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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하루만의 위안 _ 조병화

by 홍승환 2010. 1. 7.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 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 날이 온다.
그 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 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 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의 아침입니다.

  장갑과 목도리로 중무장을 해도 발이 시려울 정도로 춥네요.

  아직 길이 미끄러운 곳이 많으니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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