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는 시간
김재진
마음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이야기할 때 있습니다.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눈 위의 발소리처럼
내 마음속의 백지 위로 누군가
긴 편지 쓸 때 있습니다.
한 쪽 무릎 세우고
뭔가를 깎아 보고 싶어 연필을 손에 쥡니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겨울 저녁 9시
유리창엔 김이 서립니다.
내 마음에도 김이 서립니다.
때로 몸이 느끼지 못하는 걸
마음이 먼저 느낄 때 있습니다.
채 깎지 않은 연필로 종이 위에
'시간'이라 써 봅니다.
좀더 크게 '세월'이라 써 봅니다.
아직도 나는
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 2008년 11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한 주의 시작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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