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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흐린 날에는 사랑을 찾는다 _ 김종제

by 홍승환 2009. 2. 11.

 

흐린 날에는 사랑을 찾는다

 

                                                  김종제

 

흐린 날, 강의 다리에 서서
눈물 가득한 강물을 바라본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이
자신의 흔적인 것을 알지 못한다
지하도 그 강속 깊은 곳에서 뛰쳐나와 
발을 딛고 올라선 거리는 
순식간에 짙은 안개와 비로 뒤덮혔다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날일수록
무덤 깊이 감춰놓은 마음은
뚜렷하게 드러나고
살갗을 파고드는 
회색의 세상에 젖어 
벗겨낼 수 없는 상처가 깊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은
목이 쉬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흐린 날에는 손과 손을 잡는다
가슴과 가슴을 안는다
흐린 날에는 하늘의 손이 내려와
나무의 손을 잡는다
흐린 날에는 나무의 가슴이 올라가
하늘의 가슴을 안는다
머리 속에서 곰팡이 활짝 피고
껍질 투터운 가슴은 더욱 투명해진

 

흐린 날에는
시퍼런 불을 온 사방에 사르고 
하늘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를 듣는다 
흐린 날에는 
몸달아 오른 사랑을 찾는다 

 

 

 

* 잔뜩 흐린 하늘이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뿌릴 듯하네요.

  흐린 날에는 그리운 사람들을 찾는다고 합니다.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시고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늘 행복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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