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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마음세탁소 _ 김종제

by 홍승환 2010. 7. 13.

 

마음세탁소

 

                                            김종제

 

 

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주면
구겨지거나 헤진 곳을
하루만에 깨끗이 처리해 준다고
방금 산 새옷처럼
흠 하나 없이 만들어서
삯도 받지 않고
당신에게 건네준다는 세탁소다


간판도 떨어져나가고
바람 조금 불어도 덜컹거리는
문짝의 세탁소 안에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슴에 고랑을 판 사람들
세월에 홧병든 사람들의
한을 다리고 설움을 깁고 있다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잠깐 놀러 왔다가
그냥 눌러 앉고 말았다는
무학을 닮은 노인네가
세탁소 열어놓은 것이
몇 백 년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옷걸이에 수북하게 걸려있는
생들을 오늘도 수선하고 있다

 

 

* 2010년 7월 13일 화요일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일까요?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 지자체 부도가 발생했네요.

  물론 부동산이나 다른 자산들은 넉넉하지만 유동현금이 없어 발생한 일이라고 하지만요.

  호화청사를 지어대던 지자체들의 잇따른 흑자부도가 예상되네요.

  마음을 세탁하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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