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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꽃 핀 나무 _ 이기철

by 홍승환 2008. 2. 29.

 

꽃 핀 나무

 

                                     이기철

 

 

하루를 온전히
침대에 눕히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그리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 사람의 마음이 꽃핀 나무로 서기 위해서는
한 웅큼의 기쁨을 그의 마음 속에 심어야 한다
지나오면 모두 어제가 되고 작년이 되는
이빨들이 무참히 뜯긴 시간들
봄을 따라갔던 맹목의 가을이
잘못 든 길에서 얼굴 붉힌다
그것이 세월이다

한다발의 기쁨으로 세월을 견디기 위해서는
쓸쓸함의 계단을 딛고 올라
꽃핀 나무의 열렬함으로 하루를
꼿꼿이 세워야 한다
내가 사랑했던 나무와 네가 사랑했던 나무의
빛깔이 서로 다를때
그것이 한 해다 그것이 세월이다

세상은 온통 어두운데
꽃핀 나무의 마음은 홀로
환하다.

 

 

* 2008년 2월의 마지막날입니다.

  겨울의 끝자락을 잘 정리하시고 봄의 시작인 3월을 멋지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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