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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잔설 _ 나희덕

by 홍승환 2009. 12. 30.

 

잔설

 

                                   나희덕

 

 

잔설처럼 쌓여 있는 당신,
그래도 드문드문 마른 땅 있어
나는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폭설이 잦아드는 이 둔덕 어딘가에
무사한 게 있을 것 같아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면서
굴참나무, 사람주나무, 층층나무, 가문비나무...
나무 몇은 아직 눈 속에 발이 묶여 오지 못하고
땅이 마르는 동안
벗은 몸들이 새로운 빛을 채우는 동안
그래도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잔설이 그려내는 응달과 양달 사이에서

 

 

* 많은 눈이 온다는 예보는 다행히 빗나갔네요. ^^

  2009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 잘 하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