있다. 최근 브랜드를 의인화하고 사회적 관계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가 중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와 브랜드는 어떤 관계를 형성할까? 사람처럼 친구 관계를 맺거나 연인 혹은 부부의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브랜드 관계는 관계 혜택의 유형에 따라 크게 거래 관계와 공동체 관계로 구분된다고 한다. 거래관계에서 거래 당사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것 이상의 혜택을 상대로부터 돌려받고자 한다. 공동체 관계에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관계 형성과 혜택 공유 동기로 작용한다. 소비자는 개인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관계를 형성한다. 소비자 개인이 인식하는 특정 브랜드의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무엇이냐에 따라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유형이 달라진다. 소비자는 관계 파트너로서 품질을 평가하기도 한다. 관계 파트너로서의 품질이 높으면 당연히 관계의 강도도 강화될 것이다.
브랜드는 사랑받고 싶다. 브랜드 애착 이론
고프만과 홀먼은 물질에 대한 애착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애착은 보살핌, 행복 등의 다양한 긍정적 감정들과 관련성이 높은 개념으로 해석된다. 사랑, 친밀감, 열정, 욕망, 관심, 책임감 등이 애착의 주요 구성요소이다. 이 구성요소들은 각각의 독특성을 지니면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애착은 장기적인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인간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애착하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을 때에도 그리움, 안타까움 같은 정서적 애착이 형성된다고 한다. 애착은 소비자가 개인적인 브랜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에 대해 형성하는 최적의 감정이며, 그 특징상 따뜻함, 성취감, 충족감, 안전, 사회적 승인 등과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브랜드 사랑의 3대 특성
사랑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인간적, 상호적 관계의 파트너로서 느낄 수 있는 최상의 감정이다. 사랑받는 브랜드란 가족, 친구, 연인 등에게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유발하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브랜드에 실용적, 상품적 가치를 뛰어넘은 의미를 부여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의 관계를 형성한다.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사랑의 3요소로는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 열정, 신뢰가 있다. 친밀감은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친숙하고 편안한 감정이다. 이런 감정은 반드시 구매하여 사용하지 않더라도 광고와 같은 반복적인 브랜드 노출을 통해 소비자와 접촉이 지속된 경우 형성된다. 열정은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거나 사용하고 싶다는 동기를 유발하는 욕구다. 소비자는 획기적인 성능을 선보이는 브랜드, 디자인이 뛰어난 브랜드, 사회적 상징성이 강한 브랜드에 대해 동경과 열망을 느낀다. 열정은 특히 감성적 성향이 강한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에서 주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책임감은 소비자가 브랜드와의 애정적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약속으로 특정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구매, 사용하고자 하는 행동적 충성도를 의미한다. 책임감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습관, 사회적 분위기,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2장 브랜드 러브 스토리
언제 만나도 반갑고 친근한 소꿉친구 사랑
소꿉친구 사랑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친밀감을 토대로 관계를 형성한 경우를 일컫는 표현이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정이 있거나 진지하고 이성적인 신뢰를 전제로 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면서 쌓아올린 허물없고 편안한 친구의 느낌이 주를 이룬다. 어린 시절부터 접한 브랜드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브랜드가 소비자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경우이다. 식품, 가전, 가구 등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 중 이런 유형에 속하는 브랜드가 상당수 존재한다.
<CASE> 네슬레,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평생 친구
세계 최고 식품 회사인 네슬레 브랜드가 주는 가장 강한 느낌은 따뜻함이다. 네슬레를 생각하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네슬레는 어린이를 위한 식품을 꾸준히 개발함으로써 소비자 개개인에게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제공했고,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 네슬레는 갓난아이의 분유, 아기들의 이유식, 아이들의 초코우유, 성인이 되어 처음 마셔본 커피처럼 소비자의 다양한 경험 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소꿉친구 같은 브랜드다.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사람의 인생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네슬레를 친구로 여기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수준의 사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네스프레소다. 소비자는 스타벅스 커피의 고급스런 경험은 다소 부담스러워하지만 한번 높아진 입맛 때문에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로는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네스프레소는 고품격과 평범함의 중간 시장을 파고들어 고급 커피 전문점의 커피를 집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상품이다. 소비자는 직접 12가지 에스프레소 캡슐 중 하나를 선택해서 버튼을 누르는 즐거운 경험을 맛볼 수 있다. 네스프레소는 부담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와 멋진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일순간 불타오르는, 탐닉적 사랑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형성에 있어 열정이 주된 토대가 되는 경우를 탐닉적 사랑이라 한다. 소꿉친구 사랑과 마찬가지로 탐닉적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관계의 지속기간에 상관없이 강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소꿉친구 사랑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브랜드에 대해 탐닉적인 사랑을 느낀다는 것은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사용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획기적인 성능을 선보인 브랜드, 디자인이 뛰어난 브랜드, 사회적 상징성이 강한 브랜드에 대한 동경이나 열망이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가 심취하고 몰입할 만큼 강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므로 매우 고가이거나 희소성이 큰 상품일 가능성이 높다.
<CASE> 플레이보이, 소비자와 비밀스러운 추억을 공유하는 브랜드
플레이보이는 소비자의 감각과 감성에 치우친 니즈, 비밀스런 욕구를 충족시켜 소비자와 탐닉적 사랑을 나눈 대표적인 브랜드다. 플레이보이는 1953년 당시 남성들이 가장 열망하는 스타 마릴린 먼로를 표지 모델로 내세워 소비자의 눈길을 모으며 등장했다. 플레이보이의 목표는 단순히 누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셉트를 개발하고 차별화를 시도하여 남성들의 호기심과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발간 초기에는 표지모델을 직업 모델 스타일로 제한했지만, 이후 평범한 미녀들의 청순하고 수줍은 듯한 이미지로 방향을 전환했다.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의도가 직접 노출되면 오히려 자극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플레이보이가 소비자와 강렬한 탐닉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플레이보이 브로마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많은 10대 소년들에게 브로마이드는 침대 밑에 숨겨둔 보물 1호였다. 독립적인 생활을 꿈꾸고 성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절 혼자 몰래 본 브로마이드의 강렬한 인상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다. 브로마이드는 동 잡지가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동 시대 미녀상의 전형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했다. 최근 플레이보이는 사회적 비난에 대응하기 위해 ‘건전한 욕구 해소 및 엔터테인먼트 도구’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선정적인 사진으로 무장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신사적인 이미지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불필요 음식, 술, 패션, 자동차, 가정용품에 대한 내용을 풍부하게 담고, 유명인사와의 인터뷰를 게재함으로써 중산층 남성의 교양잡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믿고 약속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실리적 사랑(functionalism)
실리적 사랑은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사람 사이에도 감정적 애착보다 논리나 이성적 판단을 바탕으로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회사 동료 간의 관계이다. 업무처리의 효율성이나 효과가 중시되는 조직 활동에서는 신뢰가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이 같은 관계를 소비자와 브랜드 관계에 적용하면 어떨까? 소비자에게 친밀감, 열정 같은 감성적 동기를 끌어내기에는 부족하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인 문제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충실한 브랜드라 할 수 있겠다. 타깃별로 보면 남성이나 중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가 해당되며, 상품 특성별로 보면 금융, 의료 등 성과와 품질에 대한 엄격한 규칙과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브랜드가 해당된다.
<CASE> 비자카드,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금융 해결사
세계 최대의 결제 시스템과 최다 가맹점을 보유한 비자카드는 168개국에서 10조개 이상의 카드를 발급하고 있으며 2400만 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비자카드의 경쟁력은 신용 카드 사용에 관한 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기능인 편리함과 안전성 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마스터카드가 감성 소구형 광고 전략을 펼치는 데 반해 편의성 등 인지적 이해를 부각한 이성소구형 광고를 제작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카드로서 갖추어야 할 높은 수준의 기능을 보유한 데 따른 자부심으로 해석된다.
비자카드가 연간 4조 달러 매출의 글로벌 카드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은 세계 각국 카드사와의 제휴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해외시장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비자카드는 새로운 서비스 및 상품 개발에서 앞서는 면모를 과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4월 SK와 손잡고 비자카드 회원이 OK캐시백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비자 리워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과 하나투어와 마케팅 제휴를 맺어 비자카드 회원들이 적립된 마일리지나 포인트로 하나투어 여행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사는 카드 시장의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비접촉식 결제방식 보급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접촉식 카드로 결제하면 거래 건당 4~6초가 소요되어 소비자의 평균 대기시간이 77% 가량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카드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비자의 상품과 서비스를 목격한 소비자들은 비자를 업계 최고라고 인식하고, ‘비자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사랑은 아름다웠어! 낭만적 사랑
소비자와 브랜드가 오랜 기간 관계를 맺으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서로를 열정적 대상으로 인식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처럼 로맨스가 형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관계에서는 굳은 약속이나 신뢰가 수반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익숙해져 친근감이 형성되고 몰입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나 브랜드에 대한 행동적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이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이러한 유형의 관계를 형성했다면 정서적 관계는 강하게 유지되지만 이성적 판단에 따라 해당 브랜드에 대한 구매가 억제되거나 필요에 따라 경쟁 브랜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CASE> 맥도날드, 열망과 비판의 공존
맥도날드는 세계 시장에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소비자들은 맥도날드를 통해 작은 일상 탈출을 경험한다.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들, 조리방식만을 놓고 본다면 맥도날드는 그저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의 대표 브랜드로 분류될 수 있다. 많이 먹으면 몸에 나쁘고, 엄마가 아이에게 먹지 말라고 충고하는 식품이다. 그러나 그렇게 충고하는 성인들도 편리하고 익숙한 식사로 여기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이 브랜드에 중독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성적으로는 자주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는 대상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햄버거는 아이들에게는 즐겁고 독특한 식사이고, 성인들에게는 즐거운 별식이라 할 수 있다.
맥도날드와 소비자와의 관계는 가끔 강하게 끌리지만 이성적으로는 절제하고 회피해야 하는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슈퍼사이즈미>는 소비자와 맥도날드의 이 같은 관계의 특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영화는 맥도날드와 비만의 관계를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맥도날드에 대한 소비자의 열망과 비판이 공존함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따라서 맥도날드가 소비자에게 일상의 즐거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장기적인 결속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신뢰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맥카페는 맥도날드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 저가가 아닌 정직한 가격을 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공급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 서 있는 브랜드로서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안전한 엄마 품: 가족 같은 사랑
항상 옆에 있으면서 필요할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사람이 바로 가족이다. 존재감이나 중요성은 약할지 몰라도 서로에 대한 확신으로 관계가 꾸준히 이어진다. 이런 유형의 관계는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위급한 상황이 닥칠 때 빛을 발한다. 브랜드 중에도 가족 같은 브랜드가 있다. 친밀감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가 고착화된 브랜드를 말한다. 열정과 중독의 대상은 아니지만 생활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지고 반복된 경험 속에서 실용적인 가치와 만족감을 제공하여 신뢰를 쌓은 브랜드이다. 가족과 같은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브랜드는 친밀하고 익숙한 느낌과 함께 품질이 보증된 우수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획득하게 된다. 획기적이고 이목을 끄는 제품보다는 따뜻한 이미지를 전하는 제품,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통해 품질력을 인정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CASE> P&G, 대를 잇는 가사, 육아 도우미
소비자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융화된 P&G는 대를 이어 사용되고 사랑받는 브랜드다. 세제, 청소용품 같은 가사용품은 물론 헬스, 뷰티 케어 제품을 아우르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소비자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친밀감을 높였다.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감정적인 거리도 좁힌 것이다. 특히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부모가 애용하는 브랜드가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향수, 부모에 대한 추억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P&G 제품들은 마치 그 시절을 함께한 가족의 일원처럼 느껴진다. 소비자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과 연결감을 느끼고 이를 쉽게 저버리지 못한다.
가족과 같은 P&G의 이미지는 가족의 일원이 되어 행복을 증진시켜 주는 상품 만들기에 주력한 결과이다. 대표 상품인 팸퍼스 기저귀는 흡수력은 물론 엉덩이를 따뜻하게 감싸주어 아기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함께 제공한다. 동사의 연구진은 아기들이 밤에 잠을 잘 못 이루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흡수력은 물론 천 기저귀 같은 감촉이 필요하다는 답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단순히 흡수가 빠른 기저귀라는 기술적 속성을 떠나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애정이 담겨 있다. P&G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양육법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벌여 초보 엄마의 친정 엄마 역할을 하기도 한다.
P&G는 개도국에서는 현지 소비자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의 경우, 머리를 자주 감지 않는 특성을 감안하여 향기가 오래 지속되는 샴푸를 개발해 단기간에 입지를 확장했다. 파키스탄에서 출시한 항균 비누 세이프가드에는 P&G의 가족적인 이미지가 반영되어 있다. 세이프가드를 출시한 2002년부터 동사는 파키스탄 유아 사망의 주요 원인인 설사병을 항균 비누를 사용한 간단한 손 씻기만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신흥 시장에서 P&G는 가족 브랜드를 넘어서 국민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브랜드로서, 개도국에서는 건강과 위생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일조하는 국민의 파트너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복종적 사랑
브랜드는 경쟁자들과 다양한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하지만 브랜드가 관계를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는 언제나 그 브랜드를 열망하고 가능한 한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브랜드에 대한 열정과 신뢰가 강할 때 형성되는 관계이다. 탐닉적 사랑이 순간적 호기심과 중독을 바탕으로 한다면 복종적 관계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더해진, 보다 완성도 높은 복종적 관계라 할 수 있다. 복종적 관계의 주인공인 브랜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동경과 숭배의 대상으로 자리하여 권위와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소비자는 이런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면서도 일상적이고 편안한 느낌은 적기 때문에 쉽게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희소성, 고가 등으로 인해 권위가 느껴지는 명품 브랜드, 기술력과 혁신성이 강한 최첨단 브랜드가 복종적 사랑의 대표적인 대상이라 할 수 있다.
<CASE> 루이비통, 권위와 지위를 상징하는 명품 아이콘
루비이통은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LVMH의 대들보 브랜드이자 패션산업을 이끄는 상징적 브랜드다. 루비이통은 '우아함과 독창성으로 브랜드의 전통과 품질을 표현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상품뿐 아니라 스토어 진열, 디스플레이까지 최고급을 지향한다. 매력 있는 상품은 아무리 비싸도 팔린다는 고가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해 온 루이비통은 소품종 소량 생산, 엄격하게 통제된 유통 채널로 소비자들이 추종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인지도 높은 브랜드이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독보적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루이비통은 최고급, 최고가 이미지와 함께 상류층의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팅 브랜드로 포지셔닝되었다. 루비비통의 새로운 디자인, 제품과 서비스는 전 세계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새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1983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루이비통컵 요트대회는 매년 절경을 자랑하는 세계 곳곳의 해변에서 개최된다. 대중에게는 상류사회의 환상을 심어주는 명품 이미지를 확고히 다지고 상류층 사이에서는 레저를 이용한 이벤트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루이비통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도 브랜드의 중후함을 우선시한다. 2007년에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여 세계적인 화제를 낳았는데, 브랜드의 정통성과 독보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가격, 희소성, 중후성을 강조하는 루비비통은 고객에게 친근한 이미지보다는 권위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마치 사랑을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지만 자주 만나기 어렵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톱스타 같다고나 할까. 근접할 수 없는 어려운 관계가 오히려 루이비통 브랜드의 핵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루이비통을 소유하고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는 열광적인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한 루이비통의 카리스마는 건재할 것이다.
루비이통을 향한 소비자의 열정 이면에는 제품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다. 지난 150년 동안 루이비통은 절대적 권위와 그에 맞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고유의 원칙과 노하우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 모든 제품을 자체 기술로 직접 생산한다는 원칙,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단계를 본사에서 컨트롤하는 시스템, 재고를 할인하거나 아울렛으로 보내지 않고 폐기한다는 고집이 루이비통의 품격을 만든 밑바탕이라 할 수 있다. 루이비통의 제품 테스트는 결벽증 수준에 가까우며, 브랜드 품질에 대한 고객의 무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평생 수리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이 명품의 자존심을 지키고 전 세계 충성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너는 또 다른 나, 완성된 사랑
친근감, 열정, 신뢰가 균형 있게 고루 갖춰진 관계가 바로 가장 이상적인 사랑, '완성된 사랑'의 관계다. 브랜드와의 관계에서 보자면 오랜 기간 다양한 직접, 간접적 노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지속적인 변신, 혁신으로 열정과 신뢰감까지 형성하여 강한 고착관계로 발전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장수 브랜드 중에서 지속적으로 히트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와의 관계를 유지, 강화해 온 브랜드가 여기에 속한다.
브랜드가 가족 같은 사랑의 관계에서 완성된 사랑의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제품 디자인, 강한 브랜드 개성 같은 감각적 역량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이미지와 품질로 관계를 지속시키면서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신선한 제품을 수시로 출시하여 관계 강도를 강화하는 역량이다. 이를 위해 잠재된 소비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상품화하여 열광적 반응을 유도하는 고도의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이 요구된다.
<CASE> 애플, 지속적인 신화 창조자
애플은 브랜드 사랑의 3요소를 균형적으로 확보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애플은 전자 제품의 차가운 이미지를 특유의 고객친화적인 유저 인터페이스, 심플한 제품 디자인으로 상쇄시키고 있다. 또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통해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을 제작하여 인간적, 가족적 이미지를 형성했다. 거대 기업 IBM과의 경쟁 스토리, 스티브 잡스의 흥미진진한 인생역전 스토리는 아이팟, 아이폰 등 연속적인 히트 상품 탄생과 함께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애플만큼 브랜드에서 CEO 한 사람의 영향력이 큰 브랜드는 드물 것이다. 소비자들이 애플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는 CEO 스티브 잡스의 열정, 카리스마, 상상력에 대한 인간적 매력과 신뢰가 포함되어 있다. 스티브 잡스의 흥미진진한 개인사, 인생역전 스토리는 대중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며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거리감을 좁혀준다. 1976년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세계 최초로 PC를 개발하고 아이콘 클릭으로 프로그램을 여는 매킨토시를 출시하면서, 20대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러나 IBM과의 경쟁에서 쓴 맛을 보고, 투자자들과의 권력다툼에서 패배하여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애플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잡스는 특유의 감각과 열정, 카리스마로 아이팟, 아이폰 등 히트 상품을 연속 출시하면서 애플 신화의 창조자가 되었다.
애플은 창의적인 발상과 디자인으로 실리콘밸리의 반항자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애플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니즈와 경험을 중심으로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음악을 손쉽게 정리하거나, 웹브라우저에 간단하게 접속하게 한 애플만의 독특한 제품 디자인 역량이 아이팟과 아이폰을 신개념 MP3나 휴대폰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애플 브랜드의 유전자는 단순성과 용이성으로 대변되는 창의적인 스타일과 디자인에 있다. 애플 스타일은 고객 접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직영점 애플 스토어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전 세계 대표 도시의 1급 상권에 자리 잡은 애플 스토어는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애플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도구이다.
3장.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브랜드 드라마 전략
첫째, 브랜드 스토리: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브랜드 드라마의 줄거리인 스토리이다. 브랜드 출시 배경, 핵심 제품 탄생 과정, 경영위기 극복 여정은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 창조에 일조한다. 특히 브랜드에 얽힌 인간적인 이야기는 브랜드 의인화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모든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인정받은 브랜드 창조 스토리만이 가치를 얻게 된다. 프랑스 귀족의 여행 가방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는 루이비통 스토리, 할리우드 톱스타의 구두를 제작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페라가모 이야기 등 명품 브랜드의 출생과 전통이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둘째, 스타 상품: 시나리오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관객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출연하는 콘텐츠는 인기를 끄는 법이다. 브랜드 드라마에도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브랜드와 강한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특별한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콘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서브 브랜드가 브랜드 스타다. 애플의 아이팟, 폭스바겐의 비틀, 샤넬의 NO.5 향수 등은 소비자의 숨겨진 감성과 이성의 욕구를 만족시킨 역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스타 상품이다. 브랜드의 주인공이 되는 스타 상품은 고객이 기대하는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여 만족 이상의 감동을 실현하고 기업에게 높은 이윤을 안겨준다. 기업은 스타 상품과 브랜드를 띄우기 위해 R&D, 마케팅 등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브랜드 스타를 키우고 배출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능, 탁월한 디자인, 희소성의 가치 등 소비자의 강한 욕구와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품 자체의 매력과 그를 둘러싼 특별한 기운, 즉 브랜드 아우라를 극대화하기 위한 스타 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지원 상품: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에는 주인공을 받쳐주고 스토리 흐름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뛰어난 조연 배우들이 있다. 브랜드 드라마에도 빛나는 스타 상품과 브랜드를 지원하는 다양한 조연, 즉 브랜드 지원 상품이 존재한다. 스타의 등장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스타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도록 일관된 품질과 이미지를 갖춘 다양한 상품을 갖추는 것이 브랜드 지원 상품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하고 고객 사랑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 상품이나 서브 브랜드를 개발함으로써 브랜드 위계를 강화하고 수익원을 확대할 수 있다. IT, 자동차 업체가 히트 상품을 출시한 후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후속 상품과 시리즈 모델을 개발하거나 부속 상품을 통해 스타 상품을 지원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넷째, 브랜드 맨파워: 브랜드라는 무대 뒤에는 드라마의 연출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전문 인력이 포진하고 있다. 관객들이 브랜드 드라마에 열광하고 브랜드에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이다. 브랜드 맨파워란 단순히 마케팅, 브랜드 관리를 하는 인력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연출하는 스태프들이 있는가 하면 드라마나 스타의 수익성, 장기적인 효과 등을 판단하여 투자를 결정하고 지원하는 금전적 스폰서나 인사이트가 뛰어난 조언가들도 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연출하여 브랜드가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애쓰는 다양한 인력의 노력이 융화되어 브랜드 맨파워를 구성하는 것이다.
다섯째, 브랜드 확산자: 브랜드 드라마의 완성에 반드시 필요한 요인은 바로 관객, 즉 고객이다. 고객이 없으면 브랜드의 존재 이유도, 스토리와 드라마의 의미도 빛을 잃는다. 관객의 역할은 단순히 드라마를 지켜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에 감동하고 흥미를 느끼는 관객은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을 권유하고 때로는 비판에 대응하기도 한다. 브랜드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고객은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 위기의 순간에 여러 가지 채널을 주고 피드백을 주고 애정을 표현한다. 브랜드 드라마의 중요한 핵심 파트이자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고객 또는 브랜드를 전파하는 시장의 전도사들이다.
브랜드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할 사항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와도 고객과 브랜드가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완성된 사랑의 관계다. 할리데이비슨이 1980년대 일본 모터사이클업체의 공격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 할리데이비슨의 고객 군단은 변함없이 옆을 지키고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까지 벌였다.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마사 스튜어트가 출소하는 날 그녀의 재기를 응원해 준 사람들도 바로 그녀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브랜드 관리자의 궁극적인 목표도 좋을 때 좋은 브랜드가 아닌 아무리 위협적인 경쟁자를 만나거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더라도 등을 돌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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