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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_ 안도현

by 홍승환 2008. 12. 9.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안도현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나는 경배하련다
  
토끼가 버리고 간 토끼 발자국을
상수리나무가 손을 놓아버린 상수리 열매를
되새떼가 알알이 뿌려놓고 간 되새떼 소리를
  
이 길을 맨 처음 걸어갔을 인간의 이름이
나보다는 깨끗하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소나무 가지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흰 눈을 얹어두련다
  
산길은, 걸어갈수록 좁아지지만
또한 깊어지는 것
  
내가 산길을 걷는 것은
인간들의 마을에서 쫓겨났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들의 마을로 결국은 돌아가기 위해서다
  
저 팽팽한 하늘이 이 산의 능선을 꿈틀거리게 하듯이
겨울바람이 내 귓불을 빨갛게 달구어
나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나뭇잎 하나 몸에 달지 않아도 춥지가 않다
  
눈 그친 지구 위에
산길이 나 있다
나는 산길을 걸어가련다

 

 

* 언제부터인가 연말 분위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없어졌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제 생각에는 길거리의 리어카에서 나오는 노래소리가 없어진 게 가장 큰 이유 같은데...^^

  오늘은 컴퓨터에 캐롤을 켜놓고 일해보시면 어떨까요? ^^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