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는 제 부리를 깬다 _ 박노해

 

솔개는 제 부리를 깬다    

                                                      박노해

 

창공에 솔개 한마리 유유히 원을 그리면
온 마을 짐승들이 숨어들기 바빴지

솔개는 40년을 날아 다니다 보면
서슬푸른 발톱과 부리에 힘이 빠지고
깃털은 두꺼워져 날기조차 힘이 든다지

몸이 무거워진 솔개는 험한 산정으로 올라가
절벽 끝 바위를 쪼아 낡아진 부리를 깨고
밤마다 굶주린 창자로 홀로 울부짖는다지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 부리로 발톱을 뽑아내고
두꺼워진 깃털마저 다 뽑아낸다지

그렇게 반년의 처절한 환골탈태 수행을 거치면
솔개는 다시 힘찬 날갯짓으로 창공을 떠올라
새로운 30년을 더 서슬 푸르게 살아간다지

모두가 잠든 한밤중
타악- 타악- 
절벽끝에 제 부리를 깨는
솔개의 소리없는 새벽울음

 

 

* 2009년 6월 8일 월요일 아침입니다.

  변화와 새로운 소식들에 사람들은 점점 무뎌집니다.

  솔개의 결단처럼 무언가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즐거운 하루, 행복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