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움직이는 49가지 마케팅의 법칙
1장 무의식을 이용한 마케팅의 법칙
잠재의식을 자극하라 - 서브리미널 효과
직장생활 3년차 서정훈 씨. 오늘도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서정훈 씨의 얼굴 표정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2주 전부터 시작된 한 프로젝트로 인해 팀 전체의 스트레스 지수가 팍팍 올라가고 있다. 오늘은 팀 중에 막내 사원이 확인을 하지 않고 일처리를 하는 바람에 팀장이 차마 막내 사원을 혼내기가 그랬는지 불똥이 자신에게 튀었다. 정훈 씨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집으로 가고 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자꾸 열이 나고 속이 답답하더니 갑자기 맥주 생각이 났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제일 차가운 맥주를 고르고, 버터구이 오징어도 한 마리 샀다. 계산대에 가니 맥주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다. 맥주를 마시는 모델의 표정을 보니 벌써부터 맥주를 마신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해짐을 느낀다. 서정훈 씨는 얼른 맥주 캔을 따서 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다.
얼마 전 일본에서 ‘가슴이 커지는 벨소리’가 화제가 되었다. ‘가슴이 커지는 벨소리’는 일본의 인지심리학 박사이자 록 뮤지션인 히데토 토마베치가 개발했는데, 이 벨소리를 들은 여성의 가슴이 커진다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히데토 토마베치는 방송에 출연하여 이 벨소리를 들은 여성은 마치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와 같이 뇌가 반응한다고 밝혔다. 즉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은 여성은 호르몬 분비가 활성화되어 젖샘 발달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대한 뇌 반응을 일으키는 이 벨소리는 여성의 잠재의식을 자극시켜 가슴을 커지게 하는 일종의 서브리미널 효과를 내고 있다.
인간의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기법이 다방면으로 확산: 서브리미널 효과란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미약한 자극도 잠재의식 속에서 기억되어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원래 서브리미널은 서브(아래)와 리멘(식역)의 합성어인데, 여기서 ‘식역’은 의식과 잠재의식의 경계선을 의미한다. 결국 서브리미널은 인간의 잠재의식인 것이다.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빠른 속도와 미세한 음이 인간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주어 미처 발휘하지 못한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브리미널 효과는 1969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우주선 비행사의 정신강화 훈련에 처음 사용된 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집중력 강화, 암 환자의 통증 감소 등에 사용되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활용 범위가 확대되어 광고 · 홍보, 심리치료, 상점의 도난 방지 등 다양한 상업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1957년 미국에서 동기조사 전문가 J.M. 비카리는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잠재의식을 이용한 서브리미널 효과를 광고 기법에 이용하여 그 효과를 입증했다. 미국의 어느 극장에서 코카콜라와 팝콘 광고를 1/3000초로 매 5초 169회씩 6주간 계속해서 상영한 결과 코카콜라는 18.1%, 팝콘은 57.7%의 판매 증가가 나타났다. 인간이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광고를 하게 되면, 뚜렷한 기억으로 남지는 못하지만 무의식 속에 인상이 잔존하여 알지 못하는 사이에 광고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서브리미널 효과를 이용한 광고 기법이 발표된 후, 소비자의 자유의지를 제약시킨다는 반발이 일어나 서브리미널 광고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15조 ‘잠재의식 광고의 제한’이라는 법령으로 서브리미널 광고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방송광고는 시청자의 의식할 수 없는 음향이나 화면으로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서브리미널 효과를 직간접으로 이용하는 광고는 여전히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양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 사실 서브리미널 효과를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사례는 바로 성과 관련된 광고 마케팅 기법들이다. 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색칠하는 붉은 립스틱, 유명 햄버거의 로고, 남녀가 포즈를 취하는 청바지…. 우리는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이런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빨간 립스틱도, 햄버거 로고도, 청바지 광고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광고들에는 인간의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요소가 담겨 있는데, 바로 성이다. 붉은 립스틱은 오럴섹스를, 햄버거 로고는 여성의 가슴 또는 엉덩이를, 청바지 광고는 정사 장면을 은연중에 연상시킨다. 업체들은 물론 절대 아니라고 항변한다. 소비자도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라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섹스를 연상토록 하는 이러한 광고 기법은 분명 서브리미널 효과를 통해 무의식을 자극하여 소비자의 구매 충동에 일조하고 있다.
1등만 기억되는 세상 - 1등의 법칙
37살 싱글남 이필승 씨. 혼자 살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은 직접 마트에 가서 구입한다.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왔지만 음식을 살 때 어떤 제품이 좋은지 솔직히 아직까지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우유는 1등급 서울우유를 사고, 라면은 역시 농심이라는 생각에 신라면을 사고, 맥주는 하이트 맥주, 두부는 풀무원, 생수는 제주삼다수를 항상 선택한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1등이 최고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금메달리스트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전교 1등은 알아도 2등은 잘 모른다. 1등은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이왕이면 1등을 원한다. 하지만 1등은 하나일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기억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그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 판매율 1위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면, 굳이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에게 이미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
최초 혹은 1등이 되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는다: 콜라 하면 코카콜라, 국산 차 하면 현대자동차, 대형마트 하면 이마트 등 특정 상품군을 생각할 때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1등 브랜드들이다.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보면, 전체 22가지 법칙 중 1~6번을 차지하고 있는 법칙이 선도, 최초, 첫인상, 기억, 집중, 독점이다. 저자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 맨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이 제품이 경쟁 상품보다 어느 면에서 나은가’가 아니라 ‘어떤 점에서 최초인가’라는 것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1등으로 기억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요즘 딤채의 TV광고를 보면 딤채가 김치냉장고에서는 단연 1등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광고에서 어떤 여성이 냉장고 매장에 들어와 점원에게 “요즘 딤채 어느 회사 것이 좋아요?”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여성은 김치냉장고를 아예 딤채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딤채가 업계 최초라는 것을 은근슬쩍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점원은 “요즘은 다 비슷해요. 딤채 흉내 낸 게 벌써 몇 년째인데요. 이것도 굉장히 좋습니다. 그런데 흉내는 좀 그렇죠. 친구죠. 친구”라고 말한다. 그런 후에 “딤채는 그런 친구 없습니다” 하고 아직까지도 딤채가 김치냉장고 가운데 독보적이고 우수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시장에 처음 출시된 제품들은 종종 그 제품군의 고유명사화되곤 한다. 많은 남녀가 첫사랑 상대를 평생 잊지 못하는 것처럼, 소비자도 처음 만났던 제품 내지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더 강하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일각에서는 ‘시장선점 효과’라고도 부른다. 이는 시장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제품 내지 브랜드가 해당 분야의 1등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1993년 신세계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최초로 할인점 이마트 창동점을 오픈했다. 그 당시만 해도 신세계로서는 매우 불확실하고 위험이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이마트는 국내 할인점 시장의 1인자가 되었다. 특정분야에서의 최초, 선도는 1등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으며, 1등만이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최고, 최후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2장 감정을 이용한 마케팅의 법칙
궁금한 건 못 참는다 - 자이가르니크 법칙
직장생활 2년차 고형철 씨. 드디어 꿈에 그리던 애마를 장만하기로 했다. 꿈에 부풀어 자동차 회사의 판매점을 모두 방문하여 상담도 받고, 여러 차들의 브로슈어를 챙겨 와 밤마다 어떤 것이 좋을지 꼼꼼히 따져본다. 또 인터넷의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도 빠짐없이 방문하여 다양한 정보를 입수 분석 중이다. 그러던 중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현대에서 새로 출시된다는 YF소나타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아직 출시 전으로 YF소나타를 공식적으로 공개 발표하지도 않은 상태라 전혀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는데, 노출된 사진을 보니 세련된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전체가 아닌 부분 공개라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여태껏 보아온 자동차들과는 차원이 다른 디자인이었다. 고형철 씨는 YF소나타가 공식적으로 공개할 때까지 일단 차를 사는 걸 보류하기로 했다.
미완성일 때 사람들은 더 긴장하고 주목해서 더 오래 기억한다: 자이가르니크 법칙은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니크의 이름을 딴 것으로, 미완성 과제에 대한 기억이 완성 과제에 대한 기억보다 더 강하게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이가르니크 법칙은 웨이터가 많은 주문을 동시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문 사항을 말끔히 처리하는 데서 착안되었다. 그 많은 주문 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웨이터의 능력은 주문 내용이 주문한 고객에게 모두 서비스될 때까지 지속되는 기억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주문이 완료된 후에는 그 주문이 무엇인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심리학자 자이가르니크는 미완성된 과제가 사람들로 하여금 심리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이 긴장이 기억을 유지하는 동기로 작용된다고 주장한다. 즉 사람들은 어떤 과제가 주어지면 인지적 불평형 상태가 된다. 이러한 상태가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심리적으로 불편한 상태에서 주어진 문제는 기억에 훨씬 오랫동안 남겨진다는 것이다. 이 효과는 드라마가 끝날 때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 채 끝나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미완성일 때 더 많은 관심이 가고 오랫동안 기억하기 때문에 다음 회를 보도록 유인하기 위해 중요한 사건의 결론이 나기 직전에 방송을 끝내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일종의 자이가르니크 법칙으로 볼 수 있다.
광고 분야에서 초기 티저광고 형태로 소비자 관심 유도를 극대화: 최근에 자이가르니크 법칙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티저광고다. 티저광고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후속 광고와 제품에 그 관심이 연결되도록 유도한다. 티저광고는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기업명이나 브랜드명을 밝히지 않다가, 서서히 밝히거나 일정 시점에 밝히는 방법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이가르니크 법칙에 지배되도록 한다. 국내에서도 자이가르니크 법칙을 이용한 광고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인터넷 전화’라고 대뜸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도대체 쿡이 뭐야?” 하고 다른사람에게 물어봐야 했다. 쿡은 인터넷, 인터넷 전화, 집 전화, IPTV 등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IT서비스를 제공하는 KT의 새로운 브랜드다.
소비자는 KT의 메가패스, 메가TV, 안(Ann) 등의 개별 서비스를 다 기억할 필요 없이 ‘쿡’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쿡’은 기억하기 쉽고 간편하지만,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에 소비자가 알고 있는 서비스 브랜드들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기억을 잊게 할 만큼 강한 자극과 관심 유발이 필요했다. 그래서 쿡은 먼저 대대적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컨셉의 티저광고를 선보였다. 그 당시 인기리에 방송했던 〈아내의 유혹〉에서 극중 변우민 씨가 집 나가서 거지같이 고생하는 드라마 내용,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고생스럽게 산을 타는 모습 등을 담아내 소비자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쿡’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결국 나중에 쿡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서비스 이용자가 많지 않았던 인터넷 전화, IPTV 등의 가입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동변상련에 호소하라 - 현수교 효과
야식을 즐겨 먹는 탓에 배가 잔뜩 늘어진 30살 유승민 씨. 배가 나온 탓에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고 직장 상사도 자신보다도 배가 더 많이 나왔다고 놀린다. 유승민 씨는 주위의 핀잔에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지만, 여전히 야식을 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야식을 끊으려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어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다. 하루는 길을 가던 중에 전봇대에 붙은 벽보를 보게 됐다. 취미로 하는 권투 레슨을 배우라는 내용이었다. 헬스는 정말 하기 싫었지만 권투는 왠지 재미있을 것도 같아 한번 찾아가 보았다. 관장은 유승민 씨 또래로 보였는데 몸이 장난이 아니다. 취미로 하는 권투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는데, 벽에 있는 액자에서 자신처럼 배가 불룩한 사람이 보인다. 놀랍게도 액자 속의 인물은 바로 관장이었다. 관장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유승민 씨 같은 몸을 가졌었지만 권투를 시작하면서 체력이 좋아지고, 규칙적인 식습관과 함께 지금의 몸짱이 됐다고 한다. 관장의 옛 모습을 보니 동지애가 느껴지면서 이번만은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유승민 씨는 등록을 결심한다.
과시나 자랑보다는 소비자와의 공감이 우선: 현수교 효과는 현수교와 같이 위험한 상황이나 고난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동병상련을 느끼며 연대감 및 공감이 생겨나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연대감과 공감은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감정의 고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 최근 공감에 호소하는 현수교 효과는 다양한 마케팅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생산 및 유통업체 실명제이다. 과일, 채소 등의 농산물을 생산 판매하는 업자들은 농산물을 담는 박스 등에 생산자나 산지의 사진을 직접 붙여놓는다. 이를 통해 생산자가 최선을 다해 힘들게 재배했다는 의사를 전달하고자 한다. 택배업체들도 택배차량의 차주 내지 운반자의 사진을 차량의 외벽에 직접 붙여놓는다. 소비자들은 개인이 책임을 지고 운반하는 모습을 보고 택배업체에 대한 신뢰가 보다 증가한다. 결국 실명제를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의 부모나 형제 같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음을 알려 공감을 형성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공개하면서 고객과의 연대감 및 신뢰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3장 감각을 이용한 마케팅의 법칙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하라 - 청각 자극의 법칙
결혼 10년차인 준성 씨와 영희 씨 부부. 최근 분당에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하게 되었다. 이전에 20평대 아파트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동안 사고 싶은 가구나 가전제품이 있어도 꾹 참고 살아왔다. 그래서 가족회의를 한 결과, TV와 냉장고를 바꾸기로 결정한다. 어디에서 살지를 고민하던 10살 난 큰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하이마트로 가요~ 얼마 전에 친구 동식이도 거기 가서 휴대폰을 샀대.” 항상 TV에서 듣던 CM송을 다시 들은 준성 씨와 영희 씨 부부는 친숙한 멜로디와 함께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하이마트인지라 바로 이번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하이마트로 가기로 결정했다.
“찹쌀떡~ , 메밀묵~ ”, 우리나라의 40~50대층은 골목에서 들려오는 찹쌀떡 장수의 카랑카랑한 외침에 군침이 도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청각 자극의 법칙이란 시각적인 것보다 재미나 흥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보다 높은 청각적 효과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시켜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최근 펀 마케팅 차원에서 재미를 가미한 CM송이나 효과음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를 활용하여 성공한 다수의 히트 상품들이 등장했다. 광동제약 비타500, 에쓰오일, 하이마트, LG전자 롤리팝폰 등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청각 자극은 종류가 다양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특히 CM송의 경우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따라 부르게 하는 효과가 있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노래 또는 운율로 브랜드를 반복 전달하여 친밀감 제고: 청각 자극의 법칙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법이 바로 징글이다. 징글은 흔히 CM송이라고도 불리는데 정확한 표현은 징글 또는 싱싱 커머셜이 맞다. 짧은 내용을 반복해서 연속적으로 호소를 한다든가 노래를 한다든가 등과 같은 장단을 말한다. 즉 광고를 목적으로 만든 CM송으로서 회사명, 상품명, 슬로건 등의 기억과 재생을 위한 CM 표현 기법이다. 대표적인 CM송 사례로는 에쓰오일을 들 수 있다. 에쓰오일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은 품질의 우수성을 감성적인 내용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래를 사용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한다. 광고기획을 담당한 이원열 AE는 “광고를 기획했을 당시 에쓰오일은 주유소 수도 많지 않고 시장점유율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지만, 품질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마니아층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결국 에쓰오일은 손예진, 차승원, 김태희, 박찬욱 감독 등 유명 연예인을 밴드 형식으로 선보이면서, “오늘은 왜 이리 잘나가는 걸까? 나는 에쓰오일, 좋은 기름이니까”라는 유명한 CM송으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에쓰오일이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단순히 브랜드명을 리드미컬하게 읽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니레버는 한국에 들어온 초창기에 소비자들이 도브, 바세린, 립톤 등 개별 제품명을 많이 알고 있지만, 기업명 유니레버는 거의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나 유명 회사 등이 생산한 제품을 보다 신뢰하는 경향이 있음을 파악한 유니레버는 기업 브랜드 홍보를 보다 강조하기로 한다. 결국 모든 유니레버 제품의 광고 마지막에 기업 브랜드 제시와 함께 리드미컬한 멘트를 삽입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일관되고 인상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징글이나 CM송이 항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고급가전 브랜드인 하우젠의 경우, 은나노 세탁기 제품에 대한 광고에서 “살균세탁 하셨나요? 하우젠~ ”이라는 CM송을 사용했으나, 너무 하이톤으로 듣기 거북한 여성의 음성을 반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징글이나 CM송은 항상 소비자들의 감성과 취향을 잘 반영해야지만 성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감출수록 더 궁금하다 - 실루엣의 법칙
50대인 K씨 부부. 맞벌이로 고생고생하며 큰아들에 이어 둘째를 올해 대학에 입학시켰다. 그동안 자녀들 학업 문제로 강남에 30평대 아파트에서 10년 이상 힘들게 살아왔다. 이제 큰 짐도 덜었고, 굳이 비싼 강남에 살 필요도 없고 해서 용인이나 수지 같은 서울 외곽 지역에 좀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지역의 아파트로 갈지를 고민하던 K씨 부부는 일요일 저녁 TV시청 중에 광고 한 편을 보게 되었다. 국내굴지의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에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광고였다. 그런데 아파트의 구체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실루엣 형태로 처리된 아파트의 단지 조경과 아파트 내외부 인테리어, 그리고 단지 내 시설 등이 너무 우아하고 멋있어 보였다. 마치 유럽의 궁전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분위기의 아파트였다. 궁금증에 빠진 K씨 부부는 인터넷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러분은 영화 〈ET〉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ET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 기억나는가? 그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은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를 펴서 ET의 미래를 한 번쯤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실제 우리는 주변에서 많은 실루엣적 기법을 이용한 영화나 광고 장면을 접하곤 한다. 이러한 실루엣 기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상을 훨씬 더 좋게 그리고 기대감을 가지게끔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성인영화 마니아들 가운데서도 많은 이들이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포르노보다는 적당하게 은유적인 기법을 통해 정사 장면을 묘사하는 방법이 훨씬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와 같이 우리는 많은 경우에 적당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성영신 교수가 발표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성적 광고 사진 100장을 명백하게 성행위를 묘사한 것, 명백하게 신체부위를 노출한 것, 성행위를 암시한 것, 신체부위를 암시한 것 등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뇌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소비자의 가장 강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은유적으로 신체부위를 노출한 광고였다. 실험 참가자들이 이 광고를 보았을 때 전두엽과 함께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영역(뇌섬엽)이 가장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이는 ‘성적 광고는 노골적으로 야한 장면을 보여줄수록 효과가 크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실루엣 광고를 통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 아이팟은 2001년 출시 이후 ‘실루엣 광고’라는 독특한 형태의 광고 캠페인을 지속함으로써 아이팟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유사한 이미지의 광고만 봐도 소비자들이 아이팟을 연상할 만큼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아이팟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춤을 추는 사람의 모습을 심플한 실루엣으로 표현한 이 광고물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사용됨으로써 아이팟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실루엣 캠페인이 대성공을 거두자, 많은 애플의 지지자들이 실루엣 광고를 모방하여 자신의 사진을 실루엣 형태로 만들거나, 스스로 실루엣 형태의 광고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등의 다양한 구전 마케팅 효과가 발생했다. 아이팟의 실루엣 캠페인의 성공 요인은 바로 아이팟만의 독특하고 컬트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한 데 있었다. 소비자들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제품을 소개하는 광고보다는 은근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이팟의 광고를 보면서 아이팟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보다 강하게 형성할 수 있었다. 최근 자동차 광고들도 티저광고 등을 통해 실루엣 기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실루엣 광고들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뭔지 모를 매력적이고 참신한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4장 의식을 이용한 마케팅의 법칙
남들과 똑같은 건 싫다 - 스놉 효과
남편이 드디어 은행 대치동 지점장이 되었다. 내조의 여왕 한혜진 씨는 지점장이 된 남편을 위해 정장 한 벌을 구입하러 백화점에 갔다. 대치동 지점이라는 특성상 돈이 좀 있는 고객들을 만날 기회가 많을 것 같아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스타일의 정장을 사고, 와이셔츠랑 타이는 특별히 명품 브랜드를 살 계획이다. 매장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민준이 엄마를 만났다. 민준이 엄마는 무얼 사러 왔냐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묻는다. 남편이 승진한 것과 옷가지를 사러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자 민준이 엄마가 반색을 한다. “대치동 정도면 돈도 있는 지식인이 많은데, 명품 브랜드도 좋지만 맞춤 양복, 맞춤 와이셔츠가 어때요? 우리 아빠도 최근에 한 벌 했는데, 남들과 다르면서 튀지 않고 고급스러워서 너무 좋아해요”라며 한 곳을 추천해준다. 특히 와이셔츠 소매에는 이니셜까지 넣어준다고 한다. 한혜진씨는 고민하다가 민준이 엄마와 한 번 가보기로 하고, 백화점을 나왔다.
결국 한혜진 씨는 명품 브랜드의 와이셔츠보다는 소매에 이니셜을 새겨주는 맞춤 와이셔츠를 선택했다. 한혜진 씨는 왜 이니셜이 새겨진 와이셔츠를 선택한 것일까? 한혜진 씨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는, 그리고 이니셜이 새겨져 세상의 단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맞춤 와이셔츠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한혜진 씨처럼 남들과 다른 소비를 하는 것을 스놉 효과라고 한다. 스놉 효과는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 그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줄어드는 소비 현상을 뜻한다. 즉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이용하는 제품은 사지 않는 것이다. 스놉 효과는 무조건적으로 상류층의 소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달라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놉 효과는 고가의 제품을 아무나 살 수 없기 때문에 구매하고 싶어지는 속물근성이 나타나 속물효과라고도 불리며,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자신은 남과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마치 고고한 백로 같다고 하여 백로 효과라고도 한다.
밴드왜건 효과와 정반대로 가는 스놉 효과: 스놉 효과는 유행을 추종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것을 구매하는 것이 특징으로, 유행을 추종하여 소비하는 밴드왜건 효과의 반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스놉 효과도 특정 상품에 대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들의 소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밴드왜건 효과와 동일한데, 이러한 현상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스놉 효과는 명품 브랜드 소비에서 흔한 현상이지만 명품 소비가 대중화되고 있는 현대에는 명품 브랜드 소비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한정판이나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 국내에서 론칭되지 않은 생소한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을 스놉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스놉 효과는 집단주의가 강하고 유행추종 현상이 심해 밴드왜건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한국 사회보다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여 남들과 똑같은 것을 싫어하는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들에게 보다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점차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스놉 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아까워서 다시 산다 - 디드로 효과
이번 주말에 친구 결혼식이 있는 33살 정주리 씨. 친구가 특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특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하니 옷차림에 괜히 신경이 쓰인다. 정주리 씨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가 될 것 같아 남편을 졸라 옷을 사러 갔다. 남편과 정장 매장에 들어간 정주리 씨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원피스를 구매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결혼식날 날씨가 다소 쌀쌀하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다. 아무래도 볼레로를 입어야 할 것 같아 집에 있는 볼레로와 원피스를 매치해보지만 영 아니다. 날씨 때문에 볼레로는 입어야 하고, 집에 있는 볼레로를 입자니 원피스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정주리 씨는 할 수 없이 원피스를 산 매장에 다시 가서 원피스에 어울리는 볼레로를 구매했다.
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한 벌 샀는데, 집에 어울리는 옷이 없어서 결국 새로 산 옷과 어울릴 만한 옷을 다시 구매하고서야 자신이 원하던 옷 스타일을 찾게 된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고 하는데 디드로 효과는 하나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그 제품과 연관된 제품을 연속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디드로 효과는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디드로가 서재용 가운을 선물 받은 뒤 가운에 맞춰 책상을 교체한 일화에서 유래됐다. 디드로는 자신의 수필 『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에서 친구에게 선물로 가운을 받으면서 연속적으로 다른 것들도 다 바꾸게 된 일화를 소개한다. 새로운 가운을 입게 된 디드로는 새로운 가운에 맞춰 책상을 바꾸고 싶어졌고, 책상을 새로 바꾸고 나니 서재를 새로 단장하게 되었고, 서재를 바꾸고 나니 방 전체를 바꾸게 되었다. 이 일화는 한 가지의 제품에 맞춰 다른 제품까지 바꾸고 싶어지는 소비 심리를 대표하면서 디드로 효과가 되었다.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적· 심미적 보완, 확장을 위해 추가 구매: 디드로 효과는 단순히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소비가 발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과 제품 사이의 정서적 · 심미적 동질성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남들에게 보이게 될 확률이 높은 제품이나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품에서 디드로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디드로 효과는 필요에 의해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심미적 추구를 위해서도 소비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디드로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인간의 이런 심리를 간파한 기업은 소비자가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를 사고 싶도록 제품을 생산한다.
어느 소비자가 자신이 너무 갖고 싶어 했던 아이팟을 구매했다면 아이팟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케이스가 갖고 싶을 것이다. 또 아이팟 리모컨이 갖고 싶을 것이고, 모두 함께 들을 수 있는 아이팟 스피커도 갖고 싶을 것이다. 소비자는 마음만 먹으면 아이팟에 관련된 이런 제품들은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다. 디드로 효과에 의해 소비자는 제품에 대해 더욱 만족하게 되며, 기업은 연관 상품의 판매로 더욱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디드로 효과는 소비자들의 낭비를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비판도 일부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기를 원한다. 기능적 소비가 아니라 상징적 · 심미적 소비가 계속해서 인기를 구가하는 한, 디드로 효과는 기업들의 좋은 마케팅 도구로 계속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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