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하십시오
이해인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날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 2010년 8월 3일 화요일입니다.
세탁기가 등장하면서 빨래를 하는 즐거움(?)이 사라진 듯 합니다.
어렸을 적 커다란 통안에 이불을 넣고 작을 발로 조물조물 거품을 내며 밟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더위로 지친 마음과 머리를 깨끗하게 빨래하는 하루가 되어 보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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