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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7

솔개는 제 부리를 깬다 _ 박노해 솔개는 제 부리를 깬다 박노해 창공에 솔개 한마리 유유히 원을 그리면 온 마을 짐승들이 숨어들기 바빴지 솔개는 40년을 날아 다니다 보면 서슬푸른 발톱과 부리에 힘이 빠지고 깃털은 두꺼워져 날기조차 힘이 든다지 몸이 무거워진 솔개는 험한 산정으로 올라가 절벽 끝 바위를 쪼아 낡아진 부리를 .. 2009. 6. 8.
그래서 사랑이다 _ 임영준 그래서 사랑이다 임영준 날개가 꺾이고 본향을 등진 자들이 툭하면 사랑이란다 막다른 가슴 응답 없는 희구들이 입만 벌리면 사랑이란다 설레임의 오솔길을 모르고 전율의 능선을 밟아보지 못한 그 가련한 영혼들이 하염없이 사랑이란다 하지만 누구나 해갈할 수 없는 사랑을 끼고 사는데 어찌 탓할 .. 2009. 6. 1.
가고 오지 않는 사람 _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이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 200.. 2009. 5. 29.
구름의 소풍 _ 배경숙 구름의 소풍 배경숙 그의 등에선 오늘도 풀내가 난다 묵밭엔 망초꽃 쌀가루 뿌려대고 밤꽃은 제 향기에 숨이 막힌다 풀벌레 소리에 귀를 내주려는 듯 구름은 산마루 내려다 놓고 별꽃에게 쏟아놓을 말의 물결에 부풀어 있다 뒷산에서 떠 온 바람꽃 몇 그루 담 밑에 심는다 그 곁에서 나는 풀을 뽑는다 .. 2009.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