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류시화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그 하루를 정원에서 보내리라.
허리를 굽혀 흙을 파고
작은 풀꽃들을 심으리라.
내가 떠나간 뒤에도
그것들이 나보다 더 오래 살아 있도록,
아마도 나는 내가 심은 나무에게 기대리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새와 곤충들 또한 나처럼 그 나무에
기대는 것을 바라보리라.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지막으로 흙 위로 난 길을 걸으리라.
걸으면서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진실했던 때를 기억하리라.
아마도 그것이 나의 마지막 날이 되리라.
그 어느 날보다 후회하지 않는.
* 5월 8일 어버이날입니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들 하지요.
부모가 되어서 부모님의 사랑에 더 감사하게 됩니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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