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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이야기 _ 도종환

by 홍승환 2008. 5. 21.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이야기

 

                                                          도종환

 

 

우리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어
물가의 수선화처럼 너 적막하게 꽃 피어 있을 때
나 또한 그 곁에 창백한 조팝나무처럼
꼼짝 못하고 서서
제가 내린 제 숙명에 뿌리에 몸이 묶인 채
한평생 바라보다가 갈 것만 같은데
오늘은 바람 이렇게 불어
내 허리에 기대 네 꽃잎을 만지다가도 아프고
네 살에 스쳤던 내 살을 만지다가도 아프다
네 잎새 하나씩 찢어 내 있는 쪽으로 던져야
내게 올 수 있고
가지 부러지는 아픔을 견뎌야
네게 갈 수 있다 해도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너를 사랑할 때마다 깨닫고 또 깨달아도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내 마음의 십분의 일 내 몸의
백 분의 일도 네게 주지 못한 것 같은데
너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다
돌아서야 하는 것
바람은 불어 나 노을 속에 이렇게 서서 나부끼고
바람은 불어 나 물살에 얼굴 묻고
너 돌아서 있어야 하는 것

 

 

* 오전에 강한 바람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온다고 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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