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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무궁동 _ 류시화

by 홍승환 2009. 9. 21.

 

무궁동

 

                                류시화

 

 

인생은 끝이 없는 움직임
사랑 또는 이별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날개짓
나는 그 자리에 정지해 있기 위해
무한히 움직인다
내게 다가와 입술만 허락하고 도망치는
희망
아니면 바다처럼 항상 거기 있으면서
끝없는 운동으로 나를 거부하는


무궁동
내 마음처럼 그렇게
끝이 없는 움직임은 없으리라
언제나 너에게로 달려가는
내 부질없는
마음
한 생각에서 끝없이 다른 생각으로 이동하는
그런 고독은 없으리라

오래 망설이다가 결국은 어리석은 길로 가고 만
해오라기처럼
아니면 슬픔 때문에 참을성이 없어진
한 마리 물고기처럼
끝없이 떨고 있는
내 마음

차라리 나는 자유를 버리리라
비늘을 가르는 아픔으로 헤엄치다가
이제는 모래 침대 위에 누운
흰 물고기뼈가 되리라
나는 이제 그만 멈추고 싶다
무궁동

 

 

* 가을비로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비가 그치면 황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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