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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나무는 _ 류시화

by 홍승환 2008. 1. 30.

 

나무는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 불로그 지인께서 보내주신 겨울바다 사진을 보았습니다.

  하얀색 파도가 멋있더군요. 겨울바다를 보러 가고 싶네요. ^^

  약한 눈발이 날린다고 하니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