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1059 가을 아침 _ 박명순 가을 아침 박명순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강가에 머리를 말갛게 행구어낸 아침은 새벽 안개를 헤집고 창문을 빠꼼히 열고 들어온다 이제는 제법 선선한 기운이 오돌도돌 소름을 돋게 하지만 열어논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담박에 가슴에 안겨 재롱을 떤다 은행잎 이파리 살짝 흔들고 지.. 2013. 10. 21. 제자리 _ 오세영 제자리 오세영 급류(急流)에 돌멩이 하나 버티고 있다. 떼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안간힘 쓰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잎처럼 풀잎처럼 흐르는 물에 맡기면 그만일 텐데 어인 일로 굳이 생고집을 부리는지. 하늘의 흰 구름 우러러보기가 가장 좋은 자리라서 그런다 한다. 이제 보.. 2013. 10. 18. 인간의 말에는 _ 김형영 인간의 말에는 김형영 모여서 피는 꽃들 더불어 자라는 나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삽니다. 비가 오면 비 이야기 바람 불면 바람 이야기 날이 새면 오늘 이야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언젠가 한번은 그게 궁금해서 그들의 말을 .. 2013. 10. 17. 사는 맛 _ 정일근 사는 맛 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 2013. 10. 16.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2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