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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구두 뒤축에 대한 단상 _ 복효근

by 홍승환 2010. 5. 28.

 

구두 뒤축에 대한 단상

                                             복효근

 


겉보기엔 멀쩡한데
발이 빠져나간
구두의 뒤축이 한쪽으로 심하게 닳았다

보이지 않은 경사가 있다
보이는 몸이 그럴진대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마음의 경사여

구두 뒤축도 없는 마음의 기울기는
무엇이 보정(補正)해주나 또
뒷모습만 들켜주는 그 경사를 누가 보아주나

마지막 구두를 벗었을 때
생애의 기울기를 볼 수는 있을 것인가
수평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어버릴 생이여, 비애여

닳은 구두 뒤축 덕분에 나는 지금 멀쩡하게 보일 뿐이다

 

 

* 2010년 5월 28일 금요일입니다.

  선선한 날씨가 마치 가을 날씨 같네요.

  5월을 정리해 보는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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