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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흰 밥 _ 김용택

by 홍승환 2010. 10. 18.

 

흰 밥

                             김용택

 


해는 높고
하늘이 푸르른 날
소와 쟁기와 사람이 논을 고르고
사람들이 맨발로 논에 들어가
하루종일 모를 낸다
왼손에 쥐어진
파란 못잎을 보았느냐
캄캄한 흙 속에 들어갔다 나온
아름다운 오른손을 보았느냐
그 모들이
바람을 타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파랗게
몸을 굽히며 오래오래 자라더니
흰 쌀이 되어 우리 발 아래 쏟아져
길을 비추고
흰 밥이 되어
우리 어둔 눈이 열린다

흰 밥이 어둔 입으로 들어갈 때 생각하라
사람이 이 땅에 할 짓이 무엇이더냐

 

 

*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아침입니다.

  아침공기가 이제 쌀쌀한 정도를 넘어 춥게 느껴지네요.

  가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겨울이 올 것 같습니다.

  짧은 가을날을 만끽하시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